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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심O연_University of Bonn_2022년도 제1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25 April 2023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원래는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는데, 친한 친구가 미국으로 1학기 교
환학생을 다녀온 후 너무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강력하게 추천해서 참가하게 되었습
니다. 전공어를 활용하고 싶어 관련이 있는 독일을 선택했고, 이왕 가는 것 길게 다
녀오자 싶어 1년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옛 서독 지역의 수도인 독일 본의 Bonn University로 파견되었습니다. 본은
중앙역을 기준으로 쾰른에서 약 30분, 뒤셀도르프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Nordrhein-Westfalen 주의 도시입니다. 소도시 치고는 중간 이상의 규모이면서 손
꼽히는 대도시들과도 인접해 있기 때문에 생활 면에서 편리한 부분이 많은 지역입니
다. 라인 강변에 있기 때문에 도시 중심부 어디서든 라인 강으로 가기도 편합니다.
개인적으로 본 대학교는 교환학생 지원이 평균 이상으로 잘 되어 있는 학교라고 생
각합니다. 먼저 수업 면에서, 본 대학교에서는 International Office에서 여는 교환학
생 대상의 독일어 수업이나 영어 진행 수업이 따로 있습니다. 이런 수업들은 퀄리티
가 좋고 거의 대부분 완전 무료지만 학점인정이 가능한지는 미리 과사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일반 대학 수업도 물론 참여 가능합니다. 또한 수업 외적으로도 교환학생 대
상의 친목 활동을 많이 지원해준다고 느꼈습니다. 학교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식적인
활동도 있지만, 그보다도 International Office 산하의 International Club이나 ESN
등의 학생단체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친목행사를 자주 열어 줍니다.
매주 2~3번은 반드시 누구나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한국에서 미리 받아 가는 방법과 독일에서 신청해서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비자를 받아 가면 초기에 불안정함을 훨씬 덜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비자의 전제조건인 독일 은행 계좌를 여는 과정에서, 입국 3개월
내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세 군데의 은행에서 비자가 없어 퇴
짜를 맞았습니다. 비자를 위해 당장 계좌가 필요한데 계좌를 열려면 비자가 필요
한 모순... 결국 인터넷 은행인 N26에 가입해 해결했습니다. 또 미리 비자가 있으
면 초기에 거북이보다도 더 느린 독일 행정 처리에 마음 졸이며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있고요. 하지만 저는 1년 파견이라 한국에서 비자를 받아 가도 어차피 한
번 갱신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에 그냥 독일에서 신청해서 받았습니다. 3월
파견기간 2022-1
2022-2 교환학생
귀국 보고서
학 번 2019-16169
파견국가 독일 소 속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파견대학 Bonn
University 성 명 심하연
- 2 -
초에 도착 후 요건을 맞춰 신청했고 , 거의 3달쯤 후인 5월 말에 수령한 걸로 기
억합니다.
- 슈페어콘토: 비자를 언제 받든 관계없이 결국 슈페어콘토는 필요했습니다. 저는
입국 시 필요한 보험도 함께 묶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미리 한국에서 슈페어콘토
를 만들고 갔습니다. Expatrio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비자, 보험, 국제학생증을 한
번에 처리했는데 추천합니다. 수수료도 크지 않고 머리 아픈 일이 절반은 줄어듭
니다.
- 수강신청, 버디 프로그램 신청 등: 교환프로그램 참가가 확정되면 2월(여름학기는
8월) 중에 줌으로 영어 오티가 있는데 거기서 모든 걸 설명해주십니다. 오티를 듣
고 나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 없으니 미리부터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티 전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본 대학교 홈페이지에 대부분의 정보가 잘
설명되어 있고, 필요시 연락해 볼 수 있는 담당자 이메일 주소도 잘 나와 있습니
다.
- 서류 준비물: 제가 한국에서 챙겨갔고 한 번이라도 활용도가 있었던 서류들은 다
음과 같습니다. Expatrio에서 발급해 준 슈페어콘토 증명서/학기 전 여행자보험
증명서/학생공보험 증명서, 개인책임보험 증명서(열쇠 분실 등 대비, 선택사항),
영문예방접종 확인서, 괴테 B1합격증, 본 대학교 입학허가서, 여권 사본, 기숙사
비 송금확인증(입국 시 독일 내 거주지가 있다고 증명해야 할 수 있음), 여권 사
진 여러 장. 모든 걸 큰 파일 하나에 담아서 들고 갔습니다. 저는 불안감에 이 외
에도 많은 서류를 챙겼었는데 필요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외에는 한국
폰 없이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공동인증서와 아이핀, 환전한 현금, 해외 사용이
가능한 체크카드 등을 신경 써서 챙겨주세요.
