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힘들게 입학한 이상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동아리 선배가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간접적으로 교환학생 경험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다양한 경험들, 특히 ‘외국인’으로써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들으며 저도 해외 체류를 통해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유학을 가지 않는 이상 해외에서 학생 신분으로 오랫동안 체류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적당한 기간 동안 해외에서 학생 생활을 할 수 있는 교환학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제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외국어가 영어이기에 의사소통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역시 영어를 쓰는 미국이나 호주보다는 국내 여행이 편하고 치안이 안전하다고 느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1. 출발 전
1.1 비자
해외에 오랜 시간 동안 학생 신분으로 머무는 만큼, 비자의 여부는 중요합니다. 저는 4개월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머물 예정이었고, 복잡한 절차를 통해 비자를 발급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STSV-6 (Short Term Student Visa-6)을 발급받았습니다. 이 비자는 한국에서 발급 절차가 없고, 입국심사 과정에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입국 심사대에서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보내 주는 visa letter, 입학 허가서, 잔고 증명서, 귀국일 항공권을 제출하고 심사대의 전공과 머물 곳, 체류기간 질문에 답하면 여권에 6개월간 체류 가능한 비자 도장을 찍어 줍니다. 잔고 증명서는 필수는 아니지만, 원활한 비자 발급을 위해서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체류 기간 동안 사용할 돈을 한 통장에 몰아넣어 잔고를 최대한 늘리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 비자는 말 그대로 6개월간 학업을 진행하기 위한 비자이기에 경제활동은 불가능합니다.
1.2 기숙사 신청
출발 약 1개월 전 쯤에 기숙사 신청 안내가 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숙사 신청은 신청 기간에 기숙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하는 건물, 가격, 방 형태 옵션을 선택하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배정을 해 줍니다. 기숙사비는 10월 말까지 역시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지불하면 됩니다. 제가 머물렀던 기숙사는 Manor Hall이었는데 4개월 체류에 약 3000파운드를 지불했었습니다. 기숙사에는 공용 화장실과 부엌이 있고, 개인 방에는 세면대와 책상, 침대 등 가구가 갖춰져 있었습니다.
1.3 수강 신청
수강 신청은 미리 듣고 싶은 과목 리스트를 입학 신청 서류를 작성할 때 함께 작성합니다. 이후, 입학 직후 학교에서 자동으로 리스트의 과목들을 신청해 주면 시간표의 겹침 여부를 직접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시간표가 겹치거나 다른 듣고 싶은 과목이 있다면, 그 과목의 학과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서 과목 변경 신청을 해야 합니다. 한 학기에는 최대 60 credit을 수강할 수 있으며, 보통 한 과목은 20 credit 정도입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수업의 credit 수와 열리는 학기, 수업 내용에 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4 기타 신청
기타 입학 신청 등은 개강 약 1-2달 전부터 관련 메일이 오므로 메일함을 자주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1.5 유심
저는 도착 후 공항에서 EE 유심을 구매했습니다. EE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요금을 지불하려 했으나 계속 오류가 나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만약 비슷한 오류가 난다면 대리점 혹은 근처 sainsbury 등을 찾아가서 현금으로 충전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1.6 금전적인 준비
저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주는 교환학생 장학금과 개인적으로 받은 장학금, 개인 자금을 이용하여 생활을 했습니다. 사용한 돈은 비행기표, 영국 국내 여행, 기숙사비까지 전부 합해서 약 1500만원으로 추정됩니다. 학교 자체 장학금과 기타 해외 수학 장학금에 대해서는 출국 전 ot때 자세한 안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개월 체류에 굳이 영국 은행 계좌를 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한국에서 약 90만원 정도를 환전해 가고, 해외 결제 수수료가 적은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습니다. 환전한 현금이 다 떨어졌을 때는 마트의 ATM을 사용했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환전을 하거나 카드로 결제를 하는 것이 수수료가 더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1년 이상 체류하는 경우 은행 계좌를 여는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 계좌를 여는 방법은 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안내를 해 주는 시간이 있는 듯 합니다.
