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제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2018년 3학년 1학기 재학 도중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저는 학교생활이나 학업에 대해서 만족했지만 휴학 없이 계속해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새로운 자극이나 분위기의 환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대학원과정을 마칠 생각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또한 학계에 계속 남아서 연구할 경우 한국에 남아있더라도 해외 학자들과의 교류는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의 학생들과 교류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하여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주위 학우들의 조언을 받아 유럽지역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를 선정할 때에는 TOEFL 영어 점수, 영어수업 개설, 지리적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으며 높은 수준의 영어수업을 제공하는 네덜란드, 영국의 대학교에 지원하여 최종적으로 네덜란드 Leiden University로의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학기 시작 전 준비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할 학교가 선정된 이후 Leiden University 측과 계속해서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필요한 문서를 제출했습니다. 여권사본, 여권사진, Antecedants Certificate (범죄자가 아닌 것을 증명하는 서류), Certificate of Deposit (잔고 증명서) 등이 그 대상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숙사 신청인데, 저는 학교 측에서 이메일이 오기전에 미리 알아보고 Leiden University Student Housing 홈페이지에서 직접 기숙사 신청을 미리 진행했습니다. Leiden 대학교의 기숙사는 많은 지원이 몰리기 때문에 실제로 조금만 늦게 신청해도 직접 방을 구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신청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Leiden 대학교의 기숙사는 DUWO라는 대행 회사에서 관리하며 도시 곳곳에 건물들이 있습니다. 또한 같은 건물이더라도 방의 형태나 공유하는 시설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방세도 달라집니다.
이 외에 장기여행자보험을 가입하고 필요한 짐을 정리하여 8.30일 출국, 레이든 시에 도착하였습니다.
학업
수강신청은 출국 전 담당자에게 듣고 싶은 과목 리스트를 제출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강의에 대한 정보는 e-prospectus Leiden (https://studiegids.universiteitleiden.nl/en)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과목마다 개설학과와 과목개요가 설명되어있었습니다. 특히 난이도가 100에서 500(박사 수준)까지 구별되어 있어 과목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듣고 싶은 과목을 신청한다고 해서 다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과목이 교환학생을 받지 않는 과목이거나 지원자가 듣기 어려운 과목이라 판단되면 요청이 거절될 수도 있습니다.
수강신청한 과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학기가 시작한 이후에도 uSis (https://usis.leidenuniv.nl:8011/psp/S4PRD/?cmd=login&languageCd=ENG&)라는 서울대학교의 mySNU 페이지와 비슷한 곳에서 과목을 취소하거나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처음 신청한 3개의 과목 중 2개를 철회하고 한 개 과목을 더 추가해서 총 두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Dutch Painting 1400 ? 1950: Introduction to the Art History of the Netherlands, Cultuurwetenschap I
(난이도 100, 10 EC)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네덜란드의 미술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시대흐름에 맞게 배웁니다. 렘브란트, 반 고흐, 몬드리안과 같이 잘 알려진 화가들뿐만 아니라 여러 미술가들을 골고루 배웠습니다. 그 동안 멀리했던 미술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미술관에 방문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환학생들도 많이 수강하며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방대한 양의 지식을 배우기 때문에 시험준비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습니다.
Dutch Debates ? Topical Questions in Dutch Society, Culture I
(난이도 200, 5 EC)
이름에서 보이듯이 네덜란드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발제하고 토론하는 토론위주의 수업이었습니다. 한 학기동안 크게 5개의 주제를 다루며 한 주제에 대해서 한 주는 교수님이 강의를 진행하며 그 다음 주에는 각자 배당된 텍스트를 읽고 토론하는 식으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었고 다양한 국적 학생들과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유익했습니다.
Leiden University는 단과대별로 캠퍼스가 Leiden 및 Hague에 흩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Leiden이 작은 도시이다보니 서울대학교 안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수월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의 경우 크기는 작지만 법대, 인문대 도서관, PLEXUS (행정업무처리하는 건물)의 자습공간 등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3. 동아리 및 교류
제가 있었던 Hugo de Grootstraat 기숙사에는 movie club, cooking club, board game club 등의 모임이 있어서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common room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기숙사 전체 혹은 그 층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소박한 파티를 하거나 같이 피자를 시켜먹기도 했습니다.
