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1) 참가 동기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때때로 익숙한 곳을 떠나야만 한다는 믿음은 언제나 제 삶의 행로를 결정지어왔습니다. 대학 신입생이 되고 처음으로 서울살이를 하며 미처 몰랐던 나를 찾아가던 중에, 국제협력본부에서 주관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자연스레 그 여정의 다음 목표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주관하는 국외 수학 프로그램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대학을 고려하는 것이 가능했고, 행정 업무나 안전과 관련한 개인 부담 역시 교외 프로그램에 비해 적으리라 생각해서였습니다. 그 외에도 학부 졸업 이후 유학을 고려하고 있었던 점, 다양한 수업 문화와 또래 학생들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는 점들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참가 동기로 작용했습니다.
(2) 미국을 선택한 이유
저는 처음부터 미국에서의 수학만을 고려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고등학생 신분으로 참여했던 미국 유타대에서의 인턴십 당시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의 의견을 대하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학생들이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질문을 던져도 유의미한 논의로 이어가신 기억, 이에 학생들이 더욱 열정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던 기억들이 저로 하여금 미국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꾸도록 만들었습니다. 둘째로, 영어를 ‘언어’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미련이 있었기에 미국을 선택했습니다.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언어를 현지에서 조금씩 습득하는 경험도 분명 유의미하겠지만, 저는 한국어를 제외한 한 가지 언어로라도 더 많은 사람과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기에 유럽 국가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Rutgers, 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 (이하 럿거스대학교)는 미국 동부 뉴저지주 소재의 주립 대학교입니다. 대학교 자체는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철학 분야의 경우에는 미국 전체를 통틀어 높은 수준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단에서 기술할 예정이지만, 저 또한 파견대학 결정에 있어서 철학 수업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느 미국 대학 캠퍼스가 그렇듯 도심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으나 가정집과 가게들이 들어선 동네와 캠퍼스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있고, 동시에 가까운 기차역과 버스 정류장을 통해서는 1시간 안에 맨해튼을 포함한 NYC 어디든 도착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뉴저지주는 한인 비율이 높아서 캠퍼스 근처에서도 H마트나 한식당, 카페베네 등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날씨의 경우 ‘많이 건조한’ 서울 경기 지역 날씨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럿거스대학교는 3개의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교환학생들이 파견되는 캠퍼스는 New Brunswick 캠퍼스입니다. 이 New Brunswick 캠퍼스는 다시 4개의 캠퍼스로 구분이 됩니다. (놀랍게도 캠퍼스 사이에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캠퍼스 사이를 오가는 여러 노선의 셔틀버스가 운행됩니다.) 인문사회분과 강의들이 주로 열리며 교환학생들이 머물게 되는 가장 큰 캠퍼스인 College Avenue Campus, 경영대 건물이 있는 Livingston Campus, 공학, 약학 계열 연구실이 있는 Busch Campus, 자연대 연구실이 있는 Cook/Douglass Campus가 있는데, 각각의 캠퍼스마다 기숙사 및 Dining Hall이 있으며 분위기 또한 캠퍼스별로 많이 다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비자 발급, 예방접종
학생 비자인 J-1 비자 발급과 관련해서는 럿거스대학교 측 담당자분께서 단계마다 친절하게 안내를 진행해주셨습니다. SEVIS Number, DS-2019, J-1 비자 등등 생소한 절차 및 서류가 많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담당자분께서 보내주시는 안내 메일만 잘 따라간다면 큰 문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DS-2019를 발급받은 뒤에 직접 대사관에 가서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인터뷰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한 발급 신청 절차에만 미리미리 신경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사관 인터뷰 관련해서는 블로그 포스팅들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재정 지원 관련 문서들도 들고 갔는데, 별도 체크는 없었고 인터뷰 질문도 ‘럿거스대학교에서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등등 아주 평이했습니다. 그 외에 예방접종 내역을 제출해야 하는데, 학교 보건소를 통해 진행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2. 기숙사, Meal Plan
