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코로나 학번으로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한 채 2년을 보냈습니다. 거듭되는 온라인
수업과 활동에 지쳐있었고 새로운 휴식과 자극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색다
른 방식으로 공부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
다.
파견국가로는 싱가포르를 선택하였습니다.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나라로 다양성 존중
과 국가 안전 수준이 우수해 혼자 타지에서 오랜 시간 생활해야 하는 저에게 큰 매력으로 다
가왔습니다.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쓰기 때문에 여러 언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국제협력본부 주관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NUS)에서
한 학기 동안 수학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에 있는 서울과 비슷한 크기의 작은 나라입니
다. 1년 내내 여름이며 6~7월이 건기, 12~1월은 우기입니다. 지리적으로 주변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싸고 편하게 여행을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서 되도록 교환 기간에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NUS는 싱가포르의 서쪽에 있는 종합 대학으로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세계적인
권위가 매우 높은 대학입니다. 거의 매년 QS 세계 대학 순위에서 아시아 대학 1위를 차지하
고 있습니다. 국제 학생 비율이 높은 편이라 수업이나 동아리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교환학
생을 만날 수 있고 기숙사, 문화 프로그램, 스포츠, 학식 등 학생 복지가 우수하므로 캠퍼스
내에서 다양한 교류 활동을 하기 좋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메일 확인
학생증 발급, 비자 신청, 수강 신청 등 교환학생 합격 발표 이후 진행되는 모든 절차는 스누
메일이나 나중에 개설하는 NUS Outlook 메일을 통해서 안내를 받습니다. 절차가 크게 복잡
하지 않고 메일에 기간이나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으므로 주기적으로 메일을 확인하셔서
빠지는 서류가 없도록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숙사
NUS 기숙사는 College, Hall, Residence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에어컨 유무와 1인실/다인실
로 방을 구분하고 기숙사 지원 기간에 신청한 지망 순위에 따라서 배정됩니다. 저는 UTown
에 위치한 RC4(에어컨/1인실)로 지원했고 운이 좋게 원하는 곳에 배정받아 생활했습니다. 하
지만,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똑같이 지원해도 다른 방이나 기숙사를 배정받는 일도
있고 아예 기숙사에 떨어져 학교 밖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선발방식이 랜덤이기
때문에 메일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시면서 기숙사 지원 기간이 되면 최대한 빨리 신청하시는 것
을 추천해 드립니다.
수강 신청
학기 시작 전 메일을 통해 수강 희망 과목의 지망 순위를 정해 등록하라는 안내를 받습니다.
confirm이 되는 과목보다 안되는 과목이 많으므로 최대한 많이 신청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
다. 학기 시작 후 수강 신청 변경이나 수강취소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히 있으므로 해당
기간에 최종적으로 원하는 시간표를 만드시면 됩니다.
카드 및 현금
저는 한국에서 해외 사용 및 현금 인출이 가능한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지만, 더 편하
게 생활하시기 위해서는 현지 은행(DBS, OCBC 등) 카드를 발급받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싱가포르는 카드 결제 시 터치 기능을 사용하는데 한국 카드에는 해당 기능이 없는 경우가 대
부분이기 때문에 결제할 때마다 insert 가능 여부를 매번 물어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현지 카드를 발급하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오랜 기간 생활을 해서 결제나 송
금을 편하게 하시려면 꼭 현지 카드를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일부 식당은 현금만 받는
때도 있으므로 비상 현금을 챙겨 다니는 것도 꿀팁입니다.
통신
편의점에서 Singtel 선불 유심을 구매해 사용하였습니다. Singtel 앱을 깔아서 데이터가 떨
어질 때마다 top-up하는 방식입니다. Singtel이 가장 큰 통신사여서 해당 유심을 사용했지만,
이외에도 Starhub, M1 등 다른 통신사도 있으므로 해당 유심을 이용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수강과목
NUS는 한 module(과목) 당 4 MC(학점)이고 교환학생이 신청해야 하는 최소학점은 12 MC
입니다. 수업의 개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영어로 학술적인 부분을 깊게 다뤄보고
싶으신 분은 수업을 많이 들으시면 좋습니다. 저는 교환학생을 온 목적이 여행과 휴식이었기
때문에 3과목만 수강했습니다. 한편, NUS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과목에 강의 이외에
참여형 토론 수업인 tutorial class가 있다는 점입니다. 수업에 따라 매주 진행되기도 하는데
제가 수강한 과목들은 모두 격주였습니다. tutorial 진행 방식은 토론, 발표, 문제 풀이 등 다
양하지만 핵심은 참여를 강조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출석이나 참여도를 평가 비중이 높습니다.