- 이 외 준비물: 블로그 등 많은 곳에서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여기서는 예
상치 못하게 필요했거나 불필요했던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공기계를 하나
가져가시면 유용합니다. 저는 한국번호를 장기일시정지하고 갔는데 한 번씩 잠깐
잠깐 정지를 풀어가면서 본인인증 등에 써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 때 공기계에
한국유심, 메인폰에 독일 유심을 넣어두면 정말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핸드폰이
망가지거나 잃어버렸을 때 스페어가 되기도 하고요. 또 몸에 딱 달라붙는 부드러
운 힙쌕을 다이소에서 하나 사 가시면 여행 다닐 때 여권이나 비자, 열쇠 등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걸 항상 메고 있기 편합니다.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에어목
베개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저는 여행 시 정말정말 편했고 좋았습니다. 독일은 생
각보다 정말 큰 나라입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기차를 5, 6시간씩 타는 일이
꽤 흔한데 에어목베개 최고입니다. 옷은 저는 전부 다 가서 살 생각으로 상의 다
섯 벌 정도에 하의 두 벌, 외투 하나 신발 하나 가져갔고 잘 살고 왔습니다. 하지
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한국 옷을 좀 챙겨오시는 게 본인의 행복에 도
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바지만은 반드시 한국에서 사 오시는 게 좋습니
다. 신체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기장이 맞는 바지를 찾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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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년 동안 제 체형과 기장에 1 모두 맞는 바지를 딱 한 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크롭 기장이라고 쓰인 걸 샀는데 롱하게 딱 맞더라고요. 꼭 한국에서 바지를 사
오세요. 자기에게 맞는 기초화장품과 피부약 등은 미리 처방받아 가져오시면 좋습
니다. 자기 몸에 맞는 상비약도 몇 개 던져 넣어 가져오시고요.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 도착 후 행정처리(안멜둥, 비자, 은행 등): 역시 많은 블로그에서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도착하시면 안멜둥 하고, 은행은 그냥 N26이나 VIVID 같은 열기 쉬운
인터넷 은행 하나 여시고, 바로 비자 신청해서 비자 받으시면 제일 중요한 일들은
끝납니다. 여기까지 두세 달 소요될 수 있습니다. 항상 우편함!!을 매일매일 확인
하세요. 독일은 중요한 서류는 반드시 우편으로 옵니다. 1년 계실 거고 여행을 많
이 다니실 거라면 Deutsche Bahn의 Bahncard25 또는 Bahncard50을 사시면
할인을 많이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생활: 아무래도 독일인 친구보다는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는 일이 많
은 것 같습니다. 애초에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주로 International
Office나 학생단체에서 열어주는 외국인 학생 대상 행사들이라, 대부분 유럽 내의
다른 나라나 다른 대륙에서 교환을 온 학생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우리와 마찬가
지로 새로운 환경에 막 와서 새 친구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니, 제발 긴장하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인생의 친구들을 만
날 수 있습니다. 3, 4월(9, 10월)의 행사에는 가능한 대부분 참석하세요. 새 학기
의 시작이라 모두 새 친구들을 찾는 타이밍으로, 이때 얻은 친구들이 대부분 마지
막까지 가장 친했습니다. 참고로 외국인 학생이 대부분인 만큼 독일어보다는 영어
소통이 절대적으로 많았는데, 이건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할 것 같습니다.
개인에 따라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독일 어느 대학을 가도 상황이 크게 다를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여행: 제발 많이 다니세요. 한국인 친구들도 정말 좋지만 외국인 친구들이랑도 많
이 많이 여행 가시구요. 저는 대부분의 문화충격과 긍정적인 ‘다름’의 경험은 외국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에서 얻은 것 같습니다. Bonn이 속해있는 NRW 주는 큰 도
시가 많아서 여행 다니기 좋은 주예요. 학생증을 이용해 교통비 없이 무료로 다닐
수 있는 NRW 내에서는 쾰른, 뒤셀도르프, 아헨이 만만하고, 네덜란드나 벨기에
언저리는 잘 알아보면 버스나 기차로 굉장히 싸게 다닐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쾰른/본 공항에서 초저가 항공인 라이언에어가 많은 도시로 취항합니다. 조금만
알아보시면 놀랍게 싼 가격에 먼 나라도 쉽게 다녀올 수 있으니 기회를 잘 활용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 음식: 본에도 꽤 규모가 있는 아시아마켓이 곳곳에 있어서 기본적인 건 다
살 수 있습니다. 기차 1시간 거리인 뒤셀도르프에는 아예 큰 하나로마트가 있어
서, 반찬도 팔고 떡도 팔고 대부분의 한국 음식을 팔아요. 너무너무 한국 음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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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 때는 뒤셀도르프로 가세요. 한국음식도 많고 오는 길에 마트에서 장까지
봐오면 마음이 든든해져요.
