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외국에 나가보는 것입니다.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 우체국, 도로 왼쪽을 달리는 차,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사회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왔음을 비로소 자각하게 됩니다. 제가 대학에서 공부하는 ‘정치’의 모든 영역에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욕망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주조된 정치 제도와 체계는 사회 각 분야와 관련을 맺으며 상호작용합니다. 예컨대 스웨덴의 의회제와 한국의 대통령제, 스웨덴의 비례대표제와 한국의 혼합형 선거제도, 스웨덴의 다당제와 한국의 양당제 등은 서로 다르고 이는 서로 다른 의료·교육·외교·환경 정책을 낳습니다.
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와 그것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각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답보다는 더 많은 질문을 찾아 돌아오길 바랐습니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깨달음은 변화의 가능성을 드러내주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저의 목표가 한국의 정치가 더 나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거창할 것입니다. 다만 저는 제가 태어나서 살아온 이곳을 더 잘 이해하고, 기왕이면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좁고 안락한 일상을 부수고 떠올려본 적 없는 물음표를 달아 옳다고 믿었던 것을 의심하고, 언제나 더 나은 가능성을 상상해가는 여정에서 교환 생활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2021학년도 가을학기부터 2022학년도 봄학기까지 두 학기 동안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했습니다. 스웨덴에서 생활하는 동안 다양한 국가에서 온 동료 학생들로부터 무수히 받았던 질문, “너는 어쩌다 스웨덴으로 왔니?”에 대한 저의 답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스웨덴은 한국과 아주 다르다는 것. 개인주의가 발달한 스웨덴과 집단주의 문화가 강력한 한국,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중립국의 지위를 유지한 스웨덴과 식민시절 세계대전을 겪고 해방 이후에는 민족 분단의 전쟁을 겪었으며 오늘날까지 냉전 질서의 잔재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한국, 20세기 중후반 이후 사회주의적 이상에 근거한 큰 정부 주도의 복지정책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온 스웨덴과 급격한 경제성장을 거치느라 사회적 안전장치의 마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20세기 후반 이후 강력한 신자유주의 질서로 편입된 한국, 오늘날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스웨덴과 난민심사 절차가 극히 까다롭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받는 한국. 저는 이러한 다름이 왜 나타나는지, 그러한 다름이 국가의 역사, 문화, 경제, 정치, 사회 등과 어떻게 연관되어있는지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스웨덴 사회 및 정치에 대한 수업들을 듣는 것은 물론 수많은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였던 1년간의 스웨덴 교환학생 생활은 제가 살면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전통이나 관습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문화적 고유성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차이와 다양성으로부터 배우고 이를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는 데 활용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스톡홀름 대학(Stockholm University)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위치한 공립 종합대학입니다. 스톡홀름 대학은 1878년 처음 설립되었으며 오늘날 법학부, 인문학부, 사회과학부, 자연과학부 등 총 4개 학부에 3만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입니다. 스톡홀름 대학은 노벨상과도 인연이 깊은데, 물리화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스반테 아레니우스와 오존층의 형성 및 분해와 관련된 메커니즘을 연구한 폴 크루첸 등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고 학교 소속 연구자들이 임명 위원회에 참여해왔으며, 매년 캠퍼스의 Aula Magna 강당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한 강연을 개최합니다. 또한 스톡홀름 대학은 지식공동체에 대한 기여나 학문적 자유, 정의, 진실성 등 연구 및 교육 기관으로서의 핵심 가치에 더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요 목표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연계된 간학문적 연구와 수업, 토론회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환경위원회를 구성하여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가동하고, 학계, 산업계, 정치계, NGO 인사 및 학생들이 모여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과 교육의 역할 등을 논하는 지속가능성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참조).
