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제가 2019년 2학기에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것은 이것이 외국에서 몇 개월 동안 살다 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하였고 그 기회를 통해 자립심을 키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외국에서 살 수 있는 기회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직장을 다니느라 얻기 힘들 수 있는데, 설사 일이 있어서 외국에 나가게 된다 하여도 그때는 일을 하느라 바쁠 것이므로 바빠지기 전에 외국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다 여유롭게 지내다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또한 익숙한 환경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키우는 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자립심을 처음 가보는 나라에 혼자 가서 지내면서 더 키우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1. 파견대학
1) 개요: 제가 교환학생을 간 코펜하겐대학교(University of Copenhagen, Københavns Universitet, KU)는 종합대학으로, 덴마크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대학이기도 합니다. 총 6개의 단과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인문대가 가장 크고, 캠퍼스는 과학대, 사회대, 인문대 등으로 코펜하겐 도시 곳곳에 넓게 퍼져있습니다. 또한 학생 39000명 중 5500명이 외국인 학생들입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은 자신이 듣고 싶은 강좌가 열리는 과에 이메일을 보내 어떤 수업을 듣고 싶다고 하면 됩니다. 서울대처럼 특정 시간에 수강신청 사이트에 접속하여 빠르게 듣고 싶은 수업들을 픽해야 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수강신청은 상당히 여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기숙사 신청은 상당히 어려운 편인데, 신청 전에 어떤 기숙사를 희망하는지 순위를 정해 생각해놓은 다음 신청할 때 원하는 기숙사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 신청 링크가 사람마다 오는 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인기 있는 기숙사들은 빠르게 없어져서 링크가 본인에게 늦게 도착하거나 신청할 때 여유를 부리면 원하는 기숙사에 자리가 안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숙사 수는 많아서 웬만하면 어딘가에는 들어갈 수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Sølvgade Kaserne(Basecamp)라는 기숙사에 묵었는데 비쌌지만 현대식 시설에 1인실이었고 깨끗해서 만족했습니다.
2.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① KOR, Introduction to Korean Studies 1: 영어로 진행되는 한국사 수업입니다. 코펜하겐대학교에는 한국학과가 있는데 그 과에서 열리는 수업입니다. 한국사를 고대부터 근세까지 공부하는데 외국인들의 시각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운 수업이었습니다.
② DCC Course in Danish Culture: 교환학생들만을 상대로 덴마크 문화에 대해 강의하는 수업입니다. 강의 주제는 덴마크의 역사, 음식, 음악, 신화 등 포괄적으로 다루고 궁전이나 박물관 등으로 몇 번의 현장 학습도 나갑니다.
③ Demographic Analysis for Social Scientists: 사회학과에서 열리는 인구 통계에 대한 수업입니다. 통계를 내는 방법론과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조건들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덴마크어는 전혀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갔고 덴마크 사람들이 남녀노소 다 영어를 잘해서 따로 배우지 않고도 불편함 없이 지내다 왔습니다. 그래도 영어를 계속 사용하다 보니 영어 실력은 좀 늘은 것 같습니다.
3) 학습 방법: 도서관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기숙사에서 공부했습니다. 수업마다 성적 평가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oral exam과 보고서 제출, 발표가 많은 편입니다.
3.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덴마크는 물가가 비싸서 그래도 갈 때 많이 들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식기 같은 것들은 기숙사에 이미 있는 경우도 있고 해서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날씨는 눈도 별로 오지 않는 등 한국과 비교해서 그렇게 춥지는 않은데 바람이 불면 체감 온도가 갑자기 떨어집니다. 따라서 겨울에 가게 된다면 따뜻한 패딩을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물가는 구체적으로는 1크로네가 170~180원 정도인데,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식재료의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싸지만 식당은 정말 비싸서 외식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리고 책 등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들은 대체로 비쌉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사는 위에서 이야기하였듯이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외식은 친구들이랑 밖에서 만날 때만 하였고 다른 날들은 기숙사에서 요리를 해먹었습니다. 따라서 맨날 직접 요리하기 싫으면 한국에서 간편요리 같은 것들을 사가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의료는 치과 외의 다른 분야들은 공짜입니다. 덴마크에 가면 yellow card라는 것을 만들게 되는데, 그 카드가 생기면 자신에게 전담 의사가 생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 수 있고 약국에서는 보통 처방전 없이는 약을 팔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약들은 한국에서 들고 가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행은 몇 개 있는데 한 학기만 있는 학생한테는 계좌를 안 만들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덴마크 은행 계좌 없이 지냈습니다.
