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다녀오신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교환 프로그램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 이후에는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실력도 향상시키고, 해외의 풍경을 감상하고 문화를 체험하며 학업까지 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장점을 떠올리며 교환학생에 대한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 영국의 건축과 문화를 체험하고 싶었으며 둘째, 영국식 발음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학도가 의미 있게 다녀올 수 있는 장소가 많다고 동기들이 추천해 준 점도 영국을 고른 이유가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University of Warwick에서 2022/2023 Term 1을 지냈습니다. 워릭대학교는 코벤트리에 위치해 있으며, 상경계열 학과와 수학과, 영화 관련 학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학교 근처에 테스코 슈퍼스토어가 있어 저렴한 가격에 장을 볼 수 있다는 매우 큰 장점이 있습니다. 클라이밍 시설과 헬스장, 로잉머신존 등이 포함된 체육관과 일부 대학 건물은 최근에 지어져 시설도 좋고 깨끗합니다. 라크로스나 럭비를 할 수 있는 평지는 정말 넓고 탁 트여서 산책하기도 좋습니다. 도시와 어우러진 캠퍼스는 아니며 국내 대학처럼 캠퍼스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코벤트리는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버밍엄의 옆에 있으며, 잉글랜드 중부 지방에 위치하여 기차를 타고 영국 전역을 이동하기 용이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저는 한 학기만 수학했기 때문에 비자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영국 비자이민국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개인정보와 방문목적 등을 선택하시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지 여부와 그 종류까지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입국심사를 위하여 STSV 발급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서류를 블로그에서 찾아 준비해갔습니다. 그런데 여행 일정상 스코틀랜드로 입국해서 그런지 여권에 도장도 찍어주지 않았고, 제가 준비한 서류 중 단 한 장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유학생보험과 생활비 등에 대해서는, 국제학생증 발급 시 할인 혜택이 있는 유학생보험을 신청하였으며 하나은행의 체크카드를 사용하였습니다. 저는 국내 입출금계좌에서 그때그때 환전되어 사용하는 방식의 카드를 사용하였는데, 아무래도 환율변동에 취약하고 기타 환전 우대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에 비해서 몇백 원, 몇천 원씩 더 내야 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컨택트리스 결제가 정말 잘 작동하였고, 항공권 구매부터 아마존 쇼핑까지 막힘없이 하나의 카드로 잘 사용하였습니다.
저는 기프가프 유심처럼 국내에서 유심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너무 늦게 알게 되어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에 도착하고 약 3주간은 eSIM을 사용하였고, 이후에 VOXI 심을 사용해 영국 번호를 발급받았습니다. 당시 프로모션을 통해 한 달에 10파운드를 지불하고 30기가 5G 데이터, SNS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였는데 워릭대학교 내에서는 보다폰이 잘 잡혀서 보다폰의 알뜰폰 느낌인 복시를 아주 잘 사용하였습니다. 학교 내에서는 eduroam이 잘 되어 있어 항상 데이터가 남았기 때문에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흔히들 교환학생은 놀러 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서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여행도 열심히 다니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몇 차례 아팠던 탓에 그리던 것처럼 생활하지는 못하였지만, 지내던 하루하루 매일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기내용 캐리어 두 개와 배낭을 들고 기숙사에 입사하였고, 퇴사 후에는 기내용 캐리어 하나와 배낭, 그리고 중간 크기 크로스백을 메고 다녔습니다. 많이 안 챙겨가서, 많이 버리고 나온 경우입니다. 테스코 슈퍼스토어가 기숙사에서 도보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였고, 아마존 프라임 6개월 무료체험권 등도 활용하였습니다. 교내에 카페는 여럿 있고, 피자를 파는 간단한 레스토랑과 펍도 있으며, 도서관에는 아침과 점심(이용해 보지 않아 맛과 저녁 제공 여부는 모르겠습니다)을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구내식당도 있기는 하지만 저는 밥을 전부 해 먹었습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느린 영국의 속도 탓에 제대로 수학 신청이 된 건지 불안해하는 나날을 지나 기숙사에 입사해도 여전히 답답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에 입사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나 기숙사비를 내고, 개강하기 직전에 수강 신청을 시작합니다. 그나마 제가 희망한 경제학부 수업들은 수강 제한 때문에 못 듣는 것은 없어서 반강제로 여유롭게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1학년 영국 학생들만 있는 플랫에서 지냈는데, 덕분에 처음에는 소통 측면에서 힘들었지만 지날수록 영국 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학기에 간 것이기 때문에 플랫메이트들도 서로 처음 만나 친해지는 시기였고,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가을과 겨울은 날씨가 혹독하다고 들었는데, 9월부터 11월 초는 하늘도 맑고 날씨도 정말 좋습니다. 그러나 11월 중순부터 갑자기 추워지고 비도 많이 오며 눈도 내립니다. 사실 추울지 모르고 패딩을 챙겨가지 않아서 한국에서 택배로 패딩을 받아서 생활했습니다. 올겨울에는 12월 정도까지 춥다가 오히려 1월에는 조금 날씨가 풀렸던 것 같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는 교환학생 가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저도 돌이켜 보면 행복하고 소중한 나날들 뿐이지만, 친구들의 말이 100% 이해되지는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말도 미묘한 어감까지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소통의 장벽이 초반에는 크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장벽을 낮추거나 허물고자 교환학생을 지원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영어 실력이라기보다는 ‘소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으니 보람찬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교환 생활을 하며 완벽하게 계획한 대로 생활하지는 못했지만, 뜻밖의 성과와 행복을 찾을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행복을 찾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