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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공O원_Lund University_2019학년도 제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10 June 2022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늘 더 큰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은 막연한 소망이 있었습니다. 20여 년간 한국에서만 한국인 친구들과 한국어로 대화하던 제게 외국어는 그저 하나의 과목에 불과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외국 드라마, 영화 등을 보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금이나마 소통하며 외국에서 사는 것은 어떨까 상상해보는 것뿐이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학교에서 고급영어 수업을 한 번 들어보고 나서였습니다. 서울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왔던 영국 친구와 조별 과제를 하고 대화를 나누어 가며, 생각보다 제가 수줍음도 많이 타지 않고 외국인과도 금방 친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영어를 자주 쓰고자 노력하니 언어 자체로서 더욱 익숙해졌습니다. 그러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알아가며 더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장기간 타지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과 지내는 것에 도전하면 저의 역량을 알아보는 데에도, 외국어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연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웨덴은 90% 이상의 국민이 영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만큼 유럽국가 중 영어권에 속하며, 동시에 성숙한 정치모델과 시민의식 그리고 복지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북유럽 국가입니다. 그래서 경제학도로서 그곳에서의 사람들과 삶을 조금이나마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Lund University는 약 2천 명의 국제학생을 수용할 만큼 교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SAS(Special Area Study)라는 스웨덴·스칸디나비아 관련 또는 국제적 이슈를 다루는 교환학생용 과목이 존재하여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학부생활 중 단 한 번 가볼 수 있는 교환 프로그램인 만큼 이왕이면 잘 구축된 곳에서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다른 대학교들에서는 들을 수 없는 수업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학생사회의 교류활동과 복지도 상당히 활성화되어 교환학생으로서 생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스웨덴의 Lund University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 프로그램을 다녀오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II. 세부 경험 내용

 

  교환 프로그램에서의 가장 큰 목표는 최대한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Lund에서 운이 좋게도 LUSEM(Lund University School of Economics and Management)과 가장 가까운 Sparta라는 기숙사에서, 개인 침실과 공용 주방을 두고 총 열두 명이 쓰는 한 복도에서 corridor mate들과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절반은 스웨덴 현지 학생들이었지만 그 외에는 스페인, 체코, 이란,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국제학생들이 함께했습니다. 공용 주방을 사용했기 때문에 식사를 할 때나 그 외의 시간에도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corridor mate끼리도 교감, 문화적 교류와 함께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Lund University는 교환학생도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오히려 교환학생이 더 많이 참여하는 동아리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서울대학교의 스누버디와도 같은 동아리인 ESN(Erasmus Student Network)과 UPF( - the Association of Foreign Affairs)에서 다양한 국제학생들과 색다른 활동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각종 산으로 하이킹을 가거나 카누를 탔고, Helsingborg에 위치한 Sofiero palace의 축제를 보러 갔고, 핀란드의 라플란드로 학생할인을 받고 패키지 여행을 함께 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의 주목적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고 친해지는 것이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무리 지어 다니며 대화하기에 좋은 활동들이기 때문에, 때로는 이미 친한 친구와 참여하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늘 새 친구를 저절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EASA(East Asia Student Association)는 동아시아권의 특수적 문화와 관련된 활동들을 통해 교류하고 친목활동을 하는 동아리입니다. 예를 들어 중추절을 맞이하여 중국의 월병과 차를 곁들인 다과를 하고, 태국의 소원등을 함께 만드는 등의 활동이 있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권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며 동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있는 스웨덴 또는 다른 나라의 친구들도 때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청소년 리더십 동아리 AIESEC의 스웨덴 Lund 지부에 지원하여, 면접을 거쳐 한 학기 동안 OGX(OutGoing eXchange) 팀의 Youth Experience Manager로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AIESEC에 소속되어 회장 및 팀 리더로부터 교육을 받고,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스웨덴 학생들의 해외 프로그램 지원 중개를 돕고, 정기회의에 참여하고, 팀원들 간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LTH(Lund University의 이공계열 대학) job fair인 ARKAD에서 직접 AIESEC을 홍보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ARKAD에서의 홍보는 주로 AIESEC의 프로그램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리더 직급들이 진행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하고 그들을 따라 직접 설명하고 소통해 보며 AIESEC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에게 성공적으로 홍보를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큰 자신감을 안겨다주었습니다. 이로써 친구를 만들어가며 일상적인 대화나 문화적 교류는 물론, 정확한 소통이 중요한 실제 팀워크나 신뢰성을 요하는 홍보활동에서도 영어를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팀원들 간에도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쌓아나가며 영어로 사회적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수요일 저녁마다 Lund University 내에서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Language Cafe가 열렸습니다. 토요일에도 농구동아리 EOS의 주관 하에 비슷한 모임이 열린 것으로 압니다. 두 시간 동안 제공되는 과자, 차 등과 함께 원하는 언어의 테이블로 가서 그곳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스웨덴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의 테이블들이 존재했고, 여기에서 이후 정기적으로 모이고 친해진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어느 정도 친해지면 스웨덴의 다과 문화인 Fika를 하러 Lund 곳곳의 카페에서 만나기도 하고, 학생사회 개념인 각종 Student Nation에서 개설하는 점심 식사나 sittning, pub night 등에 함께 가기도 했습니다. 모든 Lund University의 학생들은 이 학생 사회에 가입하여 직접 일을 돕는 대가로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학생 할인가에 서비스들을 누릴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친구를 만날 때 주로 외식을 하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던 한국과는 다르게, 유럽에서는 요리를 직접 해먹는 것이 하나의 큰 문화로 일상생활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 같이 장을 보고 기숙사의 공용 주방에 모여 각국의 전통 요리를 해 먹거나 스웨덴의 디저트 cinammon bun, sem la 등을 함께 만들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친구들과 집에서 요리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외국이기에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만드는 것에 직접 참여하고 함께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문화교류의 일부였습니다.

