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다양한 경험을 통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저에게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제 대학생활의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대학교 입학 이전부터 꼭 교환학생을 통해 해외에서의 생활과 학업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개인 일정상 3학년 2학기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교환교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Pompeu Fabra University로 결정한 것은 일단 무엇보다도 제가 그간 공부해 온 스페인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며 회화실력을 높이고 스페인인들의 문화를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에서는 수도인 마드리드나 주요한 관광도시인 바르셀로나 외에도 빌바오, 하엔, 말라가 등 스페인 곳곳의 학교에서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스스로 대도시에서의 생활이 중소도시에서의 생활보다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학교들로 신청하게 되었고, 그 중 1지망인 Pompeu Fabra University로 1학기 파견이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다녔던 Pompeu Fabra University는 바르셀로나의 여러 대학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바르셀로나 시내에 위치해있는 학교이자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학교입니다. Ciutadella(시우타데야) 캠퍼스, Poblenou(포블레노우) 캠퍼스, Mar(말) 캠퍼스의 3개의 캠퍼스가 있는데, 각각의 캠퍼스가 모두 접근성이 뛰어나며 주요 관광지의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의 교환교 전공이 사용하는 시우타데야 캠퍼스는 실제로 시우타데야 공원의 바로 옆, 바르셀로나의 주요 관광지인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부터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또한, 각 캠퍼스의 크기가 서울대학교 단과대학 크기 하나에도 못 미칠 만큼 작지만 그만큼 아담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ompeu Fabra University는 비록 학교의 규모는 작을지라도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교환학생이 굉장히 많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고 친해질 수 있는 곳입니다. 동시에 바르셀로나가 속한 Catalunya(까딸루냐) 지역의 학교로서 수업이 Catalan(까딸란어)/Castellano(까스떼야어, 스페인어)/English(영어) 세 가지 언어로 진행됩니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가우디의 건축물과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 아름다운 바다로 인해 많은 유럽인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찾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유럽 내에서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스페인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다른 대도시만큼 관광물가가 높은 편이며, 많은 관광객을 노리는 소매치기나 노숙자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겁먹기보다는 스스로의 안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 어느 곳보다도 즐겁고 안전하게 교환학생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스페인 특히 바르셀로나로의 교환학생 파견에 앞서서 크게 준비해야 할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스페인 단기 학생 비자(SSU) 발급 및 항공권 구매
스페인 단기 학생 비자 발급은 실제로 스페인으로 교환을 온 학생들끼리 이야기할 때에도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 부분이었습니다. 비행기 예약과 교환교의 입학허가서 송부, 비자 인터뷰 및 수령 일정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혹여 일정이 어그러진다면 금전적 비용과 시간을 두 번 세 번 낭비하게 되거나 절차를 되풀이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일단 주한 스페인대사관의 비자인터뷰 자리를 잡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긴 하지만 경험상 막상 여름방학 시즌이나 본격적인 파견 예정 학생들의 비자 인터뷰가 시작될 즈음에는 취소자리가 꽤나 풀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SSU비자는 스페인 학업 기간이 시작되기 90일 전부터 비자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기간과 본인의 예상 출국 일정을 잘 계산하여 비자인터뷰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주한스페인대사관에서는 비자 발급이 거부될 수 있으므로 항공권 구매는 비자 발급 후에 진행하라고 권장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 학생의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사례가 적을뿐더러 그렇게 될 경우 원하는 항공권을 얻기가 어려우므로 모쪼록 일정 계산을 잘하시기를 권합니다.
비자인터뷰 날짜가 결정되면, 해당 날짜에 맞춰 비자신청서, 거주지 증명서, 보험증서, 재정보증서 및 소득증명서 등 10가지 서류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 가운데 공증과 아포스티유를 받아야 하는 서류들이 별도로 존재하고 비자 신청일에 임박하여(5일 이내)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이 있기 때문에 주한스페인대사관 비자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SSU(단기 학생 비자) 발급이 비록 시작하기 전이나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굉장히 복잡하고 귀찮은 절차라고 느낄지라도 막상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며 마무리한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날 것입니다. 서류만 잘 준비해간다면 비자인터뷰 자체에서는 서류만을 확인하기 때문에 별도로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2) 유로 환전 및 카드 준비
교환학생 중 사용할 유로나 카드도 준비할 수 있는 만큼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습니다.
