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 주전공생 소연경입니다. 스페인어를 전공으로 하는 학생으로서 스페인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꼭 경험하고 싶어서 22년 가을학기에 UAB로 파견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파견을 결심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도시, 여러 학교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해안가에 위치해 여가를 즐기기 좋고, 인프라나 교통이 유리한 바르셀로나를 희망했습니다. 카탈루냐 지역은 카탈란을 공용어로 선택한 지역이기 때문에, 카스테야노어를 주로 배워온 저는 비교적 카스테야노어에 친숙한 UAB에 잘 어울리리라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UAB는 말그대로 '바르셀로나 자치 대학'이지만, 실제로는 카탈루냐라는 지역의 외곽에 위치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르셀로나 도시와는 약간 먼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아주 큰 단점이 바로 이 위치이죠. 도심과 멀리 떨어져 등하교가 어렵고, 기숙사에 거주하게 되면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도심 관광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굳이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경기도에 있는 서울대학교 정도가 되겠네요. 그렇지만 반대로 UAB만의 특장점이 이 위치적 특성에 있기도 합니다. 바르셀로나는 유명한 관광도시이기도 해서, 굳이 교환학생 신분으로 오지 않더라도 웬만한 건 쉽게 둘러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도심을 벗어나서 외곽으로 멀리멀리 떠나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도시와 장소,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후술하겠습니다.
학교에는 각 단과대 학생식당이나 도서관, 여러 체육문화시설이 있어서 원하는 경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수업이 마치면 밖으로 나와 노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시설을 잘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캠퍼스가 넓은 편이라 길을 잃기 쉬우니 조심해야 하고, 대부분의 공지 언어가 카탈란어로 적혀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카스테야노 사용자라서 카탈란어랑 비교적 비슷한 부분을 찾아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학내에는 여러 동아리가 있어서 국제교류센터에서 명단을 받아 자유롭게 컨택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페인에서는 한류가 굉장히 핫해서, 한국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현지 학생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Erasmus 단체에 가입하여, 커뮤니티 모임이나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서 짧은 시간을 가성비 있게 즐기실 것을 추천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동아리와 비슷하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프로그램이 UAB 세종학당의 Tándem프로그램입니다. 통번역대학교의 세종학당은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매학기 한국인과의 언어교환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습니다. 한국인 학생들은 몇 안 되는데, 참여하는 학생들은 몇십 명에 이릅니다. 지인이 있으시면 자연스럽게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수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통번역대학교의 세종학당을 찾아가면 친절한 한국인 선생님들이 계시니 참여를 원한다고 학기초에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는 것은 아니고, 이렇게 친구들을 연결시켜주고 단톡방이 생기면 알아서 소통해서 따로 만남을 진행하면 됩니다. 저는 여기서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서 학기 내내 함께 놀고, 한국에 놀러온 친구에게 한국을 또 소개해주면서 좋은 인연을 유지해나가고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파견 학우분들께서 가장 걱정하실 부분이 주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기 시작 전부터 이것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하고, 초조해하곤 했습니다. 먼저 기숙사에 입주하여 먼 통학 문제를 해결하고, 싼 가격과 사기 걱정 없는 보장된 생활을 원하신다면 기숙사 가이드라인을 꼭 확인하셔서 입주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같은 학교 학생들이 모여있다보니 친구 만들기가 수월합니다. 같은 한국인 유학생들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숙사 자리가 널널한 편이 아닙니다. 저는 뒤늦게 신청했다가 스페인 입국 직전까지 자리가 나지 않아 외부 원룸을 구해야 했습니다. 파견교나 모교의 안내 메일을 기다리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기숙사 신청 가이드라인을 읽으시길 바랍니다. 아마 가을학기 파견의 경우 유학생들은 6월에 먼저 신청이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큰 문제가 있었는데, 기술적 문제로 입주 기간을 키보드로 직접 입력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날짜가 마우스로 선택되지 않아 아직 신청 기간이 되지 않은 것으로 오해했던 저는 기약 없이 기다리기만 했고, 결국 기숙사 자리가 다 찬 후에야 신청한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파견교의 잘못이지만, 다른 유럽 파견 후기에서 숱하게 말하듯 절대로 우리나라에서의 일처리나 보상 시스템 등을 기다리지 마시고, 무조건 적극적으로 행동하셔서 미리미리 불상사를 방지하시길 바랍니다.
기숙사 입주에 실패했음에도, 저는 결과적으로 도심의 외부 원룸을 구한 것을 오히려 행운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2번만 학교에 가는 시간표를 짜기도 했고, 교통편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선택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첫째, 원룸의 비싼 시세이고, 둘째, 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바르셀로나 도심의 원룸 월세 시세는 보통 싸게는 400유로에서 600유로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보증금은 한 달 치 월세와 같은 것이 보통이니, 우리나라보다 보증금 부담은 크게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저기서 관리비(gasto)가 추가로 요구되는데, 이 관리비가 꽤 비싸서 현재의 환율을 (1300원 중후반) 생각하면 한 달에 주거비로 나가는 돈이 60~80만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드리드를 제외한 다른 중소도시들과 비교하면 아주 비싼 금액이지만, 대도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금액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숙사는 3-40만원대로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racia 지구가 젊은이들에게 가장 힙한 곳이지만, 시세가 비쌉니다. Eixample도 무난하고 위치가 좋지만 가격이 좀 있는 편입니다. Raval 지구만 꼭 피하세요. 할렘가입니다. 도심에 위치하지만 위험해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Sants 지구에서 살았는데, 가격대도 싸고 치안도 괜찮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요역인 Barcelona-Sants역(우리나라의 용산역)과 도보 10분 거리여서 아주아주 편했습니다.
