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2021년 대학생이 된 첫해
에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교환
프로그램이 저에겐 정말 매력적인 기회로 다가왔고, 교환학생을 다녀온 주변 친척이
나 선배들도 모두 강력하게 추천했기에 확신이 더해졌습니다. 외국 대학의 수업을 경
험해 보고, 학생 신분으로 해외에 거주해 보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꼭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Vrije Universiteit Amsterdam
에서 교환 프로그램을 이수하였습니다. 수도에 위치한 만큼 시내 중심가와 공항에 모
두 접근성이 매우 좋은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캠퍼스는 Amsterdam Zuid (South)역
근처에 위치하는데, 다소 혼잡한 시내 중심가와 달리 학교 주변은 굉장히 평화롭고
주거지가 많아 안전한 분위기였습니다. Vrije Universiteit Amsterdam은
Intenational Students가 많은 것으로 잘 알려진 학교입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매우 체계적이어서 거주허가증 신청과 같은 각종 행정절차 및 학교생활에 대한 안내
도 파견학교 측에서 메일을 통해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제가 네덜란드를 파견국가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영어가 잘 통하
는 나라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생활하면서 누군가와 소통할 때 영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네덜란드 현지인 대부분이
영어를 매우 능숙하게 구사하며 친절하게 도움을 주어서 정말 편안하게 생활했습니
다. 네덜란드는 반 고흐, 베르메르, 렘브란트, 몬드리안 등 여러 유명한 화가들의 고
향입니다. 암스테르담 시내 뿐 아니라 네덜란드 곳곳에 정말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어 문화생활을 자주 즐길 수 있습니다. 암스테르담 시내에는 운하와 보트가 발달해
있어 Canal Boat Tour을 즐길 수도 있고, 자전거가 메인 교통수단이다 보니 자전거
를 타고 시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파견 확정 후 Vrije Universiteit Amsterdam에서 주기적으로 안내 메일을
통해 출국 전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차근차근 안내해 주었습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메일을 확인해주시고, 혹시 모르니 스팸메일함도 확인하시길 추천합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파견학교의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며칠 이내로 신속하게 답장을
해주어 편리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의 주민등록증 격인 ‘Residence Permit’이라는
서류 신청도 파견학교가 안내한 대로 기한에 맞추어 요구하는 서류들을 제출하면 되
었습니다. Residence Permit은 주민등록증처럼 신분증 카드 형태로 발급되는 것인
데, 이것을 픽업하는 곳은 IND(네덜란드 이민국)입니다. 네덜란드 도착 후 최대한 빨
리 받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므로, 네덜란드 도착 예정일로부터 1주일 뒤로 예약일
을 잡아 인터넷으로 미리 픽업 신청을 했습니다. IND에 예약이 금방 차버리기 때문에
빨리 받고 싶다면 미리 서류 신청절차를 완료하고, 승인이 나자마자 바로 IND 홈페이
지에서 픽업 예약을 하시길 권합니다.