- 인종차별: 이 부분을 하나의 섹션으로 구성하기는 싫었지만... 쓰는 게 맞는 것 같
아요. 제 교환 생활의 정말 커다란 한 부분이었고, 많은 후기에서 교환 생활의 좋
은 부분만 강조하기 때문에 제가 충분히 대비되어 있지 않았던 부분 같거든요. 개
인마다 그리고 파견 학기마다 체감하는 바는 다를 수 있지만, 제 기준 인종차별
심했습니다. 캠퍼스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차별이든 나쁘다는 것을
충분히 교육받은 사람들이고 대부분 열려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수업 들으면서나
친구들이랑 친해지면서 겪을 일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냥 길거리를 걸
을 때나 여행을 갔을 때, 가게에 들어갔을 때 등등 대학 건물을 벗어나면 일상적
으로 ‘니하오’, ‘곤니찌와’, ‘칭챙총’ 등을 외치며 눈을 찢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
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휘파람을 불거나 chinese beauty 어쩌고 하며 따라오는
사람도 절대 아주 드물지는 않고요. 가끔 가게에서 점원이 제 주문만 무시하고 못
들은 척 하기도 했습니다. 첫 학기에는 도시에 아시안이 드물었어서 정말 이삼일
에 한 번씩 당했는데, 두 번째 학기에는 코로나가 풀리면서 아시안 비율이 많이
늘어서인지 일주일에 한 번쯤 당했던 것 같아요. 이게 별 거는 아닌데 계속 쌓이
는 거다 보니 나중에는 길거리를 그냥 걸어다닐 때도 언제 인종차별을 당할까 스
스로 불안해하면서 레이더를 세우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런 일상의 피로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잊을 만하면 올라왔습니다. 사람마다 학기 당 한두 번 정도는
큰일도 일어났었고요. 제 경우에는 눈 오던 겨울날 지나가던 백인 남자 네댓 명이
그냥 걸어가던 저한테 주먹만한 눈덩이를 던져댄 일, 눈을 찢으며 곤니찌와를 외
치기에 욕을 했더니 중동계 남자 두 명이 때리려고 쫓아오던 일 등이 생각나네요.
제 경우에는 파견 8개월이 넘어가던 시점부터 인종차별이 저를 정말 힘들게 했
습니다. 그 전까지는 경미한 길거리 인종차별에는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거나 무시
할 수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특별히 심각한 계기가 있었던 게 아님에도 작은
것들이 계속해서 쌓이면서 심한 우울이 왔었던 것 같아요. 조기 귀국을 심각하게
고려하며 한국행 비행기 표를 매일매일 검색할 정도였어요. 처음으로 사회적 소수
자로 살아 보면서 정말 사회에서 배제당하는 느낌이 들었고, 나가면 또 사람들이
나한테 그런 행동을 할 거라는 근거 없는 두려움에 기숙사 문 밖에 나가는 게 무
서운 날도 있었습니다.
거기서 사귄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파견되어 있던 한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저
는 깊은 우울이나 공포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감정을 털어놓고 공감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었어요.
하지만, 만약 제가 좋은 일과 기대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각오를 하고,
이런 일까지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진지하게 숙고해 본 후 교환학생을 갔었더라면
이보다 조금 덜 힘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즐거운 일
로 가득 채워도 모자란 교환 수기에 굳이 길게 우울한 이야기를 쓴 것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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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저는 교환학생 자체는 정말 . 망설임 없이 100퍼센트 추천합니다. 나쁜 경험보
다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 10배는 더 많아요. 그치만 어두운 부분까지도 미리 알고
가면 더 즐겁고 더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다녀오면서 내면적으로 꽤 많은 부분이 변한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평생 만날 거라고, 아니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친한 친구가 되었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차이와 너무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
차이를 경험했고, 아시안 여성이자 외국인 학생으로서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체험했
습니다. 스스로의 생각을 더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전보다 적극적이고
친화력 좋은 사람이 되었어요. 힘든 일이 없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그런 경험
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교환학생을 간 것은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너
무 진부한 수기글이 아니었기를 바라고, 교환학생을 강하게 추천 드리면서 이만 줄이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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