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됨과 동시에 학교에 입학하다 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학교생활이나 인간관계에 종종 부족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다소 무기력하게 학교를 다니다 보니 더 늦어지기 전에 스스로를 환기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다행히도 2022년 들어 위드코로나의 기조가 확산되고 교환 프로그램이 이전처럼 활성화되어 안심하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가게 된 학교는 네덜란드 남부에 위치한 마스트리히트 대학교입니다.
마스트리히트는 대학 도시로 외국 학생들의 비중이 높으며 비교적 인종차별이 적고 치안이 좋은 편입니다. 워낙 작은 도시인지라 지하철과 트램이 다니지 않는 대신 전선 줄이 미관을 해치지 않으며, 네덜란드의 중심부(관광지)와는 떨어져 있지만 벨기에와 독일이 가까운, 이곳만의 오밀조밀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뫼즈 강을 중심으로 근처 카페와 다리, 공원을 거닐다 보면 정말 내가 유럽에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행복해지곤 하였습니다.
마스트리히트 대학의 경우, 국제 학생의 비중이 매우 높아 교환학생에 대한 인지나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또한 PBL(Problem Based Learning)이라는 학생 주도 수업이 대부분 이루어지므로 주어진 주제에 대한 능동적인 리서치와 탐구가 가능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유럽의 행정 처리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아주 느리지만,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라고 합니다. 마스트리히트 대학교의 경우, 본교의 지원 절차에 따른 교환 파견이 확정된 직후부터 수강신청, 비자, 거주허가증 등 필요한 절차들을 메일로 안내해주므로 주기적으로 메일을 확인해야 하는데, 문의 사항에 대한 답변이 빨라서 큰 문제 없이 지원 절차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보내온 메일이나 다른 교환학생 후기들을 살펴보면 종종 집(기숙사)을 구하는 문제로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의 경우 학교와 연계된 사이트를 통해 기숙사와 흡사한 형태의 게스트하우스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적당한 가격에 원하는 타입의 방을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방을 구해야 합니다. 학기마다 남아 있는 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p빌딩이나 c빌딩에 거주하게 되는데, 가격, 룸메 여부, 주방 위치(공용/개인 방 안) 등을 고려하여 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위에서 언급했듯 수업 전반이 PBL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수업 시간이 많지 않은 것에 비해 수업 하나를 준비하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또한 초반에는 수업 방식뿐 아니라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수업 시간에 말할 거리들을 미리 찾아가기도 하였습니다.
마스트리히트 대학의 경우 가을학기부터 period 1이 시작되는데, 흔히 일컫는 한 학기가 두 개의 period로 나뉘어있습니다. 그리하여 한 학기동안 6주 가량의 period를 두 번 진행하게 되며 중간에 일주일 정도의 짧은 방학이 주어집니다. UCM이라는 단과대는 자유전공학부와 비슷하게 운영되어 다양한 분야의 수업 중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period마다 1~2개 정도의 과목을 선택해 듣게 됩니다. 저는 period 1 때는 ‘Globalization and Inequality’라는 수업을, period 2 때는 ‘Economics and Society in Contemporary Asia’라는 수업을 수강하였습니다. 첫 번째 수업은 세계화의 과정에서 발생하여 현재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적, 경제적, 성적 불평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과제가 자주 많지 않고 담당 튜터께서 PBL에 익숙하지 않은 교환학생들을 많이 배려해주셔서 무난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수업의 경우 아시아의 역사적, 시의적 이슈를 다루었는데, 튜터와 같은 반 학생들 모두 자유로이 의견을 내고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것을 중요시하여 매 수업 공을 들여 자료를 읽고 찾으며 준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전 수업에 비해 내용의 깊이가 있고 과제도 자주 있어서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얻어간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훨씬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파견 간 시기에는 한국인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덕분에 함께 밥을 먹거나 여행을 다니는 등 적응을 하고 생활을 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생활하면서 길게 영어를 쓰거나 현지 학생들과 친해질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매 수업 한 번 이상 발표하기, 팀플 등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외국인 친구들과 연락하고 만나기 등 영어를 더 사용하고 다른 문화를 접하고자 나름의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아무래도 여행도 다니면서 학업 부담이 적은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를 보내다 학교를 다시 다니려고 하니 걱정이 앞서지만, 대학에 들어와 가장 잘한 선택이라는 이전 귀국 보고서의 글들이 정말 와닿는 시간이었습니다. 주변 환경상 앞만 바라보며 지치고 좌절하기 쉬운 대학 생활에 교환학생으로서 보낸 지난 시간은 마음껏 보고 느끼고 좌충우돌하는 꿈같은 한 학기였습니다. 지원하기 전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것부터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것, 4학년이 되기 직전인 시기에 교환을 다녀오는 것까지 선택에 확신이 없었지만, 다녀오고 보니 이 시간이 없었다면 남은 대학 생활을 어떻게 버틸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두고두고 곱씹으며 힘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신 부모님과 국제협력본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