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원래는 교환학생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졸업 전에 생각해보니 평생 외국에서 걱정 없이 반년을 살아볼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졸업 후 미국 유학 예정이라, 외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해서 졸업을 1년 미루고 교환학생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미국은 어차피 대학 졸업 후 살 곳이기도 하고, 유럽, 특히 영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이 커서 런던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영어를 쓰는 국가라는 점도 생활의 편의나 영어 공부라는 부수적인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저는 런던의 UCL (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수학하였습니다. UCL은 QS 랭킹 10위권 이내의, 영국에서 손꼽히는 소위 좋은 대학 중 하나이며, international students나 interdisciplinary study에 열려 있는 학풍이 특징입니다. 캠퍼스 바로 뒤에 British museum이 있고, 기숙사 앞에 킹스크로스 기차역이 있을 만큼 런던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았습니다. 저는 공대생이지만 1) 공대 학부가 교환학생에게 열려있지 않았고, 2) 심리학과 부전공중이라 심리학과 전공 과목을 수강하고 싶어서 BASc (Arts and Sciences) 학부로 신청하였습니다. 학부 자체가 광범위한 과목을 다루고 있고, 다양한 학부의 전공 과목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교환학생 지원 당시에 영어 성적을 제출해야 합니다. TIER 4 비자를 받으려면 아이엘츠 성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저는 아이엘츠를 준비했지만, 6개월 미만 체류 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자 없이 떠났습니다. 나중에 보니 TIER 4 비자를 받더라도 영국 내 학교에서 영어 성적 인증을 해주면 괜찮다고도 해서, (확인 필요) 굳이 아이엘츠를 볼 필요는 없었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급한 일이 있었어서 출국 준비를 급하게 했습니다. 다행히 영국은 비자가 필요하지 않아서 짐 싸기를 제외한 출국 준비가 크게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기숙사에 물어보니 방 번호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더라도 기숙사로 짐을 부쳐도 된다고 해서, 미리 박스 하나를 영국 기숙사로 부쳐 놓은 상태로 출국했습니다. 무비자로 입국하더라도 영국 정부 사이트에 의하면 통장잔고증명서나 돌아오는 항공편, 영국 내 기관에서 받은 offer letter 등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어 해당 서류들을 가져가긴 했지만, 한국 전자여권으로는 e-gate 이용이 가능하여 입국심사관을 마주치지도 않고 입국했습니다.
유심의 경우 기프가프 유심을 미리 신청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기프가프 유심을 주로 많이 쓴다고 되어 있었고, 기프가프의 경우 유심 주문 자체는 전세계 어디로든 무료 배송을 해주고, 나중에 돈을 충전해서 쓰는 방식이라 미리 한국에서 받아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배송 주소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기프가프 유심을 제 때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겨서 급하게 voxi 유심을 사서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결국 기프가프 유심이 출국 직전에 도착했습니다. (주문 후 한국 집으로 배송받기까지 1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영국에서 써보니 voxi 유심보다 기프가프 유심의 통신 상태가 훨씬 좋았고, 기숙사 체크인 시에 대학에서 받은 웰컴 키트에도 기프가프 유심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기프가프 유심이 실제로도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추가로 출국 전에 파견교와 연락하며 수강신청 등을 해야 합니다. 이 때 행정실 직원에게 수강신청 희망 과목 리스트 같은 것을 제출하라고 해서 이를 바탕으로 수강신청을 해주는 줄 알고 열심히 적어 냈지만, 실제로 이후에 수강신청 기간이 따로 있었고, 직접 수강신청을 따로 해야 하며, 이 때 수강신청 가능한 리스트나 제한 사항이 또 주어져서 이 때 제출하는 희망 과목 리스트는 의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수강신청 시에 교환학생은 무조건 4과목을 듣게 되어 있었는데, 2과목은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고, 나머지 2과목은 BASc 학부 내에서 들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교환학생이 들을 수 있는 과목 리스트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특히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은, 꼭 들어야 하는 BASc 과목이 있어서 신청하고자 했지만 자리가 없어 거절당했었는데, 개강 이후 행정실에 찾아 가서 여러 번 문의했을 때에 따로 waiting list도 없고 증원 계획도 없고 답변을 들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그 과목에 자리가 나서 널 넣어 주었으니 대신 수강취소하고 싶은 과목을 알려주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원하는 과목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혹시 저처럼 듣고 싶은 과목에 자리가 없어 거절당한 상황을 겪게 되신다면 꼭 행정실에 열심히 문의해보시길 바랍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수강신청에 대해 덧붙이자면, 수강신청 기간에 수강신청을 하면 과목 담당 학부와 학생 소속 학부에서 차례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과목 담당 학부에서의 승인이 굉장히 늦게 납니다. 과목 담당 학부에서 거절당하면 새로운 과목을 찾아 수강신청해야 하므로, 과목 담당 학부에 미리 문의해보아야 했습니다. 특히 수강신청 기간에는 학부 행정실에서 메일 확인이 매우 늦기 때문에 아예 행정실로 찾아가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저도 기다리다가 결국 심리학과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서 눈앞에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계좌의 경우 한국에서 수수료가 없는 하나은행의 모 카드를 발급받아가기도 했지만, 주로 현지 계좌인 monzo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저는 애플페이를 현지에서 쓰는 것이 소소한 목표 중 하나였는데, monzo 카드를 이용해서 현지에서 애플페이로 매우 편리하게 생활했습니다. monzo의 경우 현지 주소만 있으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서 교환학생 신분에 비자도 없던 저도 쉽게 개설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monzo의 경우 여러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자체적으로 해당 정보를 심사해서 카드를 발급해 주는데, 여기서 왠지 모를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고, 한 번 거절당하면 재신청이 불가하므로 2안도 가져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Revolut 역시 계좌 개설이 쉽고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고 주변에 트래블월렛 등을 사용하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런던 물가는 뉴욕 다음으로 비싸다는 명성에 걸맞게 매우 비싼 편이지만, (특히 기숙사비가..) 여느 유럽 국가가 그렇듯 사람의 서비스가 포함되면 비싸지만 생활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싼 것 같습니다. 대부분 기숙사에서 직접 요리해먹게 되어서, 생활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의 영국 교환학생 귀국보고서에서 한달 생활비로 100만원 정도 잡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여행을 제외하면 그 정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을 신청할 때에도 런던은 정말 살고 싶던 도시였는데, 교환학생을 마친 지금도 여전히 런던은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관광지가 많아 여행하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직접 사는 사람에게도 굉장히 살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매우 잘 되어 있어서 런던 구석구석 가기 편리하고, 현대적인 느낌과 옛 유럽 느낌이 공존하는 런던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또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료 입장이라서 예술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2학기라서 해가 굉장히 빨리 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할로윈과 12월 내내 지속되는 밤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설레게 하는 것 같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런던 생활에, 또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많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행복했던 한 학기였습니다. 평생 교환학생이 아니라면 해볼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가르침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교환학생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꼭 경험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