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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이O중_University of Bern_2019학년도 제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10 June 2022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오래 전부터 교환학생을 준비해 온 케이스는 아닙니다. 교환학생을 가기로 마음먹게 된 건 2학년 하반기입니다. 원래 3-1학기에 입대하려고 계획했다가 몇 번의 탈락 후 마음이 아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가려고 해도 나라에서 안 받아주는데, 이럴 바에는 아예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고 나서 가자! 하는 마음이 들어, 입대 계획을 뒤로 쭉 미루고 그동안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교환학생이었습니다. 예전에도 여행 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오히려 대학 와서 해외를 나간 적이 몇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단순히 ‘보고’ 오는 것에 국한되는 여행이 아니라 그 문화권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온전히 그 나라를 느끼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남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타지에서 살아남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몫했습니다.

스위스를 선택했던 계기는, 스위스의 대자연과 더불어 지리적 이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스위스 대자연을 예찬하는 내용을 정말 많이 봐서, 여기에 꼭 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패키지 여행으로 융프라우 여행은 다녀와본 적이 있었으나, 그곳 말고도 가고 싶은 곳이 정말 많이 생겨 아예 스위스에 눌러살기로 결정했습니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데, 타국에서 여행 가는 것보다 스위스에 살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그나마 비용이 덜할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지도상으로 봤을 때 스위스는 유럽의 중앙 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다른 대국과도 국경을 접하고 있고요. 그래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도 정말 편하게 갈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스위스 안에서는 취리히가 가장 큰 도시지만, 김정은이 국제학교를 다니며 유학했던 도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위스의 수도라는 생각에(나중에 알고 보니 스위스는 헌법상으로는 수도가 없고, 연방의회와 행정부가 있는 베른을 실질적 수도로 친다고 합니다.) 베른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파견교 리스트에 있는 학교들 중 베른 대학교가 요구하는 영어점수가 높은 편이어서, 몇 주간의 공부 후 토플을 응시하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신청 당시 파견 학생 수 정원이 2명밖에 안 되어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납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1. 상대교 서류준비

  제출 서류는 OIA와 상대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내주셔서, 그걸 따르면 되나 제출 기한은 반드시 엄수하셔야 합니다. mobility라는 폼에서 대부분의 교환업무가 처리되는데, 사실 베른대에 내야 하는 서류는 몇 없고, 비자 발급만 받는다면 나머지 서류는 메일에서 안내하는 대로 내면 끝이라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2. 비자발급 절차

  스위스는 비자 발급 절차가 꽤 간단합니다. 학생비자는 심지어 발급이 무료입니다. 첫 방문시 필요한 서류를 전부 들고 가서 제출하면 되는데, 주의해야할 점은 서류를 3 set 준비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위스 대사관 홈피에 양식이 나와있으니 인쇄하셔서 전부 작성하시면 됩니다. 계좌 잔고증명서 인증이 그나마 조금 까다로운데, 보통 잔고에 1500~2000만원 정도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후 영어로 간단한 면접을 봅니다. 저는 따로 준비하지는 않고 생각나는 대로 질문에 답했는데, 많이 버벅거리긴 했지만 통과시켜 주셨습니다. 이후 대사관 측에서 비자 발급이 되었다는 연락을 주시면 다시 대사관에 방문하여 여권 수령하시면 끝입니다.

 

3. 항공권 구입

  저는 출국 한달쯤 전, 스카이스캐너로 구매하였고 폴란드항공(LOT항공) 이용하였습니다. 왕복 90만원이 좀 안되는 가격으로 구매했는데, 바르샤바 경유 후 취리히에 도착했습니다. 수하물을 한 개밖에 못 보내서, 작은 캐리어 하나, 백팩 하나, 힙색 하나 메고 탔는데, 무게 초과가 되어 추가금액이 발생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탔습니다. 다행히 추가요금은 나오지 않고 잘 내렸습니다. 참고로 폴란드항공은 장거리 비행편에선 무료 컵라면을 제공하는데, 이런 혜택이 없으니 꼭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4. 수강신청

  다른 곳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강신청이 너무 편해서 놀랐습니다. 수강신청 페이지이 KSL이 있고, eTL 느낌의 ILIAS로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일단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들을 다 planning view에 넣고, 신청기간이 되면 신청하면 됩니다.