강의는 몰라도 tutorial만큼은 꼭 출석하시고 사전에 조금 준비해두시는 게 수업을 따라가기
가 편합니다.
(1) Spanish 1
영어로 다른 언어를 배우는 데에 단순한 호기심이 생겨 신청한 과목이었습니다. 일주일에 2
시간씩 2번 수업을 하고 speaking 활동이 많아 교수님, 그리고 학생들과 교류가 많은 참여형
수업입니다. 2번의 시험이 있고 1번의 speaking test가 있습니다. video clip 제작이나 short
essay 등 자잘한 과제들이 많지만, Level 1 수업인 만큼 난이도도 낮고 부담 없이 재미있게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참고로, 언어 수업은 Level 1만 테스트 없이 수강 신청
이 가능하고 Level 2 이상의 수업을 희망할 때는 배치고사를 쳐서 결과대로 배정받는 Level
로 수강 신청이 가능합니다.
(2) Cities and Regions: Planning for Change
전공 수업을 수강해보고 싶어 도시계획 관련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매주 2시간짜리 강의가 1
번 있고 tutorial 수업은 격주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수님이 매우 열정적이셨고 도시계획에 대
한 다양한 concepts를 실제 사례를 활용해 이해할 수 있어서 도시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재미있었던 수업이었습니다. tutorial 시간에는 주로 그룹별 토론을 했습니다. 시험은 없지만
2편의 에세이를 써야 하고 그룹 프로젝트가 있어서 로드가 편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
니다. 하지만 제가 전공의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많이 배우고 영어 실력도 향상할 수 있었던
과목이었습니다.
(3) We the Citizens: Understanding Singapore Politics
교환학생으로 싱가포르에 갔으니 나라 관련 수업을 들으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싱
가포르 정치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실제로 교환학생 비중이 매우 높았던 수업이었습니다. 매
주 2시간짜리 강의가 1번 있고 tutorial은 격주로 진행됩니다. 시험은 기말 1번으로 2시간 동
안 짧은 essay 2편을 쓰는 것입니다. 교수님이 싱가포르 정치 체제에 대해 비판적이셔서 비
교적 새로운 관점에서 싱가포르의 정치와 사회 분위기를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파견을 하러
간 나라에 대해서 수업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
다.
현지 생활
싱가포르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과 교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교통이 워낙 잘 되어 있고
나라 규모가 작아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어디든 가기가 편합니다. 그리고 치안이 좋아 밤에
혼자 돌아다녀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곳이 거의 없어서 그럴
일이 자주 있지는 않겠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싱가포르의 단점으로는 물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식이나 Hawker Centre라고 불
리는 저렴한 음식을 파는 시장에 가면 $4~5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카
페나 식당에 가면 여럿이 가도 인당 $20~30은 기본으로 소비합니다. 옷, 화장품, 생필품 등
일반적인 물품의 가격도 한국보다 비싸므로 생활비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특히, 외국인 대상
병원비가 매우 비싸므로 비상약을 한국에서 챙겨오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여행
2학기에는 National Day, Mid-Autumn Day, Deepavali, Christmas가 공휴일로 있고 중
간, 기말고사 전주는 Recess Week로 한 주 동안 수업이 아예 없어서 놀러 갈 기회가 많습니
다. 저는 교환 기간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여행을 갔습니다. 아무래도 현지 학생들
을 학업이 바빠서 놀러 갈 시간이 없으므로 주로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습
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2만 내면 버스로도 이동할 수 있으니 주말을 활용해 가보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은 대학 입학 후 제가 한 선택 중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놀고, 때로는 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하면서
한 학기를 온전한 쉼의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세상에는 제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한 것들이
훨씬 많음을 알았고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했던 고
민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또 다른 목표와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대학교에서 남
은 시간과 그 이후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교환학생을 가는 목적은 사
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
을 것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준비를 잘하셔서 모두 건강하게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시면 좋겠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