스톡홀름은 스웨덴의 수도이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을 포함하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스톡홀름의 면적은 188 km2로 서울 면적의 약 1/3 정도 규모이며, 2021년 말 기준으로 약 97 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Stockholm)의 ‘holm’은 스웨덴어로 ‘섬’을 의미하는데, 이름이 가리키는 바처럼 스톡홀름은 발틱해를 면한 섬들이 무리를 이룬 군도(archipelago)입니다. 이 때문에 스톡홀름 곳곳에서는 물을 접할 수 있으며 시내에서 페리를 타고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스톡홀름은 기원전 6세기경 정착이 시작되었고 17세기 이래 수백 년 동안 스웨덴의 수도로 기능해온 등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스톡홀름 한복판에 위치한, ‘오래된 마을’이라는 뜻의 감라 스탄(Gamla Stan)과 19세기에 문을 연 야외 박물관 스칸센(Skansen) 등에서 역사도시 스톡홀름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스톡홀름에는 스톡홀름 대학뿐만 아니라 유럽의 명문 의과대학 카롤린스카(Karolinska Institute), 공학 부문에 특화된 왕립공과대학 KTH, 그리고 지역 유일의 사립 대학인 스톡홀름 경제학교(Stockholm School of Economics) 등의 고등교육기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인 만큼 도시 중심부에서는 국가 원수인 국왕이 거주하는 왕궁과 실질적 권력의 중심인 의회가 마주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시청, 스톡홀름 콘서트홀, 왕립 오페라 극장, 교외의 아비치 아레나 등에서는 연중 노벨상 시상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와 공연이 열립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스웨덴 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이민허가청(Migrationsverket)에서 고등 교육을 위한 거주 허가(a residence permit for studies in higher education)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우선 (1) 파견교에서 받은 입학허가서(Letter of Acceptance), (2) 여권 사본, (3) 스웨덴에서 지내는 기간 동안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음을 보이는 계좌 잔고 증명서(은행에서 발급 가능하며 기준금액은 시기에 따라 변동/2022년 1월 기준으로 한 달에 8,694 SEK), (4) 스웨덴에서 지내는 기간을 모두 커버하는 보험 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이상의 서류가 준비되면 이민허가청 홈페이지(https://www.migrationsverket.se)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양식에 따라 서류를 제출하고 신청료(2,000SEK)를 납부하면 거주허가 신청이 완료됩니다. 신청 과정에 큰 문제가 없으면 보통은 1~2개월 안에 이민청으로부터 거주허가 승인을 안내하는 메일이 도착합니다. 거주허가 승인 결정문은 예약 후 남대문 옆에 위치한 주한스웨덴대사관에 수령할 수 있으며, 방문시 거주허가를 증명할 수 있는 공식 수단인 UT카드를 신청하고 카드에 들어갈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UT카드는 보통 3~5주 안에 대사관에서 다시 수령할 수 있습니다. 출국까지 시간이 넉넉지 않거나 기타 사정이 있는 경우 거주허가 승인 결정문을 지참하여 일단 스웨덴으로 출국한 뒤 현지에 있는 스웨덴 이민청을 직접 방문하여 UT카드 발급을 신청하고 우편으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스톡홀름 대학교에는 독립적인 기숙사가 없지만 스톡홀름 학생 기숙사 관리 업체인 SSSB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거주할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합격하면 학기가 시작되기 3-4개월 전 학교 측으로부터 기숙사 신청을 안내하는 메일이 도착합니다. 스톡홀름 대학의 교환학생들은 기숙사 위치나 방의 구성(부엌 포함 여부 등), 가격대가 다른 여러 옵션 중 최소 3가지를 골라 우선순위를 지정한 뒤 메일에 첨부된 링크를 통해 기숙사 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입주는 보장되지 않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온 교환학생들의 경우 대개 이 방법으로 기숙사에서 거주하게 됩니다. 만약 떨어질 경우에는 SSSB 홈페이지에 별도로 가입한 뒤 대기일수를 적립하고 빈 방이 생기면 입주를 신청하여 입주권을 따낼 수 있습니다. 혹은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나 부동산 사이트 블로켓(blocket) 등을 활용하여 거주할 곳을 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나 SSSB의 경우 따로 입주권을 따내려면 경쟁이 치열하여 대기일수가 많이 필요하고, 외국에서 온 학생 신분으로 방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다가 스톡홀름의 집세도 비싼 편이기 때문에 뒤의 두 방법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3. 기타 유용한 정보
일단 거주허가증과 관련된 절차가 완료되고, 스웨덴에서 지낼 거주 공간이 확보되면 귀국 전에 해야 하는 스웨덴 교환학생 생활의 준비는 거의 다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기타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소한 팁들을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출국할 때 짐은 최소한으로만 챙기시길 추천드립니다. 보통 비행기를 탈 때 캐리어 개수와 무게 등에 제한이 있는데다가 무겁고 큰 짐을 들고 현지까지 이동하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옷이나 전기담요 등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품들은 국제우편을 통해 현지로 부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표적으로 우체국택배에서 국제특급(EMS), EMS프리미엄, 국제소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중 선편 국제소포가 가장 저렴하나 도착까지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습니다. 