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미국에서의 박사과정을 위한 유학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미국의 생활 문화와 학교 운영을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했습니다. 미국 동북부의 Boston College와 Drexel University가 제가 지망하는 학교들에 가장 가까워 신청하였고, Drexel에 합격하여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4개월간 생활 후 귀국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는 워싱턴과 뉴욕 사이에 위치해 여행(특히 철도여행)을 위한 교통편이 아주 편리합니다. Drexel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UPenn과 함께 필라델피아의 중심부 지역 중 하나인 “University City”에 위치해 있는데요, 시청과 높은 빌딩들이 솟아 있는 필라델피아의 중심 Center City와는 Schuylkill River를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교통카드와 비슷하게, 펜실베이니아 주의 철도, 버스, 트롤리 등을 연결하는 SEPTA 카드에 금액을 충전하면 필라델피아의 이곳저곳을 쉽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University City”를 UPenn과 함께 구성하고 있는 Drexel은 19세기에 설립된 사립 대학입니다. 직접 생활해 본 바에 따르면 Drexel은, 전통적인 학업이나 연구를 중시하는 UPenn에 비해 체육과 예술, 헬스케어 등을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극, 음악산업, 영화, 극작 등 다양한 전공이 있었고 학생들 역시 다양성과 개성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서울대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연극과 같은 전공에 관심이 있으시고 다양한 문화권의 학생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것이 목표시라면, Drexel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영어 Drexel은 교환학생을 모집하는 다른 미국 대학에 비해 영어성적 기준이 높지 않은 편입니다. 지원 전에 국제협력본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어 성적 기준을 맞추면 추가적으로 대학 측에서 요구하는 언어기준은 없습니다.
예방접종 자료 출국 전에 저를 가장 번거롭게 했던 것은 학교 측에서 제시하는 Immunization Form을 완성해서 학교 홈페이지에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기수첩, 예방접종관리 홈페이지 등을 모두 동원해서 여러 질병들에 대한 예방접종 완료 사실을 학교 측에서 제공한 서식에 따라 증명해야 합니다. 이때 의사 선생님의 서명과 면허 번호 등을 함께 입력해야 해서, 저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모 내과에서 모든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대학병원과 같은 큰 병원에서도 이 과정을 진행하지만, 시간이 일주일 내외 정도로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Form이 전달된 직후부터 관련 과정을 진행하시면 출국 직전에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자 미국 대사관에 비용을 지불하고 인터뷰 뒤 여권에 VISA를 부착받아야 미국에서 입국 심사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일정에 대기 인원이 많은 편이라, 일찍 인터뷰 신청을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터뷰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Drexel로 특정 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떠난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이번이 몇 번째 미국 방문인지 등을 확인하는 등의 간단한 절차로 완료됩니다. 대기인원이 많을 경우 대사관 바깥에서 기다려야 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 코로나가 끝난 직후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보니 재학생이 몰려 학교 측 기숙사에서 저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 학기에 서울대학교에서 파견된 학생들은 모두 Drexel과 제휴 관계에 있는 여러 거주 시설 중, The Summit 에서 생활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모든 계약 과정과 결제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100만원이 넘는 월세를 지불해야 했지만, 전반적인 위치와 시설 모두 만족했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저는 4개의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United States History to 1815 (Toni Pitock) 관심 분야인 역사학과의 201 전공 수업입니다. 리딩 과제의 분량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한 교수님의 과목이었는데, 미국에서 미국의 역사를 공부하면 힘들어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청했습니다. 일주일에 2번 있는 매 수업 전에 각 테마와 관련된 단행본 1챕터(20~30페이지) 정도의 읽기과제를 읽고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Discussion Preparation을 제출해야 하며, 매 수업에서는 해당 내용을 토대로 group discussion을 진행합니다. 학기 전반에 걸쳐 중간/기말 과제로 책 두 권에 대한 서평 에세이와, 사료를 분석하는 Primary Source Analysis를 두 번 제출해야 합니다. 