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 프로그램은 항상 학부 졸업 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전까지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못했었지만 학부 마지막 1년을 남겨두고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참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덴마크라는 나라는 환경과 복지에 관심이 있는 제겐 완벽에 가까운 선택지였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항상 세계 상위권에 위치하는 친환경 선도국가일 뿐만 아니라, 높은 행복지수와 복지제도로 유명한 덴마크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 같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교환학생 파견을 갔던 코펜하겐 대학교(KU)는 덴마크인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인들에게 명성이 자자하고 역사 깊은 학교로 간주되곤 합니다. 비즈니스 스쿨인 CBS와 함께, 종합대학인 KU는 코펜하겐에서 유명한 2개의 대학교 중 하나로 꼽힙니다. 캠퍼스는 단과대별로 4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가 있었던 City campus는 시내에 위치해 있고 오래된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사회과학대가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제가 ‘덴마크 문화’와 관련된 수업 때문에 매주 목요일마다 방문했던 South campus는 최신식 건물들이 들어서있고 법대, 인문대, 그리고 KU 교환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기관인 HousingFoundation의 사무실이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Frederiksberg Campus, North campus 등이 있습니다.
제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코펜하겐은 명확한 단점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장점이 수없이 많고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만약 코펜하겐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이 도시의 단점부터 물어본다면 누구나 날씨를 가장 먼저 꼽을 것 같습니다. 덴마크가 풍력발전으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코펜하겐은 바람이 정말 많이 불고 날씨가 변화무쌍합니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한국보다 춥진 않습니다.) 비도 많이 와서 유명한 덴마크 비옷 브랜드 ‘Rains’가 있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바람 또한 많이 불어서 코펜하겐 주민들은 우산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해가 빨리 지는데 그마저도 일주일에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손에 꼽아서 해가 보이는 날에는 누구든 밖으로 나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코펜하겐의 8월만큼은 해가 많이 뜨고 선선하고 너무 아름다워서 2학기에 덴마크로 파견을 오실 계획이라면 예정보다 일찍 코펜하겐에 오시길 추천합니다. 코펜하겐의 또 다른 단점으로는 비싼 물가가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료는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싼 편이며, 외식을 할 경우 케밥이나 패스트푸드를 제외하고 최소 2만원 이상은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식료품 물가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다소 저렴(특히 우유와 육류)한 편이라 자주 요리를 해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코펜하겐은 하루 이틀 머무르는 여행지가 아닌 살기 좋은 도시라는 점에서 최고의 교환학생 파견 장소라 생각합니다. 도시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액티비티를 즐길만한 펍이나 해변가 등이 비교적 가까이 위치해 있고, 도심 속에 자연을 즐길만한 공원 등도 많습니다. 또한 도심에는 예쁘고 고즈넉한 건물들이 자리한 반면 도시 외곽에는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건물들을 볼 수 있어 도시에 질릴 틈이 없었습니다. 사람들 또한 친절하고 교육수준이 높아서,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걱정하는 인종차별 문제는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출국 전 해야할 일은 비자 신청과 숙소 지원입니다. 여러 비자들 중에서 교환학생 비자는 ST1이라고 불립니다.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이 서류를 메일로 줍니다.) 이 서류를 작성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Case Order ID를 New to Denmark라는 사이트에서 35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고 발급받는 것입니다. 이때 주의해야할 점은 영수증을 꼭 인쇄해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후 ST1 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여권을 포함하여 이러한 제반 서류들을 가지고 노르웨이 비자접수센터에 예약하고 가서 비자 접수를 해도 되는데, 저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Case Order ID만 발급받고 나머지 업무는 덴마크 현지에서 직접 했습니다. 이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노르웨이 비자접수센터에서 수수료로 요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Case Order ID 발급 영수증을 인쇄해 두었고, 학교 측으로부터 받은 등록허가 서류 및 ST1 서류만 있다면 현지에서도 교환학생 체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숙소 지원은 Housingfoundation이라는 기관을 통해 하면 됩니다. 제공하는 형태도 flat share, shared room, private room(studio) 등 다양하고, 선택 가능한 위치도 10군데 가까이 됩니다. 어떤 곳은 덴마크인이 없고 오직 외국인들만 있는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코펜하겐 대학교 측에서 이 기관을 소개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Housingfoundation을 통해 기숙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우리가 수강신청을 할 때처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좋은 기숙사를 선택하려면 Housingfoundation에서 (미리 공지된 시간대 중에서) 특정 시간에 발송된 기숙사 신청 메일을 최대한 빨리 확인해서 신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강신청 역시 출국 전에 하는 것이지만 코펜하겐 대학교 측에서 자세히 설명해주고, 하는 방법 역시 간단(학부/과목에 따라 신청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어떤 강좌를 듣고 싶은지 홈페이지 내에서 신청서폼 작성 또는 메일 보내기)하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제가 수강한 과목은 제 전공 과목인 Econometrics, 그리고 Danish Welfare Model과 Danish Culture Course 등 3과목이었습니다. 이 중 Danish Culture Course라는 과목을 추천합니다. 코펜하겐 대학교에 온 교환학생들과 함께 덴마크의 박물관, 성, 미술관 등을 방문하고 도시 투어도 하고 덴마크 영화 관람, 덴마크 역사 등에 관한 수업들을 들을 수 있는 비교적 널널한 과목이었습니다. 다만 교환학생들만을 위한 수업이라 학점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현지 생활할 때 꼭 필요한 것은 자전거입니다. 대중교통이 비싼 반면에 코펜하겐이라는 도시는 그렇게 넓지 않고 대부분이 평지인데다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자전거는 페이스북 페이지(‘덴마크’, ‘Danish’ 등을 검색해서 나오는 한인 페이지 또는 다국적 페이지에 가입하세요)에서 중고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난 위험이나 고장날 경우를 대비해 Swapfiets라는 자전거 회사를 통해 매달 170 덴마크크로네를 지불하고 대여해서 타고 다녔습니다.
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덴마크 문화뿐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유럽 각지의 친구들과 문화적인 교류를 할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파견 전에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한국의 친구들만큼 정서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있었지만, 덴마크를 떠날 때에는 서로 진심으로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쉽사리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시기라 덴마크 외에 다른 국가를 많이 여행해보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덴마크의 곳곳을 여행해보고 덴마크를 더욱 깊이 알게 된 기회가 되어 스스로도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생각, 태도나 마음가짐, 그리고 환경의 전환을 자연스레 맞이하면서 다양하고 폭 넓은 경험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