Leiden 대학교는 유럽에 위치한 대학교로는 이례적이게도 한국어학과 (Korean Studies)가 있어서 그와 관련된 교류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어회화동아리 ‘탁잡담’과 언어교환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탁잡담은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한국 교환학생들이 그 주의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탁잡담 활동을 진행하면서 한국어학과 학생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뿐만 아니라 한국 방송, 문화, 정치 등을 깊게 이해하고 있어서 놀랐고 제게는 잊을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 언어교환프로그램은 비슷하게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교환학생들을 1대1로 매치시켜서 자율적으로 영어, 한국어로 대화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교환파트너 친구와 한국음식을 만들어먹기도 하고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하면서 네덜란드 문화와 궁금한 점을 알게 되었고 영어회화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4. 생활
1) 날씨
제가 막 도착한 8월말에는 2-3주간 매일매일이 맑고 따뜻한 날씨를 자랑해서 많은 사람들이 야외에 나와서 햇살을 만끽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고 평소의 네덜란드는 흔히 생각하는 영국의 날씨처럼 거의 매일 이슬비와 함께 바람이 불고 햇살을 보기 힘든 날씨입니다.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우비를 구비해서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온은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법이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비와 바람이 잦습니다. 따라서 롱패딩과 같이 두꺼운 외투보다는 적당히 두꺼운 경량패딩류가 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2) 기숙사 생활
교환학생들이 배정받는 기숙사는 Smaragdlaan, Sigmaplantsoen, Hugo de Grootstraat 등의 주소에 있는데 제가 있었던 기숙사는 Hugo de Grootstraat 32의 Horizon House입니다. 제 방의 경우 1인실이었으며 부엌, 화장실, 샤워실은 방안에 있지 않고 분리되어 다른 학생들과 같이 사용했습니다. 7명정도가 부엌을 공유하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그 층의 모든 인원 (12명 남짓)이 사용했습니다. 공동시설은 DUWO 회사에서 청소 및 관리를 해주었습니다. Hugo de Grootstraat는 Leiden Centraal 역과도 멀지 않고 인문대와 법대 건물이 걸어서 10분일정도로 가깝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월세는 560유로였는데 같은 건물 2인실의 경우 월세가 좀 더 쌌습니다.
Leiden 대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의 끼니를 요리해먹습니다. 식자재는 기숙사 건물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현지 마트 혹은 비슷한 거리의 TOKO NEW WORLD 아시안 마켓에서 구했습니다. 조리도구는 기숙사마다 편차가 크지만 제가 있던 기숙사는 거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 원한다면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TOKO NEW WORLD에는 각종 라면을 비롯하여 간장, 고추장, 만두, 물엿 등등 많은 한국 식자재가 있고, 없다 하더라도 암스테르담과 헤이그의 한인마트를 방문하면 대부분의 원하는 식자재를 얻을 수 있습니다. (Shilla, KOKORO mart) 그리고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열리는 시장에 방문하면 싸고 신선한 과일이나 생선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요리만 해먹은 것은 아니고 식당에도 방문하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테이블이 있는 식당은 인당 15유로 이상을 내야하며 구내 식당이나 패스트푸드가게, 카페 등도 8유로 이상은 내야합니다. Leiden에는 다양한 국적의 음식점들이 있는데 이들을 하나씩 방문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3) 교통
우선 교통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대여 혹은 구매하여 이용하지만 저는 기숙사의 위치가 좋아서 자전거를 대여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버스가 배차간격이 20분, 30분 수준으로 한국보다 길고 가격도 한국보다 비싸기 때문에 도시 외곽에서 생활하게 되는 경우 자전거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자동브레이크가 달려있는 자전거를 구하려고 할 경우 수량도 얼마 없고 구하는 데에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네덜란드 자전거는 페달을 진행방향 반대로 돌려서 멈춥니다.) 또한 자전거의 나라답게 자전거의 숫자가 차보다 많고 자전거도로가 항상 붐비기 때문에 자전거 교통법규를 숙지하고 사고에 항상 유의해야 됩니다. 그리고 자전거도난이 빈번하기 때문에 자전거 대여업체에 도난보험도 같이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신경 쓸 것이 많으며 그 비용도 한국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기차나 버스는 OV-Chipkaart라는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1년이상 머무를 경우 출퇴근시간 제외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ISIC에서 발급하는 OV-chipkaart를 신청해서 약간의 할인혜택을 받았습니다.
