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해외에서 공부를 해본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어릴 적 해외에 나가보는 것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 있긴 했지만, 정작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두려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을 극복하고 싶었고, 영어로 얼마나 본인이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침체되어가던 제 자신을 comfort zone 밖으로 밀어내 좀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부딪혀볼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왕 가는 거 정말 제대로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에 한 학기 교환학생이 아닌 1년 교환학생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UBC가 속해있는 밴쿠버는 도시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학교 캠퍼스가 태평양과 맞닿아 있어 바닷가에 둘러쌓여 있고, 높은 빌딩과 바다와 산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정말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자연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경관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반드시 좋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밴쿠버는 동양인 비율이 거의 50%가 될 정도라서 인종차별의 걱정도 덜 수 있는 지역이고, 치안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밴쿠버는 10월부터 3월까지 거의 내내 비가 온다는 점입니다. 요즘 이상기후 때문에 약간 달라지고 있는 듯하긴 하지만 어쨌든 굉장히 약하고 가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리기 때문에,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이라면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제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걱정했는데, 의외로 친구들과 바쁘게 놀러다니니 잊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의료보험
6개월 이상 체류할 경우 Study Permit을 반드시 받아야 해서 저는 Study Permit을 신청했습니다. Study permit을 신청하려면 다소 많은 서류들이 필요하고 (별 문제 없다면) 발급까지는 1달 정도 소요되니 미리미리 준비해두시길 추천 드립니다.
의료보험의 경우, 1년 교환학생은 첫 3달은 iMED라는 UBC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으로 커버를 받고, 그 뒤에는 BC주 의료보험인 MSP로 커버를 받게 되어있습니다. MSP는 월 $75씩 지불해야했고, 나중에 고지서가 집으로 날아옵니다. 이를 내지 않을 경우 따로 연체료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월급 등에서 그만큼 까인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료보험을 사용할 일이 전 아예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스케이트를 타다가 턱을 다쳐 응급실에 가는 사고가... 다행히 MSP 혜택을 받고 있어서인지 별다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는데, 아무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의료보험은 하나 꼭 신청해두시기를 권장드립니다. 간혹 MSP를 신청하지 않고 자국에서 여행자보험을 신청해서 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경우 보험처리과정이 다소 복잡한 듯 했습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으니 잘 따져보시길 권해드립니다.
2) 수강신청
UBC의 국제협력본부, 즉 Go Global에서 연락을 줍니다. 제가 신청할 때는 10지망까지 선택을 하게 했었는데, 이 10개가 모두 들어간다는 보장은 전혀 없어 나중에 시간표 결과를 받으면 꽤 참담..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수정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고 개강 후 2주 정도까지는 수정이 가능합니다. 듣고 싶은 강의들 중 인원이 다 찬 강의들도 꽤 많을텐데 waitlist에 올려두면 개강 후부터는 금방금방 대기인원이 빠지니 이 부분도 고려해보시고, 제가 갔을 당시는 팬데믹 시국이라 제약이 좀 많았는데, Go global에서 안된다고 해도 교수님 통해서 허락을 받으면 가능한 경우도 있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3) 핸드폰 유심
