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오랫동안 치열하게 온전한 저만의 시간 없이 대학 생활을 하기도 했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여행을 가는 등의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는 해외, 특히 유럽에서 살며 색다른 문화와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나라의 대학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는지, 학생들은 어떻게 배우는지도 궁금해 교환학생을 통해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네덜란드를 선택한 이유는 저만의 조건에 네덜란드가 부합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유럽일 것. 둘째,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나라일 것. 셋째, 여행을 다니기 쉬운 지리적 위치에 있을 것. 이 셋을 모두 만족하는 국가는 네덜란드밖에 없었기에 네덜란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파견된 대학은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의 Vrije Universiteit Amsterdam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입니다. 암스테르담에는 크게 두 개의 대학이 있는데요, 국립대학인 암스테르담 대학과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입니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은 완전히 시내에 있지는 않고 살짝 남쪽인 Amsterdam-Zuid(암스테르담 남역)역 근처에 있습니다. 건물들이 시내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국립대학과 달리,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는 한국의 대학처럼 캠퍼스가 크게 있습니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는 국제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교환학생뿐만 아니라 유학을 온 외국인 학생도 많아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었고, 영어로 대화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의 천국이자 운하가 많은 나라, 그리고 튤립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수도입니다. 삐뚤빼뚤한 건물들과 아름다운 운하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도시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작지만 강하다’라는 문구가 딱 어울리는 도시로, 반고흐나 렘브란트 등 유명한 화가들의 미술관도 모여 있습니다. 암스테르담 자체는 관광객이 많아 어수선하기도 하지만 교환학생 분들이 주로 생활하실 지역은 남쪽에 있는 Amstelveen입니다. Amstelveen에서 관광객이 많은 암스테르담 중심가까지는 트램을 타고 15분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기숙사
서울대학교나 다른 한국의 대학들과는 달리,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는 대학교 자체 기숙사가 없습니다. 따라서 student housing 업체와 제휴를 맺어 기숙사를 운영하는데요, 이 기숙사의 위치가 천차만별이고 뿔뿔이 흩어져있어서 잘 신청하셔야 합니다.
파견 학교 지원 절차를 마치면 학교로부터 기숙사 신청 관련 메일이 옵니다. student housing 업체는 DUWO이고, 기숙사 신청도 여기에서 합니다. 따라서 모든 신청 절차는 DUWO의 안내메일에 따르시면 됩니다. 학교 홈페이지의 교환학생 카테고리에는 각 student house별로 학교까지의 거리(도보/자전거/대중교통별), 시내까지의 거리(도보/자전거/대중교통별), 각 방의 옵션(가구/개인화장실 여부/개인주방 여부), 그리고 가격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진도 올라와 있으니 이 파일을 확인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아마 자유대학교에 파견가시는 분들은 학교에서 가깝지만 시내에서는 조금 먼 green tower나 red tower에 머물게 되실 겁니다. 실제로 제가 파견됐던 학기에도 한국인 14명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기에서 지냈습니다. red tower와 green tower는 uilenstede라는 큰 student campus의 두 동인데요, 둘 다 공용주방을 사용하며 green은 개인화장실, red는 공용화장실을 사용합니다. red가 월 10만 원 정도 더 저렴합니다.
제가 지냈던 곳은 red tower이기에 red tower를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층에는 12명이 있고, 모두 각방을 쓰며 화장실과 주방은 공용입니다. 화장실에는 2개의 샤워실 및 2개의 변기, 3개의 세면대가 있으며 세탁기와 건조기도 각각 하나씩 있습니다(무료). 공용 주방은 4구짜리 스토브가 2개 있고 큰 식탁과 발코니가 있습니다. 주방과 이어진 큰 거실에는 쇼파와 tv가 놓여져 있습니다. 냉장고는 각 방에 하나씩 있고, 냉동실은 공용주방에 있습니다.
green tower에는 한 층에 14명이 있고, 모두 각방을 쓰며 각 방에 개인화장실과 발코니가 있습니다. 주방은 red tower와 같지만 거실이 없어 공용 공간은 작습니다. 다른 기숙사는 가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모두 uilenstede보다는 비싼 만큼 시설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숙사 신청하실 때 참고해주세요.