럿거스대학교에 지원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기숙사 신청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원하는 기숙사에 배정받으려면 추가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같고, 제가 파견된 학기에는 교환학생들 모두(다른 학교 및 다른 국가에서 온 학생들도 포함하여) 일괄적으로 College Avenue에 있는 University Center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University Center는 4인 1실 Flat 형태의 기숙사이고, 2명씩 방을 나눠쓰게 됩니다. 최신식 건물은 아니었으나 뉴저지 밖으로 갈 수 있는 기차역 및 버스 정류장과 매우 가까웠는데, 교환학생들을 위한 배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숙사 신청을 할 때 Meal Plan도 함께 신청할 수 있으나, 교환학생들이 배정된 Flat에 부엌이 있고 College Avenue의 식당은 맛이 가장 없기로 소문이 자자하여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3. 기타
다른 무엇보다도 평소 복용하던 한국 약을 최대한 많이 챙겨갈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불, 전등, 샴푸, 수건 등 필요한 생필품은 Target 등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지만, 갑자기 아플 때 ‘나한테 잘 듣는 약’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한국 음식은 H-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으므로 굳이 챙겨가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USIM의 경우 한국에서 T-mobile 사이트를 통해 미리 배송받은 뒤 미국 도착 후 교체했고, 계좌 역시 한국에서 씨티은행에서 글로벌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준비해갔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학업
수강신청 관련해서도 담당자분께서 아주 친절히 안내해주시기 때문에 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총 4과목을 수강하였는데, 제 주전공인 ‘교육학’의 경우 미국에서는 교육학이 주로 대학원에서만 다뤄지기에 수강 허락을 맡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수강한 과목으로는 Introduction to Metaphysics, Creativity, Sociology of Medicine & Health Care, Career Management가 있습니다.
(1) Introduction to Metaphysics (Jeff Tolly 교수님)
럿거스대학교 철학 수업의 위상을 직접 경험하고 싶은 마음과 이전 학기에 수강한 ‘컴퓨터와 마음’ 수업에 대한 흥미가 합쳐져서 본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철학 논증 방식에 대해 단계별로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모든 과제에 세세한 피드백을 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수업 진행을 너무 잘하셔서, 어려웠을 수도 있는 주제들을 비교적 재미를 느끼며 다룰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학생들끼리 소규모 토론을 진행해야 해서, 초반에는 언어적으로 부담이 컸습니다.
(2) Creativity (Helene Rosenberg 교수님)
유일하게 수강 허락을 받은 교육학 관련 과목이었습니다. 가장 생소한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학생들끼리 즉흥 연기를 하거나 페인팅을 하는 등의 활동이 주를 이뤘습니다. 인원수가 많지 않아서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좋아하신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3) Sociology of Medicine and Health Care (John Bailey 교수님)
미국 사회의 의료 체계가 궁금하여 수강하게 된 과목입니다. 교수님이 흥미로운 논문과 영상 자료를 많이 활용하시는 편이었고 과제는 거의 없었습니다. 대형 강의였음에도 학생들의 논박과 질문이 매우 활발했는데,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내는 의견을 교수님께서 즉흥적으로 좋은 사례로 활용하여 그날 수업의 주제를 완성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 의료 체계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4) Career Management (Nayana 교수님)
일반적인 이론을 배운다기보다는 실제 취업 준비를 위한 실습과목에 가까웠고, 교환학생으로서 수강하기에 제약이 많은 과목이었습니다. Resume 및 Cover Letter 작성법, Linked in 활용법 등을 배웠고, 채용 담당자와의 Mock Interview도 이루어졌습니다. 취업을 생각하신다면 한 번쯤 들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현지 생활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끼니 해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Meal Plan을 신청하지 않았기에 세 끼를 알아서 해결해야 했는데, 같은 교환학생이었던 홍콩 친구 및 서울대에서 함께 파견된 친구들과 2-3주 정도에 한 번 H-마트에 가서 식빵, 달걀, 육류, 우유, 과일, 각종 채소 및 소스 등을 사서 직접 요리를 해 먹었습니다. 식기류의 경우 한국에서 조금 챙겨가기도 했고, 같은 Flat에 살면서 부엌을 공유하는 현지 학생들의 식기를 빌리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Panera Bread나 Honey Grow 등 College Avenue 캠퍼스 내 식당에서 간단하게 밥을 해결한 적도 많습니다! 또한, 캠퍼스 밖으로 조금만 걸어나가면 있는 George Street이나, Easton Avenue를 따라서도 맛집이 꽤 많습니다. 다만 외식에 의존할 경우, 미국의 팁 문화로 인해 빠르게 용돈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ings Over Rutgers, Ramen Nagomi, Edo 등의 식당은 너무너무 추천합니다. Livingston Campus에서는 Henry’s Diner, 16 Handles, 그리고 캠퍼스 식당인 Dining Commons도 꼭 가보세요!)
