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장기간 해외에서 학생 자격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험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교환학생은 꼭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입학 이후 코로나19 시국이 지속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커지며 상황이 안정이 되면 바로 교환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차근히 준비를 시작하여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를 선정하게 된 것은, 유럽 여행을 다니기 좋은 유럽의 내륙에 있는 국가와 영어가 잘 통하는 국가라는 두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서 동남아시아언어문명을 전공하면서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의 연관성도 네덜란드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유럽에서는 동남아시아를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 배우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네덜란드의 대학 중에서는 동남아시아학 연구에 적극적인 Leiden University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레이든 대학교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로, 인문학과 법학이 유명합니다. 한국어학과가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레이든 대학교의 건물은 레이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서 레이든이라는 도시 전체가 레이든 대학교의 캠퍼스와도 같은 모습입니다. 레이든으로부터 기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헤이그에도 레이든 대학교의 캠퍼스가 있습니다. 헤이그는 네덜란드의 사실상 행정 수도로 기능하고 있는 대도시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계정 활성화
서울대학교의 마이스누처럼, 레이든 대학교에서는 uSis라는 웹사이트에서 학교생활 전반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2학기 교환학생을 신청했다면 2월 말경 레이든 대학교로부터 uSis 계정을 활성화하라는 메일을 받게 될 것입니다. 메일에서 안내하는 링크에 접속하면 등록에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고 있는데, 링크에서 안내하는 대로 순서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기입하고 서류를 제출하면 등록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2. Residence permit application
네덜란드에서는 비자 발급 대신 거주 허가를 받는 것을 요구합니다. 저는 거주 허가 신청 메일을 3월 말에 받았고, 6월 1일까지 메일이 안내하는 링크에서 요구하는 대로 (1) 정보를 기입하고 (2) 서류를 업로드하고 (3) 계좌에 충분한 잔액이 있다는 증명서를 업로드하고 (4) residence permit fee를 납부하면 되었습니다. 승인 메일은 6월 중순에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해당 메일에서 안내하는 대로 biometric data appointment를 신청하면 출국 이전에 처리해야 하는 절차는 거의 마무리됩니다. 입국 이후에는 사전에 예약한 날짜에 맞추어 town hall registration과 biometric data appointment를 진행하면 됩니다.
3. 수강신청
제 경우 5월 중순에 수강신청 관련 안내 메일을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uSis에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면 되는데, 선택한 모든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레이든 대학교 측에서 수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반려하는 과목도 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수강신청을 할 때 시간표가 나와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중에 알고 보니 수강신청한 수업끼리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메일로 뺄 과목과 추가할 과목을 보내면 됩니다. 제 경우 7월 초에 레이든 대학교 인문대 측으로부터 시간표 수정 관련 내용을 안내하는 메일을 받을 수 있었고, 메일에서 안내하는 대로 인문대 교환학생 관련 주소로 메일을 보내 시간표를 수정하여 최종적으로 시간표를 확정지을 수 있었습니다.
4. Housing
기숙사 신청도 uSis 통해서 등록하는 과정에서 진행됩니다. 제 경우 신청을 늦게 한 편이라 6월 중순에 overbooked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네덜란드에서 개인적으로 집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집을 찾다 포기하려던 중에 취소 여석이 생겨 겨우 기숙사 신청 기회를 얻은 케이스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최대한 빠르게 메일을 받는 대로 관련 절차를 밟으시길 추천합니다.
기숙사 신청 기회를 얻게 되면 티켓팅처럼 메일에서 안내하는 시간에 선착순으로 원하는 기숙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에는 레이든에 있는 기숙사가 모두 빠르게 마감되어 저는 제가 듣는 모든 강의가 레이든 캠퍼스에서 열림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하게 헤이그에 있는 기숙사를 신청해야 했습니다. 결국 저는 헤이그에 있는 Enthovenplein이라는 건물에서 살았는데, 저 외에도 같은 이유로 기숙사 신청에 실패하여 Enthovenplein에 온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Enthovenplein은 아파트형 건물입니다. 대부분 2인 1실이지만, 주방과 화장실만 룸메이트와 공유하고 (경우에 따라 주방도 방 내부에 각자 있는 호실도 있습니다. Enthovenplein은 특이하게도 방마다 구조가 조금씩 다릅니다.) 두 개의 독립된 방을 각자 쓸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방음도 잘 되기 때문에, 룸메이트와 방을 공유해야 하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독립공간이 보장이 잘 되어있고 룸메이트를 포함해서 다른 학생들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다른 학생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구조의 기숙사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0층에 공용공간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있었으나 내내 공사 중이었습니다. 또한 Enthovenplein에 거주하는 학생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탁기와 건조기가 각각 세 대밖에 없고 그와중에 세탁기 한 대는 고장이 나서 빨래를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Enthovenplein 학생들이 모두 들어와있는 whatsapp 채팅방이 있었는데, 매번 빨래 다 됐으니 가져가라는 글이 올라왔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Enthovenplein은 엄청난 장점이 있는데, 바로 위치입니다. 건물 바로 앞에 트램 정류장이 있고, 기차역인 Den Haag HS와도 도보로 5분 거리입니다. 헤이그 시내와 레이든 대학교 캠퍼스와도 트램으로 10분, 도보로 20분 정도의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시설도 좋았고 헤이그와 레이든 둘 다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가격이 다른 기숙사와 비교하여 저렴한 편은 아니었고 레이든으로 매번 기차로 통학해야 했다는 점에서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도 다소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레이든에서 수업을 듣는다면 웬만하면 레이든에 있는 원하는 기숙사를 신청하실 수 있도록 기숙사 신청을 민첩하게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학업 안내
1-1. Dutch Painting
얀 반 에이크, 히에로니무스 보스, 렘브란트, 고흐, 몬드리안 등 네덜란드 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시험은 작품의 제목과 작가, 특징 등을 모두 암기해야 풀 수 있는데, 시험범위가 많아 다소 암기하는 데 오래 걸리긴 하지만 시험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출석체크 없고, 강의 영상을 따로 올려주십니다.
