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서울대학교에 2년 재학하면서 스스로 많이 지쳤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의 심한 경쟁에서 벗어나고, 훗날 유학 가게 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미리 탐색해보고자 하는 생각에서 교환학생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UT Austin은 텍사스주 Austin에 위치한 주립대학으로 공학 분야에 있어서 강점을 보이는 학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학우들이 UT Austin으로 종종 유학 가시는 것으로 알고 있고, UT Austin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교수님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 공학 쪽을 공부하셨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만한 Yale Patt 교수님이 현재 재직하시는 등 전기과로서 의도치 않게 가슴이 웅장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Austin은 다른 대도시들과 비교하였을 때 조금은 심심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음악으로 상당히 알려진 도시이기도 한데, 텍사스 블루스의 대가인 Stevie Ray Vaughan, 기타 톤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Eric Johnson 등이 오스틴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였습니다. 실제로 곳곳에서 SRV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만큼, 기타리스트라면 꼭 한번은 가봐야 하는 도시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비자 발급 및 서류 관련된 사항은 다른 수학 후기 보고서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고, 이메일로도 상세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이를 잘 따르시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한번 이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아서 비자가 취소될 뻔한 적이 있습니다... Austin에 오신 후 반드시 check-in form을 작성하시길 바랍니다.
기숙사의 경우 Laurel-Halstead co-op, 그 중에서 Laurel co-op에서 살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UT Austin으로 파견되는 것이 결정된 후, 바로 신청하여 자리가 없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co-op에 살고자 한다면 가급적 빨리 신청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Austin으로 가기 전에 시애틀에서 혼자 자유 여행을 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공항에서부터 바로 데이터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한국에서 유심을 구매해갔습니다. 하지만 mint mobile 등에서 터치 몇 번으로 esim을 구매할 수 있고, 훨씬 저렴하기까지 해서 이 편을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한국에서 감기약이나 화상연고 등 약을 여러 개 챙겨가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종합 감기약, 코감기약, 목감기약, 소화제 등 여러 종류의 약을 종류별로 4개씩 챙겨갔었습니다. 저는 태생적으로 감기가 잘 안 걸리는 체질인지... 약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독감이 자주 유행하여 이에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아 챙겨간 감기약 모두 나눠줬습니다.. 또한 co-op에서 labor로 cook을 하게 되는 경우, 요리하는 과정에서 화상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화상연고를 챙겨가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학업
UT Austin에서는 한 학기에 maximum 17학점을 수강할 수 있고, 저는 4과목 14학점을 수강하였습니다. 교양 과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전기과에서 3과목, 수학과에서 1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UT Austin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느끼는 점은, 서울대학생들이 정말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어떤 수업을 듣든 수업과 같이 듣는 수강생들의 수준에 크게 실망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기초영어를 간신히 피했을 만큼 영어를 못하는 편이어서,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의 20 퍼센트도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대부분의 수업 내용을 이미 알고 있거나, 서울대학생이라면 ppt만 보아도 real time으로 유도해낼 수 있는 수준이어서 영어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들었던 수업들을 디테일하게 나누어서 설명드리자면
a) ECE445S Real-time Digital Signal Processing Laboratory
이번 학기 수강한 과목 중에서 유일하게 만족한 수업입니다.
학기 전반부에는 전기정보공학부 디지털신호처리의 기초에서 다루는 Filter Design을, 후반부에는 통신의 기초에서 다루는 Digital Communication을 공부합니다. 수업 시간에 이론적으로는 깊게 들어가지는 않지만, 이론적으로 다루는 내용들을 MATLAB 코딩을 통해서 확인해보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과목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과목에는 실험이 있습니다. 총 7개로 구성된 프로젝트성 실험으로, 최종적으로는 Radio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c 프로그램을 보드에 올리고 함수발생기와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하여 수업 때 배운 내용을 확인해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PLL(Costas loop), Matched Filter 등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 실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해보는 것이 MATLAB 시뮬레이션 이상으로 값졌습니다. 최종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코드의 대부분을 스켈레톤 코드로 제공해주고, 조교님들께서도 잘 도와주시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2014년도의 과제와 솔루션이 모두 제공되어 있고, 중간, 기말고사의 20년치.. 족보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공부할 때도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저는 본교에서 신호 및 시스템만을 듣고 이 과목을 수강하였으나, 시험 두 번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이 과목의 특징으로는 교수님께서 Coffee Hour를 운영하십니다. Coffee hour에서는 이 과목을 수강하는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이 교수님께 조언을 받기도 하고, 서로 간의 친목을 다지기도 합니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시면 진로 탐색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b) ECE460J Data Science Laboratory
데이터 사이언스 수업입니다. 중간의 캐글 Competition과 중간고사를 제외하면 모든 과제가 팀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다른 학교에서 교환학생을 온 한국인들과 조를 구성했었는데, 대부분의 과제를 거의 혼자 하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Python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배워가면서 과제를 수행하느라 좀 힘들었지만, Python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가볍게 들을만 할 것 같습니다.
