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1) 해외 거주 경험
해외에서 장기로 체류하면서 타지에서 생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의 단기적으로 여행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살아보며 그 도시의 삶을 경험해보는 일은 대학생활 중에서도 교환학생을 통해서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에서의 대학 생활만 경험할 것이 아니라 나와는 국적이 다른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하는 기회도 열려있어 이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모국어인 한국어로만 대화하는 것이 아닌 영어로 대화하며 서로 간의 문화적 차이와 살아온 배경 등을 공유하며 저의 인식과 시야를 넓혀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국내에서 이론 위주로만 배웠던 언어 실력을 실전 회화를 통해 기르고 싶었습니다.
2) 전공과의 연계성
저는 한국의 전통음악인 국악을 전공하고 있으며 미술이나 전시 등 박물관, 미술관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음악과 미술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에 대한 공부를 이어나가고자 했습니다. 국내에서 향유하고 있는 문화생활과 해외에서의 문화적 경험 간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의 도시로 유명한 비엔나에서 여러 공연장을 방문하고, 유럽 전역에 분포되어 있는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유럽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문화를 직접적으로 체험해보고자 하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경험한 문화생활을 통해 한국에 돌아와서도 향후 진로 탐색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이를 활용해 제 전공 분야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비엔나 대학교
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교에 파견되어 교환학생 생활을 하였습니다. 비엔나 대학교는 유럽권 대학교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로, 한 때 유럽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루돌프 4세에 의해 136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당시 법학, 의학, 문학의 3학부로 구성되었으나 현재 15개 학부, 170개 이상의 학위 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건물은 한국처럼 구역 내 모든 건물이 몰려있는 것이 아닌 비엔나 시내 전반에 걸쳐 60군데 정도로 흩어져 분포하고 있습니다. 본관 건물은 비엔나 시청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본관의 도서관은 매우 큰 규모로 예약제를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럽 대부분 학교는 음악대학이 따로 분과되어 있어 종합대학 내 음악학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비엔나 대학교의 경우, 유럽 전역에서 최고 규모의 음악학과를 자랑하고 있어 음악을 전공하는 제가 관련 분야로의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오스트리아 비엔나
비엔나는 도나우강 상류에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수도로, 예술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베토벤, 모차르트 등의 음악가와 클림트, 에곤 쉴레 등의 미술가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활동하였던 거점 도시입니다. 비엔나에는 100여 개가 넘는 박물관, 미술관이 있는데 주요 미술관으로는 벨베데레, 빈 미술사 박물관, 알베르티나, 레오폴드 뮤지엄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Musikverein과 Konzerthaus, Oper haus 등 클래식과 오페라 공연장도 다수 있어 문화예술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음악 공연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자주 개최되고 유명 클래식 연주자의 독주회도 공연되고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항공권, 보험, 기숙사
현재 직항 비행편이 없으므로 최소 1회 경유를 거쳐서 가야 하는데 저는 에어프랑스를 이용하여 파리를 경유해 비엔나에 도착했습니다. 유학생 보험은 인터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하는데 한화, 메리츠 등 보험사 선택이 가능합니다. 6개월 기준 20~25만 원 내외입니다.
비엔나 대학교는 학내에 전용 기숙사가 따로 없기 때문에 학생이 개별적으로 사설 업체를 직접 알아보고 계약해야 합니다. 혼자 쓰는 싱글룸과 룸메이트와 방을 공유하는 더블룸 등의 유형이 있으며 화장실과 주방을 공유하는지에 대한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오스트리아의 기숙사 사이트로는 STUWO, OEAD, OJAB, WIHAST, HOME4STUDENTS 등이 있습니다. 저는 싱글룸에 룸메이트 1명과 화장실,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의 기숙사를 구했고 한 달 월세는 €400, 보증금은 €500였습니다. 위치는 비엔나 대학교와 굉장히 가까워 위치도 좋았습니다.
2) 비자
이렇게 항공권, 보험, 기숙사를 모두 준비하셨다면 비자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교환학생은 일반적으로 6개월 용인 비자 D를 신청해야 합니다. 종로에 있는 대사관에서 신청 후 수령하면 되는데 구비해야 할 서류는 여권, 입학허가서, 의료보험 가입 증명서, 은행 잔고 증명서, 오스트리아 거주 증명서, 영문 주민등록등본, 신청서 등입니다. 자세한 구비서류는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청비용은 €150으로, 한화 20만 원 정도를 현금으로 구비해가셔야 합니다.