Leiden시에서 Schipol 공항까지는 기차를 타고 15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인근 나라로 여행을 가기에도 유리합니다.
4) 기타
학교 측에서는 네덜란드에 체류하는 동안 학생계좌를 만들 것을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RABO bank 혹은 ING bank를 주로 이용하는데 저는 ING bank를 이용했습니다. 은행은 사전 온라인 예약 후에 이용할 수 있고 서비스가 매우매우매우 느립니다. 하지만 Leiden의 많은 상점들이 VISA와 MASTER를 받지 않기 때문에 V-Pay, MAESTRO (각각 VISA, MASTER의 유럽 내 서비스)를 지원하는 현지계좌 및 체크카드를 발급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MAESTRO를 지원하는 체크카드를 만드는 것도 권장됩니다.
통신 서비스의 경우 한국에서 가져온 핸드폰의 유심칩을 현지의 것으로 바꿔끼우기만 하면 됩니다. Vodafone, Lebara가 대표적이며 매달 요금제에 따라서 선불로 충전한 금액에서 돈이 빠져나갑니다. 저 두 통신사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별다른 추가요금 없이 작동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통신비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인터넷 속도는 현저히 느립니다.
생활에 필요한 잡화 물품들은 Action, HEMA에서, 가전제품은 BLOKKER에서 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옷도 PRIMARK, H&M과 같이 저렴하게 파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너무 많은 짐을 챙겨올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여유가 된다면 넉넉한 양말과 1인용 밥솥을 가져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의료시스템의 경우 한국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을 담당할 담당의사를 미리 지정해 놓지 않고 갑자기 병원에 가면 의료비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오는 이메일 지시사항을 따라 담당의 환자등록을 진행하여야 합니다. 의료보험의 경우 학교측에서 제안하는 AIA 보험이 있으나 저는 가격이 부담되어 다른 한국의 사설 장기여행자보험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여행중 갑자기 다쳐서 응급실에 갔을 때에 상당히 큰 비용을 청구받았음에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Leiden 대학교에는 USC (Universitair Sportcentrum)라는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큰 체육관이 있습니다. 비용을 내면 그 안의 수영장, 헬스장 등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요가, 댄스,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한 강습수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Leiden에 있던 2019년 11월-12월중에 몇 번의 harrassing (추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도시가 워낙 작고 상점들이 대부분 18시 이후에 문을 닫으며 한국처럼 CCTV가 철저히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한국보다 치안에 있어서는 불안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여행과 문화
Leiden은 스키폴 공항과 가깝고, 서유럽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로의 여행이 쉽습니다. 주로 저가항공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녔고 벨기에나 서부 독일은 저가 좌석 버스를 이용하여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장기 여행을 계획한다면 중간고사를 마친 뒤의 midterm break (9월 말-10월 초)와 크리스마스 방학 (12월 말) 그리고 학기 전후를 추천합니다. 저의 경우 스페인, 벨기에, 독일, 영국, 아일랜드를 방문했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60유로 정도를 내면 1년동안 네덜란드 내의 대부분의 미술관 및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는 Museumkaart를 발급해줍니다. 저는 그래서 주말이나 빈 시간을 이용하여 Dutch Painting 수업에서 배운 명화들을 보러 Hague, Amsterdam 등에 있는 다양한 미술관을 방문하곤 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으로 Leiden에 머문 지난 5개월은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생각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서 저를 둘러싸고 있던 편견들을 깨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잠시나마 익숙하고 잘 아는 사회에서 벗어나 다른 사회에 녹아들어 타 문화권 학생들의 일상을 느껴보면서 하나하나 다른 삶의 모습, 완전히 다른 사회 시스템과 그 안에 담긴 생각들을 보며 신기해했던 경험들은 짧게 여행으로 머물면서는 절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스스로 새로운 것들에 대해서 많이 도전해본 시기였습니다. 친구들과 인문대 444주년 마라톤에 참여해서 꼴찌로 들어오기도 하고, 전혀 관심 없던 클래식콘서트와 미술관을 매주 다니고, 처음으로 혼자 배낭하나만 매고 여행을 계획해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생각에 많은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익숙한 일상에 젖어 잊고 살았던 젊음의 특권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