저는 통신사 보험혜택을 받고 있었던지라, 통신사 최저 요금제로 변경해두고 현지 유심을 발급 받았습니다. 아예 국내 요금제를 정지시켜두는 경우도 있었는데, 저는 은행업무나 본인인증 등이 필요한 경우가 간혹 있을 듯 해서 정지를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통신사 요금제를 꼭 써야하는 경우는 아니라면 우체국 요금제나 알뜰 요금제 등이 월 2-3000원정도 하니 이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캐나다 현지 유심의 경우 9월이 새 학기 시작인지라, 8월에 미리 알아보시면 백투스쿨 프로모션 등을 많이 진행합니다. FIDO, KOODO 등 여러 군데가 있는데 저는 당시 KOODO를 선택했습니다. 카카오톡 채널 중 supercell이라는 곳을 통해서 구매했고, 제가 했던 플랜은 $45에 10GB 제공이었는데 굉장히 넉넉했고, 1000분 무료 국제 통화(한국으로)가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도 있어서 좋았으나 홈페이지에 들어가야지만 데이터 잔여량을 확인할 수 있다는 약간의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4) 기숙사 신청
팬데믹 상황이었던지라 제가 신청할 당시에는 1년 교환학생은 기숙사를 보장해주지만, 1학기 교환학생은 기숙사를 보장해주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Ponderosa Commons 1순위, Walter Gage 2순위, Fairview 3순위로 신청했는데 Gage가 되었고, 당시 기숙사 배정 현황을 보면 교환학생들은 거의 다 gage나 fairview에 배정받은 것 같기는 했습니다. 기숙사 배정을 받지 못한 경우 ubc room rental 페이스북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sublet을 구하거나 craiglist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홈스테이를 구하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후 2학기에 온 교환학생들은 saltwater (신축 기숙사), exchange 등의 기숙사에 배정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5) 카드 발급
한국에서는 하나 비바X카드와, 신한 체인지업 카드 2가지를 발급해갔습니다. 비바X카드의 경우 결제수수료 등이 아예 없어 사실 캐나다 현지카드를 대신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는 카드였습니다. 신한 체인지업 카드의 경우 달러 계좌를 만들어두고 미국에 가서 사용할 목적으로 발급했습니다. 미국 달러 계좌인지라 캐나다에서는 사용하지 않았고, 미리 환율이 쌀 때 달러를 국내에서 입금해두었다가 미국 여행을 할 때 이걸로 결제하고 다녔습니다. 다만 ATM 출금 수수료가 붙는 카드이니 이 점은 유의하셔야할 듯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학업생활
저는 매 학기 세과목씩 신청해서 수강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9학점 정도가 학업 부담은 덜하면서 학점도 적당히 챙길 수 있었던 마지노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으로는 제 주전공과 관련된 FNH 3 과목, DSCI 1 과목, SPAN 2과목을 수강했고, 두 학기 동안 Korean Speaking Forum Volunteer을, 그리고 두 번째 학기에는 KORN 200 TA를 병행하였습니다. 각 수업 및 활동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드리자면,
SPAN 201/202 Elementary Spanish 1,2
201에서는 단순 과거, 불완료 과거, 접속법 등을 배우고, 202에서는 접속법 과거, 미래, 현재/과거완료 등을 배웁니다. 서울대 초급 스페인어2부터 중급스페인어 1,2에 해당하는 범위를 다 다뤘는데, 영어로 새로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두 언어 체계가 워낙 비슷하다보니 영어에 대한 감도 같이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저는 서울대에서 중급스페인어1 까지 수강하고 갔어서 SPAN 201까지는 그래도 수월했는데, 202는 교수님이 모든 수업을 스페인어로 진행하시는 지라 쫓아가기 좀 많이 어렵..기는 했습니다. 회화를 할 일은 아주 많지는 않았고, 로드는 매 학기 3번씩의 1분 정도의 Video 촬영, 2-3주에 한번씩 문법 과제, oral exam, 세 번의 퀴즈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교재 값이 꽤 되기 때문에 한번 사서 201과 202를 둘다 수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FNH 398 Research Methods in Human Nutrition
식품영양학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방법론들을 주로 다루는 내용입니다. 수업 전반부에서는 논문 분석 방법과 기초 통계 등을 배우고, 후반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임상실험 기법들을 배우고 여러 논문들을 직접 분석해보게 됩니다. 교양 통계학 수업과 영양역학 수업을 수강한 채로 들었는데 복습 겸 응용법들을 배울 수 있어 개인적으로 좋았던 수업이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가면 매주 작은 과제들이 나왔는데, 귀찮기는 해도 임상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저로써는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FNH 313 Food Microbiology
