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1학기였습니다. 같은 학과 동기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준비해보자는 제안을 해주었고, 저 역시 해외살이와 외국대학에 관심이 많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준비과정을 더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미 다녀온 선배들의 적극적인 추천과 조언 속에 미국 교환학생의 꿈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출국 전까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미 한 학기 휴학을 했기 때문에 또 다시 한 학기를 소비해도 될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고, 홀로 살아본 경험이 없었던지라 낯선 타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도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교환학생의 삶은 분명 또다른 배움과 의미 있는 경험을 선물해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짧고 굵은 한 학기이지만, 학업에 지쳐있던 저에게 휴식의 시간이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새로운 경험이자, 주도적으로 독립심을 키워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 3개월의 시간이 저의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했고, 또 그렇게 변화할 제 자신을 기대하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파견된 대학교는 UCSB로, UC 소속의 주립대학이자 세계 최상위권 연구중심대학 중 하나입니다. 2022년 전미 종합대학순위에서 28위를, 전미 공립대학순위에서 5위를 차지하였으며 우수한 순수학문 연구 성과와 아름다운 캠퍼스로 특히 유명합니다. 산타바바라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UCSB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과 선선한 날씨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 중에서는 치안이 매우 좋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파견 기간 내내 ‘안전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 타 UC 캠퍼스와 다르게 homeless가 드물고 버스나 자전거 등의 대중교통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합니다. ‘파티학교’라는 별명에 걸맞게 금요일과 주말마다 IV에서 신나는 음악이 어우러진 파티가 자주 열리고, 바다를 곁에 두고 있는 만큼 공강시간이나 주말 및 여가시간에 바다에서 선셋을 구경하거나 서핑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바다와 함께하는 일출과 일몰 풍경이 아름다워서 학생들이 학교 옆의 campus point 바다를 ‘private ocean’이라고 부를 만큼 바다에 많은 상징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출국 전 준비사항은 학교 umail을 통하여 자세하게 안내 자료가 배부됩니다. Umail 계정이 생성되기 전까지는 스누 메일을 통하여 기숙사, 수강신청, 비자 등에 대한 준비과정에 대한 안내사항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수시로 메일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비자의 경우 되도록 일찍 받는 것이 안전하고, 이것은 UCSB OISS의 UCSB Global에 접속하여 DS-2019라는 입학허가증 배송 신청을 한 뒤로 시작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이 사이트를 통하여 DS-2019 배송 신청 요청이 시작되었는지 확인한 후 본격적인 비자 발급 절차를 진행하면 됩니다. 이러한 정보 모두 메일을 통해서도 안내될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UCSB Health Portal에 백신 접종 리스트가 있고, 본인이 접종하지 않은 백신이 없는지 확인 후 접종 기록을 업데이트하면 됩니다. 저의 경우 생각보다 제가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맞았는데 어릴 적 기록이 누락되어 항체검사를 받거나, 항체검사에서 음성이 떠서 재접종을 한 경우 등 다수의 접종을 받아야 했었기 때문에 여러분도 미리 확인하셔서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주사를 맞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미국에서의 물가는 꽤나 높은 편이고 서부 캘리포니아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외식보다는 흔히 집에서 요리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처음에 target에서 장을 보고 직접 요리했고, wee라는 앱을 통해서도 한식 냉동식품을 배송하여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혹시 직접 요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meal plan을 신청하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교내 기숙사는 meal plan이 필수이지만, 제 기숙사처럼 off-campus일 경우에는 meal plan이 기숙사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따로 옵션 사항으로 두고 있습니다. 한 번 방문할 때는 약 14달러이지만 일주일에 5번 먹는 정기 meal plan을 UCSB Dining이라는 사이트를 통하여 구매하면 한 번에 약 12달러로 조금 더 저렴하게 식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마지막 한 달은 meal plan을 끊어서 사용했는데, 교내 식당에 다양한 메뉴가 뷔페 형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꽤 애용했었고 과일이나 디저트 등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음식 메뉴의 변동이 크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질릴 수 있으므로 저처럼 마지막 한 달만 이용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
옷은 그리 많이 챙기지 않았고, 미국 학생들은 모두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기 때문에 화려한 옷보다는 편한 옷 위주로 짐을 쌌습니다. 그러나 UCSB의 경우 파티가 자주 열리고 이때는 친구들이 꽤나 꾸미기 때문에 예쁜 옷도 몇 벌 챙겨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운타운이나 여행 중에 옷을 많이 사게 되고 그러다보면 짐도 늘어나기 때문에 굳이 많이 챙겨갈 필요는 없습니다. 이불은 따로 챙기지 않고 이불, 베개, 시트 등을 함께 묶어서 파는 세트를 구매했는데, ross나 bed bath beyeond 등에서 구매하면 저렴한 편이라서 짐 무게가 부담되시는 분들은 미국에서 기숙사 침대 크기에 맞게 구매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생각보다 수건은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서 수건 몇 개는 챙겨오시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제 기숙사는 Santa Ynez Apartments입니다. Santa Ynez는 San Joaquin처럼 많은 교환학생들이 묵는 기숙사로, 저는 1지망으로 지원하여 합격했습니다. (다만 더블룸이 아닌 트리플룸으로 배정받았습니다) San Joaquin이 넓은 거실과 깔끔한 아파트형의 기숙사라면, 제가 머문 Santa Ynez Apartments는 2층집의 따뜻한 미국식 주택 분위기를 품고 있었기에 저는 이 특유의 포근한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Santa Ynez에서는 꾸준히 기숙사 행사가 community center에서 자주 열리는 편이고, 이때 피자나 음료 등의 간식과 함께 각 시즌에 적절한 재미난 행사들이 있어서 저 역시 자주 참여했습니다. 이웃끼리도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편이고 이웃의 파티에 서로 초대하는 일도 많아서 이러한 소소한 재미가 그동안 꿈꿔왔던 기숙사 생활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밤에는 주말에도 매우 조용하기 때문에 밤 중 파티 소음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1층에는 개미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 이건 다른 기숙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제가 살고있는 2층은 개미가 덜 나왔습니다. San Joaquin은 거실과 부엌이 더 넓다면 Santa Ynez는 방이 더 넓으니 지원 시 참고하시길 바라요!