  Lund University의 장점은 학사뿐만 아니라 석사 이상의 교환학생들과도 접촉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에서 만난 국제학생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당히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을 즐기며, 놀 때는 그 누구보다도 즐겁게 놀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나 취업준비에만 몰두하는 것보다 훨씬 순간순간을 즐기는 풍요로운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Lund University는 학기를 쿼터제로 운영하는 곳으로, 한 학기는 두 쿼터로 나뉩니다. 그래서 더 짧은 기간 안에 소수의 과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첫 쿼터에는 Population Aging and Welfare State와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 Law를 수강했고, 두 번째 쿼터에는 Health Economics와 Scandinavian Model of Equality를 수강했습니다. 주로 강의만으로 이루어지거나 실습/세미나가 소폭 결합된 한국에서의 시스템보다는 훨씬 유동적이었습니다. 경제학부 수업은 한국과 비슷한 방식이었지만 SAS 과목의 경우 세미나, 조별 활동, exercise 등이 많았습니다.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의 흐름에 기여하는 것을 장려하셨고, 학생들 또한 자신의 의견을 내거나 질문을 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함께 참여하고 싶어서 더욱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과목의 평가방식은 확연히 달랐는데, 한국에서 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결정되었던 것과 달리 에세이 하나와 그에 대한 발표가 평가의 전부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쿼터제이다 보니 기간이 짧고 그만큼 압축된 한 번의 평가로 성적이 결정되는 편이었습니다. 성적 산출 기준이 다소 임의적인 것에 비해 대부분이 pass만을 목표로 하여 명확한 기준을 갖출 필요가 그리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정성을 평가기준에 넣는 것(ex. 성적이 그만큼 나오지 않아도 평소 정말 많이 노력하던 학생이면 pass하게 해주는 등) 역시 스웨덴이기에 볼 수 있는 모습 같았습니다.

  SAS 수업의 경우 어떤 사안에 대해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자신의 나라에서는 어떠한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자신의 나라에서 육아휴직 제도가 어떠한지, 사법체계가 어떠한지 등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특히 Population Aging and Welfare State 수업에서는 출신국가를 제외한 하나의 산업화된 국가를 골라 인구구조를 분석하고 그 국가의 복지시스템이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의 해결에 일조하는지를 평가하는 발표를 해야 했는데, 평소에 잘 알 기회가 없는 각 유럽권 국가들의 실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Lund 안에 자리한 Ideon Science Park은 Venture lab이라는 청년창업지원기관이 각종 행사를 주관하는 곳입니다. 이미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많은 정책과 마케팅이 진행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고민을 하는 스웨덴에서는 끊임없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창의적인 창업아이디어들이 고안되고 실제로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이 기관에서는 지속가능한 창업 중 하나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고 버려질 뻔했던 식재료를 냉동가공하여 식품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활용하여, Ideon breakfast라는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아침식사를 제공하며 창업프로그램을 홍보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관심이 생겨 Lund Innovation Challenge 2019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팀 프로젝트로서 이틀간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만한 창업아이디어를 고안한 뒤, 실현 가능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로드맵을 짜서 실제 창업지원프로그램의 직원들과 CEO의 앞에서 2~3분짜리 pitch를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각 팀의 창의적인 의견을 접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프로그램 자체에서 제공하는 강연들과 프로젝트를 돕기 위한 business map, pitching 등에 대한 워크숍들도 상당히 유익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으로서 생활하며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그곳에서 타인들을 대할 때‘외국인’이라는 자각과 거리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는 것에 그렇게 자신감이 있지도 않았고 인종 차별을 염두에 두어 다소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적과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대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보고 외국인 친구가 많아져 영어로 소통하는 것 자체에 익숙해지면서 평소에 마트나 카페, 식당을 들를 때뿐만 아니라 휴일에 여행을 다닐 때에도 낯선 외국인에게 말을 거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습니다. 농담도 나눌 수 있을 만큼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전혀 모르던 사람과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문화에 적응했고, 도움이 필요할 때 고민하지 않고 요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법 자체를 배우게 된 것입니다.

  또한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과만 지내는 경험은 신기하게도 제 자신과 제가 살아온 삶, 주변인과의 관계 그리고 환경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삶의 태도부터 사소한 것들까지에 대한 생각이 문화별로 아주 다르기도 하고, 때로는 의견이 통일되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참신한 시각들을 접하다 보면 그와 다른 제 가치관과 생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했고, 한국에서의 생활부터 역사, 경제, 정치, 문화 등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살아오던 방식과 누려오던 것들, 그리고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전혀 다른, 때로는 더 낫기도 한 수많은 것들이 이 바깥세상에 있었다는 깨달음은 그 고민들을 발전의 방향으로 옮겨 가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만 살아오며 무의식적으로 갇혀 있던 틀에서 깨고 나와 태연하고 당당하게 저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미 누려오던 것들과 한국에서 연을 이어가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또한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은 그렇지 못했거나 영어로 전달할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소중한 인연들과의 소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이 모든 변화들이 정말 만족스러워서, 그리고 외국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도 한국 밖으로 나가고 소통하는 일에 망설임 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부터 기대한 것들은 많았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 내어 무수히 comfort zone으로부터 나오고자 노력하며 지내 온 스웨덴에서의 6개월은 상상 이상으로 제게 많은 소중한 것들을 주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을 마무리 지어갈 때쯤, 그곳에서의 모든 경험과 느낌과 고민과 소통을 거치며 훨씬 의연하고 여유롭고 차분해져 있는 스스로를 보고 적잖이 놀라우면서도 기뻤습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제공해 주신 국제협력본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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