수업 내용과 중간고사는 굉장히 쉽습니다. 살짝 과장하면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중간고사를 봤다고 하더라도 평균은 훌쩍 넘겼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과목을 수강하기보다는 그냥 서울대학교에서 제공하는 기계학습이나 딥러닝의 기초를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c) ECE351K Probability/Random Process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수학의 정석 확률과 통계를 펼쳐보신 적이 있는 분이시라면 더 얻어갈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이 과목은 기말 한방이 가능한 과목입니다. 기말 93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모든 수업을 결석하고 중간고사를 치지 않아도 A가 나옵니다.
d) M361 Theory of Function of Complex Variable
본교 복소변수함수론에 해당하는 수업입니다. 하지만 다루는 내용 수준은 전기정보공학부 공학수학 2 후반부에 다루는 복소변수함수론보다 쉽습니다. 정말 공부하기 싫어서 시험 전날 3-4시간만 공부했음에도 4번의 시험에서 모두 100점 가까이 받았습니다.
이 과목을 수강하면서 현지 재학생들과 스터디를 했었는데,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현재 수학과 4학년이고, 내년에 UT Austin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학생들임에도 이 과목을 상당히 어렵게 여기고, 기본적인 해석학적인 아이디어도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조금 그랬습니다...
(2) 현지 생활
일반적인 현지 생활에 관련해서는 다른 학우분들의 수학 후기 보고서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에 대해서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학교 통학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UT Austin은 서울대학교보다 훨씬 작고, 평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8월부터 10월까지 35도를 훌쩍 뛰어넘는 날씨 때문에 걸어서 통학하는 것이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저는 Orange Bike Project라는 교내 자전거 대여점에서 한 학기 동안 자전거를 빌려서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였습니다. 대여료는 학기당 50불 정도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Austin에도 따릉이 같은 서비스가 있는데, 이 경우 1년 15불 정도 였기 때문에, 이 옵션도 고려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co-op 생활 관련입니다. 분명 co-op에서 생활하는 것은 다른 기숙사나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고 외국인 친구들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시설이 부실하고, 학생들이 요리, 설거지, 청소 등을 담당해서 하기 때문에, 위생 상태가 상당히 별로였습니다. 제공해주는 식사의 경우에도 살기 위해서 먹는 경우가 많았고, 얼마 안가서 밖에서 사먹는 학생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매주 4시간 동안 해야 하는 labor도 나중 가면 조금 적응은 된다고 하지만, 이걸 왜 하고있나 자괴감이 드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저는 월요일 Head Cook을 담당했었는데, 하루는 치킨을 튀겼습니다... 이 때는 정말 한국 가고 싶었어요.
물론 나쁜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Korean day가 있어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비빔밥이나 찜닭을 요리해준 적도 있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인 만큼 재밌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기숙사를 알아볼 것 같습니다.
앞서 작성했듯이, 거의 격주로 새로운 독감이 유행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UHS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나 진료까지 3주가 넘어가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독감의 경우에는 무의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Zoom으로 비대면 진료도 가능하였지만... 그냥 CVS에서 이런 약 사 먹어라 정도의 진료였기 때문에, 한국에서 감기약을 많이 사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름 꿀팁이라면, 잘 찾아보시면 한국에서는 돈을 받고 맞아야 하는 백신들을 무료로 접종해주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가다실을 2차까지 무료로 접종받고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생활입니다. 저는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해서 한인학생회의 밴드에 들어가서 활동하였습니다. 밴드의 결속성(?)을 위해서 교환학생은 잘 뽑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미달인 악기의 경우에는 충분히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H 마트에서 짜장면을 드시는 관객분들 앞에서 공연도 해보고 참 독특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15불 정도의 가격에 로컬 밴드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저는 Come and Take It Live라는 공연장에 3-4번 정도 방문해서 로컬 메탈 밴드들의 공연을 즐겼습니다. 마지막 공연에서는 어떤 밴드 멤버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미래에 직장인 헤비메탈 밴드를 결성하는데 약간의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솔직히 말해서 학교에 입학하는 시점만 하더라도, 교환학생 지원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제가 교환학생을 가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런 기대와 환상 없이 단지 극심한 경쟁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교환학생이었으나, Austin에 살면서 얻은 경험들은 제 진로 탐색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