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학업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제가 원하는 수업(미술사학 및 미술산업학)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영어권 국가인 영국 중에서도 문화 생활을 다방면으로 누릴 수 있는 런던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런던의 중심에 위치한 SOAS, University of London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런던은 multi-culture의 결정체인 곳입니다. 지하철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동네인 동시에, 엄청난 물가를 자랑하는 대도시입니다. (웬만한 외식은 인당 최소 30파운드를 생각해야 합니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아 지하철을 이용해 30분이면 모두 이를 수 있습니다. 제가 도착한 9월 중순부터 10월까지는 날씨가 화창하고 해도 적당한 시간에 졌지만, 11월부터는 급격히 일몰 시간이 빨라지고 화창한 날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런던에 거주하는 친구들 말로는 11월부터 3월까지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진다니 1학기에 가든 2학기에 가든 교환 기간의 절반 이상은 비 내리는 런던에서 생활해야 할 것입니다.
SOAS는 런던의 중심인 소호 거리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University of London의 구성원입니다. 개발학 및 법학대학원이 유명하며, 캠퍼스랄 것이 딱히 없고 3-4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학교 자체로 미술관을 운영하며, 런던에 위치하 타 학교들에 비해 극도로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제 외국인 친구가 SOAS는 매일이 party 아니면 protest라고 말할 정도로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6개월 이내로 학업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환하는 경우, 별다른 비자가 필요 없습니다. 특히 영국은 자동출입국이 가능하여 별도의 출입국심사도 없습니다. 다만, 런던과 EU지역을 잇는 버스를 이용할 경우 자동출입국이 불가하고 대면 입국심사가 진행되는데, 이 경우 다소 깐깐하게 Letter of Acceptance 등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2) 수강신청 및 기숙사 신청
교환학생으로 최종적으로 합격하고 나면, 기숙사 신청 메일이 옵니다. 거의 모든 SOAS 학생은 킹스크로스 역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위치한 Dinwiddy 기숙사에 거주하게 됩니다. 기숙사 비용이 한국에 비해 매우 비싸지만, 현지 친구들의 말을 들어본 결과 런던 물가를 고려했을 때는 극히 저렴한 편이라고 합니다. 기숙사는 1인 1실 (침대, 책상, 화장실 및 샤워실 포함)이고 5명 내지 8명이서 하나의 주방을 공유하게 됩니다.
수강신청의 경우 학기에 거의 임박하여 진행됩니다. 한국과 달리 선착순이 아니고, 마감일 전까지 원하는 수업을체크해 두면 됩니다. 웬만하면 원하는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에게 열려있지 않은 수업의 경우, 해당 학과의 사무실과 이메일 or 화상미팅 or 대면미팅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3) 생필품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대부분의 학생이 학기 시작 전 여행을 염두해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 역시 그랬기에, 대다수의 생필품 (조리도구, 침구, 세면도구, 수납장 등)을 런던 현지에서 구매했습니다. 조리도구 및 수납장의 경우 IKEA에서, 세면도구는 Boots 및 Tesco에서, 침구는 Argos와 Primark에서 장만했습니다. 제가 도착한 날이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 날이라 대다수의 상점이 열지 않아 난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9월 중순에는 모든 학교의 신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에 Argos와 Primark의 물건 재고가 빨리 소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Argos의 경우 인터넷으로 매장 별 재고를 확인할 수 있으니, 미리 검색해 보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휴대폰
은행 업무 및 기타 인증 절차로 인해 한국 번호가 필요한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한국 번호를 정지시키지 말고, 가장 저렴한 요금제 (알뜰폰 통신사의 경우 0원 요금제도 있습니다.)로 변경해두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한국 유심을 e-sim으로 받아놓고 가시면 편리합니다.
영국 내 유심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학기 중에 유럽을 자주 갈 생각이라면 로밍이 편리한 Three, 그러지 않다면 가장 잘 터지고 저렴한 VOXI를 추천드립니다. VOXI의 경우 이벤트 기간 가입 기준 월 10파운드에 데이터30기가, 통화 및 문자 무제한,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쳇 등) 데이터 무차감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5) 장학금 서류
소득분위에 관계없이 받을 수 있는 아셈듀오 장학금을 추천합니다. OIA 본부에서 메일로 해당 사항에 대한 자세한 공지가 오니, 늘 예의주시하시기 바랍니다.
(6) 금융
트래블월렛, 하나은행 비바X, 하나은행 트래블로버 이렇게 3가지 종류 중 선택하여 카드를 만들어 두시면 좋습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의 경우 Contactless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2022년 기준) 영국에서 소액을 결제하더라도 서명을 해야 해서 번거로웠습니다.
