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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O나_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_2019학년도 제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10 June 2022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교환학생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한국에서 자라고 공부하며, 내가 이해하는 세계와 그 속의 사람들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기감이 항상 들었습니다.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을 경험하고 싶었고, 새로운 문화를 느끼면서 생각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아가 더 넓은 무대에서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 경쟁했을 때 내 능력을 평가해보고 싶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관심이 있는 많은 학우들이 비슷한 동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국가 중 영국을 선택하고, 그 중 런던에 있는 대학교를 지원한 것은 그만큼 런던이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세계화의 중심지이며, 영어를 매개로 전세계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영어에 자신이 있었고, 의예과 사정상 어차피 전공을 살리기 어려워 대학 선택에 제한을 받지 않았다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교환학생 가기 전

   2월에 합격발표가 난 뒤 1학기 내내 다양한 서류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파견 대학에서 요구한 추천서를 교수님께 부탁드리고, 파견 대학에 교환학생 신청, 기숙사 신청 및 예치금 납부, 수강신청 등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중요한 내용이 이메일로 계속 들어오니 잘 확인해야 하고, 모르는 것은 Queen Mary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친절하게 답해주십니다. 답은 빨리 오는 편이지만 시차 때문에 당일 처리는 어려우니, 기한을 잘 확인해서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단학기로 영국에 간다면 비자를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영국 입국심사할 때 short-term student visa를 받으면 됩니다. (다만 이는 2019년 기준이라, 브렉시트 후 어떻게 바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비자는 발급비용이 없고, 건강검진 기록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에서 영국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파리 북역에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류를 잘 준비하면 별 문제 없이 도장 찍어주는 것 같습니다.

 

2. 학업

   수강신청을 잘못 해서 시간표에 충돌이 생겼거나, 막상 가보니 다른 수업을 듣고 싶은 경우 첫 주에 바꿀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수강변경과 수업, 성적부여 방식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니 잘 들으면 됩니다.

  저는 biology 수업 3개와 English literature 수업 하나를 들었습니다. 영국 대학생 기준으로 1, 2학년 수업을 들었는데, 따라가기 어려운 내용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 학기에 네 과목만 듣고, 한 과목당 수업시간이 2시간 내외여서 한가할 정도였습니다. 생물학 이론수업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간, 기말고사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수업시간에 공부한 범위 내에서 문제가 나온 과목도 있었고, 그 외 교과서 내용에서 많이 출제된 과목도 있었습니다. 문학 수업은 에세이를 두 개 써내야 했는데, 영어로 긴 글을 쓴 경험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꽤 어려웠습니다. 저는 관심 있는 분야였기에 배울 것이 많아 좋았지만, 아니라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어느 수업이든 영어로 교과서와 논문을 읽고 글을 쓰거나 의견을 말할 일이 많습니다.

   외국에서도 팀플은 고통스럽습니다. 서양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건설적인 토론을 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세요. 특히 영국은 교양의 개념이 없기에 그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몇 년간 같이 전공을 들어온 친구들입니다. 교환학생으로서 그 사이에서 친화력을 발휘하고 팀플을 이끌어나가기 어렵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친구는 수업 팀플보다 동아리나 소모임 등에서 만들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상당히 놀란 점은, 미국부터 유럽, 아랍, 중국과 일본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유학 또는 교환을 온 학생들이 많았지만, 모두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 구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님들 또한 국적이 다양해 때로는 발음이 잘 안 들렸지만, 대체적으로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교환을 가서 수업과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하려면 영어를 잘하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 같습니다.

 

3. 문화생활 및 여가

   Queen Mary를 비롯한 대부분의 영국 대학은 7주차에 reading week가 있습니다. 한 주동안 수업을 쉬며 밀린 독서를 하자는 취지이지만, 교환학생으로서 이 때만큼 여행하기 좋은 기회도 없을 것입니다. 이 때 비행기를 타고 암스테르담이나 파리, 독일, 스페인 등을 갔다 오는 친구들을 많이 봤습니다. 영국 안에서도 기차를 타고 주말 여행을 다닐 수 있습니다. 기차와 숙소값이 싼 편은 아니지만 미리 예약하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고, 저는 다른 도시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기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런던 안에서 뮤지컬, 연극, 발레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공연이 있다면 미리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West End에 가면 당일 표를 싸게 파는 곳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Queen Mary는 시내와 멀기 때문에 산책 나갔다가 뮤지컬 한 편 보고 들어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대부분 공짜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여러 번 다닐 수 있었습니다. 런던 안에서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열심히 돌아다니면 충분히 재미있는 생활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든 여행이든 남들이 다 하니까 의무감에 따라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평화와 즐거움을 찾는 것이 성공적인 교환학생 생활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런던의 치안은 대체로 좋은 편이고, 저는 혼자 밤에도 자주 돌아다녔지만런던 어디에서도 위협을 당하거나 위기감을 느꼈던 적은 없습니다. 다만 Queen Mary가 있는 동쪽 지역은 가끔 범죄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너무 늦은 시간에는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기타 도움이 될만한 내용

