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예전부터 외국의 건축 교육과 문화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어서 교환 프
로그램 참가를 생각하게 되었었고, 갈 수 있는 학교들을 조사하던 중 스웨덴의 찰머
스 공과대학이 건축 분야에서 우수한 학교라는 것을 알게 돼 이 곳으로 신청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파견대학
찰머스 공과대학은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학교이다. 대부분의 학사 과정 수업은
스웨덴어로 진행되나, 석사 과정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유럽 대학과
같이 학사 3년, 석사 2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4학년 이상이라면 찰머스 석사
과정 교환을 추천한다. 커리큘럼이 널널한 편인데, 이는 스웨덴의 문화인 것 같다. 찰
머스(석사)에 대해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점은 국제 학생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 건축
학과의 경우, 석사 1학년 150명 중 1/3이 스웨덴 학생, 1/3이 정규 국제학생, 1/3이
교환학생이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좋았던 점은 국제학생들을 위한 행사가 많았다는 점이다. CIRC라는 총학생회같은 단
체가 있어, 학기 초에 캠퍼스 투어부터 예테보리 투어, 볼링 게임, 카누 타기 등 학업
외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학교에서 파티도 많이 열린다. 그 외에
도, 학교에 수영장, 사우나, 클라이밍장 등이 있어 시설이 아주 좋은 편으로, 자유롭
게 이용할 수 있다.
파견지역
예테보리는 스웨덴의 제 2 도시로, 곳곳에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 항구도시이다. 사계
절의 온도 자체는 서울과 비슷하지만, 비가 많이 오며 특히 겨울철에는 대체로 흐린
편이다. 여름에는 해가 아주 길며 겨울에는 해가 아주 짧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학교 관련 행정처리
교환학생으로 선정된 이후, 찰머스에서 메일로 Info Sheet을 보내준다. 이 서류에 학
업, 숙박, 보험 등에 대한 정보들이 친절히 설명돼있다. 이를 바탕으로 찰머스에 온라
인 지원을 마치면, 한두 달 후 찰머스에서 Letter of Acceptance를 보내준다. 그 외
메일로 학교 계정 활성화 및 필수 등록 등에 대한 정보를 보내니 메일을 수시로 확인
해야 한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찰머스에 메일을 보내면 며칠 내로 친절하게 답변이
온다.
거주허가증
스웨덴의 경우 비자는 필요 없고, 대신 거주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서도
Info Sheet에 기술돼있다.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 Migrationsverket 홈페이지에서
거주허가 신청을 하면, 이후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승인 메일이 온다. 그 후 대사관에
방문하거나 등기우편을 통해 결정문을 수령해야 스웨덴 입국이 가능하다. 스웨덴 입
국 후 스웨덴이민국에 방문해 사진 및 지문 등록을 하고 거주허가 카드 신청을 하면,
2주 가량 후 방문 혹은 등기로 수령할 수 있다.
수강신청
찰머스에서의 각 학기는 두 기간으로 나눠져 있고, 각 기간의 마지막 일주일은 시험
기간이다. 한 학기에 최대 30학점(이곳의 1학점(credit)은 1ECTS이다.)을 이수할 수
있는데, 찰머스는 교환학생이 30학점 전체를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한 수업이 보통
7.5학점이라, 한 학기에 총 4개의 수업을 듣는 셈이다. 수강신청하는 방법은, 찰머스
에 온라인 지원을 할 때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을 입력하면 된다. 개강 후 여석이 있
다면 학교에 요청해 과목을 바꿀 수 있다.
