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평소 미국의 문화나 정치, 외교정책에 관심이 많아 미국에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 DC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환학생 파견 기회를 이용하여 DC에서 생활하며 배우고 싶은 마음에, 조지워싱턴대학교 교환학생 파견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1.학업
조지워싱턴대학교는 지역적인 입지의 특성을 잘 살려서 엘리엇스쿨을 필두로 국제정치 분야와 정치/공공정책 분야가 유명한 학교입니다. 때문에 저도 제 전공인 정치외교학 수업이나 국제경제학 수업들을 위주로 수강하였습니다.
-Politics and Foreign Policy of China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David Shambaugh 교수님의 수업입니다. 한학기 동안 중국의 현대 정치사와 함께, 중국 외교정책의 역사와 현안들에 대해 강의하는 수업입니다. Shambaugh 교수님이 중국 정치외교 분야에서 워낙 권위자이기도 하고, 학계와 정관계에 발이 넓으시다보니 수업 중간중간에 이 사건들과 관련된 본인의 흥미로운 경험을 말씀해주시는 것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수업마다 이런저런 리딩과 시청각자료를 내주시기는 하지만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시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Middle East after WW2
역사학과와 엘리엇스쿨에서 공동으로 개설한 수업으로, 전후 중동질서 탄생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다룬 수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평소에는 잘 접하지 못했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나 이스라엘 등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공부하게 되어 신선했고 오늘날 이 지역의 현안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수업에서 학생들과의 토론을 강조하셔서, 중동 출신 학생들이나 지역학 전공을 하고 있는 학생들로부터도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International Macroeconomics
국제금융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국제수지, 환율, 통화제도, 금융위기 등의 내용에 대해 배웠는데, 수업 방식은 전형적인 경제학 강의 방식으로 우리학교 수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선생님이 강의하시다 보니 아르헨티나의 외채위기 같은 3세계 거시경제위기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셔서 현실 사례들과 이론을 함께 접할 수 있었습니다. 평가는 매 과마다 퀴즈를 보고 쪽찌시험이나 중간 기말 등도 자잘하게 있었지만, 내용이 무난하여 학습 부담은 크지 않았습니다.
-International Trade
국제무역에 대한 수업으로, 다양한 무역 정책들이나 무역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이론적 틀에 대해 배웁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수업 역시 예전에 들었던 경제학 수업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Meditation
일주일에 두 번 명상을 하는 수업입니다. 말 그대로 명상만 하는 시간이라 신기했고, 가장 좋았던 수업이기도 합니다. 굉장히 쾌활하시고 이해심 높으신 선생님한테서 이러저러한 명상 기법을 재밌게 배울 수 있었고, 바쁜 삶 속에서 쉬어가는 기회로도 좋았습니다.
-Running
역시 말 그대로 일주일에 두 번 DC 일대를 조깅하는 수업입니다. DC 주변에는 아름다운 건물들이나 자연지물들이 많은데, 오래 조깅하다 보면 잘 못가보게 되는 멋진 곳들도 구석구석 같이 가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출국 준비
첫날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학생들과 같이 큰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할 수 있기에 많이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옷이나 가전제품, 조리도구 등은 인근 아울렛이나 타겟몰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옷을 싸올 경우 DC는 겨울 날씨도 변동이 심해서 어느날 영하 5도였다가 다음날 영상 10도까지 올라가기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두꺼운 겨울옷만 챙겨가시기 말고 가을옷까지도 함께 챙겨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심을 한국에서 사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현지에 도착하면 오리엔테이션때 GW 학생들이 AT&T에 가서 가성비가 괜찮은 요금제로 개설하는 것을 도와주기에 와서 하는 것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 은행 계좌 역시 오리엔테이션때 BOA(Bank of America)에서 나와서 도와주기 때문에 미리 만들고 가시지 않아도 됩니다.