유로 환전의 경우, 저는 현지에서 ATM기를 찾아 큰 돈을 인출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그렇다고 하여 한국으로부터 현금을 많이 가져가기에는 소매치기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한 달 집 월세+보증금 정도와 현지에서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기에 필요한 정도의 현금인 1,000유로 정도만을 환전해서 가져갔습니다.
많은 교환학생들이 하나은행의 트래블카드, 신한은행의 글로벌멀티카드, 트래블월렛 등 해외 결제 시 가능한 수수료가 적게 부과되는 카드들을 준비해가기에 여유가 된다면 하나쯤 준비하면 좋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준비해간 카드와 함께, 교환 파견 두 달이 넘어가던 시점에 한국의 모바일거래전용 은행과 유사한 현지 은행어플을 통해 현지계좌를 개설하였고 이와 더불어 모바일페이(구글페이, 애플페이)를 사용하며 더욱 편리하게 생활했던 것 같습니다.
3) 스페인 집 혹은 임시 숙소 구하기
Pompeu Fabra University를 비롯해 바르셀로나의 대다수 대학에는 기숙사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은 보통 학교와 연결한 사설 레지던스에 들어가거나 직접 집주인과 방계약을 하는 식으로 집을 구해 생활하게 됩니다. 사설 레지던스를 구하는 것이 가장 편리한 방법이기는 하나 워낙 가격이 비싸고 학기 기간에 가까워져야 입주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직접 집을 구하기로 결정하고 현지에서 방을 구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묵을 숙소(한인민박, 호텔, 에어비앤비 등)를 예약한 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후 해당 임시 숙소에 머무는 동안 집을 보러다니는게 일반적입니다. 직접 집을 구하는 방식에도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스페인 거주 한인 커뮤니티(네이버 카페 ‘스페인짱’)에서 이전 세입자로부터 이어 받을 집이나 집주인을 찾아 집을 구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스페인 현지 부동산 어플(‘idealista’)을 통해 집을 구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는데,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주인에게 Whatsapp이나 이메일로 간단한 자기소개(학교, 나이, 체류기간)를 보낸 후 뷰잉 약속을 잡아 집을 직접 확인한 뒤 계약 여부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 또한 이와 같은 방식으로 10개 정도의 집을 확인하고 그 중 가장 동네가 조용하고, 안전하며,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집을 결정했었습니다.
각종 서류나 이후 집주인의 보증이 필요한 장기 학생 비자와 다르게 단기 학생 비자는 비교적 집을 찾기가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보통 보증금은 한 달 월세에 해당하며 가스토(전기, 수도세)는 월세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단기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집주인과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집을 계약하게 된다면, 보통 스페인 현지인 혹은 다른 나라 유학생이나 회사원 룸메이트와 집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보통 개인방이 있고 그 외의 주방이나 욕실 등의 공간을 함께 사용하게 됩니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크게 다르다보니 사소한 생활 측면에서 가끔씩 어긋날 때도 있었지만 이때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해 또한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4) 각종 준비물 마련 및 짐 꾸리기
비자 발급, 카드 및 환전, 항공권 예약, 임시 숙소 혹은 숙소 예약 등의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남은 것은 스페인 현지에서 생활할 짐을 꾸리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옷이나 생활용품 등은 스페인 현지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많이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스페인에서 구하기 어렵기에 한국에서 구해가면 좋은 것을 이야기해보자면, 전기장판이나 기초화장품이 그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상비약이나 본인에게 중요하다고 판단하다는 물품들을 너무 과하지 않게 잘 꾸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도착하는 택배는 세관에 잘 걸리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저 역시도 일부 여벌 옷을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보내었다가, 결국 마드리드 세관에 걸리게 되었고 이 택배는 결국 2달 여 가량을 세관에 갇혀있다가 다시 한국으로 반송되었습니다. 찾아보니 이러한 경우가 결코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직접 마드리드까지 가서 택배를 찾거나 하지 않고서는 단기 학생 비자를 지닌 교환학생 신분에서 택배를 세관으로부터 받을 방법은 결국 없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택배 대신에 항공편 위탁수하물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스페인으로 가져가고 다시 한국으로 가져올 짐 자체를 최소화하고 현지에서 필요한 물품을 적절히 조달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학업 안내
Pompeu Fabra University는 3학기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10주 간 수업이 진행되고, 1주의 휴식 겸 준비 기간을 가진 후 1주 간 시험을 보게 됩니다. 결과 통지 이후 재시험의 기회가 있으며 최종 성적상 5.00 이하(10.00점 만점)의 점수를 받는 경우는 Fail로 간주됩니다.