3) 버디
유럽의 대부분 학교는 ESN 이라는 연합체가 구성되어 있어 각 학교마다 ESN 단체가 설립되어 있습니다. 이 부서에서는 현지 학생과 교환학생 간에 연결 행사를 주도하는데 학기 초에는 웰컴위크를 통해 교류의 장을 마련해줍니다. 또한, 버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파견 전 홈페이지를 통해 간단한 자기소개 글과 신청서를 작성하면 자동으로 버디가 매칭됩니다. 메일을 통해 버디와 연락하여 현지 도착일에 만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현지 생활을 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수업
1-1) 본교 수업
저는 코로나19로 인해 파견 학기를 2학기나 미룬 상태에서 교환학생 파견을 결정하였습니다. 기존에 수강하려고 했던 수업의 경우, 교환학생의 감소로 폐강되어 제가 수강이 가능한 수업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나 독일어를 쓰는 오스트리아에서 영어로 된 음악 수업은 1년 사이 거의 전무한 상태로 변화하게 되어 기대와는 달리 음악 수업을 수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대안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를 배우는 영어 진행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적 내용을 다루는 논문을 매주 다른 주제로 지정하여 자료를 읽었습니다. 수업시간에는 읽은 논문을 토대로 하여 각자 의견을 나누는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생소한 유럽 왕가의 역사를 주제로 하고, 영어로 토론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다소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해외에서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1-2) 언어 수업
오스트리아는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입니다. 다만, 현지 생활에서 영어를 써도 무방할 정도로 오스트리아인 전반적으로 영어를 잘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지 언어로 생활하여 보고 싶어 비엔나 대학교 어학당의 독일어 언어 코스를 등록하여 수강했습니다. 이 수업은 유료로 진행되는데 교환학생의 경우, 20% 할인된 가격으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학기 시작 전, 방학 때 언어 코스를 수강하는 경우 코스 기말시험을 통과하면 일부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수업, 그리고 요일별 스케쥴로 수업이 개설되어 있어 각자의 일정에 따라 선택이 가능합니다. 저는 매주 2회 오프라인으로 참석하여 듣는 수업이었으나, 11월에 시행된 오스트리아의 락다운 조치로 수업의 후반부는 불가피하게 온라인으로 수강하였습니다.
A1.1 코스를 수강하여 독일어의 기초부터 배웠습니다. 짧은 기간 내 언어를 배우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질문과 대답 등은 구사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영어가 아닌 또 다른 언어로 물건을 사거나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경험은 언어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2) 현지 생활
2-1) 음식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마트로는 BILLA, SPAR, LIDL, PENNY 등이 있는데 이들은 슈퍼마켓의 형태로 시내 곳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식료품과 생활용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식료품의 가격은 외식 물가에 비해 굉장히 저렴한 편으로 체감상 한국의 마트보다도 저렴하였던 것 같습니다.
유럽의 대부분 레스토랑은 높은 인건비로 인해 가격대가 비싼 편입니다. 일반적인 저녁 식사를 위해서 메뉴 1개, 음료 1개를 주문했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적으로 20~25 사이로, 한화 3만 원~3만5천 원 사이입니다. 한국의 외식 평균 물가의 2배를 뛰어넘는 물가로 인해 외식보다는 주로 요리를 해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주일 장을 보았다고 할 경우, 결제한 금액이 30유로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금전적인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대도시는 최소 한인 마트나 아시안마트가 있는 곳이 많아 한식을 요리할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나 물품은 한국으로부터 부모님께서 택배로 보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2-2) 문화생활
프랑스, 영국 등의 국가는 학생비자를 소유하고 있으면 대부분의 미술관이 무료입니다. 그러나 그 외에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에서는 미술관 요금이 유료였으나, 학생 할인 요금으로 미술관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에 있는 미술관은 연간회원권이 1회 입장권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여 이를 구매하여 여러 번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공연장도 유스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저렴한 가격에 좋은 구역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고, 당일 입석 티켓으로도 저렴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2-3) 여행
저는 교환학생 기간동안 10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유럽 대륙의 중심, 동유럽의 가운데 위치하여 다른 국가로 여행하기에 좋은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독일, 스위스,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와 국경을 맞닿고 있어 기차나 버스로 국경을 넘어 이동이 용이합니다. 또한, 공항과 접근성이 좋아 유럽의 어느 도시든 비행기로 몇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비엔나 국제공항은 시내에서 열차로 20분 거리에 있습니다.
평일에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현지 친구들과 인근 국가로 여행을 가곤 했습니다. 공강을 활용하여 3박 4일 정도로 먼 나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단시간 내에 다양한 도시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유럽 지역 교환학생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억은 대학 생활을 중에서 가장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연고가 없는 지역에 정착하여 혼자 생활하며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장기간 타 지역에 체류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탐색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가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어떤 것을 할 때 좋아하는지 등 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게 해주었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추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구하고 제시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부터 출국 전에 현지 파견을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들, 출국 후 현지에서 적응하며 겪어야 하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은 한 치도 쉬운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 합격 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았던 것이 무색하게 힘들었던 적도 많았으나 이는 오히려 저를 성장하게 해주는 발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교환 파견 이전과 지금의 저를 비교했을 때, 저를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등이 확연하게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성취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얻게 해주었고 행복했던 기억을 추진력 삼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 생활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교환학생 기간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 파견을 고민하고 계시거나 계획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꼭 경험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