구하는 채널은 다양합니다. 주로 Idealista나 Badi와 같은 어플에서 집주인에게 직접 연락하여 구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어서 활용 방법 등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러한 어플 이외에도 직전 학기에 파견된 지인이 있으면 이어 받아 생활을 할 수도 있고, 페이스북에서 'Alquiler(임대/임차)' 'piso(원룸/아파트 등)' 와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서 자기 PR 홍보글을 올려 임대인의 연락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서 저에 대한 소개글을 올려 집주인이 연락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임차인이 매물을 선택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스페인의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골라서 들이기 때문에, '당신의 집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어필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로 학생보다는 직장인들을,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당연히 학우분들이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집 구하기의 현실은 냉담할 겁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고 좋은 집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계약조건과 보증금 환급 등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저와 제 지인 모두 집주인과 불화가 있어서 큰 문제를 겪었었습니다. 집주인 성격도 이상하진 않은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관광거리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유명한 츄러스 집(Xurreria) 등… 저는 비교적 단기 여행에서는 방문하기 쉽지 않아서, 교환학생일 때만 즐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소개해드릴게요. 검색해보면 소개 정보는 쉽게 알 수 있으니, 유용한 팁 위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a. Monserrat: 차 없이 가기는 어려운 곳이에요. 현지 친구와 친해져서 함께 가자고 해보세요. 평지보다 날이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챙겨가셔야 합니다.
b. Sitges: 노을이 질 때 가시면 정말 예뻐요. 해변가 레스토랑은 가격대가 있는 편인데 간단히 커피만 드시면 가성비 있게 해변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c. Costa Brava: 멀어요. 저는 가본 적 없지만 Sitges보다 예쁘다고들 합니다.
d. Girona: 여기도 가본 적 없습니다. 평범하고 수수한 마을이라고 들었습니다. 멀지만 꼭 가보면 좋을 곳 같아요. 저는 못 가본 게 좀 아쉽긴 합니다.
e. Portuavetura: Tarragona 지역에 위치한 놀이공원입니다. 비싸요. 할인 혜택 등을 확인하시고, 총 4파크가 있는데, Ferrari Land는 문을 빨리 닫으니 운영시간을 꼭 확인하고 다녀오세요. 돈도 많이 깨지고 거리도 엄청 멀지만 친한 친구들과 가면 정말 재밌습니다.
f. Martorell: 주거 지역에 가까운 곳인데, 마찬가지로 차가 있어야 다닐 수 있는 사람 사는 동네입니다. 싸고 가성비 좋은 와이너리 등이 있어요. 이쪽에 사는 친구한테 초대해달라고 해보세요.
g. Vic: 여기도 가보진 않은 도시지만, 많이들 놀러가더라구요.
h. Cosmocaixa: 우리나라 과천과학관 같은 곳이에요. 유치할 수도 있지만, 저는 재밌게 놀고 왔습니다. 귀여운 동물들도 몇 마리 볼 수 있어요.
i. Vilanova: 여름이 성수기이지만, 비수기에 가도 나름의 여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다가 정말 예뻐요.
j. 해안가의 클럽들: 핫한 클럽들은 Barceloneta 해안가들에 모여있습니다. Opium, Pacha, Shoko 등 클럽 문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방문해보세요.
카탈루냐는 자치 교통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이로된 1회권, 10회권, 1달권 등을 끊을 수 있고, 본인의 이용 빈도나 할인율에 따라서 알맞은 것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주로 T-Casual(10회권)이나 T-jove(청년 3개월 할인권)을 구매하고, 저 같은 경우는 약 4개월 머물렀기 때문에 T-jove와 T-Casual을 혼용했습니다.
바르셀로나 도심에서 외곽으로 나갈 때, 주로 산츠역이나 카탈루나 광장역에서 Renfe 혹은 Ferro(Rodalies)를 타실 때는 전광판의 플랫폼을 확인하고 타시기 바랍니다. 시간도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뭐든 여유있게 생각하셔야 해요.
바르셀로나는 야간 교통이 매우 잘 되어있어, 우리나라처럼 막차 걱정이 비교적 크지 않습니다. (기숙사 제외, 기차는 막차 생각하셔야 해요) 도심에 있다면 야간 버스가 배차 간격은 좀 있더라도 꾸준히 있어서, 저는 막차 걱정 없이 자유롭게 놀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치안 위험은 존재하니, 너무 늦은 시간에는 혼자서 돌아다니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물론 중간에 학업과 주거 문제, 가족과 친구 등의 이슈로 돌아오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와 시간이 꽤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그 시간이 꿈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스페인에서 ‘여유’라는 가치를 배워왔습니다. 말로는 아주 간단하지만, 실제로 체감하고, 실천하기는 어려운 가치입니다. 이 덕분에 제 생활은 이전과 실제로는 똑같아도 더 심적으로 풍요로워졌습니다. 앞으로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어떠한 후회나 미련, 아쉬움이 들지 않습니다. 나의 너무나 소중한 청춘을 딱 적당히 행복하게 보낸 것 같아서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