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항상 교환학생에 대한 막연한 갈망이 있었고, 팬데믹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은 학번이나 학과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학부 시절 동안 더 많은 다양성을 접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존재했습니다. 실습을 통해 제 주전공인 간호학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정립하면서 사회학을 부전공하기로 결심하였고, 좀 더 넓은 세상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꼭 해보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파견된 LMU(Ludwig-Maximmilians-Universität München, 혹은 University of Munich)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주도인 뮌헨에 위치한 대학입니다. 1472년에 개교한 이래로 LMU는 유럽 내외의 대학들과 활발한 교류를 맺고 있으며 인문사회학뿐만 아니라 공학과 의학 등의 과학분야 또한 발달한 대학입니다. 뮌헨 또한 독일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로 그 유명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지역입니다. 제가 생활해본 결과 뮌헨은 유럽의 그 어느 도시보다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고 쾌적하고 안전하며, 옥토버페스트, 크리스마스마켓, 카니발 등으로 활발하면서도 또 잔잔한 매력을 갖춘 다채로운 도시입니다. 참고로 뮌헨에 한국인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이 생각 외로 많았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독일이 생활물가가 저렴하므로 크게 신경써서 준비해야 할 것은 없어보입니다만, 비자는 꼭 받아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파견된 22학년도 2학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이 대거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뮌헨 현지에서의 비자 발급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Termin을 잡기도 힘들고, 간신히 잡더라도 임시비자만 발급해주며, 본 비자를 발급할 때 즈음이 되면 파견이 끝나는 시점이었습니다. 본 비자가 겨우 나오더라도 이를 택배로 배달해주는데, 독일의 택배는 사람이 안에 있어도 부재중이라며 반송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굉장히 받기가 어렵습니다. 쉥겐 조약에 따른 기간이 끝나도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비자를 받아오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고, 비자가 없으면 독일을 떠날 수 없어 계획해둔 여행을 취소해야하기도 했습니다. 귀찮으시겠지만 비자는 꼭 받아오시는걸 추천합니다. 주한독일대사관에서 비자를 신청한 후 실제로 발급되기까지는 4주정도 소요되니, 출국 시기를 잘 고려하셔서 비자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비자를 신청하면 여권을 대사관에서 가져가므로, 출국일 전에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수수료를 따로 내고 비자신청을 취소해 여권을 받아야합니다. 저는 7월 초에 대사관에서 비자를 신청했고, 8월 초에 받아서 8월 말에 출국했습니다. 비자신청 또한 주한독일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termin을 신청해야 하는데, 이 또한 널널하지 않아서 3개월 정도 전부터 미리미리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학업
저는 부전공인 사회학과로 파견되어 총합 27 ECTs인 네 개의 수업을 수강하였습니다. 독일어 수업을 듣기를 희망할 경우 기준 이상의 자격이 필요한데, 저는 독일어를 못해서 영어로만 수업을 들었습니다. 특히 사회학과는 유럽의 erasmus 학생들이 굉장히 많고 교수님들 또한 영미권 분들이 많으셔서 학부 수업 중 영어 수업이 다수 있었으나, 이는 과마다 다른 듯하니 소속 학과의 영어강의목록이 충분히 있는지 미리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사회학과의 영어 수업은 모두 seminar 형태라서 시험은 치지 않았고, 특이하게도 독일은 출결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학생의 자율에 맡기므로 대부분 30000자 정도의 final essay로만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Seminar는 reading이 필수적이며, 교수님의 주도 하에 학생들의 발표와 활발한 토론으로 진행됩니다.
2) 언어
저는 독어를 전혀 못해서 9월 한달 동안 교환학생 대상 독일어 랭귀지 코스를 수강하였는데요, 결론적으로 식당이나 마트에서의 주문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으나 한달 가량의 단기간 동안 매일매일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언어를 흡수하려니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독일어 향상 자체에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같은 클래스 학생들과 옥토버페스트도 함께 가는 등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독일어 향상이 목표라면 다른 방법을 추천드리고, 어차피 10월 중순이 개강이니 9월에 적응도 하고 친구도 사귈 겸 수강하겠다 하시면 본 랭귀지 코스 들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치만 독어를 전혀 못하셔도, 혹은 저처럼 기본밖에 모르셔도 학업이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있지 않으니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덜으셨으면 좋겠습니다:)
3) 주거
LMU의 가장 큰 장점은 기숙사입니다. 뮌헨은 과거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도시로 당시 만들었던 올림픽 공원 내의 선수촌을 학생기숙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Olympiapark 내에 있는 기숙사를 Olydorf라고 하며, 여기에는 아파트형인 Hochhaus와 복층 단독주택형인 Bungalow 형태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좀 떨어진 지역에 Flat 형태로 주방과 거실을 공유하는 기숙사가 있으나 대부분의 LMU 학생들이 Olydorf의 두 형태 기숙사에 거주하였습니다. 저는 단독 주택형인 Bungalow에서 살았는데, 1층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고 2층에는 침실과 책상, 테라스가 있어 정말 만족하였습니다. 영미권에 비해 기숙사비가 한달에 50만원대 정도로 매우 저렴한데다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 만족도가 컸습니다. 도보 5분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어 LMU 본관까지 20분 정도면 갈 수 있고, 가장 번화가인 시청사까지는 25분 내로 갈 수 있습니다. 큰 호수가 있는 공원 내에 위치해 있으므로 언제든 공원으로 피크닉을 갈 수 있고, 공원 내에 있는 멋진 올림픽 수영장을 한학기에 15유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원에 TUM(뮌헨 공대)의 체육캠퍼스가 있어서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수업들(필라테스, 테니스, 펜싱, 피트니스, 탁구, 유도 등등)에도 무료나 저렴한 가격에 수강할 수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ZHS 홈페이지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또한 olydorf 내 기숙사 학생회가 정말 다양한 행사와 파티를 주최하고, 단체 여행을 모집하기도 하며, whatsapp을 통해 중고마켓, 학생회활동 등을 활발히 하니 채팅방에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처음에 중고마켓 채팅방의 존재를 모르고 살림살이를 모두 새로 장만해서 돈이 꽤나 들었는데, 기숙사 입주 즈음에 정말 많은 물량이 싸게 올라오니 여기서 구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교통
뮌헨은 기본적으로 교통요금이 비쌉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할인된 가격의 교통표를 제공하는데, 이는 한 학기동안(6개월가량) M존부터 6존까지의 모든 곳을 갈 수 있는 semester ticket입니다. 지하철역에 있는 모든 기게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학생번호인 matrikelnumber를 입력하고 살 수 있으나 이는 enrollment가 끝나는 10월 중순에야 가능하니 (겨울학기 기준) 9월에는 어쩔 수 없이 한달권을 따로 사서 다니셔야 합니다. 검표 시에는 semester ticket과 학생증을 함께 제시해야 하며, 뮌헨은 사복 직원이 드물긴 하지만 불시에 검표를 하므로 항상 소지하실 것을 권장드립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이렇게 단숨에 길어진 것을 보니, 제가 뮌헨에서의 시간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뮌헨에서 보낸 6개월의 시간보다 제 삶이 다채로웠던 적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함과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뮌헨에서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공부를 했고, 다양한 공존과 연대의 장에서 함께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크나큰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대다수의 친구들이 취업을 하는 4학년에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맞을지 정말 많이 망설이다 정규 모집을 놓치고 추가 모집에 지원해 출국하는 순간까지도 이게 맞나, 고민했었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한없이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모쪼록 좋은 선택하셔서 새로운 많은 것들을 사랑하게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