 

5. 기숙사

  베른 대학교에 파견이 되었다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4가지입니다. 차너굿/펠러굿/볼리건/플랫 네 가지입니다. 전 차너굿에 살았고 펠러굿에 종종 놀러가곤 했습니다. 볼리건은 신축이라 표본이 없었고, 차너굿이 펠러굿에 비해 깨끗하다는 평이 많았으나, 기숙사 특성상 층마다 분위기가 정말 다릅니다. 저는 중간에 층을 한 번 옮겼었는데, 첫 층은 한 명이 주방을 다 더럽혀놓고 소음 문제도 심해서 고생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에 반에 두 번째는 천국이 따로 없었고요.

후에 다른 나라로 파견 간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스위스 기숙사 비용은 정말 살인적이었습니다. 차너굿 기준으로 가장 싼 방이 500프랑대부터 시작했고, 제가 배정받았던(3지망) 방은 무려 700프랑이었습니다. 샤워실과 주방은 모두 공동이었고요. 그러나 바로 옆 나라 프랑스만 보더라도, 개인 주방과 화장실이 모두 있는 플랫에 월 50만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6. 크기 및 지리적 위치

베른 대학교는 베른 중앙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모든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건물 사이사이에 집들도 있고 상가도 있어서, 한 동네에 캠퍼스가 여러 개 있는 느낌입니다. 강의동 이동할 때 버스 타야 했습니다. 물론 어떤 과목을 듣느냐에 따라 동선은 달라지지만 정말 미로같은 대학입니다. 초반에 길 외우느라 조금 힘들었어요.

 

7. 기후

스위스 기후는 하반기 기준, 꽤 건조하고 춥습니다. 물론 한국만큼은 안 춥습니다. 12~1월 한국에 혹한기가 올 때 여긴 영상이었습니다. 건조하다는 느낌은 확 왔습니다. 내륙지방이라 주변에 바다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산에 올라갈 일이 많으니 (융프라우, 체르마트 등등) 방한 용품은 넉넉히 준비해야 합니다. 핫팩 많이 챙겨올 수 있으면 챙겨오세요. 9월달에 하이킹 가도 핫팩은 필수입니다.

 

8. 주변 환경

  아시다시피 스위스는 정말 조용한 나라입니다. 한국 대학가와 같은 대형 술집은 스위스 전역에서 못 봤고, 대부분 작은 펍이나 바 위주입니다. (로컬 맥주가 정말 맛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으실 땐 버스 타고 구르텐, 장미 정원이나 곰 공원에 가셔서 산과 들을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그냥 어딜 가든 산과 들, 강이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우니 매일매일 시간나실 때마다 보세요! 또, 은근히 스포츠 열기가 높습니다. 저는 축구를 좋아하지만 직접 하지는 못 하고 로컬 축구 팀 응원을 자주 다녔는데, 현재 스위스 리그에서 1위를 하고 있는 BSC Young Boys 라는 팀은 경기마다 3만 석의 관중석이 가득찹니다. 베른 주민들의 커뮤니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9. 생활비

생활비는 어떻게 생활하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스위스는 정말 물가가 비싼 나라입니다. 생각보다 더 비쌀 수 있으니 각오하시고 오셔야 합니다. 일반적인 외식을 하려면 인당 3만원 이상은 잡아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합니다. 거의 유일한 길거리 음식인 케밥이 10프랑부터 시작합니다.. 이렇다 보니 매일 외식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3만원 주고 먹었다고 하더라도, 3만원 이상의 값어치를 절대 하지 못해서 외식은 거의 안 하게 됩니다. 마트 물가도 외식대비는 싸지만, 우리나라 비싼 마트 정도 합니다. (치즈랑 와인은 엄청 쌌습니다.) 교통권도 한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금액이 기본 15만원, 여행을 다닌다면 배로 듭니다. 보험료도 내야하구요. 한달 생활비 (여행 포함) 최소 300만원정도 잡으면 됩니다. 만약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때부턴 지출의 상한선이 없어집니다. 앰뷸런스 부르면 120만원, 헬기는 1200만원입니다. 다치지 마세요...!

