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더 넓은 세상에 나가서 다른 사회와 사람들을 경험하고 정신적 자극을 얻고 싶다는 마음으로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파견 지역과 대학을 고를 때 고려한 점은, 1)영어와 중국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2)원하는 분야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3)현지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은지, 그리고 4)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지였습니다. 저는 싱가포르와 SMU(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가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하여 SMU의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학업
저는 교환 학기 동안 네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그중 세 과목은 경영 관련 수업, 나머지 한 과목은 프랑스어 수업이었습니다. SMU에 과목별로 간략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Marketing: 마케팅 관련 수업 중 가장 기초 단계의 수업으로, 마케팅에 관련된 기초 개념과 관련 사례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셨고, 원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졌습니다. 관심 있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짧은 개별 보고서 작성과 친환경 혹은 노인 관련 제품을 선정/고안하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조별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잘 학습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시고 조별로 두 차례의 중간 면담을 통해 아이템 선정과 설문조사지 작성에 대해 피드백과 조언을 해주신 점이 좋았습니다.
Human Capital Management: OBHR 분과의 기초과목에 해당되는 HCM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기업에서 인사관리 담당자가 내리게 되는 중요한 결정에는 무엇이 있으며 여러 가지 인사 관련 선택에 어떠한 비용과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넓고 얕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학생들의 원활한 참여를 유도하셨고, 팀 대항 토론과 조별 발표 과제가 있었기 때문에 말하기를 연습할 기회가 많았던 점은 좋았습니다.
Strategy: 강의계획서에 의하면 두 가지 기초과목을 들은 이후에 수강하도록 정해진 과목이지만, 기초과목을 듣지 않았음에도 나름대로 도전정신을 갖고 수강했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 중에서는 가장 어려운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수업에서 조별 토의를 비롯한 활발한 수업 참여가 요구되었고 수업 시간의 활동을 위한 과제가 자주 부여되었습니다. 또한, 실제 기업의 사례로 만들어진 케이스 문제를 기반으로 조별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굵직한 과제가 두 차례 주어졌는데, 조원들끼리 여러 차례 회의하고 새벽까지 텔레그램으로 논의하면서 힘겹게 과제를 완료했던 기억이 납니다. 경영학과 수업을 처음 들어보는 상황에서 풍력발전과 인터넷뱅킹이라는 생소한 산업에 관해 조사하고 조원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French: 원래는 다른 과목을 들으려 했으나, 수강 신청에 실패하여 대신 들을 과목을 찾아보다 듣게 된 과목입니다. 프랑스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표현들과 프랑스 문화에 대한 지식을 재미있고 활동적인 방식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담당 교수님께서 프랑스인이시면서 싱가포르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으셔서 양 국가의 문화를 대조하며 이해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고, 듣기, 말하기, 읽기와 쓰기를 고루 연습할 수 있어서 매우 실용적인 방식의 언어 학습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SMU의 수업은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전제로 운영되어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고, 다른 수강생들과 교류하고 협업할 기회가 많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신청한 과목들은 영어로 긴 글을 작성하고 피드백을 받을 기회는 없었던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모든 수업이 긴 호흡의 글쓰기 없이 퀴즈나 발표, 짧은 글쓰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무엇을 얻고 얻을 수 없는지는 수강 신청하기에 달려 있는 듯합니다.
2. 숙소 생활
저는 교환학생 파견 전에 안내받은 이메일에 따라 학교와 계약이 맺어진 호스텔인 Dwell Student Living 입주 신청을 해서 8층(모든 학생이 SMU 교환학생인 층)에서 생활하였습니다. 3인 1실을 썼는데,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은 중국 인민대학 학생, 다른 한 명은 일본 와세다대학 학생이었습니다. 같은 동아시아인이어서인지 문화적인 공통점이 많았고 영어가 아주 자유롭지는 못한 상황에서도 의사소통을 잘하면서 평화롭고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Dwell Student Living은 SMU에서 도보로 10-15분 거리에 있고 웬만한 음식점이나 마트는 슬리퍼를 신고 다녀도 될 정도로 가까워서 생활에서 교통비를 쓸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3. 동아리
SMU에는 많은 동아리가 있습니다. 지하의 중앙 홀을 지나다 보면 춤 동아리 학생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각자의 구역에서 자유롭게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메일로 동아리 모집 공고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에 대한 안내문이 발송되곤 했습니다. 저는 달리기 동아리인 SMU Athletics에 참여하여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학기 중반 이후에 코로나가 확산세를 보이면서 아쉽게도 활동을 중단해야 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밖에도 SMU Yim Siam이라는 태국 문화 동아리의 1-Day 세션에 참여해서 중간고사 기간에 떠날 태국 여행을 준비하는 의미에서 태국 문화와 언어를 배워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교환학생에게도 열려 있는 동아리가 꽤 많이 있으니 나중에 SMU로 교환을 가시게 된다면 학교 웹사이트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동아리를 미리 찾아보거나 인스타그램에 해쉬태그 검색을 해보면서 미리 정보를 수집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종합하자면 앞서 참가 동기에서 언급한 네 가지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하는, 만족스러운 한 학기를 보내고 왔습니다. 우선, 학교에서는 수업을 영어로 들었지만, 인구의 70%가 화교이기 때문에 중국어를 연습할 수 있는 상황도 제법 많았습니다. 운 좋게도 좋은 중국인 룸메이트를 만나 생활 속에서 계속해서 중국어를 연습할 수 있어서 집에 돌아갈 때쯤에는 회화가 훨씬 편안해졌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전공 수업은 들을 수 없었지만, 평소 공부해보고 싶었던 경영학 과목을 비교적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또한, 싱가폴이라는 국가 자체가 다양한 인종과 종교, 언어가 섞여 있어 사람들이 외국인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었고, SMU의 참여형 수업과 잦은 조별 과제로 인해 현지인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에 기대했던 무엇보다도 현지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접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신 교수님들도 인도인, 싱가포르인, 프랑스인 등으로 다양했고 학습 배경도 다양하였으며 학생들의 국적과 문화 역시 다양하여 다양성에 친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활환경의 측면에서도 교통이 편리하고 치안이 좋아 편안한 마음으로 어디든 다닐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 동안 쌓은 소소한 추억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SMU 현지 학생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회의하며 조별과제를 하던 기억, 동아리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리나베이샌즈 둘레를 함께 숨이 차게 뛰던 기억, 중국인 룸메이트와 다른 여러 명의 중국계 친구들과 함께 정통 중국 음식을 먹으러 갔던 기억 등이 생생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를 사귀는 일,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통하는 일, 부족한 유창성을 노력으로 채워서 팀플 조원들에게 나의 아이디어를 설득하는 일 등 생활의 많은 방면이 소소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환학생에서 돌아온 후에는 이전까지 보이거나 들리지 않던 것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