2. 비자(거주등록증)
네덜란드는 따로 비자를 신청하러 대사관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학교에서 residence card 관련 체크리스트가 날아옵니다. 비자 발급료를 결제하고 계좌 잔고 확인서 등의 서류를 내라는 대로 스캔해서 첨부하면 학교에서 알아서 IND(네덜란드 이민국)에 제 정보를 넘겨 거주등록증 대리신청을 해줍니다. 그러면 IND로부터 서류 심사가 완료됐다는 메일이 오는데요, 이후에는 네덜란드에 직접 가셔서 처리하실 일만 남았습니다. 먼저 이민국에 한 번 방문하여 지문, 사진, 서명 등을 등록합니다. 또 몇 주 후에 다시 방문해 거주증 카드를 수령하셔야 합니다. 이 절차는 모두 100% 예약제이기 때문에 출국하시기 전에 미리 예약하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생체정보 등록은 암스테르담 이민국이 아닌 다른 이민국에서도 할 수 있지만, 거주증 수령은 반드시 암스테르담 이민국에서 하셔야 되기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학업
저는 총 4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자유대학교는 한 학기가 두 개의 period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period는 약 2달로, 한 period에 2~3과목을 수강합니다. 한 과목 당 일주일에 강의식 수업 두 번, 그룹 세미나(발표 및 토론) 한 번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Imagining the Dutch: themes in Dutch History
네덜란드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수업으로, 종교부터 생활방식까지 네덜란드의 전반적인 문화를 배우는 수업입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교환학생이기에 다른 교환학생들과 친해지기에도 좋은 수업입니다.
평가는 출석, 중간에세이와 기말에세이, 그리고 기말고사로 나뉘어 있습니다. 중간에세이는 국립박물관(rijksmuseum)에 전시된 작품을 골라 이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었고, 기말에세이는 네덜란드의 주요 역사적 사건을 골라 서술하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힌트를 주시고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기말고사는 take home, opened book test였습니다. 수업 전반을 아우르는 4가지 문제를 서술형으로 내셨습니다.
History of Knowledge
말 그대로 지식의 역사에 대해서 배우는 수업입니다. history of library, history of letters 등 매 수업에는 한 분야에 대한 역사를 배웁니다. 네덜란드와 유럽 중심으로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서양 역사를 접할 기회가 적은 저에게는 흥미로운 수업이었습니다. 교환학생보다는 해당 학교의 철학과, 역사학과 학생이 많아 보였습니다.
평가는 기말고사 한 번, take home 및 closed book test입니다.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New Media Challenges
해킹이나 윤리의식 부족 등 뉴미디어가 급부상함에 따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는 수업이었습니다. 수업 내용 자체는 매우 흥미롭고 토론 거리도 많습니다. 매주 강의자가 바뀌는 수업입니다.
평가는 기말고사 한 번입니다. in person, closed book test로 객관식과 주관식이 섞여 있습니다. 강의자가 매주 바뀌는 만큼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만 시험 문제는 어렵진 않지만 매우 지엽적입니다. 예를 들어 ‘누구의 어떤 논문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 있는데, 이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여라’ 등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꼼꼼히 훑진 않더라도 시험범위 전체를 한 번은 봐두시고 요점을 정리하셔야 합니다.
Religious History and present of Low Countries
네덜란드의 종교 역사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네덜란드에는 종교적인 사건이 많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다루는 내용이 깊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고문헌을 보여주시는 등 수업에 열정적으로 임하십니다.
평가는 기말고사 한 번입니다! in person, opened book test로 서술형 시험입니다. 시험은 공부하신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학기 중 한 번 수업시간에 암스테르담의 hidden church로 견학을 갑니다.
서울대학교와 달리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는 재시험 제도가 있습니다. 10점 만점에 5.5점 이상이면 해당 수업을 pass할 수 있는데, fail한 학생들은 재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줍니다.
2. 현지 생활
자전거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정말 많고, 자전거 도로도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교통비가 비싸기도 하고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기에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 다녔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swapfiets라는 자전거 구독 업체에서 구독했는데요, 한 달에 2만 5천 원 정도 냈습니다. 신청하면 자전거를 배달해주기도 하고, 수리도 예약만 하면 와서 해주고, 자전거를 반납할 때도 수거를 해가기 때문에 편합니다. 다만 매달 19.9유로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자전거가 살짝 고장나도 귀찮아서 수리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고 자전거를 사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트
외식 물가가 비싸 대부분 마트에서 장을 봐서 요리해먹었습니다. 기숙사 주변에는 Jumbo(윰보)와 Albert Heijn(알버트 하인)이라는 마트가 있습니다. 가격은 Jumbo가 더 저렴하지만 상품의 다양성과 육류의 질은 Albert Heijn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기숙사에서 자전거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SHILLA라는 아시안 마트가 있습니다. 웬만한 한국 식재료는 거기에서 구할 수 있는데, 가격이 좀 비쌉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네덜란드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제 파견국가의 조건에 잘 맞아서 네덜란드를 파견국가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네덜란드 자체가 좋아졌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장을 봐서 플랫메이트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피크닉하고, 시내를 걸어 다니던 모든 일상이 행복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제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네덜란드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지만,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즈음에는 어디든 제 자리로 삼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설레기도 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의 6개월은 제 자신에 대해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익숙한 사람들과 똑같은 생활반경을 뒤로한 채 낯선 땅에서 온전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 시간 동안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 또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등을 찾으며 저와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의외의 제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며 놀랐던 적도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저는 교환학생 생활이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