럿거스대학교에는 풋볼팀, 농구팀 등이 있고, 치어리딩 팀 등 관련 문화도 다채로웠습니다. 풋볼 리그 시즌이 아니었기에 풋볼 경기는 보지 못했으나, 농구리그의 경우 캠퍼스에 있는 큰 규모의 경기장에서 대학 리그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열기가 정말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아리도 정말 많아 보였는데, 저는 K-pop 댄스 동아리인 HARU에 들어간 덕분에 한국에 관심이 많은 현지 친구들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현지 친구들을 기숙사에 초대해서 같이 짜파구리를 먹고, 학교 주변 맛집을 탐방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경험들이 교환 학기를 통틀어 가장 즐거웠던 기억 중 하나입니다. 저는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지만, Livingston Campus에는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도 있습니다. 이용해본 친구들은 만족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학교 차원에서 아주 저렴하게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저와 제 룸메이트는 학기 내내 대여를 해서 주말에 캠퍼스 사이를 돌아다니거나 캠퍼스 주변 공원을 탐방하기도 했는데, 이때 도심에 있지 않은 미국 캠퍼스의 장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시간표를 짤 때부터 캠퍼스 간 이동 시간(30분 이상 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을 고려하는 것이나, College Avenue의 경우 캠퍼스를 조금만 벗어나면 야간 시간대에는 치안이 좋지 않으므로 혼자 다니지 않는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미국 동부를 덮치기 전에는 NYC에 자주 방문했습니다. 기숙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기차역과 버스 정류장이 모두 있고, NJ Transit 어플을 사용하면 뉴저지와 NYC를 오가는 기차를 편하게 이용 가능합니다. 버스 티켓은 Student Activity Center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하실 수 있고, Megabus를 통해 예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뉴욕 내에서는 지하철을 주로 탔고, 우버도 종종 이용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미국 동부에서는 Spring Break 즈음해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렸고, 미국의 대응체계는 부실했습니다. 교환학생 대부분이 중도 귀국을 결정했고, 현지 친구들은 본가로 돌아가서 3월의 캠퍼스는 유령도시 같았습니다. 뉴저지의 경우 curfew가 생기기도 해서 더 스산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교환 생활을 마무리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나를 온전히 책임지는 삶을 살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교환 프로그램은 너무나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저의 경우, 룸메이트가 마침 홍콩에서 온 교환학생이어서 기숙사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이나 뉴욕 여행 등 교환 기간의 대부분을 함께 했고, 온종일 영어로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하다가 틀리거나 버벅거리는 것을 개의치 않고 계속 부딪히다 보니 영어가 편해지는 시점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언어의 유창함과 상관없이 언제든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나누고, 사소한 것들에도 웃고 떠들 수 있음을 배웠다는 점 역시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중요한 깨달음이며, 앞으로 제가 목표를 결정하는 데 있어 더 큰 용기를 내도록 도와줄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서울대학교와 국제협력본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