스웨덴은 사실상의 캐시 프리(cash-free) 사회이기 때문에 현금을 쓸 일은 거의 없으므로, 환전을 한다면 적은 금액으로도 충분합니다. 1년 미만으로 머물러야 하는 교환학생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스웨덴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카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해외결제 수수료가 적은 카드를 알아본 뒤 이를 발급하여 가져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ISIC 국제학생증은 스웨덴 현지에서 쓸 일이 많지는 않으나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박물관, 미술관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므로 사용처를 알아본 뒤 본인 상황에 맞게 신청 여부를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정부사이트에서의 본인인증 등에 활용되는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는 유효기간이 1년이고 해외에서 발급하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미리 연장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개인 사정에 따라 스웨덴에서 한국 운전면허를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한국 면허증 뒷면에 영어가 적힌 영문운전면허증이 아니라, 따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가져가야 합니다. 국제운전면허증은 여권과 여권용 사진을 지참해 전국 운전면허시험장 및 경찰서 등에 방문하여 신청할 수 있으며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년입니다. 기타 입학허가서, 본교 재학증명서, 보험증명서 등의 중요 서류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프린트하거나 pdf 형태로 가지고 계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스톡홀름 대학 교환학생에 합격하면 학기가 시작하기 전 수강신청 방법을 안내하는 메일이 도착합니다. 각 학생은 안내사항을 숙지한 뒤 조건에 맞게 자신이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들의 리스트를 코디네이터에게 전달하며, 이를 학교 측에서 처리하여 시간표를 짜주게 됩니다. 한국 대학처럼 따로 선착순 수강신청을 하는 단계는 없습니다. 수강신청 과목들을 선정할 때에는 한 학기에 듣는 총 ECTS(학점 단위)와 period를 고려해야 합니다. 스웨덴 대학에서는 한 학기가 1 period와 2 period, 총 두 가지 기간으로 나누어지며, 1 period는 다시 A, B period로, 2 period는 C, D period로 나누어집니다. 그리고 한국 대학과 달리 학기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5-6과목을 동시에 듣는 것이 아니라, 각 시기에 1-2개의 수업을 듣게 됩니다. 각 학생들은 1/4 학기당 7.5 ECTS, 한 학기동안 총 30 ECTS의 수업을 수강하도록 권고되나, 본인의 선호와 역량에 따라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는 있습니다. 그밖에 수업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요구조건을 지닌 경우도 있으므로 (ex. 외국어 능력), 수강신청을 하기 전에는 홈페이지(https://www.su.se/english/search-courses-and-programmes)에 안내된 내용을 정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타 수강신청과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본인 담당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Swedish Film and Television Culture (15 ECTS)
스웨덴의 영화와 텔레비전 문화를 다루는 미디어 학부의 영어 강의입니다. 스웨덴의 전설적인 영화 감독 잉마르 베르만의 <Persona>,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Quicksand>, 칸에서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젊은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의 <Play> 등 여러 시대와 공간에 걸친 작품들을 사회문화적 변화의 맥락에서 고찰합니다. 영어 강의라 다채로운 문화권에서 온 국제학생들의 감상과 의견을 들을 수 있고, 스웨덴의 영상 문화는 물론 스웨덴 사회에 대해서도 배우는 것이 많은 흥미로운 강의입니다. 제가 수업을 들었던 학기에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었으나, 평소에는 스톡홀름 대학의 미디어 학부가 위치한 Filmhuset 건물에서 자료 감상과 세미나 등이 진행됩니다. Frescati나 Albano 등 대학의 다른 캠퍼스와는 떨어져 있다는 점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Comparative Politics (7.5 ECTS)
Political Science I in English 코스의 일부이자, 따로 선택해서 들을 수도 있는 정치학부의 수업입니다. 수업 전반부에서는 비교 정치학의 주요한 이론적 관점과 기본 개념들을 학습하고, 후반부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브라질, 중국, 인도 등 실제 사례를 통해 서로 다른 정치 체계를 비교합니다. 수업은 강의와 세미나로 진행되며, 각 세미나가 열리기 전까지 리딩을 읽고 주어진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의 에세이 과제를 제출해야 합니다. 또한 세미나 과제의 일부는 개인이 아닌 그룹이 함께 수행합니다. 시험은 on-campus, sit-down 형식의 서술형으로 치러졌습니다. 정치학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배워봤을 내용들이 수업의 주를 이루기 때문에 따라가기는 어렵지 않지만, 강의나 세미나를 하는 교수님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흐름의 일관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저는 우연히 스웨덴 학생들과 한 조를 이루어 같이 공부를 했었는데,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스웨덴 학생들과 교류할 일이 의외로 적어서 신선한 시간이었습니다.