저는 인류학 전공으로서 세 수업을 들었고, 총 12학점을 수강했습니다. 학점인정은 아직 절차를 밟지는 않았으나 최대 6학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운과 노력으로 세 강의 모두 인기도가 높은 수업으로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수강신청에 실패할 경우, 낙담하지 마시고 waitlist에 들어가거나, 첫날 수업에 직접 대면으로 참여해서 add code를 받을 수 있을지 교수님께 직접 여쭤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도 waitlist까지 이미 꽉 찼음에도 교환학생으로서 꼭 듣고 싶은 수업이라고 직접 in person으로 말씀드리니 다음날 바로 add code를 주셨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첫 수업에 가서 add code를 받기 때문에, 서울대학교 정원 외 신청의 과정처럼 흔한 기본적 절차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Anth of Gender
젠더인류학 강의로, 주차별 주제에 대한 간단한 리딩과 학우들과의 토론과 발표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활발히 참여하는 만큼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습니다. 리딩에 대한 5번의 pop quiz와 2개의 과제, presentation을 통해 수업이 진행되고 기말고사는 치르지 않습니다.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고 주제 자체가 흥미로워서 편하게 수강할 수 있는 강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기가 꽤 많아서 이 강의 역시 메일을 써서 add code를 받았습니다.
2) International development and population health
인기 많은 교수님의 강의입니다. 교수님께서 유쾌하신 편이고 ppt 구성 능력도 좋으셔서 수업 내내 학생들의 몰입도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강의 내용 역시 현실문제의 인류학인 만큼 세계적인 이슈에 대한 교수님의 깊은 통찰력이 담긴 해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고, 이를 통해 세계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더 넓힐 수 있었습니다. 중간고사가 한 번 있는데 전날 한 번 훑어보고 봐도 될 만큼 매우 쉽습니다. 매주 과제가 주어지고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중간고사가 쉬운 만큼 과제에 주어지는 성적은 조금 더 엄격하게 매겨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팀프로젝트인 policy brief는 한 나라의 문제에 대한 policy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발표하는 것으로, 준비과정은 까다롭고 어려웠지만 교수님께서 피드백을 꼼꼼히 해주시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3) Anth of food
수업 내용이 음식과 인류학인 만큼 매우 흥미롭고, 수업 내용 자체도 무겁지 않아서 새롭게 배워가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매주 주어지는 과제가 직접 실천해보는 활동성 과제이기 때문에 이 과제를 해가는 재미와 배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또 이 과제마다 교수님이 매주 피드백을 아주 자세히 – 대부분 스윗한 칭찬만 써주십니다 –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프로젝트는 팀을 이루어 요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인데, 부담도 없고 팀원들과 교류하며 서로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강의도 인기가 많아서 현장에서 직접 교수님께 꼭 듣고 싶다고 호소했더니 받아주셨습니다 ㅎㅎ
UCSB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LA는 대도시로서 타 여행지로의 접근이 용이하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이 갖춰져 있다면, SB는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행복과 재미가 더 큰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LA로 약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암트랙이나 flix bus의 가격대가 저렴하기 때문에 LA로의 여행이나 타 여행지로의 접근이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또 다른 서부에 있다가 산타바바라로 돌아오면 산타바바라 특유의 평화롭고 안전한 분위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도 좋았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누군가 제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나는 순간을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이번 교환학생으로서 보낸 한 학기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수많은 ‘처음’을 겪으며 저조차 몰랐던 저의 모습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고,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충분한 휴식을 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소중한 친구들이 생겼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서도 오래 함께하고 싶은 인연으로 두고 싶을 만큼 저에게 특별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교환학생을 가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이 시간들이 훗날 저에게 많은 힘이 되어줄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후회 없는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교환학생 기간 동안 알차고 의미있는 경험과 배움을 얻으시길 바라며, 그 기회를 주신 국제협력본부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제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erryontop_cy 의 글을 확인하세요! 질문 남겨주시면 최대한 자세히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