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고등학생 때부터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새로운 문화를 배우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로 대화할 일이 많지 않은데 외국인 친구들을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며 보다 재밌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코로나 시기의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도 교환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네덜란드의 Vrije Universiteit Amsterdam 대학으로 파견되었습니다. 이 대학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심지로부터 트램 15분 거리의 Amstelveen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네덜란드 Vrije Universiteit Amsterdam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네덜란드는 국제적인 교류가 활발한 만큼 외국인에 호의적이고 전세계 각지에서 온 교환학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 플랫메이트들만 해도 유럽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다섯 대륙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친해지며 문화를 교류하며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학교 및 거주지는 스키폴 공항까지 택시로 15분, 대중교통으로도 3-40분으로 여행을 가기에 매우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기차를 탈 수 있는 Amsterdam zuid 역에도 15분이면 도착하기에 헤이그, 잔세스칸스, 잔담, 델프트 등 네덜란드 내에서 여행을 다니기도 좋습니다. Amstelveen은 치안 역시 좋은 편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메일을 잘 확인할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OIA나 VU Amsterdam incoming desk에서 오는 메일을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비자와 비슷한 개념인 거주허가증(Residence Permit)이나 Housing, Course Registration에 대한 정보가 모두 메일을 통해 공지됩니다.
그리고 블로그나 학교 홈페이지 등 인터넷 검색을 통해 현지계좌(BUNQ, ING 등), 유심(제가 갔을 때는 DUWO housing 웰컴키트에 Lebara 유심 들어있었어요! Lebara앱으로 top up해서 사용 가능합니다), IND에서 residence permit 발급받기, BSN number 받기, 교통카드 발급받기(ov chipcard), 기차 할인 (NS 구독) 등의 절차를 어느 정도 숙지하고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미리 알아보고 갈수록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거에요.
마지막으로 영드나 미드를 많이 보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외국경험이 있거나 영어에 엄청 유창한 사람이 아니라면 한국에서 배운 영어와 차이가 있어서 힘들 수 있습니다. 영국식 발음이 미국식 발음과 많이 다르기도 하고, native speaker 친구들은 정말 빠른 속도로 대화하기에 익숙해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slang을 이해하기에 미드나 영드가 많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막 없이 보거나 영어자막만 키고 보는 게 익숙해지면 소통하는데에 큰 어려움 없을 거에요 :)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IV-1. 학업
저는 Period 1에는 Amsterdam: A Historical Introduction, Robot Law and Artificial Intelligence 수업을 수강하였고, Period 2에는 Human Rights and Citizenship, Decolonizing Europe: History and Memory 수업을 수강하였습니다.
1. Amsterdam: A Historical Introduction
Amsterdam 도시의 형성과정을 다룹니다. 주 2회 수업으로 하루는 강의, 하루는 excursion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cursion에서 3명이 한 조가 되어 Amsterdam을 답사하게 되는데, 같은 조 친구들과 교류가 많기에 친해지기에 좋습니다. 매 excursion마다 assignment를 함께 작성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Assignment를 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립니다. Assignment 점수와 시험 점수로 성적이 결정됩니다.
2. Robot Law and Artificial Intelligence
로봇과 AI의 발전과 함께 대두되는 윤리적 문제 및 법적 문제를 다룹니다. 이 역시 주 2회 수업인데 하루는 강의, 하루는 학생들의 발표 및 토의로 이루어진 수업입니다. 발표는 한번밖에 하지 않고 크게 부담되지 않습니다. 시험을 보는데 모두 주관식 문제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 평가합니다.
3. Human Rights and Citizenship
이중국적, 시민권 취득 및 박탈 등 시민권과 관련된 이슈를 다룹니다. 국가 하나를 정하여 시민권 관련 질문에 대한 글을 매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그 글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여 마지막에 제출합니다. 시험은 없고 포트폴리오로 성적이 산출됩니다.
4. Decolonizing Europe: History and Memory
유럽의 탈식민화 과정을 다룹니다. 조별과제와 개인과제가 존재합니다. 조별로 주어진 reading assignment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며 토의를 이끕니다. 또한, 조별 museum analysis 과제를 위해 같이 박물관에 가고 분석문을 작성합니다. 개인과제로 책에 대한 분석문을 제출해야 합니다.
IV-2. 현지 생활
학교에 기숙사는 없으나 DUWO라는 업체에서 운영하는 건물을 학교에서 연결해줍니다. 본교 교환학생들끼리 생활한다는 점에서 거의 기숙사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한민국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green tower 혹은 red tower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저는 green tower에서 생활했습니다. Green tower은 1인실로, 개인화장실이 있고 주방만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 14명의 플랫메이트들과 주방을 공유하며 같이 요리도 하고 친해질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걸어서 30분 떨어져 있지만 트램이나 자전거를 타면 10분정도 걸립니다. 주변에 가까운 마트로는 윰보(Jumbo)와 알버트 하인(Albert Heijn)이 있습니다. 근처의 Gelderlandplein 쇼핑몰에 한일식료품점인 신라(shilla)가 있어 한국음식도 구할 수 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외국생활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가지고 왔던 저는 제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유럽은 미술, 음악 등 예술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미술사 및 유럽사를 배울 수 있었고 작품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작품이 후대의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도 생각하며 감상하기도 했고 스승과 제자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미술 작품이 줄 수 있는 깊은 감동과 울림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만 좋아했지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생각해왔는데 다양한 거장들의 작품을 보며 그 속에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화풍 및 화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에는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 및 장소도 많습니다. 보존 및 복원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였기에 수천 년 전의 건축물이나 물건들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유적지나 박물관을 통해 유럽사도 자연스레 익힐 수 있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워낙 많다보니 큐레이팅도 다 다릅니다. 어떤 곳은 미술사조별로, 어떤 곳은 연대순으로, 어떤 곳은 국가별로. 한 방향으로 가다보면 모든 공간을 둘러볼 수 있기도 했고, 여러 방으로 나뉘어져 있어 지도를 보며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각기 큐레이팅 방식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나름 재밌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거주하며 여유를 갖고 둘러볼 수 있었기에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타지생활을 해본다는 것은 정말 유익한 경험입니다. 언어가 모국어가 아닌 환경에서 문화가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accent, slang 그리고 너무나 빠른 대화에 말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계속 다시 말해달라고 하곤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한국어만큼 의미하는 바를 100% 전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말을 못 할 때마다 바보가 된 기분이 울적하기도 했지만 말하기에 앞서 듣기부터 잘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이 하는 말에 집중했습니다. 열심히 듣다보니 귀가 점점 열렸고 교환학생 후반부로 갈수록 말도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던져놓는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서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과정에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결국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한 학기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잊지 못할 추억 많이 만들고 성장해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