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 입학 이전부터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나라의 대학교에 다니면서 그곳의 수업을 듣고,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자취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홀로 생활하는 법도 익히고 싶었고, 또한 코로나로 인해 더욱 무료하고 단조로워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으로 교환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Leiden University는 1575년에 설립된 네덜란드의 가장 오래된 대학교입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다수의 네덜란드 총리를 배출했으며 왕실이 대대로 입학한 학교입니다. 인문학과 법학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며 특히 네덜란드 유일의 한국학과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동양학으로 유명한 학교이기도 합니다. 이 대학교는 대부분의 학부가 레이덴에, 국제관계학을 비롯한 일부 단과대가 헤이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레이덴은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사이에 위치한 소도시로, 네덜란드 수도권의 중심에 위치해 교통이 매우 편리하고 공항도 가깝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네덜란드, 특히 대학도시인 레이덴은 집을 자체적으로 구하기 매우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학교를 통해 기숙사를 신청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따로 운영하는 기숙사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학교 측과 연결된 DUWO라는 업체에서 방을 잡아주는데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거의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것이 기숙사처럼 기능합니다. 처음에 Application 절차를 밟을 때 반드시 최대한 빨리 housing fee를 내는 절차까지 완료해서 순번이 뒤로 밀리지 않게 하세요.
-해외결제/ATM출금용 카드로 하나비바카드를 만들어서 갔는데 크게 쓸모는 없었습니다. ATM에서 한화로 유로를 출금할 일이 없었고, 기존에 있던 학생증 카드도 해외결제가 가능해서 잘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반드시 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출국 전 현지 보험인 AON insurance에 가입했습니다.
-시청 거주등록과 biometric registration을 위한 날짜를 출국 전에 미리 잡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거주등록을 완료해야 v-number을 받을 수 있고 이것이 있어야 ING, ABN AMRO등 메이저 은행의 현지 계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입국 후 최대한 빠른 날짜로 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밥솥, 전기장판, 한국 음식 등을 한국에서 가져갔고 잘 썼는데 현지에서도 안파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밥솥이나 전기장판 등이 한국 것이 성능이 더 좋고 저렴한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학업
저는 교환학생의 목적이 학업보다도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과 유럽 여행에 있었기 때문에, 또 수업을 많이 듣더라도 학점 인정을 그만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 학기에 2~3개의 수업만을 들었습니다. 저는 영어 사용에 조금 두려움이 있기도 해서 첫 학기에는 강의식 수업만을 들었는데, 그러고 나니 수업에서 친구도 사귈 수 없고 크게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두 번째 학기에는 팀플 과제를 하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현지인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고, 그들과 수업 외에도 만나서 놀고 이야기하면서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었던 것 같아 정말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니 다양한 형식의 수업을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현지 생활
-저는 레이덴의 기숙사 중 HKM에서 지냈는데, 꽤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 건물은 대부분의 방이 스튜디오 형식으로 혼자 부엌과 화장실을 쓸 수 있고, 위치도 레이덴의 중심에 위치해 역도, 학교(인문대 캠퍼스)도, 시장도 모두 도보로 갈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합니다. 다만 그만큼 월세가 기숙사 중 가장 높은 편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네덜란드에는 일정 금액 이상의 월세를 내는 일정 나이 이하의 사람들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 있습니다. 외국인도 해당되므로, 이 사이트
를 통해 주택 수당을 신청하면 꽤 많은 보조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월 200유로 가량의 보조금을 받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네덜란드어는 장 볼 때 먹거리 이름이 눈에 익어서 알게 된 것, 간단한 인사말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한인 커뮤니티인 ‘낮은 땅 높은 꿈’ 페이스북 그룹에 레이덴 대학교 한국학과 한국어 회화 동아리인 ‘탁잡담’ 회원 모집 및 한국학과 학생들과의 언어교환 공지가 올라옵니다. 이를 통해 현지 친구를 사귀고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레이덴에서 살게 된다면 자전거를 마련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자전거는 swapfiets 또는 easyfiets에서 달마다 돈을 내고 구독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도난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자전거에 문제가 생겨도 공짜로 수리를 해준다는 것, 품질이 좋은 자전거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단기로 머문다면 자전거를 중고로 사는 것보다 돈이 덜 든다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같이 일 년을 머문다면 중고로 자전거를 사는 것이 사고 파는 수고를 감안하더라도 훨씬 쌉니다. 그치만 저는 그 생각을 못하고 (또 귀찮아서) 그냥 swapfiets에서 일 년을 구독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역 근처에 주차할 일이 많은데 반드시 정해진 렉에 끼워서 주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리가 없다고 남들도 이렇게 해놨으니까 괜찮겠지 하고 빈 자리에 그냥 대놓으면 운이 없다면 시청에서 단속을 나와서 자전거를 가져갑니다.. 이렇게 빼앗긴 자전거는 벌금 24유로 정도를 내야 찾아올 수 있습니다. 저는 두 번이나 이 일을 당했습니다. 돈보다도 내 자전거가 없을 때 도둑맞았나 하고 초조해지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더 큰 타격이었습니다.
-네덜란드는 병원 시스템이 정말 최악입니다. 우선 현지에 도착하면 거주지와 가까운 GP를 등록하고 만약 아프면 그곳에 연락을 해야 합니다. 아프다고 병원에 바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전화를 하고 오랜 시간이 걸려 전화를 받으면 증상을 설명하고, 이메일로 사진을 첨부해서까지 증상을 설명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도 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화로 이렇게 저렇게 해라 한마디 해 줍니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도 두 달이 지나서 갑자기 돈을 내라고 합니다. 그러니 아파도 웬만하면 집에서 해결할 수 있게 쓰시던 약이 있다면 한국에서 최대한 챙겨갈 것을 추천드립니다.
-교통카드 ov-chipkaart를 이용하실 때는 계좌가 생긴 후에는 노란색 후불 교통카드를 만들고 Dal Voordeel이라는 구독 프로그램을 이용하세요. 이 프로그램은 5유로의 구독료를 내고 평일 출퇴근 시간 아닐 때/주말에 기차 교통비를 40퍼센트 할인해주기 때문에 무조건 이득입니다.
-Museumkaart를 사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박물관 카드는 1년에 60유로 정도를 내고 네덜란드의 거의 모든 박물관(일부 사설 박물관 제외)을 무료로 몇 번이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박물관 입장료가 비싼 네덜란드에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1학기에 파견된 사람 중 유일하게 1년을 지냈는데, 너무 길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지났고 이 생활이 끝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를 사귀고, 이곳저곳을 여행 다녀보며 산전수전을 겪은 일 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견문을 넓히고, 안 해본 것들도 해보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유익했던 일 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