 

10. ESN 행사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ESN에 가입해서 ESN 측에서 주최하는 행사들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이킹, 스키, 기타 여행, 파티 등등 행사가 많습니다. 하이킹투어나 스키투어처럼 정원이 빠르게 차는 행사의 경우, 지원 놓친 사람들끼리 일정을 맞춰서 따로 나가기도 합니다. 가입비는 만 원 정도로 저렴하니, 꼭 가입해서 친구도 사귀고 여러 행사도 따라가보는 걸 추천드립니다.할로윈 파티 때 만났던 친구와는 정말 친해져서, 기숙사로 놀러와서 같이 요리도 해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ESN 페북 페이지 팔로우하라고 베른 대학교 측에서 메일을 보내 주시니, 걱정하지 말고 메일을 기다리면 됩니다. 베른 대학교는 꽤나 친절해서 뭔가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필요한게 옵니다.

+ 친구 사귀는 것에 관해, 기숙사가 학부생만 오는 게 아니라, 생활하면서 정말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의 사람들과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파티 좋아하시는 스페인 아저씨와 친해져서 다이닝 파티도 몇 번 같이 해봤습니다..!!

 

11. 언어

스위스가 독일어 문화권이라서 처음에는 독일어를 미리 배워야 하나 고민했는데, 굳이 그러진 않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스위스 사람들은 두 가지 독일어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만큼 정식 독일어도 할 줄은 알지만, 대부분 Swiss German을 씁니다. Swiss German이라 해서 고유의 방언을 쓰는데, 이것도 베른 독일어, 취리히 독일어 등 지역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한국어 배우고 유학을 왔는데 제주도로 유학을 간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독일 친구가 말하길, 독일 사람들도 스위스인이 독일어를 하면 자막이 있어야 겨우 알아듣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문서작업이나 공식 간행물 등에 쓰이는 말은 정석 독일어이니, 독일어 reading 실력을 기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스위스가 네 가지 공용어를 쓴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용 비율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어권이 75% 정도 되고, 프랑스어 지역이 20%, 이태리어가 5%, 고유어인 로망슈어는 극소수입니다. 스위스 사람들은 최소 2개국어 이상은 구사해야 정상인 취급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독일어가 가장 많이 쓰이다 보니 독일어는 꼭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프랑스어권, 이태리어권 도시들은 자기 언어(및 문화)를 우선적으로 지키는데, 베른에서 기차를 타고 다른 언어권 도시에 내리면 갑자기 언어도, 도시 풍경도 확 달라져서 다른 나라에 여행 온 느낌이 듭니다.

언어의 점이지대이다 보니 서로 어느 정도는 섞어서 쓰는 경향을 보입니다. 일례로 베른에서는 독일어를 쓰는데도, 그럼에도 ‘감사합니다’는 Merci라고 말합니다. (Danke도 당연히 쓰이고요!) 저는 독일어, 불어, 이태리어 중 하나도 배운 게 없이 갔지만, 언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 될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 특히 청년층이 영어를 정말 잘 구사합니다. 대부분 학교에서 배우거나 팝송, 영어 드라마 등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영어를 문화적으로 친숙하게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창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은 한국에서도 배울 점이라 생각합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우선, 처음에 도시 쪽에 관심이 있어서, 스위스에서 배우고 싶은 점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처음에 베른 시내를 돌아다녀 보니, 사람들은 저녁이면 밖에 나와서 광장 문화를 즐기고.. 하는 것들이 너무 좋아서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그냥 스위스는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임을 깨달았습니다. 우선 마트 점원을 해도 월소득 500을 벌 정도로 다들 소득이 좋고(최저임금 자체가 없는 나라입니다), 주말과 밤에는 일을 못 하게 강제할 정도로 여가생활을 정책적으로 강하게 밀어주는 나라입니다. 더군다나 인구 800만대의 나라에 일자리가 넘쳐서 자국 청년을 모두 고용하고도 외국인을 주변국에서 받을 정도로 풍족한 나라입니다. 이러니 다들 걱정 없이 즐거울 수밖에요.. 한국에 적용할 점이 있다기보단, 저 멀리에 있는 유토피아로 보였습니다.