대부분의 수업은 이론 수업과 세미나 수업이 분리되어 있으며 세미나 수업에서는 이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이나 발표를 진행하게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론 수업이 있고, 2주에 한 번씩 세미나 수업을 진행하며 수업에 따라 전체 수강생이 세미나에 참여하기도 혹은 수강생이 그룹별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세미나 수업은 1회라도 불참할 경우, 성적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가끔 이론 수업과 세미나 수업이 서로 진행하는 언어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그렇기에 수강신청 단계부터 강의계획서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수강한 강의 가운데 하나는 이론 수업과 세미나 수업 모두 Castellano(스페인어)로 진행된다고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속한 세미나 그룹의 학생의 대부분이 Catalan 학생이었다는 이유로 Catalan(카탈란어)으로 수업이 진행되어 전체 내용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매우 컸습니다.
제가 직접 들었던 수업은 정치학전공에서 열리는 International Public Law(English)와 European Politics(Casteallano), 광고홍보전공에서 열리는 English for Academic and Professional Purposes(English)였습니다. 수업마다 배우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International Public Law(English) : 국제변호사로 실제 활동하고 계시는 강사님의 수업, 국제법 전반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배웠으며, 해당 내용을 다양한 가상상황 혹은 실제상황에 대입하여 법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주로 배움. 가장 만족도가 높았으며 재밌었던 수업.
- European Politics(Casteallano) : 세미나가 카탈란어로 진행되어 힘들었던 수업. 이론 수업에서는 EU에서 각 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주로 배웠으며 세미나 수업에서는 그룹별로 하나의 기관을 맡아 관련 레포트를 작성하는 활동을 했음.
- English for Academic and Professional Purposes(English) : 광고홍보전략 및 검색최적화엔진 등의 내용을 배울 수 있던 수업. 그 외에도 잡 인터뷰, 회사에서의 미팅 롤플레이, 최종 프로젝트 발표 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소통할 수 있던 수업.
2) Erasmus Network Barcelona / Erasmus Network UPF
교환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학생들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을 여행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현지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것일텐데, Erasmus Network(ESN)은 이러한 교환학생들의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현장학습을 기획하는, 교환학생을 위한 학생회입니다. 유럽 모든 학교에 이러한 학생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Pompeu Fabra University에는 다행히도 ESN이 있어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SN 카드를 만들게 되면(20유로 상당), ESN에서 주최하는 여러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주로 다른 교환학생들과 함께하는 언어교환이나 바르셀로나 관광지 탐방이 주를 이룹니다. 이외에도 학기 중간중간 스페인 다른 지역이나 인근 국가를 방문할 수 있는 현장학습이 저렴한 가격에 운영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발렌시아 트립에 참여하여, ESN 네트워크 하에 스페인 곳곳에서 공부하는 다양한 국적의 교환학생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ESN Card를 통하면 Ryanair나 Flixbus, Omio 등 유럽을 여행하면서 자주 이용하게 되는 저가항공, 비행기, 기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예약하는데 있어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유럽에서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각종 혜택들을 제공하고 있으니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을 듯 합니다.
3) 현지 생활 안내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주도인 만큼 일상 속에서 현지인들은 Castellano(스페인어)보다 Catalan(카탈루냐어)을 훨씬 빈번하게 사용합니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고 하더라도 간단한 카탈루냐어 표현을 익혀둔다면 더욱 순탄한 바르셀로나 생활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주요 관광지 인근에 위치한 상점이나 식당, 프랜차이즈 가게에서는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까지 유창하게 하는 점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높은 관광물가에 놀라는 것도 한 순간, 바르셀로나의 마트물가는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특히 질좋은 고기들이 매우 저렴하며, 까바나 맥주 같은 주류도 저렴하기에 외식보다 집에서 직접 해먹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식비를 적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만큼 바르셀로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이 많은 곳에는 어디든지 소매치기들이 즐비합니다. 에스파냐 광장, 카탈루냐 광장과 같이 관광객들이 모이는 광장은 물론이고 인기가 많은 식당거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나 카사 바트요와 같은 관광지 앞을 지날 때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Pompeu Fabra University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현지 경찰관분이 직접 오셔서 소매치기 예방교육을 전 학생을 상대로 할 정도로 관광객이나 외국인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 피해가 심각합니다.