(7) 교통
영국 내 기차 여행을 염두해두고 있다면 레일카드를 미리 발급받는 게 이득입니다. 영국 내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인 에든버러 왕복 기차표를 예로 들었을 때, 레일카드가 없다면 약 50파운드를 더 내야 합니다. 당장 히드로 공항에서 런던 시내인 패딩턴까지 가는 히드로 익스프레스도 많게는 15파운드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 기억이 명확하지 않지만, 레일카드가 30파운드보다 저렴했기ㅇ 무조건 일찍 발급받아 다양한 할인 혜택을 누리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정확하지 않지만, 레일카드와 런던 시내 교통을 담당하는 충전식 오이스터 카드를 연동할 경우, 시내 지하철 및 버스 이용 시에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8) 예방접종
수막구균, tdap 예방접종을 맞고 갔습니다. 런던의 수질이 좋지 않기에 만약에 대비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수업
한 학기에 최대 4개의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주전공인 언어학 관련 수업 2개, 미술학 관련 수업 2개를 들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Term3에 시험이 몰려 있어 Term1 only 교환학생들은 시험이 없는 수업을 듣거나, Tern3에 시험이 있을 경우 담당 교수와 함께 대체 과제에 대해 논의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시험이 없는 수업만 들어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사회언어학 수업입니다. 매주 1시간에 seminar가 있고, 해당 seminar를 위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가야 합니다. 교양 수준의 언어학 내용을 다루고 있어 매우 쉬웠습니다.
Introduction to Translation Theory>
번역학에 대한 기초 이론을 다루는 수업입니다. 교수님이 대단히 친절하십니다. 주 1시간의 Lecture, 1시간의 Seminar로 구성됩니다. Reading이 거의 없고, 한국과 수업 진행 방식이 거의 동일합니다.
미학의 기초에 대해 다루는 수업입니다. 리딩이 어마무시하게, 터무니 없이 많습니다. 초반에는 최대한 해가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대다수의 학생이 리딩을 거의 하지 않고 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교수님도 이 점을 고려하여 최대한 쉽게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셨으나, 수업 난이도가 높아 학생들의 참여도가 대단히 낮다보니 수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Curating Global Art>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입니다. Lecture 시간에 다양한 분야의 교수 및 강사를 초빙하여 수업을 진행합니다. 하루를 통째로 빼 Horniman Museum으로 체험학습을 가거나, 대영박물관에서 tutorial을 진행하거나, Sotheby’s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를 주관하는 분이 오셔서 수업 진행 및 인턴 모집을 하기도 하고, 교내 미술관에 전시된 물품을 직접 장갑을 끼고 만져보고 보존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등 Curating과 관련하여 직접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과제가 3개로, 팀 프로젝트도 있어서 다소 벅차다고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이 또한 현지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미술 산업과 관련하여 정말 진심인 수강생들과 교수님 및 강연자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 영어
이번 학기는 기숙사의 정책 상 하나의 동에 모두 교환학생이 생활하였습니다. 특히 한국인 교환학생의 수가 많아 원한다면 외국인과의 접촉 없이도 한 학기를 마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최대한 없는 수업을 듣길 권장합니다. 저의 경우 Language, Society, and Communication 외에는 모든 수업에서 한국인이 저 하나였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어가 완전하지 못하다고 느낄 경우, 당장 British 친구들과 대화하는 데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으나,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대화하면서도 영어 실력의 향상이 가능했기 때문에 국적과 상관없이 일단 한국어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이는 수업 및 학업과 관련된 부분일 뿐, 생활과 관련해서는 한국인들과 함께 지낼 때 식비를 절감하고 외로움도 덜 수 있기 때문에 중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3) 여행
영국 외의 여행은 학기 시작 전, 학기 종강 후로만 다녀왔습니다. 학기 중에는 영국 내부 (스코틀랜드, 리버풀, 프레스턴, 본머스, 세븐 시스터즈, 옥스포드, 스톤헨지 등)만 돌아다녔습니다. 기숙사와 가까운 킹스크로스 역을 통해 유로스타를 탈 수 있기도 하고, 유럽 내 저가 항공은 가격이 저렴하여 시간표를 잘 짜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다닐 수 있었겠지만, term1 교환학생의 경우 그 기간이 길지 않아 런던과 영국을 돌아보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던 것 같습니다.
(4) 치안
사실 치안으로는 가장 위험한 곳이 킹스크로스 역 주변이지만, 소매치기 이외에 큰 문제는 들어본 적 없었습니다. Soho나 기타 도심에 가도 여럿이서 돌아다닐 때는 밤이 늦더라도 크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은 유럽 중에서는 가장 도난의 위험이 적고 치안이 안전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길에 홈리스가 많지만, 행인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5) 문화생활
Todaytix 앱을 설치하면 매일 선착순으로 25파운드 내지 30파운드에 좋은 좌석에서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코톨드 갤러리, 월리스 컬렉션, 화이트 차펠 갤러리, 테이트 모던 등)과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V&A 박물관, 대영박물관 등)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심심하면 밖에 나가 반 고흐의 그림을 보고 올 수 있는 곳입니다. 또 겨울에는 곳곳에서 스케이트 장을 운영하고, 크고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이들을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기회만 된다면 몇 번이라도 더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행복하고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정서적으로 방황하고 힘들던 시간들을 모두 잊고 제가 원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의 전반적인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교환학생은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 중 하나입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이상, 반드시 다녀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