International Politics (7.5 ECTS)
역시 Political Science I in English 코스의 일부이며, 따라서 Comparative Politics와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강의+세미나+세미나 과제 및 시험 등) 수업이 진행됩니다. International Politics는 국제 정치학과 국제 분쟁 및 협력의 문제를 다룹니다. 수업 전반부에서는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등의 주요 국제정치 이론과 페미니즘을 비롯한 대안 이론의 입장을 익힙니다. 후반부에서는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EU나 세계 환경 정치, 국제개발, 분쟁과 조정, 테러리즘 등 보다 구체적인 국제 정치의 사안과 사례를 논합니다. 각 세미나의 주제는 민주평화론, 국제화와 중국의 부상, 코로나19와 국제정치 등으로 강의 내용과는 별개였습니다. 스톡홀름 대학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의 수업은 아니지만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온 학생들, 교수님과 국제정치에 대한 토론을 벌일 수 있어서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Approaches to Politics (7.5 ECTS)
Approaches to Politics는 Political Science II in English 코스의 일부이며 별도로 수강 가능한 수업입니다. 이름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정치학 전반의 내용을 입문 수준에서 다루는데, 구체적으로 행동 분석, 정치 심리학, 합리적 선택 이론, 사회적/역사적 제도주의, 마르크스주의, 구성주의, 탈구성주의 등 다양한 이론적 관점에서 어떻게 정치학의 문제가 다루어지고 어떤 식의 연구 설계가 이루어지며 이에 따라 어떤 결과가 도출되는지 등을 논문을 읽으며 익힙니다. 대략 수업 두 번 당 관련 내용을 심화하여 다루는 세미나가 한 번씩 열리고, 세미나에서는 리딩을 바탕으로 미리 개시되는 질문들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식으로 토론이 이루어집니다. 시험은 open-book, take-home 방식으로 치러지며, 답변 중 수업 리딩을 적절히 인용할 것이 요구됩니다. 다양한 정치학 이론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나 수업의 구성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The Study of Democracy (7.5 ECTS)
The Study of Democracy 또한 Political Science II in English 코스의 일부입니다. 이론적, 경험적 관점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규정되는지, 또한 어떤 민주주의 모델들이 존재해 왔으며 서로 다른 정치적 맥락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배웁니다. 구체적으로는 인민의 의지, 시민 사회, 정치적 대표 등의 개념이 주요하게 다루어지며, 세미나에서는 제시된 리딩에서의 특정한 논점(ex. 국민투표와 Folkland의 비유, 스웨덴의 복지모델 변천사 등)에 집중합니다. 리딩 양과 난이도가 모두 있는 편이지만,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현실과 맞닿은 학문적 고민과 토론을 집중적으로 해볼 수 있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Post-Colonial Perspectives on Audiovisual Media (15 ECTS)
이 수업은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영상/음성 매체(주로 영화)에 투영된 서구중심적 시선을 해체하고 미디어를 보다 넓은 식민-탈식민주의 역사와 문화적 연구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구체적으로, The African Queen (1951), Nanook of the North (1922)처럼 ‘비’서구에 대한 타자화의 시선이 담긴 과거의 영화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La noire de... (1966)처럼 타자화된 (전)식민지인의 관점에서 관습적 재현을 뒤엎으려는 시도를 탐구하기도 하며, Reassemblage: From the Firelight to the Screen (1982)나 White Material (2009)처럼 식민주의를 반성적으로 사고하는 시도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수업 중에는 17번의 강의 및 세미나와 19편의 영화 감상, 2회의 연구 페이퍼 제출과 1회의 그룹 발표, 그리고 Etnografiska (인류학 박물관) 단체 방문이 이루어집니다.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임은 분명하지만 대체로 유럽인의 관점에서 식민주의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배우는 내용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저는 해당 강의를 듣지 않았지만 같은 학기에 미디어학부의 Moving Images and Gender(15 ECTS)을 수강했던 학생들은 그 수업에 비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적고 수업이 교수님의 다소 어려운 강의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점이 아쉽다고 평했습니다. 스톡홀름 대학의 다른 미디어 학부 수업들과 마찬가지로 강의, 세미나, 영화 감상 등은 Filmhuset에서 이루어집니다.