3. 현지 생활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합니다. 외부 숙소는 기숙사와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데 학교와 접근성이 좋지 않거나, 여러명이서 단체로 오는 경우에만 싸게 구하기 쉬워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DC 지역은 기본적으로 부동산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기숙사비도 비쌀 수밖에 없는데, 제가 지냈던 Mitchell Hall의 경우 1인실의 한학기 기숙사비가 6000달러가량 했고, 다른 기숙사들은 7000달러가 넘는 곳도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Mitchell 홀은 모두 1인실이었어서 룸메이트가 없었지만, 다른 홀들은 룸메이트 서너명이 있거나 12명 정도가 한 층을 함께 쓰는 Frat 형식이라 그 친구들끼리 많이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치안의 경우는 DC 일대가 범죄율이 높고 총기사고도 가끔 나는 곳이지만, GW 캠퍼스가 있는 지역은 백악관에서 몇블록 지나서 있고 연방정부 관사나 국제기구들이 많아서 보안은 철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쇼핑 등을 위해 교외나 볼티모어 같은 곳으로 나갈 때에는 친구들과 같이 가셔야 합니다.
비자 조건 때문에 의료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조지워싱턴대학교의 AETNA 학생보험은 200만원 정도로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에 많은 경우 한국에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에 미리 가입하고 그것으로 대체하시는데, 저는 AETNA 보험에 가입한 후 실제로 미국에서 수술을 받아야 될 일이 생겨서 보험의 혜택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설마 병원 갈일이 생기겠어 하고 다들 가입하지 않으려 하고 또 교환학생 온 기간동안은 갈 일이 없으셔야 하지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가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의 경우 외식 물가가 대단히 비싸고(최저임금이 한국의 2배로, 물가도 사실상 2배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저렴한 학생식당이 없기에 곤란함을 많이 겪는 것 같습니다. 학교 근처의 푸드트럭이나 저렴한 인스턴트 식당에서 간단하게 한끼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보통 만원 이상은 소요되기에, 가급적이면 인근의 wholefoods market이나 Trader Joes에서 장을 봐서 해드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여가&여행
DC 생활의 묘미는 많은 미술관들과 박물관들을 무료로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National Gallery of Art, 항공우주 박물관,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등은 전시가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사당 같은 경우 전날에 신청해도 의회 건물 투어를 받을 수 있고, 백악관도 몇 달 정도 기다려야 하긴 하지만 투어를 받을 수 있으니,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 외에도 국무부나 FBI, 세계은행이나 IMF같은 국제기구,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대사관들과 유수의 정책 연구 싱크탱크들이 있으니 관심사에 따라 한번씩 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학교 안에서도 농구팀, 하키팀 등 여러 팀들이 있는데, 학교 대항전을 축제처럼 크게 열고 응원전을 벌입니다. 그 외에도 이번 학기에는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활동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여러 운동이나 공연, 취미 동아리들도 잘 갖춰져 있어서 여가를 즐기면서 현지 학생들과 잘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사실 DC는 뉴욕, 필라델피아 등 동부 대도시들과 접근성이 좋고 보스턴이나 플로리다도 비행기로 한두시간 거리라 여행하기 굉장히 좋은 곳입니다. 비록 저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대부분의 여행 계획이 취소되었지만(ㅠㅠ) 1월 중순에 마틴루터킹 데이 연휴, 2월 중순에 대통령의 날 연휴, 3월 중순에 1주일 간의 봄방학 등 며칠 정도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굉장히 많으니 꼭 여행도 많이 다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DC 근교에도 메릴랜드의 내셔널 하버나 버지니아의 알렉산드리아처럼 예쁘고 분위기있는 소도시들이 많으니 수업이 없는 날에 산책 가기 좋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이번 학기는 세계적으로 유래없었던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중단되고 국가 간의 장벽이 닫힌 어려운 해였습니다. 저 역시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셧다운을 겪고 결국 중도에 귀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건강상의 이유로 현지에서 얼마간 입원해 있어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교환학생으로서의 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 예상했던 것보다 짧은 것은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파견되어 있는 기간 동안 겪은 좋은 경험들과 만나게 된 인연들은 두 번 다시 갖기 힘든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우분들도 코로나 팬데믹의 유행이 종식된 이후에 꼭 안전하게 교환학생을 다녀오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