숙소
찰머스에는 기숙사가 없다. 대신 비유럽권 학생들에게 숙소를 보장해준다. 본인은 찰
머스에서 몇 가지 숙소 옵션을 메일로 보내주면 집주인에게 연락해 직접 계약하는 방
식으로 구했는데, 연락을 늦게 하면 옵션들이 이미 다 차 학교에서 먼 곳으로 배정받
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SGS라는 업체의 기숙사같은 학생 숙소, 특히
Olofshojd에 거주하는데, 학교에서 보내주는 링크로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배정된다고
한다. 가격도 그곳이 가장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다들 그곳에서 지내는데 본인은
SGS 제안을 받지 못했으며 친구들한테 듣기 전까진 그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수강 과목
건축학과는 특수하게 들어야 하는 과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리고 건축학과
과목은 건축학과 전공 학생들만 들을 수 있다(인테리어나 조경 전공 학생도 보긴 했
다). 가을학기의 경우, 7.5학점짜리 Sustainable development and the design
professions 수업 하나와 22.5학점짜리 설계 스튜디오 수업 하나를 들어야 한다. 이
것이 1학년 과정이고 교환학생은 1학년 수업을 듣는 것이 원칙인데, 2학년 과정으로
sustainable development 수업 대신 master’s thesis preparation 수업을 들을 수
도 있다. 다만 이 수업은 2학년 봄학기의 master’s thesis를 쓰기 위한 준비 수업으
로, 석사 논문을 이곳에서 써보고 싶은 1년 교환학생인 경우 생각해볼 수 있는 옵션
인 것 같다. 스튜디오 수업의 경우 수강신청 시 세 개의 우선순위를 기입할 수 있으
며, Matter, space, structure같은 인기 과목은 교환학생의 경우 못들을 가능성이
높다. 봄학기의 경우, 4.5학점 수업 하나, 3학점 수업 하나, 그리고 스튜디오 수업 하
나를 듣게 된다. 위와 같은 맥락으로 30학점 전체를 master‘s thesis 수업으로 대체
할 수 있다.
<Future visions for healthcare, housing and work 3: Healthcare
architecture>
건축 설계 스튜디오 수업으로, healthcare center라는 소규모 병원같은 의료시설을
디자인한다. 3인 팀플이 기본으로, 본인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말 제
외 매일 팀메이트들과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했다. 수업의 시스템이 아주 잘 짜여져
있어, 병원이라는 특수설계임에도 불구하고 A부터 Z까지 아주 세세하게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최종 결과물은 디자인 레포트, 발표용 PPT, 전시용 패널, 그리고 모형이
다. 팀메이트들에게도 많이 배웠으며, 서로 다른 국적의 친구들이라 스웨덴뿐만 아니
라 다른 유럽 나라들의 설계방법은 어떤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었다. 학교에서 다
같이 오랜 시간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 수업을 통해서 많은 외국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Sustainable development and the design professions>
건축에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배우는 강의 및 토론식 수업이다. 여러 번의 강의와
몇 번의 간단한 워크샵, 그리고 네 번의 세미나(토론)가 있다. 몇 개의 간단한 과제들
이 있고, 마지막에 레포트를 써 제출해야 한다. 유럽, 특히 북유럽은 지속가능성을 정
말 중시하는데, 지속가능한 건축과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보게
되는 수업이다.
<Architecture security course>
수업은 아니고 워크샵(공방)을 이용하기 위한 안전교육으로, 건축학과 학생의 경우 필
수로 등록해야 한다.
생활 및 물가
전기장판이나 미니 전기밥솥 등을 가져오면 편리할 것이다. 물가는 생활용품이나 마
트에서 장보는 경우 한국과 크게 차이가 없으나, 음식점의 경우 한국의 1.5~2배이며,
미용이나 택시 등은 아주 비싸다고 하다.
교통
교통수단으로는 버스, 트램, 그리고 페리가 있다. Västtrafik이라는 구글 맵보다 훨씬
정확한 예테보리 교통 앱을 사용하면 유용하다. 교통권은 일회권, 하루권, 1달권, 3달
권이 있고 기간권의 경우 스웨덴교 학생증 발급 후 Mecenat 앱을 통해 학생 할인이
가능하다. 중앙역 혹은 Västtrafik 앱 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
통신
개강하면 찰머스에서 무료 라이카모바일 유심을 제공해준다. 물론 통신비는 개인 부
담이다. 라이카모바일 홈페이지에서 데이터 옵션을 구매할 수 있다. EU 국가 내에서
데이터 로밍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보험
Letter of Acceptance를 통해 찰머스에서 개강 2주 전부터 종강 2주 후까지 스웨덴
에서의 보험을 보장해줘, 이 기간 동안의 보험을 따로 신청할 필요가 없다.