식품미생물학 수업입니다. 따로 서울대에서 수강하지 않아 여기서 수강했는데, 별도의 랩수업은 따로 없었고 순수히 이론 기반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과제나 퀴즈를 단순히 이론 암기를 묻는 것이 아닌 실제 상황에 적용해볼 수 있는 문제들을 제시해줘 좀 더 확실한 이해가 가능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FNH 355 International Nutrition
제가 처음 FNH 수업을 찾을 때 가장 추천을 많이 받았던 수업들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수업의 질이 정말 좋은 수업이었고, 타과생들도 정말 많이 듣는 수업입니다. 영양학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기보단, 전 세계에서의 영양과 관련된 이슈들을 주로 다루는 수업입니다. 제가 들을 때는 flip learning 과 online lecture가 혼합되어있어 강의와 함께 매주 짧은 논문 같은 자료를 읽고 퀴즈를 보고 자기 의견을 적어보는 과제 등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을 영어로 적어보는 경험은 별로 해보지 않았기에 매주 과제를 하려니 조금 스트레스 받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수강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정말 잘 가르치시고 굉장히 flexible 하시기 때문에 그 점도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DSCI 100 Introduction to Data Science
원래는 1학기에 수강하려 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 2학기에 수강한 수업입니다. R studio를 다뤘고 기본적인 통계학 지식만 있으면 수월하게 수강할 수 있는 수업입니다. 정말 기본적인 통계학 내용과 R studio 사용법등을 배울 수 있었고 중간에 팀 프로젝트가 하나 있습니다. 팀 프로젝트는 약 한달 반 동안 진행됐는데 가볍게 데이터 분석에 대해 체험해볼 수 있는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Introduction 수업인 만큼 내용이 깊지는 않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KORN 200 TA
1학기 때 하고 있던 Korean Speaking Forum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마침 2학기 TA자리가 공석이 되어 다음 학기까지 수학하던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수님께서 먼저 제안해주셔서 가능했었습니다. 과제 채점, 퀴즈와 시험 채점은 기본이었고, 직접 speaking 수업을 제가 진행하기도 했던지라 로드가 정말 상당했었는데 그럼에도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저 역시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수 있어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Korean Speaking Forum의 경우 자원봉사 형태로 주 1회 30분에서 1시간 정도씩 한국어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역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사실 다음 학기에도 한국어 수업 TA를 구하실지는 미지수이지만, Korean Speaking Forum은 계속 진행하실 듯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교수님께 먼저 문의드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꼭 한국어 수업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관심이 있어서 먼저 research assistant로 일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을 물어보고 일자리를 얻어내는 경우도 있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먼저 컨택을 드려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2) 의식주
의: 워낙 가을부터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인지라 매번 우산을 쓰고 다녀야하나 걱정했는데, 나중에는 다 그냥 대충 후드 뒤집어쓰고 다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방수가 잘되는 자켓 하나 정도 들고오시면 좋을 것 같고, 신발은 부츠나 워커 같은 게 있으시면 들고오거나 밴쿠버와서 하나 장만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원래 밴쿠버는 눈이 거~의 안오는 지역이었는데, 저번 겨울에는 정말 춥고 눈도 많이 왔어서... 저는 얇은 패딩만 하나 들고갔다가 결국부츠랑 패딩을 하나 장만했었습니다. 