3. 학습 방법
당연한 얘기지만 스웨덴 교환학생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 방법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학생들마다 본인에게 맞는 공부법이 다르고, 또한 과목이나 개별 수업의 특성에 따라 공부할 때 집중해야 하는 측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수강하는 수업의 평가방식과 교수님의 강조점에 따라 학습의 우선순위를 설정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컨대 제가 수강한 Comparative Politics의 경우 sit-down exam이 치러졌기 때문에 주요 내용을 암기하는 방식의 공부를 했고, 오픈북으로 치러지는 다른 과목들은 내용을 외우기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평소에 리딩 및 수업 내용을 정리해 놓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정치학 수업들을 여러 교수님들이 돌아가면서 가르치셨고 시험문제도 각자 출제하셨기 때문에 그 점도 염두에 두고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Swedish Film and Television Culture나 Post-Colonial Perspectives on Audiovisual Media는 미디어 수업들인 만큼 비평문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수업 내용은 물론 지금, 여기, 우리와 관련성이 깊은 주제를 선정하고 저만의 고유하면서도 비판적인 관점을 페이퍼에 담아내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언어적 측면에서는 어떤 수업을 선택하시든 간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 많은 양의 영어 자료를 읽고, 과제나 시험도 영어로 치러야 하므로 처음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 점은 불가피하기도 하고 하다 보면 분명히 실력이 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적어도 제가 스톡홀름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은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어는 각 사회의 문화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스웨덴에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스웨덴어이므로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동안 스웨덴어를 배워보신다면 스웨덴 사회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스톡홀름 대학에서는 국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초급, 중급, 고급 스웨덴어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기가 시작될 때 즈음 교환학생들에게 수업 신청 방법에 대한 안내가 이루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교내 언어교환 동아리라고 할 수 있는 Language Cafe에서 스웨덴어나 세계의 다른 언어들을 배울 수 있고, 원한다면 한국어 코디네이터로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1대 1로 진행되는 Tandem Program에 지원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언어를 가르치고 그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스웨덴어 사용자로부터 스웨덴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밖에 저는 개인적으로 Complete Swedish라는 교재를 이용하여 문법, 단어, 문장 구조 등을 공부했는데 많이 사용되는 다른 스웨덴어 교재들과 달리 설명이 영어로 되어 있어서 초보자가 보기 편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스웨덴어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거나 언어학습 애플리케이션인 듀오링고 등을 활용하는 것도 스웨덴어와 친해지는 좋은 방법입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학업과 관련해서 교환학생을 오시는 학생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학점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스웨덴 대학에서 수업을 패스할 수 있는 학점은 A=Excellent, B=Very Good, C=Good, D=Satisfactory, E=Adequate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학업 성취를 보였어도 D를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제가 수강한 수업 중에는 학생들이 받은 학점의 비율이 A 6%, B 15%, C 30%, D 30%, E 17%인 경우가 있었고 이 수업이 그다지 특별한 경우도 아니었습니다. 수업을 패스할 수 없는 학점으로는 Fx와 F가 있는데 Fx는 반드시 내야 하는 과제를 내지 않은 등 추가적인 작업이 요구되는 경우이며 이를 마치면 패스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 설사 F를 받더라도 추가적으로 패스 점수가 나올 때까지 재시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약하면 한국과 같은 기준으로 학점을 기대하기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공부를 해본다는 점에 의의를 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회가 된다면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그룹을 이루어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혼자 하는 공부보다 효율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지치기 쉬운 교환학생 생활의 와중에 다른 학생들로부터 자극도 받고 에너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하기 좋은 공간으로는 스톡홀름 대학의 메인 캠퍼스인 Frescati의 도서관을 추천드립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정숙 공간, 그룹 세미나룸 등 다양한 구역이 마련되어 있어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고 도서관 자체도 아름답습니다. 