여가생활
평일 아침부터 저녁 전까진 항상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주말에 틈틈이 여행을 가거
나 예테보리 곳곳을 돌아다녔다. 앞서 말했듯 학기 초에는 CIRC를 통해 볼링, Laser
Tag, Paddan Tour 등을 즐겼고, 학기 틈틈이 학교 파티와 행사들에 참여했다. 그
외에 친구들과 카페에 가거나 전시 및 영화를 보러 다녔고, 할로윈 시즌에는 예테보
리 내 놀이공원인 Liseberg에 갔다. 평일에도 저녁에 친구들과 학교 내에선 사우나나
클라이밍을 하러 갔고, 밖에선 술집이나 클럽에 갔다. 월드컵 시즌에는 한국인 친구들
과 바에서 같이 월드컵을 관람하기도 했다. 그리고 외식이 비싸 주로 집에서 저녁을
만들어 먹다 보니 요리가 취미가 되었었다. 참고로 본인이 Olofshojd에 살게 된다면,
그곳에서도 여러 행사들이 열린다고 하니 참여하면 여러 친구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
이다.
여행
예테보리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수도의 가운데에 있어 세 곳으로 기차나 버스로
세 네 시간만에 쉽게 여행갈 수 있다. 스톡홀름은 비행기로도 갈 수 있으나 공항버스
이용과 공항 체크인 등을 고려하면 기차가 더 편리하다. 그 외에도 말뫼, 룬드, 노르
셰핑 등 비교적 가까운 스웨덴 도시들이 있다. Omio라는 앱을 이용하면 기차나 버스
를 쉽고 저렴하게 예매할 수 있다. 더 가까운 여행지로는, Marstrand, Varberg와
같은 소도시나 Brännö, Hönö 등 예테보리에 소속된 섬들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만
에 갈 수 있다. 그리고 30분 거리에 Alingsås라는 빛 축제를 하는 지역이, 20분 거리
에는 물 위의 도시 Mölndal이 있다. 겨울에는 40분 거리인 Gunnebo 성이나 예테보
리 내 Liseberg, 예술거리 Haga 등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비교적 먼 곳으
로는, 스웨덴 북쪽의 키루나로 오로라를 보러 많이 간다. (사실 예테보리에서도 운이
좋으면 2월쯤 오로라를 볼 수 있다.) 북유럽 외에도 Ryanair와 같은 저가 항공을 이
용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유럽 내를 여행 다닐 수 있다. 참고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모든 항공편이 비싸진다.
외국어 습득 정도
교환 기간동안 영어 회화 실력이 아주 많이 늘었다. 학교 내에 한국인이 없었고, 영
어로 수업을 듣고, 하루 종일 외국인 친구들과 지내고, 숙소에서도 집주인과 영어로
대화했기 때문에, 영어가 늘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어는 거의 쓸 일이 없어 인사말이
나 장 볼 때 필요한 단어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단어들만 익힐 수 있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을 간 것은 그동안의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기
간이었지만 본래 목표대로 외국의 건축과 문화에 대해서 꽤 알게 되었고, 좋은 친구
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타지에서의
첫 홀로서기를 잘 마친 것 같아, 이제 어디에 놓여도 잘 적응해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사실 찰머스 공대에 지원할 때 조금 불안했었다. 그동안 찰머스에 간 한국인 교환학
생이 거의 없었고, 인터넷에도 찰머스에 대한 정보를 잘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한국과 교류가 많이 없었거나 석사 과정으로만 교환 지원이 가능해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정말 좋은 학교였고, 다른 곳이 아닌 이 학교에 오
게 되어 다행인 것 같다. 이후에 많은 학생들이 찰머스 공과대학으로 교환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담으로 평일 내내 학교에 있었다고 써서 너무 바쁜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건축학과 설계 수업 특성이기
때문에 다른 과의 경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실제로 다른 과 친구들은 많이 놀러 다녔다. 건축학과의
경우에도 저 설계 수업이 특히 더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