이 부분은 이상기후 때문에 발생한 것 같은데 짐을 최대한 가볍게 들고 오셔서 와서 그때그때 장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파티가 종종 열리니 이럴 때 입을 원피스나 정장류의 옷도 한 벌 정도는 가져오시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키 타는 거 좋아한다 싶으신 분들은 스키복을 꼭 들고오시기 바랍니다!!! 12월부터 2-3월까지 정말 많은 친구들이 스키를 타러 다녀서 본인이 스키나 보드 많이 탈것 같다 싶으시면 하나 들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식: 식사의 경우 저는 주로 해먹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외식비가 싸면 $20 정도고 $30도 가볍게 넘길 수 있는게 밴쿠버의 물가라서 외식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습니다. Simon’s No frills 가 주로 싸다고 많이들 이용하는데, 식재료 자체는 Save-on-foods가 더 신선해서 이쪽을 더 많이 갔던 것 같습니다. 사러가기 너무 바쁘거나 귀찮으면 walmart에서 배달시켜 쓰기도 했고, 한식도 자주 해먹었는데, H mart가 있어서 비싸도 종종 그리울 때마다 재료 사다가 국이나 반찬을 해두고 먹거나 H mart에서 만들어둔 반찬을 사다가 밥에다 먹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학교에 H mart가 있기는했는데, 종류가 좀 적고 더 비싼 편이라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H mart를 더 자주 이용했습니다. 아니면 T&T라고 중국 및 아시안 푸드 마켓도 있어서 여기도 가끔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일 커피를 무조건 한잔씩 마셔야 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는데, 커피가 거의 유일하게 한국보다 싸긴 했지만 커피값이라도 아끼기 위해 커피머신과 커피빈을 사서 기숙사 방에서 내려마셨습니다. 커피 머신은 $3-40, 싼건 $20 밑으로도 살 수 있으니 외식비를 아끼고 싶다면 이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주: Gage의 경우 6명이 부엌과 화장실을 공유하고 1인 1실을 사용하는 형태였습니다. 룸메이트의 특성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수 있는데, 교환학생들이 많을수록 보통 룸메이트들끼리 좀 더 친밀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편이었습니다. 또한 룸메이트간의 생활 방식 차이가 꽤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대화를 통해 잘 조율해나가는 것이 필요해보였습니다. 그리고 Gage가 앞서 말했듯 많은 교환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인지라, 특히 다양한 친목 행사들이 열렸습니다. 첫 학기는 코로나 영향을 아직 받고 있어 소소한 게임들이나 노래방 행사 등이 열렸고, 두 번째 학기 때는 크루즈파티 등 다양한 친목 행사들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1층에 탁구대, 당구대, 테이블풋볼 등도 있어 친구들과 종종 가서 같이 즐기기도 했습니다.
3) 현지 발급 카드
거래 카드: 사실 앞서 언급한 하나카드로도 충분했지만, 저는 하나 더 발급 받았는데 우선 캐나다 현지 사람들 또는 외국인 친구들과 돈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았고 알바 등을 할 때는 월급을 이 계좌로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경우 e-transfer라는 자체 송금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이때마다 매번 현금으로 주거나 다른 캐나다 계좌가 있는 한국 친구들에게 부탁하기도 번거로워 저는 Scotiabank에서 하나 개설했습니다. 은행 계좌 개설을 하려면 무조건 미리 예약을 하고 가셔야하고, Scotiabank의 student account는 따로 유지비와 거래횟수 제한이 없다는게 장점이었습니다. 그치만 다른 친구들의 경우 CIBC, BMO, TD 등 다양한 은행 계좌를 사용하는 듯 했고, study permit이 없어도 계좌 발급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 듯 했으니 잘 알아보고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신분증: 사실 여권이나 국제 운전면허증을 들고 다녀도 됐지만 저는 분실이 걱정 돼 아예 BC주 신분증을 하나 새로 발급받았습니다. 한국 운전면허증을 BC주 운전면허증으로 바꾸려는거가 아니라면 BC ID 카드를 발급받으시면 되는데 $35을 내야 했고 발급까지는 2-3주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대신 study permit이 필요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여권이나 면허증보다는 비교적 간편하게 들고 다닐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고려해볼만한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4) 교통
UBC가 워낙 구석에 좀 박혀있는 느낌이 있어 어딜 가든 최소 2-30분은 잡고 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버스가 비교적 잘 되어있고 특히 Metro Vancouver에는 skytrain이라는 지상철이 잘 되어있습니다. 또 다운타운에서 UBC로 돌아오는 버스도 늦게까지 운행하는 편이라 compass card를 사용하는데 UBC 재학생의 경우 U-Pass라고 해서 한학기에 $175를 내면 한학기 동안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pass를 제공합니다. 교통비가 꽤 비싼 것을 감안했을 때 이는 정말 큰 장점이었는데, 대신 매달 16일부터 말일까지 본인 compass card와 U-pass를 연결해야 다음달에 사용이 가능하니 유의해두시길 바랍니다.