실제로 함께 교환이나 여행을 왔던 한국 친구들 중 절반 가량은 바르셀로나에서 스마트폰이나 가방을 소매치기 당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나 특히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분의 카드를 비치해둔 비상용 지갑과 비상용 공기계를 마련해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소지품을 적게 들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를 타고 기동성을 바탕으로 가방이나 스마트폰을 훔쳐가는 소매치기 수법도 늘어나고 있으니 되도록 길 안쪽으로 걸으며 유의해야 합니다.
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인에서 보냈던 6개월 가량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다채로웠던 순간입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의 저는 사실 계속 진로와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던, 또 그러다가 문득 우울하거나 가라앉곤 하던 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교환학생을 가는 것도 그저 내가 오래도록 생각해왔기 때문에, 남들도 그냥 그렇게 다들 교환학생을 가기 때문에 가는 것인지, 아니면 당시의 제가 정말로 원하고 가고 싶어서 가는지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름대로는 조금 갑작스럽게 교환학생을 가고, 스페인에서 생활하게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살면서 중에 가장 다양하고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다양하고 많은 방식으로 만났고, 그들과 함께 웃고 울었습니다. 또 한 명의 정치외교학도로서, 교환학생 파견기간 동안 짬을 내어 네덜란드 헤이그,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의 다른 나라와 도시를 방문해 국제정치학적으로는 의미가 깊은 평화궁이나 EU의 기관들을 돌아보면서 그 공간이 갖는 역사와 정치의 본질에 대해 막연히 사유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실은 이렇게 바르셀로나에서 살면서 만나고 어울리게 된 현지 친구들이나 교환교에서의 경험보다 중간중간에 홀로 여행을 다녔던 곳에서 만난 인연들과 추억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바르셀로나에서 온전히 살면서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혹여 이 글을 보시고 이후 바르셀로나로 교환학생을 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바르셀로나 현지 문화와 관광지를 보다 많이 즐기고 오시라 조언해드리고 싶습니다. 고딕지구,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비롯한 지중해 해변, 티비다보 놀이공원, 에스파냐 광장과 몬주익 언덕,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대표되는 가우디 건축물, 캄프누 경기장 등 바르셀로나는 그 자체로 볼거리도 많고, 사람들도 따뜻한, 활기차고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떠한 이유로 교환을 고민하고 있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혹시 너무 많은 고민들에 머리가 아파하지 말고 여건이 되는 한 그냥 한 번 지원하고 훌쩍 떠나보는 건 어떻겠냐는 조언도 감히 던져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저는 진로와 인간관계를 비롯한 수많은 고민에 둘러싸여 있고 아직도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계속 고민해나가야 하는 흔한 대학생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스페인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서 바르셀로나에서 일상을 보내며, 또 배낭 하나 짊어지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울고 웃었던 추억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 추억들 덕에 스스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는 자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것도 맞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라면 스페인, 유럽에서의 이런저런 풍경들이 떠오릅니다.
학교로부터 많은 지원과 도움을 받아 파견되는 자리인 만큼 교환학생이 결코 가볍고 쉽게 생각할 자리는 못 되지만, 또 그만큼 너무 무겁게 생각하거나 파견기간 동안 스스로에게 너무 각박하게 굴지 않았으면 합니다. 6개월은 긴 것도 같지만 실은 매우 짧은 기간입니다. 그 잠시간 한국의 현실을 떠나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일이 멈춰버리는 것도,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것도 아닙니다. 교환학생 파견기간은 각자가 파견된 지역과 학교와 사람들, 그 나라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자신을 즐기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시간을 그래도 후회 없이 사랑하고 마음껏 즐기며 참 많이도 배웠고, 그런 스스로가 대견하고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렇기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이 앞으로 학부생활에서의 저에게, 또 긴긴 인생을 살아갈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