1-2.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Islam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전공 수업으로 학점 인정을 받기 위해 수강했던 수업니다. ‘이슬람학’을 배우는 수업인데, 이슬람의 역사, 철학, 법 등 이슬람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학문적 시각에서 다루고 있어 좋았던 수업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강의력이 매우 좋으십니다. 매주 온라인으로 퀴즈를 봐야 하는 과제가 있으나 수업만 잘 들으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고, 시험도 난이도가 높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출석체크 없고, 강의 영상을 따로 올려주십니다.
1-3. Introduction to Children’s Rights
매 수업마다 다른 교수님께서 오셔서 아동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강의하는 수업입니다. 아동권리협약을 비롯한 국제법적 차원에서 아동인권을 다루는 수업이기에 국제법에 흥미가 있다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섯 번 정도 주어진 주제에 대해 짧은 에세이를 쓰는 과제가 있는데, 엉뚱한 이야기만 쓰지 않는다면 점수를 잘 주시는 듯합니다. 리딩 양이 방대하고 배운 내용을 응용하여 시험 답안을 작성해야 해서 다른 두 수업에 비해 다소 까다로운 과목이었지만, 채점은 후하게 해주시는 듯합니다. 이 수업도 마찬가지로 출석체크가 없었습니다.
2. 현지 생활 안내
학기가 시작하기 전 OWL이라는 이름으로 오리엔테이션 주간을 진행합니다. 여기에서 다른 교환학생들도 만나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참여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학기 초에 언어교환 프로그램 신청을 받는데, 여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과 매칭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배우고 싶은 언어로 영어를 신청했고, 언어교환 파트너로 영어에 능숙한 네덜란드 학생과 매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영어 회화를 정기적으로 연습할 수도 있었고, 제 경우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너무 좋은 분을 만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입니다.
학교 외에서는 museumkaart를 만들어 미술관을 많이 다니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약 60유로 정도를 지불하고 museumkaart를 발급받으면 1년 동안 네덜란드의 웬만한 미술관과 박물관을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에는 괜찮은 미술관이 정말 많기 때문에, museumkaart를 만들어서 열심히 다녀보는 것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또 저는 한국에서도 콘서트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콘서트 비용도 전반적으로 저렴했고 내한을 잘 오지 않는 가수가 와서 공연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혹시 콘서트를 좋아하는 편이라면 네덜란드에서 콘서트를 가보는 것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행하는 데 가장 지출이 컸습니다. 파리까지도 버스를 타고 다녀왔을 정도로 네덜란드는 지리적으로 여기저기 여행 다니기 정말 좋은 위치에 있으니, 여행도 꼭 많이 다녀보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생활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자전거를 꼭 조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모두 엄청나게 빠르게 다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자전거 도로로 걸어서는 안 되고 차도를 건널 때처럼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경우 기차 파업이 정말 잦습니다. 기차 파업이 있을 때는 이동하기가 정말 곤란하기 때문에 ns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파업 여부를 꼭 미리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레이든에 Mamie Gourmande라는 빵집이 있습니다. 여기 아몬드 크루아상이 정말 맛있으니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처음엔 가족과 친구로부터 떨어져 지내는 게 외로웠고, 그 뒤론 평화로운 일상이 권태롭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한국에서만 있었다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 단기로 여행을 다녀왔다면 절대 배우지 못했을 것들을 많이 얻고 돌아온 듯합니다. 무엇보다도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 인간으로서의 능력치가 많이 상승했다고 느낍니다. 네덜란드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서 행정 절차를 밟는 것에서부터 요리를 해서 끼니를 해결하고 나아가 혼자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는 것까지,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타지에서 혼자 이런저런 일들을 해나가는 것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해볼 수 있는 값진 경험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많은 경험을 해볼걸 혹은 좀 더 그 시간을 즐길걸 하는 후회는 해도 교환학생을 다녀온 것에 대해서는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쯤은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