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코로나19로 인해 교환학생을 거의 포기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가장 친한 동기들과 함께 지원했습니다. 해외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스페인어를 실제로 사용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말라가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있는 도시로, 도심에서 걸어서 20분이면 바다가 보이는 멋진 도시입니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날씨 좋은 스페인 도시’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1월 중순에도 낮에는 20도를 넘을 정도로 항상 날씨가 맑고 좋았습니다. 공항, 항구, 대중교통 등 교통이 잘 정비되어 있어 시내를 돌아다니기도 좋고, 유럽의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다니기도 좋습니다.
University of Málaga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동아시아학부에 한국 전공이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미학, 한국 역사, 한국어와 한국 소설 등 한국 관련 수업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 그들과 이야기하며 스페인어가 많이 늘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가장 먼저 여권 유효기간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구여권을 사용할 수 있지만, 갱신이 필요하시다면 다른 서류를 준비하기 전에 여권부터 마련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스페인 체류에는 비자가 필요한데, 저는 비자 서류를 준비할 때 유학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1학기 체류용 단기 비자와 1년 체류용 장기 비자가 있는데, 장기 비자의 경우 스페인 현지 계좌 개설 등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준비할 서류가 너무 많다고 들었습니다.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대사관에서 반려하는 경우도 있으니, 학기 중이어서 교환학생 준비를 혼자 하기 어려우시다면 유학원을 고려해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특히 비자 면접 날짜 예약을 빨리하셔야 합니다. 교환학생 선발 공고를 확인하자마자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비자 인터뷰 날짜를 예약하세요. 인터뷰 후 비자 수령까지 2~3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늦는 경우 출국 비행편 일정까지 변경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공편 예약은 비자 수령 이후에 하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보통 항공권이 저렴할 때 예매를 합니다. 저는 말라가에 갈 때는 카타르 항공을 이용했습니다. 항공사에 따라 학생 인증을 하면 무료로 위탁수하물을 추가해주기도 하니, 말라가행 항공편이 있는 에어프랑스, 카타르 항공, 터키 항공 등을 잘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선배가 집을 물려주어 집주인 할아버지와 바로 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은 입국 직후 며칠 동안은 에어비앤비에 임시로 머무르면서 현지에서 집을 직접 보고 계약을 합니다.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 까다로울 수 있으니, 연락을 최대한 많이 돌리시고 방문도 많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것은 국제학생증 발급입니다. 유럽의 경우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학생 인증을 하면 입장권을 할인해주거나 무료로 입장을 하게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스, 스페인의 유명 박물관은 모두 할인을 해주니 출국 전에 하나 발급해서 가시길 바랍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저는 학업적인 목표보다 어학 능력과 외국 친구와의 교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수업은 두 개 들었는데, 하나는 스페인 어학 수업이었고 하나는 한국 예술과 미학 수업이었습니다. 어학 수업은 현지 기준 3학년이 듣는 수업이어서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한국 예술과 미학 수업은 제가 내용을 알고 있기도 했고, 교수님이 한국인 학생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재밌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지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2번의 발표를 했고, 한국 예술품에 대한 시험도 두 번 봤습니다.
출국 전 한국은행에서 해외 사용이 가능한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가실 텐데, 저는 스페인에서 가상 계좌를 개설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유럽에서는 비접촉 결제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해 한국 체크카드는 가끔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여권과 스페인 비자 NIE 번호가 있다면 N21, Revolut, Monese, Vivid 등의 앱에서 우리나라의 카카오뱅크처럼 계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해외 송금 앱인 모인으로 가상 계좌에 유로를 보내고, 현지에서는 카드까지 발급받아 구글 월렛에 넣어 사용했습니다.
스페인의 장물가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쌉니다. Mercadona, Eroski, Dia 등의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서 직접 요리해서 먹었고, 채소는 동네 가게에서 샀습니다. 다만 외식 물가는 한국 물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것 같습니다. 스페인에 가시면 한국에 없는 다양한 우유, 이베리코 돼지고기, 마트에서 바로 짜낸 오렌지 주스, 하몽을 꼭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중국 식자재 마트에서 한국 음식도 꽤 많이 팔고 있어서, 캐리어에 자리가 없다면 가서 구입하셔도 무방합니다.
생활용품 대부분은 현지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드럭스토어 Primor에서 화장품과 위생용품을 구매할 수 있고, 마트나 백화점에서 드라이기, 수건 등의 필수용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휴대용 정수기 브리타나 폼롤러를 구매해 유용하게 사용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단, 기초 화장품과 클렌징 용품은 꼭 한국에서 챙겨가세요. 유럽 클렌징 용품은 한국보다 세정력이 약해 화장품이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교통의 경우 무제한권 사용을 추천해 드립니다. 시내에 있는 EMT에서 학생 버스 무제한권을 구매할 수 있고, 역에서는 도심 렌페/도시 간 렌페 무제한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말라가-세비야 도시 간 렌페 무제한권으로 세비야 여행도 편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혹은 에스딴꼬에서 지하철+버스 카드를 구매한 후 유로를 충전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도심에서 렌페를 타면 10분 만에 공항에 도착하니 여행 많이 다니세요!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단언컨대 제 대학 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해변으로 산책하러 나가 노을을 바라보며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밤하늘에서 별을 헤아려보기도 했으며,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보던 시간이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평생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