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어릴 적 언니들이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일찍이 교환 프로그램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고자 하는 국가 또한 미국으로 확고했는데요, 익히 알려진 나라인 미국에 저희 가족에서 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부푼 마음을 안고 미국에 있는 세 개의 학교에 지원하였고, 최종적으로 Purdue University(이하 퍼듀대학교)에 선발되어 파견가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파견된 퍼듀대학교는 미국 인디애나 주 웨스트라피엣 시에 위치한 학교로, 공대 및 농대가 유명한 명문 주립 대학교입니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졸업한 학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항공운항과가 있는 것이 큰 특징으로, 밤낮으로 캠퍼스 내에 비행기가 떠다니는 낭만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한편, 시골 지역이라 캠퍼스 내부 및 주변이 매우 조용하고 한적합니다. 웨스트라피엣 시를 벗어나면 한동안 광활한 옥수수밭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큰 도시로 시카고가 있지만, 차로 3시간이 걸려 막 가까운 위치는 아닙니다. 평생을 서울에서 보낸 저로서는 캠퍼스 내의 한가함에 매우 힐링을 받았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미국은 입국이 매우 까다로운 국가인 만큼, 출국 전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제일 먼저 마주한 일은 수강신청 및 기숙사 신청입니다. 학생 수가 많아서 그런지 퍼듀대학교는 수강신청 및 기숙사 신청을 그 전 학기 중반 즈음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합니다. 신청 사이트 및 절차는 해당 대학의 교환학생 관리 담당 advisor께서 친절히 이메일로 알려주시기 때문에 메일이 오기까지 차분히 기다리시면 됩니다. 주요 공지사항을 전달받는 것뿐만 아니라 문의사항 논의를 항상 advisor와 함께하게 되기 때문에 초반에 인사 잘 나누시고 메일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미국은 시기를 놓치면 late fee를 내는 등 시간 및 규칙 준수에 매우 엄격함을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수강과목은 소신껏 고르시면 되는데, 우리 학교와 마찬가지로 선착순이기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다 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학기 시작 후 첫 1~2주는 수강신청변경이 가능하기에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등록 기준에 부합하는 학점에 맞게 채워 넣으시면 됩니다. 또한, 수강과목 중에는 선이수과목 필요 혹은 언어능력 검증 등의 이유로 제한이 걸려있는 것들이 있는데, advisor께 상황을 전하고 제한 해제를 요청하시면 됩니다.
기숙사 신청을 할 때 에어컨 존재 여부, 룸메이트 수 등에 따라 12가지를 1순위부터 12순위까지 나열하도록 되어있는데, 딱히 선호도가 결과에 반영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원할 때까지만 해도 룸메이트가 많아야 더 쉽게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3~4인실의 방을 우선순위에 두었는데, Hawkins 건물 2인실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룸메이트와 생길 갈등도 적고, 에어컨까지 있어서 굉장히 좋은 숙소였다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에 12가지에 기숙사 건물 종류가 나와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기숙사별 평판은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시면 구글에 검색하여 답을 구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메일로 공지되는 것과 별개로 꼭 미리 해두셨으면 하는 것은 여권 만료 기간 확인 및 필요시 여권 재발급, 그리고 퍼듀대학교에서 요구하는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하는 것입니다. 저는 코로나 시기 동안 외국에 나갈 일이 없다보니 넋을 놓고 있다가 여권이 만료된 것을 뒤늦게 깨닫고 재발급을 부랴부랴 했습니다. 여권이 있어야 비자 신청을 할 수 있고, 비자 인터뷰도 예약해야 하고, 비자 발급이 완료된 후에야 출국일을 정하고 비행기표를 예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만큼 미리미리 스텝을 밟으시기 바랍니다. 학기도 챙겨야 하다 보니 몰아서 하면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퍼듀대학교에서 요구하는 백신 접종이 있는데, 저의 경우 오랜 기간 접종받지 않은 것이 많아 출국 전 한 달 안에 백신을 세 종류나 맞았습니다. 한 학기 있는 학생들은 굳이 안 맞아도 된다는 말들을 좀 들었지만 아예 미국 입국 조건에 걸릴 수도 있으니 웬만하면 해결해두는 편을 추천 드립니다.