2. 도착 후 생활
2.1 수업
저는 총 3개의 수업을 수강했고, 전공 인정은 받지 않을 예정입니다. 도착 후 첫 주는 적응 기간으로 수업을 하지 않고, 10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수업을 진행한 후,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고 1월에 시험을 보면 학기가 끝나게 됩니다. 20credit 기준으로 일주일에 3시간씩 수업을 하며, 추가적으로 실습 시간이 있는 수업이나, 수업이 없는 과제 주간이 있는 수업도 있습니다. 모든 수업 자료와 수업 영상/녹음본은 홈페이지에 올라오므로 출석은 강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가끔 출석체크를 하시는 분들도 있으나, 출석이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출제 예상 문제나 기출문제를 홈페이지에 올려주시기에 족보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시험과 과제는 부정행위와 표절 여부를 매우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 같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시험 일정은 12월 말 쯤 나오며, 교실 대신 대형 강의실을 빌려서 시험을 보게 됩니다. 학생증을 매우 꼼꼼하게 검사하니 학생증을 꼭 챙겨가셔야 합니다.
2.1.1 World In Crisis
이 수업은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으로,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들을 연구하는 교수님들이 매번 돌아가면서 자신의 연구에 관련된 강의를 하는 특강 형식의 수업입니다. 생각보다 휴강이 많고 강의 내용이 어렵지 않아 상대적으로 편한 한 학기를 보내고 싶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에세이 등 과제가 없고 복수정답 객관식 시험 한 번으로 성적이 결정되기에 암기에 자신 있으신 분들이 들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절반 정도는 강의 자료와 필수 참고자료에 있는 그래프들에 관련된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그래프들을 잘 암기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2.1.2 Stars and Planets 106
물리학과에서 열리는 1학년 대상 천문학 수업입니다. 주당 3시간 기본 수업 외에도 3시간의 실습 시간이 있습니다. 지구과학 1,2 수준의 내용에 대학 수준의 심화 내용이 추가된 느낌입니다. 거의 매 주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소량의 과제가 있었고, 한 달간의 기한을 주는 2,3인 팀 관측과제도 있었습니다. 난이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꼼꼼함과 복습이 요구됩니다. 실습 시간에는 2인 1팀으로 미리 공개되는 과제를 함께 해결합니다. 일찍 끝내면 일찍 귀가가 가능하고, 과제가 계산만 복잡하지 난이도가 높지는 않아 생각보다 빠르게 집에 갈 수 있습니다. 시험은 3개년 기출이 미리 공개되고, 종종 실습 시간에 과제와 3개년 기출 풀이를 해 주십니다. 시험 문제가 기출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기출과 ppt만 잘 봐도 쉽게 풀 수 있습니다.
2.1.3 Architecture and Space
Classics 학과(서울대에 대응시키면 고전문헌학 전공이 될 것 같습니다.)에서 열리는 로마사 수업입니다. 고대 로마의 건물 유적들을 이용하여 로마인들의 생활과 로마 정치 체계의 특징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교수님의 강의력이 좋으시지만 ppt에 수업 내용이 잘 나와 있지 않아 강의 녹음본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문과 수업답게 교수님이 정해주시는 주제로 성적의 60%를 담당하는 에세이를 11월 초에 써야 합니다. 에세이 제출 기간 전 일주일은 휴강을 하기에 시간은 여유롭습니다. 교수님께서 참고할 만한 자료를 많이 올려주셔서 에세이 작성은 어렵지 않지만 문법에 주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시험은 수업시간에 배운 유물 사진이나 관련 글을 보고 그 유물과, 유물과 연관된 사회상에 대해 길게 적으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들은 수업이었습니다.
