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참가 동기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으로서의 해외 생활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과의 특성상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었고, 유학 또한 고려 대상이었기에 해외에서 다른 나라의 학생으로 있는 삶이 잘 맞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많은 대학 중에서도 난양공대(NTU)를 선택한 이유는 듣고 싶었던 과목 때문이었다. 이전 학기의 교환학생분들이 남긴 후기에서 ‘열대생태학’이라는 과목을 접할 수 있었는데, 싱가포르의 자연환경을 돌아다니며 체험식으로 생태학을 배울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본교에는 탐사 위주의 전공과목이 별로 없었는데, 직접 싱가포르의 여러 생태를 보고 그걸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II. 세부 경험 내용
수업
총 4개의 수업을 들었으며, 과제에 투자한 시간을 고려해도 일정은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었다. 전공 3개에 교양 1개를 들었으며, 아래 서술한 내용은 Covid-19로 인해 어느 정도 과정이 축소되었음을 미리 언급한다. 아래의 수업에는 한국인 학생들이 거의 없었는데, 한국 교환학생을 수업에서 만나고 싶다면 중국어 강좌를 듣는 걸 추천한다.
1) 수채화로 풍경 그리기(Watermedia Landscape Painting)
실습 위주의 수업으로, 수업시간 동안 그린 그림과 2개 이상의 최종 과제물을 제출하여 평가받는 수업이다. 교수님이 색을 쓰는 방법을 중심으로 가르치시고, 비전공자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 풍경 그리기인 만큼 야외로 나가 그리는 경우가 잦았다.
2) 열대생태학(Tropical Ecology)
부킷 티마 자연공원, 센토사 섬 등 싱가포르의 자연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수업이다. 생명과학 전공인 것치고는 기반 과목의 필요성이 적어 비전공자도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수업이다. 체험 기반 수업이어서 팀을 짜 활동할 일이 자주 있고, 교환학생들이 많아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도 많았다.
3) RNA 구조와 RNA 베이스 신약개발(RNA structure and RNA based drug development)
이론 수업과 발표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강좌로, 본교 학부생 사이에서도 난도가 꽤 있다고 여겨지는 수업 중 하나이다. 다만 단순 이론이 아닌 연구 결과와 현재 개발된 약들을 주로 다룬다는 점이 매력적이며, 연구 계열로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들어보기를 추천하는 수업이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내고 싶으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는 걸 알려주는 과목이기도 하다.
4) 바이오이미징(Bioimaging)
이 강좌 또한 학부생 사이에서 난도가 있다고 여겨지는 수업 중 하나였다. 광학현미경부터 전자현미경까지 생명과학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관찰 기법 및 X-ray나 MRI 같은 생체를 대상으로 하는 이미징 기법에 대해 공부하는 강좌이다. 실제 현미경을 다뤄보는 실험 수업과 교과 관련 문제들을 풀어보는 튜토리얼 수업도 있다.
2. 동아리
교환학생이 할 수 있는 동아리는 제한되어 있다. 보통 스포츠 동아리 위주로 들어갈 수 있으며, NTU는 스포츠 시설이 좋은 편이기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권한다.
동아리 활동은 강제성은 거의 없으며, 학기 초에 여러 동아리 활동을 둘러보고 자신과 맞는 동아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아리를 하지 않아도 헬스장이 잘 되어 있어 개인 운동을 하는 사람도 많다.
3. 교환학생으로서 생활하기
기본적으로 NTU에서는 교환학생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자주 마련해준다. 다만 이번 학기에는 코로나로 인해 2월 이후 프로그램이 전부 취소되었으며, 1월에는 작은 규모의 교환학생 파티나 문화 강좌 같은 것을 열었다.
기숙사는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며, 다만 벌레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식당의 경우 메뉴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원하는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에 가깝다. 기숙사는 Hall 7을 배정받았는데, 시설이 노후화되긴 했으나 조경이 잘 되어있고 생명과학부 강의실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으로서, 즉 다른 나라의 학교에서 학생으로 있어 볼 수 있다는 건 삶에 있어 귀중한 경험이라고 느낀 한 학기였다. 수업의 차이인지, 아니면 학교의 교육 방침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NTU에서의 수업은 이론보다는 현재 그 분야의 흐름을 알아보거나 직접 체험해보는 방식이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생명과학 계열의 특강을 듣는 학생의 반이 사회학부 출신이고, 과학 계열 전공 강좌에서 경제 지식을 요구하는 등 융합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런 차이는 학생으로서 외국에 있는 게 아닌 한 쉽게 느낄 수 없는 점이었고, 학술적인 시야를 키워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교환학생 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 생활했다는 것 자체도 내게는 뜻깊은 경험이었다. 싱가포르의 문화적 요소들을 잘 느낄 수 있는 관광지들을 버스와 지하철만으로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은 특히나 매력적이었다. 싱가포르 학생들이나 타국 교환학생 중에서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도 꽤 있었는데, 서로의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단순히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 문화적 교류를 나눌 기회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