출국 하실 때는 비자 원본, 신분증 분실을 대비한 여권 및 민증 사본, 코로나 백신 접종 확인서나 PCR 음성 확인서 등 중요 서류를 모두 A4 파일에 챙겨 가시고, 모두 폰에 pdf 파일로도 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미국은 팔 것을 다 파는 큰 나라이니 짐은 정말 최대한 가볍게 가져가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저의 경우 걱정이 앞서 이것저것 많이 챙겼다가 안 쓰고 도로 가져온 화장품 및 약이 많아 괜히 고생을 했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퍼듀에서의 전공은 제가 수강신청한 과목을 보고 advisor분께서 알아서 지정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 Discrete Mathematics와 Financial Mathematics의 수학 과목 2개와 경영 과목 2개를 신청해서 수학 전공으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경영 수업은 전혀 알아듣지 못해 두 수업 다 첫 주에 드랍하였고, 그 대체로 Japanese 수업과 Music Appreciation 수업을 넣어 의도치 않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들만 한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서울대학교에 비하여 과제나 시험이 매우 쉽습니다. 수학은 특히 그렇습니다. 또한, 우리 학교와 달리 과제가 매우 빈번합니다. 처음에는 놀라실 수 있는데, 그만큼 과제 각각의 난이도가 비교적 낮아 부담이 크지 않으며, 본인도 모르게 매 수업을 복습하게 되어 시험 대비가 매우 수월해집니다. 게다가 퍼듀대학교는 가장 못한 과제 성적을 drop하는 등 학생을 위한 인간적인 평가방식이 잘 적용되어 있습니다.
저는 성적이 장학금에 크게 영향을 미쳐 학기 초 안전하게 전 과목 평가방식을 모두 Pass/Non Pass로 변경했는데요, 실제로는 모두 A+ 혹은 A가 나올 성과를 거둬서 후회를 했습니다. 퍼듀대학교의 경우 교환학생은 모든 과목 평가방식을 Pass/Non Pass로 바꿀 수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딱히 추천 드리지는 않습니다. 평가방식을 변경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에 마감일을 정확히 확인하신 뒤, 그 때까지 수업 상황을 보고 advisor와 최종결정을 하시는 것을 가장 추천 드립니다. 저는 advisor께 재변경을 여쭤보는 것이 눈치 보여 제때 문의 드리지 못하였는데, 여러분은 꼭 advisor를 잘 활용해주셨으면 합니다. 눈치를 보실 이유가 전혀 없고, 도움이 되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시는 분들입니다.
저는 영어 회화 연습도 없이, TOEFL 공부를 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바로 미국을 향했습니다. 퍼듀대학교에는 BGR이라는 신입생환영회가 있는데, 그보다 약 2주전에 한국을 떠 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여행을 했습니다. 혼자라서 외롭기도 하고, 원어민들과 영어로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보니 처음에는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괜한 실수를 할까봐 어디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대본을 생각해두고 들어가거나, 마트에서 끼니를 사와 숙소에서 먹는 등 최대한 만남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날이 지나가고, 학교생활도 해보고, 도중에 미국 이곳저곳을 여행도 해보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인종차별 같은 것을 하지 않고 영어를 잘 못하는 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교내 학생들은 무조건 이해를 해주고, 먼 외국에서 온 걸 오히려 신기하고 대단하게 여겨주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BGR, 단과대 멘토링, 동아리, 기숙사 행사 등 학교에 가보면 세계 각국의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굉장히 많습니다. 저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결론적으로는 자연대 멘토링 멘토와 룸메이트, 이렇게 두 명과 매우 가까워졌습니다. 멘토링 활동이 매주 1~2회 정도 있어 멘토와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나중에는 개인적으로 만나 같이 유명 bar들도 탐방하고 멘토의 차를 타고 캠퍼스 밖 맛집 탐방을 하기도 했습니다. 룸메이트의 경우 운이 좋게도 굉장히 배려심이 깊고 잘 베풀어주는 친구를 만나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Thanksgiving 연휴 약 1주일간 룸메이트 집에 초대를 받아 전통음식 요리부터 대가족 맞이까지 찐 미국생활을 경험해보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는 본인의 관심과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한 가지 추천을 해드리자면, 퍼듀는 시내와 굉장히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차가 있는 친구를 한 명쯤 사귀어두는 것이 삶의 질을 바꿔줄 것입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운 좋게 연세대학교에서 파견된 두 명의 학우들과 연락이 닿아 준비과정이 조금 수월했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한 명만 파견되다 보니 준비과정이 많이 막막할 수 있습니다. 퍼듀대학교 파견 후기가 많지 않아 더욱이 그럴 수 있는데요, 제 학교 메일로 연락주시면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움 드리겠습니다! 후기 읽으신 모든 분들 퍼듀대학교에서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