학교 도서관이 너무 익숙해져서 새로운 공간을 시도해보고 싶으시다면 신축 캠퍼스인 Albano나 근처에 있는 KTH 대학의 도서관, 스톡홀름 시청 도서관 (City Hall Library), 스웨덴 국립 도서관 (Kungliga bibloteket) 등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짐은 가능한 한 컴팩트하게 꾸리는 편이 좋습니다. 아무리 최소한으로 짐을 싸려고 해도 만만치 않은 양의 짐을 들고 대륙을 건너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웨덴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사는 데 웬만큼 필요한 물품이라면 현지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있으면 좋고 비교적 스웨덴보다 한국에서 사는 편이 유리한 물건으로는 전기장판을 꼽겠습니다. 스웨덴에서는 바닥 난방을 하지 않는 만큼 겨울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한국보다 비싸고 종류가 다양하지 않을 뿐 스웨덴에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스웨덴에서는 한국어 책을 구하기가 번거로우니 독서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이북리더기(크레마, 리디페이퍼, 오닉스 등)를 가져가는 것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물가는 어떤 영역에 주로 돈을 쓰는지, 환율은 어떠한지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반화하여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통 유럽이 한국에 비해 외식 물가는 비싸고 생활 물가는 싸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스웨덴에도 어느 정도는 적용되는 말입니다. 다만, 남유럽만큼 농수산물이 다양하고 저렴하지는 않으며 (특히 해산물의 수준은 한국보다 떨어집니다) 소고기 등은 꽤 비싸다고 느꼈습니다. 식물성 우유 등의 비건 식품은 한국보다 저렴하고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외식 물가는 확실히 비싸서 비교적 저렴한 메뉴도 한 끼에 10,000원 미만인 경우는 없다고 보셔도 큰 무리가 아닙니다. 그밖에 옷, 전자제품, 기타 공산품은 대체로 한국보다 약간 비싼 편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저는 스톡홀름에 거주할 때 기숙사비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를 100만원 이내로 쓰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키지 못한 적이 더 많았습니다. 다만 저는 요리를 해먹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음식을 해 드신다면 생활비를 절약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톡홀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세컨드샵과 페이스북 중고마켓을 이용하는 것도 환경과 경제성을 모두 고려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말씀드렸다시피 외식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잦은 식당 이용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스톡홀름 대학의 Frescati 캠퍼스에는 일종의 뷔페식 학식이 있고 가격은 10,000원 정도입니다. Frescati 도서관 옆에는 점심시간에만 열리는 카페테리아가 있고 그곳에서 매일 바뀌는 식사 메뉴를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무게에 따라 책정되며, 늘 비건 메뉴가 하나 이상 준비됩니다. 엄청나게 맛있었던 스톡홀름 식당이 딱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Fotografiska에 딸린 레스토랑은 한 번쯤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가격대는 있지만 뷰가 좋습니다. 의료의 경우 학교에서 보통 보험을 들어주기는 하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사보험을 들어 두는 것도 괜찮습니다. 스웨덴에는 다양한 의료기관이 있는데, 먼저 Vardcentral은 말하자면 보건소에 해당하는 클리닉으로서 가벼운 질병 또는 증상에 대한 진료 및 치료를 받는 곳입니다. 당장 처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나 간호사를 보아야 한다면 구글맵에서 가까운 Vardcentral을 검색하여 전화로 예약을 한 뒤 방문할 수 있으며, 비용은 진료 내용과 상관없이 10만원 넘게 나옵니다. Sjukhus는 병원입니다. 스웨덴에서 지내며 정말 큰 수술을 받아야 하거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굳이 이곳에 갈 이유는 없습니다. Sjukhus의 응급실에 간다고 해도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의사를 볼 때까지 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목숨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디가 부러졌다거나 심각한 복통 등) Narakut으로 가시면 됩니다. 은행의 경우 어차피 1년 미만의 교환학생 체류 자격으로는 일종의 주민등록번호인 pn을 발급받을 수 없고 스웨덴 은행에서 계좌를 만드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톡홀름의 대중교통은 대개 sl이라는 회사가 운영하며 한국처럼 일반카드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따로 sl 카드를 구입한 후 사용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교환학생처럼 오래 체류하는 경우에는 1개월 권, 3개월 권 등 장기권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학교 조합에 가입한 뒤 STUK.CO 앱을 다운받아 학생 인증을 한 뒤에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할인가가 적용된 sl 패스의 가격은 한 달에 약 9만원입니다. 