2) 놀거리/액티비티
학교 안에는 동아리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저는 스트릿댄스 동아리를 한 학기 했습니다. 춤동아리가 정말 많고 특히 K-pop 동아리가 잘 되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밖에도 운동동아리, 재즈 동아리, 밴드 동아리, 각종 한인 동아리 등등 정말 종류가 많았으니 9월에 열리는 club day를 가보시면 더 자세히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9월에는 단과대 별로 신입생환영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또 longboat day, stormwall event, polar bear swimming 등등 학교차원에서 주최하는 액티비티 행사들도 정말 많았고, 아이스하키, 농구, 풋볼 경기들도 종종 열리는데 전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정보들은 보통 인스타그램 (Amsevents 등)이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많이 올라오니 많이많이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creation Centre을 찾아보시면 배드민턴, 농구, 배구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한학기에 $35만 내면 헬스장과 요가, 필라테스, 댄스 등의 수업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수영장도 무료로 사용가능하니 수영을 좋아하시면 수영복을 챙겨오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희 때는 Go Global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거의 온라인이거나 전무했기에 직접 발벗고 찾아나서야 했는데, 다행히 International 학생들끼리 whats app 채팅을 만들어 작은 행사나 gathering들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유흥/술문화(?)쪽은 한국과는 달리 파티, 클럽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코로나 때문에 3월이 되어서야 활발해지기 시작해서 거의 매주 3개의 파티나 행사는 기본으로 열렸던 것 같습니다. 또 Gage에서 flat 끼리 파티를 열기도 하고, 밴쿠버에 사는 친구들이 에어비앤비를 빌리거나 자기 집에서 하우스 파티를 열기도 했습니다. 저는 파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경험이다 싶어서,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끔 다녔습니다.
저는 주로 밴쿠버 여기저기를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메트로 밴쿠버를 기준으로 가깝게는 Kitsilano부터 Downtown, 멀리는 Coquitlam, Langley까지도 가끔 다녀왔습니다. North Vancouver의 Capilano Bridge, Deep Cove, Lonsdale Quay, West Vancouver, Richmond, White Rock, 등 가볼 곳이 정말 많으니 부지런히 다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실 제일 좋은건 운전을 할 줄 아는 채로 가거나, 차가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입니다..)
3) 여행
저는 1학기 때는 퀘백/몬트리올, 미국 LA/라스베가스, 휘슬러 등을, 2학기에는 밴쿠버 아일랜드, 휘슬러, 화이트홀스를 다녀왔고, 학기가 전부 끝난 후에는 시애틀과 밴프, 미국 동부(시카고, 보스턴, 워싱턴, 뉴욕)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밴쿠버가 위치가 애매하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밴쿠버 아일랜드나 시애틀은 당일치기/1박2일로도 다녀올만한 거리이고 BC 주 안에 휘슬러, 칠리왁, 밴프와 같이 가볼만한 곳들이 여러 군데 있으니 잘 찾아보고 다녀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사실 가기 전에는 졸업까지 미뤄가고 남들 취업 고민할 때 혼자 1년이나 간다는 것이 너무 무리해서 가는 건 아닌가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뒤처지는 건 아닌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기도 했고 게다가 팬데믹 상황이기까지 했던지라 남들이 말하는 소위 이상적인 교환학생 생활과는 거리가 멀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1년동안 해외에 산다는 것, 그리고 comfort zone에서 벗어나본다는 것에만 의의를 두면서 최대한 기대치를 낮게 잡고 영어실력 향상에 대한 욕심도 거의 접어둔 채 한국을 떠났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즐겁고 보람찬 시간들을 보내고 왔던 것 같습니다.
영어로 말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던 과거의 저와 비교했을 때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정말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덜 수 있었습니다. 가장 신기했던 변화는, 한국에 돌아온 후 다시 외국인들을 마주했을 때 낯설다 또는 두렵다는 생각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국적과 크게 상관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고,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에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늦은 시기에 교환학생을 다녀오니 한국에서는 점점 겁과 두려움만 많아지고 저 스스로 한계에 가두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매번 행복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타지에서 혼자 살아본 건 처음이었던 지라 중간에 향수병이나 외로움으로 힘들었던 적도 정말 많았고, 한국 가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 정도로 한국이 그리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 이렇게 할걸/하지 말걸 하는 아쉬운 점들도 정말 많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아쉬운 점들에 메어있지 않고 미래에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됐을 때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초과학기에 1년이나 다녀온다는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왔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을 정도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마 이 보고서를 보고 계신 분들 중 시기나 기간 때문에, 또는 애초에 갈지 말지 고민을 하는 중이신 분들이 계실텐데, 여건이 되신다면 한학기라도 다녀오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물론 천차만별이겠지만, 가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시간들을 보내시든 간에 나름의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하고, 학생으로서 한번 정도는 누려볼만한 좋은 찬스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