   런던에 처음 도착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다x소, 롯x마트가 없으니 어디서 필요한 물품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런던 시내에 나가 헤맨 결과, 옷과 간단한 생필품은 Primark에서 사는 것이 가장 싸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조금 더 질 좋은 상품은 Oxford Street에 있는 John Lewis에서 파는데, 개인적으로 여기서 산 후라이팬이 안 달라붙어서 3개월동안 잘 쓰고 왔습니다. 서점은 유명한 체인점인 Waterstones가 시내에 많이 있는데, 서점 내에 운영하는 카페의 분위기도 좋은 편입니다. 차와 과자는 Picadilly Circus의 Fortnum&Mason에서 사면 과하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습니다. 꼭 선물을 사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매장이 크고 화려해 그 자체로 구경할 만합니다. 물론 웬만한 물건은 아마존에서 시키면 잘 오긴 합니다. 귀국할 때는 다음 학기 학생들을 위해 옷과 수건, 식기, 침구 등 현지에서 산 물품 대부분을 학교에 기부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런던의 교통비와 외식물가는 악명 높은만큼 매우 비쌉니다. 식사는 한 끼 2만원에서 시작하고, 교통비는 한 번 왕복에 6천원~8천원정도 합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사는 식재료는 한국에 비해서도 저렴한 편이니 flat의 주방에서 요리해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학교 근처에 Tesco, Asda, Sainsbury’s에서 주로 장을 봤습니다. Soho에는 Oseyo라는 한인 슈퍼마켓도 있는데,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햇반, 양념, 냉동식품 등 필요할 만한 재료는 다 구할 수 있습니다. 웬만한 라면은 학교 매점에서 다 팔고, Queen Mary 근처의 경우 무슬림이 상당히 많이 사는 지역이라 동네 슈퍼마켓에 동양 음식, 할랄 음식이 매우 많았습니다.

   현지에서 은행 계좌를 만들려면 한 달 가까이 걸린다고 하기에, 저는 현금으로 비상금 약간만 챙기고 평소에는 해외결제 수수료가 없는 하나 viva+ 체크카드를 썼습니다. 환율면에서 약간 불리하기는 하지만 아주 큰 돈을 쓸 것은 아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카드를 발급받은 후 한국에서 일반결제 비밀번호 등록을 하지 않고 가는 바람에 3개월 내내 온라인 결제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본인인증에 필요한 공인인증서도 없었고, ARS 인증은 국제전화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또한 국제카드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무인기에서 결제를 할 때마다 종업원을 불러 사인 대조를 확인받아야 했습니다. 가끔 카드를 튕기는 기계도 있어서 항상 비상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체크카드가 좋은 방법이기는 하나 번거로움이 없지는 않으니 잘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핸드폰은 한국 통신사를 일시적으로 정지하고 유심을 바꿔서 썼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무료로 나눠준 Giffgaff 유심을 충전해 썼는데, 지하철을 비롯한 지하와 건물 안에는 데이터가 터지지 않고, 멀쩡한 길거리라도 사람이 너무 많은 시내에서는 잘 터지지 않아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후기를 읽어보니 이는 다른 통신사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기숙사와 학교 와이파이는 잘 터져서 막상 데이터를 쓸 일은 얼마 없었지만, 여행 다닐 때 지도를 보는 등 필요한 순간이 있으니 적당한 요금제를 찾아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해양성 기후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춥거나 덥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갔을 때 한국은 아직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긴팔을 입어야 하는 날씨였습니다. 반면 돌아오는 12월까지도 따뜻한 후리스 한 장으로 버틸 만했습니다. 하지만 비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정말 계속 옵니다. 일반적으로 하루종일 비가 내리기보다는, 왔다 그쳤다 하는 날씨가 몇 주씩 계속됩니다. 그래서 일기예보에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항상 접이우산을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옷도 모자 있고 젖어도 괜찮은 옷이 편합니다. 저는 날씨를 타는 편은 아니기에 살다 보니 해탈하게 되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사실 어떤 관점에서 저는 상당히 애매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내향적인 성격에 외국 친구들을 많이 만든 것도 아니고, 동아리나 봉사, 연구 등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서울대에서 공부할 때 이상으로 학업에 정진한 것도 아니며, 여행도 영국 내에서 두 번 다녀온 것이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영국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의미 있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주변의 모든 기대와 익숙한 생활로부터 벗어나‘나’에 대해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하며 한 번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살면서 처음으로 요리를 해봤고, 자발적으로 헬스장을 끊어 운동도 했으며, 주도적으로 여행을 계획해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교환을 가면서 기대했던 것은 다양한 만남을 통한 시야의 확장이었고, 물론 이러한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체험한 것 이상으로 내면의 가치관과 정체성의 변화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교환학생이라는 강렬한 계기가 아니라면 3개월의 짧은 시간동안 이러한 깨달음에 도달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짧은 예과 2년 중 한 학기를 교환에 투자하기 위해 포기한 기회들도 많지만, 다시는 학생으로서 경험할 수 없을 외국 생활을 놓치지 않은 것이 저에게는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이 모든 기회를 만들어주신 서울대학교와 국제협력본부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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