통신의 경우 역시 pn이 없으면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요금제에 가입할 수 없으므로 comviq, telenor 등 통신사의 유심을 구입하고 그때그때 데이터를 충전하여 사용하시면 됩니다. 저는 데이터 사용에 더하여 스웨덴 내 통화가 가능한 comviq fastpris 시리즈를 이용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스톡홀름 대학에는 다양한 동아리와 각종 연합이 존재합니다. 교환학생으로 파견되면 왓츠앱에 국제학생들이 가입한 여러 단체 채팅방이 생기는데 이곳에서 많은 관련 정보가 공유되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와 같은 시기에 교환 생활을 했던 친구들은 주말을 이용하여 핀란드 헬싱키, 에스토니아 탈린 등으로 1박 2일 가성비 크루즈 여행을 떠나곤 했습니다. 그 외에도 Erasmus Student Network Stockholm에서 학생들을 위한 각종 행사와 여행 프로그램(학기 초 스톡홀름 시티투어, 라플란드 오로라 탐방 등)을 기획하므로 인스타그램 (@esnstockholm) 업로드를 확인하며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에 지원해보셔도 좋습니다. Erasmus 과정에 있는 학생이 아니어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저가 항공을 이용하면 스웨덴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이동하는 것은 한국에 비해 훨씬 쉽고 저렴하기 때문에 학기 중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평소 가보고 싶었던 주변국들을 방문해보시는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거주허가가 만료된 후에도 방학 중 스웨덴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다면 거주허가가 만료되기 전에 영국 등 주변 비쉥겐 가입국을 방문한 뒤 스웨덴으로 돌아와 무비자로 최대 3개월간 체류할 수 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제가 머물렀던 스톡홀름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다른 유럽 도시들에 비해 치안이 매우 좋은 편이었습니다. 1년 가까이 머무르면서 명시적인 인종차별이나 소매치기를 한 번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더라도 학교 도서관에 놓아둔 노트북이 사라진다든가 사람 많은 센트럴에서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등의 사고는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평소 생활할 때에는 너무 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거나 지나치게 으슥한 곳을 찾아다니지 않는다면 크게 위험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꼭 치안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교환 생활을 하며 안전과 건강은 항상 유의하며 지켜야 할 사항입니다. 해외에서는 많은 경우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주체가 자기 자신이므로 체류하다가 아프거나 다치면 상황이 배로 힘들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부디 안전하고 건강하게, 한국에 있을 때보다 열 배로 조심하면서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스톡홀름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의사소통 문제도 아시안으로서 느끼는 소외감도 아닌 겨울이었습니다. 스톡홀름의 겨울은 서울의 겨울보다 춥지 않지만 밤이 긴 날들이 끝도 없을 것처럼 이어져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스웨덴 혹은 위도가 높은 다른 지역으로 교환학생 파견을 가게 되신다면 비타민 D를 잘 챙겨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정기적으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가능한 한 포근한 겨울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혹시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힘들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 여러분이 혼자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혼자라고 느끼는 게 여러분 혼자만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교환 생활은 힘든 만큼 성장하고 배우는 시간이라는 것을 문득문득 떠올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어느새 프로그램을 마친 지 4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교환학생 시절의 많은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당시에는 고생도 더러 했던 것 같은데 지나고 나니 왜 더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만 남습니다. 교환학생을 했던 두 학기는 제가 살면서 가장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스스로에 대해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그 덕에 제가 몇 번쯤 넘어져도 큰일 나지 않으므로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용기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감히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넬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교환 생활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교환학생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겁낼 것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상상했던 것과는 어차피 다를 것이고, 힘들더라도 그걸 상쇄할 만큼의 소득이 있을 테니까요. 무쪼록 교환학생이라는 계기를 통해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의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