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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임O성_University of Glasgow_2019학년도 제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10 June 2022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고등학생 때부터 영국 문화, 역사에 관심이 많아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학생으로서 해외에서 오랜 기간 지낸다는 것은 지금만 할 수 있는 경험이 되리라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런 이유로 대학 생활 내내 교환학생을 가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두고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학업에만 집중하다보니 스스로를 너무 많이 소모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공 공부를 어느정도 하면서 외지에서 홀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교환생활이 더욱 더 간절해졌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1년을 신청했기 때문에 Tier 4 학생 비자를 받아 출국했습니다. 학기 시작은 9월 23일이었고, 영국에는 그보다 한달정도 일찍 입국했습니다. 수강신청 시스템이 많이 달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결국 메일을 끈질기게 보내고 요구하면 가능한 선에서 듣고 싶은 것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공공부는 쉬고 싶지 않아서 대부분 4학년 전공과목을 신청했고(수강 요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그외에는 듣고 싶었던 수업들을 그냥 넣었습니다.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행정처리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신이나 은행 계좌 개설, 학교 행정처리 등 제때 하기만 한다면 늦어서 화가 나는 상황은 없었습니다.

 

국제학생들끼리 모일 수 있는 행사가 여럿 있는데 처음에 한두개 가다가 그냥 안갔습니다. 주로 동아리와 학교 수업, 기숙사에서 친구들을 만나 친해졌습니다. 꾸준히 동아리 행사에 나가고 가끔 중간에 영국, 프랑스 여행도 다녀오고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날씨도 안좋고 당시 개인적인 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라 우울함을 느끼기 참 쉬웠는데, 친구들과 함께한 기억들이 다 소중하게 남아 너무 감사합니다. 사진, 예술 동아리에서 주로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전시도 보러가고, 사진도 찍으러 돌아다녔습니다. 또한 유럽연합의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EU 동아리 친구들과 어쩌다보니 친해지게 되어 2박3일의 브뤼셀 여행을 무료로 갈 수 있게 되었는데, 유럽연합의 정치사회적 측면을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People make Glasgow'라는 도시의 캐치프레이즈에서 알 수 있듯이 글래스고는 외지인들에게 매우 친절한 도시입니다. 저도 글래스고에 사는 동안 인종, 성별 등으로 인해 위협을 느낀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시내 어딜가도 친절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학교와 제가 살던 기숙사인 cairncorss house는 도보로 20분 거리이고, 두 곳 모두 시티센터와는 도보로 30분, 버스로 10-15분 이면 갈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도 순환선 하나지만 있기 때문에 교통은 편리한 편이었고 영국 내에서도 큰 도시에 속해서 웬만한 문화시설, 편의시설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와 달리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것의 장점 중 하나는 하이랜드를 쉽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래 여름에 날씨가 좀 풀렸을 때 하이랜드 여행을 가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찍 귀국하게 되어 못해본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Loch Lomond, Stirling, Dundee, St.Andrews, Edinburgh, Portpatrick 등 스코틀랜드의 작고 큰 도시들을 짧게 여행했는데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글래스고는 날씨가 궂습니다. 날씨는 생각보다 기분이나 감정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또 살다보면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싶었습니다. 햇빛이 들고 비가 안오는 날이 많지 않다보니 잠깐 찾아오는 햇빛에도 감사함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중간에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아이슬란드 등 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대부분의 여행을 여름에 하기로 계획했던터라 아쉽긴 합니다만 언젠가 다시 방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의 영국 생활의 마지막은 글래스고에서 매해 열리는 Glasgow Film Festival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것이었습니다. 원래 영화를 좋아해서 Glasgow Film Theatre라는 독립예술영화 극장에 정말 자주 갔는데, 마침 영화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서 지원하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부산행>, <걸캅스> 등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스페인, 스웨덴, 아이슬란드, 콜롬비아, 남아공 등 다양한 국가를 배경으로한 여러 색채를 띤 영화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경험했던 영화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전문 영화인들의 행사라기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일반 시민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행사여서 모두가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오픈된 공간들이 마련되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상시 구비되어 있었고 차별적인 시선이나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Cinema for all'이라는 문구가 잘 들어맞는 곳이었습니다. 영화제 폐막일이 국제 여성의 날인 3월 8일이어서 여성 영화인들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당일 근무를 했습니다. 여러모로 뿌듯하고 벅차올랐던 순간이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아직도 자기 전에 교환학생 시절 사진을 다시 보고 잠에 들곤 합니다. 그리운 곳이 많고 그리운 사람들이 많은 곳인데 이제 쉽게 방문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장소는 자신만의 공간,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터라는 점에서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글래스고는 저에게 하나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그토록 원했던 혼자서의 시간을 맘껏 누렸고, 전공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덜어냈습니다.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는 인생의 어떠한 목표도 쉽게 세우지를 못해서 많이 헤맸는데 돌아오고 나니 목표와 방향성을 어느정도 잡아두게 되었습니다. 많이 성장하고 반성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교환생활에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또 추억할 기억을 남겨준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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