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었던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간단하게만 적겠습니다. 첫째로는, 지난 세월 동안 배운 영어를 실전에서 사용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둘째로는, 돈도 있고 시간도 있고 건강도 있는 때는 대학생 때밖에 없다는 생각에 장기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셋째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며 진정한 저를 찾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미래계획의 배경을 한국으로 제한할지, 세계로 넓힐지를 결정하고 싶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Drexel University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사립종합대학교입니다. 저에게 유의미했던 Drexel University의 특이 사항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학기제가 아니라 쿼터제라는 것입니다. 한 쿼터는 10주로, 저의 경우 9월 19일에 개강해서 12월 10일에 종강했습니다. 학교 생활이 매우 짧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식 쿼터의 앞뒤로 여행을 한다면 학교 생활을 적당히 누리고, 여행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학기제인 학교로 파견간 제 친구는 저의 종강 소식을 듣고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학교 생활은 학교 생활이니까요. 둘째는 캠퍼스가 철저히 도심 속에 있으며 상당히 작다는 것입니다. 숲 속의 캠퍼스를 누비는 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분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학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바로 옆에 University of Pennsylvania가 있어서 그 곳에서 캠퍼스 로망은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습니다.
제가 Drexel University로 파견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학교가 위치한 필라델피아가 여행의 요충지이기 때문입니다. 뉴욕까지 버스로 2시간, 워싱턴D.C.까지 버스로 3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보스턴, 마이애미, 올랜도, 뉴올리언스, 시카고, 캐나다 퀘백, 토론토까지도 비행기로 1-2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습니다. 여행에 큰 의미를 두시는 분이라면 필라델피아 지역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서울대학교에서 Drexel 파견 학생으로 선발되고, Drexel에서도 승인이 되면, 출국 전 준비 사항이 담긴 안내 이메일이 옵니다. 네이버나 유튜브에 훨씬 전문적이고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기 때문에 저는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도만 설명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DS-2019 발급: DS-2019는 J-1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이메일에 첨부된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면 DS-2019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줍니다. 일처리가 정말 느리니 최대한 빨리 작성해서 보내셔야 비자도 여유있게 받으실 수 있습니다.
-J-1 비자 발급: https://ustraveldocs.com/kr/index.html?firstTime=No
이 사이트에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절차는 <SEVIS fee 지불(220달러)-DS-160(온라인 비자 신청서)작성-비자 비용 지불(160달러)-비자인터뷰 신청-비자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자 인터뷰 시 여권을 제출하고, 며칠 후 비자 증명서가 부착된 여권이 집으로 배송됩니다.
-Immunization form: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예방 접종은 완료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서류입니다. 유학생 전문 병원으로 유명한 서울배내과에 가면 편하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건강 보험: 의무 사항입니다. 한국 보험을 인정해주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는데, Drexel University는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안내에 따라 신청하면 됩니다.
-기숙사: 기숙사도 마찬가지로 안내에 따라 신청하면 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기숙사
놀랍게도 이번 학기에 (제가 알기로는) 모든 교환학생들이 기숙사에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불상사가 또 발생한다면 당황하지 마시고, American Campus Communities(https://www.americancampus.com/student-apartments/pa/philadelphia) 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민간 기숙사의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필라델피아에는 3개의 민간 기숙사가 있습니다. 그 중 저는 the Summit에서 거주했습니다. 원래는 최소 계약 단위가 1년인데, Drexel 측에서 특별히 부탁해 이번 학기에는 fall quarter 동안만도 계약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비용은 한 쿼터에 약 3500달러입니다. 시설도 깨끗하고 위치도 아주 좋았습니다.
수업
-Hip-hop dance technique1: Clyde교수님의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수업을 늦게 시작하신다는 것과 모든 공지가 늦게 이루어진다는 것만 제외하면 좋은 수업이었습니다. 수강생들이 모두 초보 댄서이기 때문에 춤을 좋아하시기만 한다면 두려움 없이 수강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댄스 수업 수강생 앞에서 공연하는 것이 최종 프로젝트인데, 춤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쉬어가는 느낌으로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Jazz dance technique1: 재즈란 샤빱두비두밥이라는 주호민 선생의 말씀만 철썩같이 믿고 신청했는데, 재즈 댄스는 현대 무용에 가까운 것이더군요. 또한Hip-hop 수업과는 달리 수강생들이 대부분 무용 전공생이었습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백조들 사이에서 버둥대는 한 마리의 오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친구 오리가 3마리 더 있었습니다. 하하) 매 수업마다 전공생들의 공연을 공짜로 감상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유연성 측면에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Acting: fundamental: 완벽한 참여형 수업입니다. 연극영화과 수업에 흔히 기대되는 재미난 게임들과 발성 훈련들을 진행합니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리허설과 피드백 위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평가 기준은 참여도+준비성+자잘한 과제가 55%, 중간고사(2-3분짜리 독백 연기) 25%, 기말고사(5-6분짜리 팀플 연기) 20%입니다. 교수님이 모든 의견을 수용해주시고 오구오구해주시기 때문에 전혀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수업입니다.
-Voice and articulation: Acting과 같은 교수님 수업입니다. 발성 훈련, 재밌는 게임들을 진행하는데, 수업콘텐츠가 Acting 수업과 거의 비슷합니다. 교수님께서 둘 중 하나만 들을 것을 권유하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Acting 수업과는 달리 스피치 스킬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같은 콘텐츠라도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달라서 괜찮았습니다. 평가 기준은 참여도, 준비성, reaction paper 등 자잘한 과제 55%, 중간고사(2-3분 독백) 25%, 기말고사(2분 녹음) 20%입니다. 복식 호흡을 통해 발성하는 법, 청중을 집중시키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User Interface Design 1: 유일한 전공 수업이었습니다. Figma를 이용해서 웹사이트를 개선시키는 것이 최종 프로젝트입니다. Figma 사용법은 기본부터 알려주십니다. 평가 기준은 매주 있는 과제 40%, 주어진 테마에 맞게 웹사이트를 디자인하는 Design challenge 20%, High-fidelity prototype 40%입니다. weekly assignment가 결국 최종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작업들이라서 차근차근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최종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여행
쿼터 시작 전: 시카고, 미시간, 나이아가라 폭포
쿼터 중: 뉴욕, 워싱턴 D.C.,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퀘백, 토론토, 보스턴
쿼터 후: 올랜도, 뉴욕, 유럽.
워싱턴과 뉴욕을 제외하고는 비행기를 이용했습니다. Student universe를 통해 구입하면 학생할인가로 저렴하게 비행기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버스는 메가 버스 혹은 플릭스 버스,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메가 버스는 첫 구매자에게 1달러로 표를 제공하니, 일찍 여행 계획을 세우면 매우 싸게 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기차는 암트랙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J-1 비자는 쿼터 종료 후 한 달까지 미국에 머물 수 있으니 이를 고려하여 여행 계획을 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5개월간 꿈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단지 미국이어서가 아니라 교환학생 신분이기에 누릴 수 있었던 기쁨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7살 이후로 오랜만에 홀가분한 자유 속에 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해 배운 것도, 세상에 대해 배운 것도 참 많았습니다. 어떤 국가, 어떤 학교가 되었든 교환학생 신분으로 한 번쯤 살아보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