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학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한 꿈이었습니다. 당시 스페인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고 있었는데, 대학교에 입학한 선배들이 하나둘 스페인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처럼 스페인에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막혔지만, 가고 싶은 대학교를 알아보고 영어 점수를 취득하는 등 차근차근 교환을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점점 해외 입국 제한이 완화되고 여기저기서 해외여행을 간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곧장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지원 당시 스페인의 도시 중 고민 없이 바르셀로나에 지원했는데, 바다가 있으며 가우디와 같은 예술이 꽃피는 대도시라는 인상 때문이었습니다. 직접 경험한 바르셀로나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활기차고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카탈루냐 광장과 같은 시내에는 항상 사람이 붐비고 에너지가 넘쳤지만,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해변에서는 따사로운 햇빛 아래서 여유롭게 태닝하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길거리를 걸어 가다보면 카사밀라, 카사바트요와 같은 가우디의 작품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으며, 추로스, 빠에야, 타파스, 상그리아 등 맛있고 비교적 값싼 음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해보았지만,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제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입니다.
제가 지원한 UAB는 바르셀로나 시내와 40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조금 멀긴 하지만, S2라는 열차를 타면 환승 없이 곧장 도착할 수 있어서, 교통이 불편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학교는 꽤나 넓고 광활한데, 평지라는 것을 제외하면 서울대학교와 비슷해 익숙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캠퍼스 내 길 옆에 잔디밭이 굉장히 넓은데, 점심시간 즈음에는 학생들이 돗자리도 없이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장면을 매일같이 볼 수 있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출국 전 가장 중요한 것은 비자를 발급받는 일입니다. 저는 교환 프로그램에 붙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사관 방문을 미리 예약해 놓았습니다. 대사관이 월, 수, 금 오전 밖에 비자 업무를 하지 않아서, 미리 예약하지 않을 경우 예약이 다 차서 비싼 돈을 주고 유학원을 통해 발급받거나, 그것도 불가능해서 출국 날짜를 미룬 경우도 목격했습니다. 방문 예약은 사전에 여유 있게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스페인 비자 서류들은 복잡하기로 악명이 자자한데, 인터넷에 여러 정보글이 많으니 꼼꼼히 확인하고 준비하면 됩니다.
현지 카드는 어떤 것을 사용할지 고민하다가 트래블 월렛과 트래블 로그 등 해외 사용을 타겟으로 한 한국 카드를 여러 개 발급해갔으며, 스페인 현지에서는 Vivid와 Revolute와 같은 인터넷 계좌를 개설하여 사용했습니다. 한국 카드와 현지 계좌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현지 계좌의 경우 한국 계좌에서 돈을 송금받기 위해서는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수수료가 붙었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한국 카드를 주로 이용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유럽 중에서도 소매치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주변 지인들 중 절반 정도는 지갑이나 카드를 분실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상용 카드를 여러 개 발급해 놓고, 여권 사본과 필요 서류들을 준비해 놓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교환을 가기 전, 전기밥솥이나 전기장판을 챙겨가라는 글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페인에 입국하기 전 2주 정도 미리 여행을 하고 들어가는 일정이라 짐을 최소화해야하는 상황이었고, 이것들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현지에 가보니, 굳이 없더라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또한 한국 제품과는 조금 다르더라도 아마존과 기타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슷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니, 여유가 있다면 챙겨가도 좋겠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초반에 가장 애먹었던 것은 집을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교환교의 행정 처리가 매끄럽지 못해 기숙사 지원 메일이 전달되지 않았고, 이후 뒤늦게 지원했을 때는 정원이 다 차 대기 명단에 들어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임시 숙소를 구해 지내면서 idealista와 스페인짱 등의 사이트를 통해 집을 구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과 5개월의 짧은 시간으로 인해 원하는 집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기숙사에서 자리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아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기숙사에서는 4명이 함께 생활했는데, 방 두 개에 화장실 하나, 거실과 부엌이 딸려있는 방이었습니다. 거실이 꽤나 넓고 좋아 불편함 없이 생활했습니다. 2인실부터 5인실까지 방의 구조가 다양하니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미리 알아보고 신청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스페인어로 수업을 들을 자신은 없어, 영어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경영학과로 교환을 갔습니다. 경영학과에는 영어 수업이 꽤나 많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수강신청은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사이트에 담아놓으면 기간 이후 저절로 확정이 되는 시스템이었으며, 이후 변경 기간에도 동일했습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교환학생들이 절반 이상이었으며, 거의 영어로 소통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다른 학교에서 교환을 온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통번역대학의 수업을 들어서, 겹강할 친구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안면을 틀 수 있었지만, 초반에는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아침과 점심은 주로 기숙사에서 요리해 먹었습니다. 기숙사 안에도 작은 마트가 있지만 다른 곳보다 비싸고 6유로 이하는 현금밖에 받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주변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습니다. 대형마트를 가기 위해서는 열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시내 방향으로는 세 정거장 정도 앞 쪽에 mercadona가 있었고, 반대방향으로는 두 정거장 정도에 al campo가 있습니다. mercadona가 규모가 더 작지만 식료품이 저렴하고 신선합니다. al campo는 이불과 같은 생활용품을 구매하기 적절합니다.
교통권은 T-jove를 이용했는데, 구입 시 여권 번호를 입력해야 하며 90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와 시내만 오갈 것이라면 zona1만 구입해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학교를 지난 이후의 역부터는 zona2이기 때문에 주변 동네를 여행하고 싶다면 zona2를 구입해야 합니다. T-jove를 포함한 몇몇 정기교통권은 현재 할인 중이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역에서 구입하는 경우 종이티켓으로 발급받아야 하는데, 찢어지고 구겨지면 다시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카탈루냐 광장 쪽에서 카드로 발급받거나 휴대폰 앱을 이용하는 방법도 추천드립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사실 교환학생을 가면서 별다른 목표 없이 편하게 놀다오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넓은 시야와 가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경험을 얻었습니다. 대학생이 아니라면 해볼 수 없는 경험이기에, 이런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