출국 전 중요한 것 또 한가지는 기숙사 신청입니다. 이 또한 파견 학교 측에
서 이메일로 자세히 안내해 주어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DUWO라는 Student
housing 업체를 통해 기숙사 신청 및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주방이나 화장실 공유
여부에 따라 여러 형태의 기숙사가 있으니 선호에 맞게 기숙사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단, 기숙사 계약금 입금 순서에 따라 기숙사 신청 날짜가 배정되니 기숙사 신청 기간
이 시작되면 최대한 일찍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구체적인 호실 선택은 마
치 수강신청처럼 선착순으로 진행되어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Vrije Universiteit의 장점 중 하나는 교환학생들이 수강 가능한 과목의 종류
와 수가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수강신청 시스템과 다르게 경쟁이 심
하지 않아 해당 과목 수강요건 (선이수 과목의 여부 등)을 충족한다면 웬만해선 신청
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학교는 한 학기가 총 3개의 Period로 나뉩니다. 제가 있었던
가을학기의 경우, 9~10월은 period 1, 11~12월은 period 2, 1~2월은 period 3입니
다. period 3는 우리나라의 계절학기처럼 필수가 아니기에 저는 period 1, 2만 신청
하였습니다. 저는 각 period 별로 2개의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Period 1>
Amsterdam: A Historical Introduction
이 수업은 교환학생들이 듣기에 매우 적합한 수업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매주 강의
1번과 답사 1번으로 총 2번의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강의에서 다룬 테마를 바탕으로
암스테르담 곳곳을 답사하며 assignment 조별과제를 하는 형태입니다. 매주 과제가
있다는 점이 때로는 부담이기도 했지만, 그 덕에 같은 조였던 스위스인 친구와 친해
질 수 있었고 암스테르담의 역사, 지리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기에 의미있었던 수업
입니다. 이 수업 덕에 암스테르담 시내에 익숙해 질 수 있었고, 시내를 다닐 때 보이
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Robot Law and Artificial Intelligence
이 과목은 변호사이신 교수님께서 로봇과 인공지능에 관련된 법 딜레마를 강의하시는
수업입니다. 로봇과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적 소재에 대해 법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수업이라 매우 새로웠던 수업입니다. 강의 이외에도 seminar session도 격주로 있었
는데, 교수님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하여 발표 및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었습
니다. 여러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며 기존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시각을 배우고, 유럽의
토론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Period 2>
Double Burden of Disease
감염성 질병과 비감염성 질병 모두에 시달리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상황을 Double
Burden of Disease라고 하며 이와 관련해 global health 관련 강의를 듣고 조별과
제를 하는 수업입니다. 조별과제인 blog post 쓰기 이외에도 개인 과제인 essay 및
팀원 feedback 등이 있어 상당히 로드가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네덜란드
현지 학생들 및 다른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함께 매주 팀플을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고, 네덜란드 현지 학생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알 수 있어 새로운 경험이었
습니다. Essay를 쓰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완성하고 보니 정말 뿌듯했고, 조교님
께서 여러 차례 피드백을 주시기 때문에 수정 해야할 부분들을 잘 고쳐나갈 수 있었
습니다.
Human Rights and Citizenship
다양한 나라들의 시민권 제도와 인권 제도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유럽에는 여러
나라가 모여 있는 만큼 다국적을 가진 친구도 많고, 부모님의 국적이 서로 다른 경우
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수업을 통해 multiple nationality, statelessness 등에 대
해 배우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과목은 특이하게 기말시험이 없는 대신 매주 제
출하는 단문 작문 과제를 모아 period가 끝날 때 portfolio로 제출하는 것이 기말시
험 대체 과제였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유럽에서 보낸 예과 마지막 학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시간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으로 유럽을 가는 것과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사는 것은 정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면서 상쾌한 아침 바람을
느끼고, 수업이 없는 날에는 암스테르담 시내의 미술관에 가거나 카페에 가서 여유를
만끽하곤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밥을 하러 공유 주방에 가면 항상 기숙사 같은 층
을 쓰는 친구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서로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소소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가거나, 아이스스케이트
를 타러 가기도 했고,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나 추수감사절 파티를 하는 등 정말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추억이 많았던 만큼 한 명 한 명 작별 선물과 편지를 주며 마
지막 인사를 할 때 정말 슬프고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유럽에 다녀온 후 제게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미소가 늘었는데요, 유
럽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서로 싱긋 웃거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습니
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어느새 저도 적응하여 항상 미소를 띠고 다니게 되었습니
다. 그리고 미술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에 가기 전에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는 것에 큰 흥미가 없었는데, 유럽에서 정말 많은 미술관을 다니며 작품을 감상하
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도 생기고, 미술관에서 보내는 그 여유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2의 ‘Home City’가 생겼습니다. 귀국해서 본가가 있는 도시에 오자마
자 “아, 집이구나!”라고 느꼈는데, 먼 훗날 암스테르담에 또 가게 된다면 비슷한 감정
을 느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