반면, 한국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막연히 외국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역시 한국인은 한국에서 사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왔습니다. 스위스 독일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스위스에서 평생 살기란 정말 어렵겠다..라는 것을 매우매우 많이 느꼈고 만약 외국인 신분으로서 아프기라도 한다면 정말 끝장(?)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스위스에서 가이드를 하셨던 분이 뇌출혈로 스위스에서 쓰러지셔서 억대의 병원비가 나왔던 사례가 제 교환 기간 중 있었습니다. 물가도 정말 한국이 훨씬 저렴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고, 건강보험, 교통, 각종 인프라가 한국이 훨씬 잘 되어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유럽은 빛과 어둠이 확실한 지역 같습니다. 관광지에 가 보면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들과 풍경이 가득합니다. 파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샹젤리제 거리의 불빛, 개선문 앞의 아름다운 풍경, 튈리히 정원의 천국같은 분위기, 아름다운 에펠탑 뒤에 숨겨진 모습은 이주 노동자들의 아픔, 계층 간 차별, 인종 간의 갈등 문제 등입니다. 프랑스는 각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전혀 융합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차별도 굉장하구요. 인종차별과 소매치기가 가장 심한 곳도 파리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낭만적이었던 도시를 꼽자면, 이 또한 파리였습니다. 도시들의 이러한 이면적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무엇이 이 도시의 어두운 면을 만들었을지 참 궁금했습니다.

  유럽은 느립니다. 일 처리 속도도 한국에 비해 월등히 느리고, 공공기관 일처리도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게 허술합니다. (근무시간 자체가 짧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스위스 기준 점심시간만 2시간이 넘고, 5시면 다들 퇴근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과연 무엇이 유럽 많은 국가들을 선진국으로 만들었던 것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관광 수입이 그렇게나 대단한가 싶었고, 유럽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보다 그리 똑똑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신기술을 발명하고, 여러 상품들을 제조하고 판매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졌구요. 대학에 와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 라는 말을 듣고 갔지만 한국 학생들이 훨씬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유럽 국가들의 교육 정책, 시스템에 대해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스위스의 물가 덕에 거의 삼시세끼를 자급자족하며 지내야 했는데, 식사 메뉴 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일이 요리하고 설거지 하고 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한 끼를 해치우고 나면 기본 두 시간은 소요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고 보니, 대체 어머니는 어떻게 우리 가족 모두의 밥을 매일매일 해주셨는지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 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하루 전체를 보내며, 어머니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 100번씩 하며 지냈습니다. 덕분에 집안일은 많이 배워온 것 같습니다.

  꿈같은 교환학생 이후에는, 걱정없이 놀러다니고, 매주 어디 놀러갈지 고민하는 생활을 살면서 다시는 못해볼 것 같아 아쉽긴 합니다. 많은 선배님들께서 다시는 없을 경험일 거라고 말씀하신 것이 무슨 의미인지 확 와닿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고민없이 꼽을 수 있을 정도네요. 고민하고 계시다면 고민되는 요소를 없애서라도 꼭 다녀와보세요. 세상을 보는 눈이 아주 조금은 넓어지고,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 생긴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스위스는 정말 동화 속 아름다운 마을 같은 나라여서 더 그런 것 같네요. 그림같이 예뻤던 스위스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도시에서만 자라신 분들이라면 스위스의 탁 트인 들판,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한 번 보시면 헤어나오실 수 없으실 겁니다. 참고로, 스위스 오시면 겨울 되기 전에 웬만한 관광 핫스팟을 모두 도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취향 차지만, 겨울 스위스보단 여름 스위스가 더 예쁜 듯합니다. 체르마트 융프라우 그린델발트 뮤렌 모두 조금이라도 덜 추울 때 가시는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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