교통은 자전거, 버스, 지하철, 그리고 기차가 주된 교통수단입니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정말 많이 사용하는데, 그 자전거를 타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겨울에는 추워서 저는 타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버스, 지하철, 그리고 기차를 이용하게 되는데 교통비가 상당히 비쌉니다. 그래도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깨끗하고 인터넷도 잘 터지고 배차 간격도 괜찮습니다. Rejsekort라는 교통카드를 만들어서 사용하면 됩니다.
통신은 lebara 등 유명한 것들이 몇 개 있는데 통신비가 굉장히 쌉니다. 100GB를 한국에서 자신이 이용하는 요금제의 가격보다 더 싸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몇 기가바이트는 유럽 내 다른 나라들에 가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여가 생활: 동아리들에서는 교환학생은 잘 안 받아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통 덴마크에 가서 만난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놀게 됩니다. 같이 밥을 해먹거나 관광을 다니는 등 시간을 보내는데 덴마크에는 관광지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각종 이벤트들이 자주 열립니다. 그리고 기숙사에서도 이벤트를 하고 학교의 buddy 프로그램에서도 이벤트들을 해서 참여하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덴마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1) 코펜하겐이 작은 도시이고 공항이 근처에 있어서 여행 다니기에는 상당히 좋습니다. 공항도 크고 깨끗해서 좋습니다.
2) 덴마크 물은 석회수여서 마시는 것은 괜찮은데 물을 사용하면 세면대 등에 자국이 남습니다. 그것을 청소하기 위해서는 각 기숙사마다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데 Basecamp의 경우에는 ‘Lip’이라는 제품을 사용하였습니다.
3) 비가 자주 오지만 쏟아지는 경우는 별로 없어서 우산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비는 곧 그칩니다. 그래서 보통 그냥 맞고 다니거나 모자를 씁니다.
4) 겨울이 되면 오후 3시 40분쯤에 해가 집니다. 따라서 하루에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짧고 애초에 흐린 날들이 많아서 날이 화창하게 개어있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5) 코펜하겐대학교에는 ‘칸틴’이라는 뷔페식 식당이 있습니다. 자신이 골라 담은 음식의 무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그 가격은 서울대 학식의 가격과 비슷합니다. 메뉴는 매일 바뀌는데 그 맛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려서 학교 내에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 등을 사먹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6) 인쇄는 인쇄소들이 따로 있는데 학교의 인쇄기를 이용하는 것이 상당히 쌉니다. 각 단과대마다 인쇄기가 있으니 근처에 있는 단과대에 가서 인쇄를 하면 됩니다.
7) 많은 시설과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습니다. 그래도 마트들은 보통 10시, 11시 정도까지 합니다.
8) 덴마크에서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분리수거를 정말 철저히 합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병의 경우에는 그 내용물을 다 사용하고 특정 기계에 넣으면 돈을 일부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기대했던 것보다 즐거운 경험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가기 전에는 혼자 먼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두려움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졌고 혼자 가기는 하였지만 자기 일은 자기가 다 챙겨하면서 잘 지냈습니다. 또한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전에는 보지 못한 풍경도 많이 보았고, 같이 여행을 간 사람들과도 더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생활방식을 느끼고 그곳의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교환학생을 가기 전보다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