2.2 기숙사 생활
저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인 Manor hall에서 머물렀습니다. 여자층인 4층에서 머물렀고, 18명이 같이 쓰는 공동 화장실/부엌과 개인 세면대가 있는 방이었습니다. 단성 층이었기에 영국인보다는 동남아나 유럽 다른 국가 유학생들이 주로 머물렀습니다. 공용 공간이 적당히 많아서 생활에 큰 불편함 없이 친목을 다지기 좋았습니다.
지하에 카드를 충전해서 쓰는 유료 세탁기가 있고, 방마다 와이파이가 구비되어 있어서 공유기 없이 인터넷 활용도 가능했습니다. 1층에는 다양한 친목 행사를 하는 거실과 학습실이 있습니다.
학교까지 10-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등교하기 편했고, 근처에 대형마트가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었습니다. 다만 버스가 오지 않는 언덕 꼭대기에 있어서 이동이 불편하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2.3 동아리
저는 한국에서 하던 동아리와 동일한 동아리에 들어가서 잠시 활동을 했었습니다. 개강 후 첫 주에 동소제를 하는데, 이때 들려서 관심 있는 동아리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교환학생으로써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기숙사 친구들이나 교환학생 행사에서 만나는 다른 교환학생들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2.4 기타 생활
영국은 식당 음식의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기에 밥을 해 먹는 것이 유리합니다. 영국 식재료 마트는 Sainsbury와 Tesco가 거의 독점하는 것으로 보이고, 고급 식재료 마트인 M&S도 많이 보입니다. 저는 가까운 Sainsbury에서 주로 식재료를 샀습니다. 168 oriental이라는 아시안 마트 체인도 있으니 한국 등 아시아 식재료나 라면을 사고 싶으시다면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개강 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몇몇 버스들을 무료로 탈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버스 표를 제공합니다. 모든 버스는 아니지만 기차역, 시내 등을 다 지나다니는 버스들이기 때문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4, 9, 72번 버스표를 제공하며, 이 중 9, 72번 버스는 학교 내부에도 정류장이 있습니다. 9번 버스는 브리스톨의 기차역인 Bristol temple meads까지도 운행을 합니다.
2.5 여행
저는 한창 브렉시트 직전에 영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해외 여행 도중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영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유와 금전 부족 등의 사유로 영국 내에서만 여행을 다녔습니다. 주말에는 약 2주에 한 번씩 런던, 바스, 카디프, 요크,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솔즈베리 같은 잘 알려진 관광지를 방문했고, 산악부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스노우도니아, 피크 디스트릿 국립공원을 방문했었습니다. 또한 Architecutre and space 수업의 현장답사로 고대 로마의 유물이 남아있는 웨일즈의 케일리언을 방문했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닐 때는 런던을 제외하고 전부 당일치기를 했었는데, 이때 trainline 앱으로 미리 왕복 기차표를 예매했었습니다. 기차표는 거리와 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off peak 시간대를 예매하거나 한두장밖에 남지 않은 표를 노려 예매를 하면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카디프를 제외하고는 기차보다는 버스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값은 보통 더 싼 편입니다. 주요 관광지에는 보통 학생 할인이 있으므로 학생증을 제시해서 할인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런던은 학생 할인 폭이 크고,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편한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칠 때쯤에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인해 한국어와 음식, 인터넷 속도,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리워졌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종종 영국에서의 추억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영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제게는 나름대로 좋은 추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외국인들과 익숙하지 않은 생활방식에 따라 생활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친절하게 대해 준 사람들 덕분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어서 그 사람들에게도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쉽게 가지 못했을 영국 여행도 다녀 보고, 동아리에 들어서 동아리 사람들과 현지인이 동행해야만 갈 수 있을 국립공원 등반 여행도 다녀보고, 교수님과 함께 영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 여행도 갔다 오고 기숙사의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명절 파티도 해 보고, 현지인 친구들과 공연도 보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뮤지컬도 보러 가는 등 한국에 있었다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들을 알차게 하고 온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교환학생으로 다시 영국에 갈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제가 머물렀던 브리스톨에 다시 여행자의 신분으로라도 다시 방문해서 추억을 되살려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