기말고사는 전체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테마에 따라 연결해 서술하는 에세이 과제였습니다. “인종”이나 Native American, 정치사상 등 현대의 미국을 관통하는 주제들이 어떻게 발흥했는지를 깊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Technology in Historical Perspective (Lloyd Ackert) 역사학과의 285 전공 수업입니다. 과학혁명기부터 현대의 세계화 경향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교차를 10개의 테마로 살펴보는 기술사 개론 수업이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교수님의 강의와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 자료 감상 시간이 있었고, 학생들은 영상 자료에 대한 Discussion Card를 작성해 그 내용을 교실 안에서 토론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매주 부여되는 기술사 논문을 따로 읽고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해 에세이로 제출하는 Weekly Response로 평가가 진행되었습니다. 총 10개의 Response paper 중 가장 점수가 높은 9개의 에세이 성적을 합산하여 최종 성적을 부여받았습니다. 원자폭탄, 맥도날드, 오토맷Automat, 에디슨, 9/11 테러 등 미국사의 여러 주요 사건들과 기술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어 미국이라는 나라를 조금 더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Introduction to Cultural Diversity (Greg Lang) 인류학 101 개론 수업입니다. 민족지, 권력, 젠더, 인종, 예술 등 인류학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들을 다큐멘터리와 논문들로 개괄했습니다. 평가는 객관식 문항에 답하는 온라인 퀴즈 3회로 진행되었습니다. 개론 수업인 만큼 정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했는데, 교수님의 중재 하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의 학생들이 직접 겪은 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Korean-American 친구의 문화적 정체성에 관한 고민, 저의 군 생활을 공유한 시간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Theatre Performance Ensemble (Brett Robinson) 연극학과에서 열린 연극 만들기 수업입니다. 이번 학기 수업에서는 지난 학기에 이어 특정 주제를 위한 연극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대본을 직접 써 보이스 액팅을 해 보았습니다. (다음 학기에 이 대본으로 교내 소극장에서 연극을 올릴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University City”가 생기기 전에 해당 지역에 거주하던 집단 “Black Bottom”은 Drexel과 UPenn의 확장으로 인해 살 공간을 잃게 되었는데, 이 공연의 주제는 “Black Bottom”을 대하는 Drexel 학생들의 생각입니다. (현재도 Drexel 중심의 공원에서는 매주 활동가들의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외국인 신분인데다 영어 구사가 완벽하지 않아 즉흥적인 대본 구상에 큰 기여를 하지는 못했지만, 대사가 적은 행동연기를 고안하거나 미국인 친구들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나누며 영어로 연기해 볼 수 있었습니다.
현지 생활:
여행 학기 중에는 읽기과제를 해결하느라 많은 여행을 떠나지 못했지만, 학기 전후로 미국 동북부 곳곳을 여행하기에 필라델피아는 아주 좋은 지역입니다. 워싱턴 DC — 필라델피아 — 뉴욕 — 뉴헤이븐 — 보스턴까지 Amtrak 기차가 운행하고 있고, megabus 등의 저가 버스도 학교 근처에서 탈 수 있습니다. 학교 바로 옆에 거대한 30th street station이 있어, 기차를 타는 것이 특히 편리합니다. (물론 한국의 철도에 비해 가격은 비싼 편입니다.)
식생활 직접 요리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걸리게 됩니다. 물가가 한국에 비해 비싼데다, 주에서 부과하는 세금에 더불어 20% 정도의 팁까지 계산해야 해서 한국에서 한 끼 외식하는 가격의 2배 정도가 미국의 한 끼 외식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캠퍼스 안에 있는 Wawa나 GIANT Heirloom 등의 식료품점에서 요리 재료를 구매하고, 미국 식료품점에서는 살 수 없는 한식 재료는 69th Station 근처에 있는 H마트에서 구매해 이용했습니다.
인간관계 Drexel은 서울대학교만큼 큰 학교는 아니라서, 동아리 활동이 아주 활발하지는 않다고 느꼈습니다. 대신 학교 안에 다양한 예술 전공이 있고, 그 분야 수업을 들으면 재학생들과 직접 창조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많습니다. 새터나 교환학생 전체 모임과 같은 단체 행사는 거의 없기 때문에 독립적인 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도 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좌충우돌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인간관계와 생활들을 꾸려 나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은지 깊이 고민할 수 있었고, 진로도 훨씬 구체화되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생활을 오래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멋진 4개월을 보내게 해 주신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에 감사드립니다.
위의 내용으로 본부 국외파견 교환학생 의무 사항인 수학 후기를 제출합니다.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에서 이를 OIA 홈페이지 게시 등 정보 공유 및 학생 안내, 홍보 등으로 활용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제출일자
2023년 1월 10일
지원자*
공 일 환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