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영어권인 나라들 중 전공 분야가 유명한 대학들 위주로 지원하였고 최종적으로 글래스고 대학에 교환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지원 이전에 미국과 영국 등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의 의견을 물어 각 학교에 대해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교환 자체의 목적은 서울대가 아닌 곳에서의 학업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였고, 여행도 다니며 4학년이 되기 전에 코로나 시기 동안 즐기지 못한 대학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i) 대학 소개
University of Glasgow는 15세기에 세워진 유서 깊은 대학으로 졸업생 중에는 아담 스미스 등이 있습니다. 대학 건물은 하나의 캠퍼스에 모여 있다기 보다 동네에 건물들이 여러 개 떨어져 있는 형태입니다. 이중 main building은 19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가장 캠퍼스 같이 구성되어 있고 성처럼 생겨서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언덕 위에 있어서 main building에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가벼운 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대학의 건물들은 층 체계가 제각각인데 ground floor에서 한층 올라가면 4층이고 한 층 더 올라가면 7층이 나오는 건물도 있고 ground floor가 3층인 건물도 있으며 한 층에 4,5층이 함께 있는 건물도 있었습니다. 강의실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학교 앱에 강의실마다 길 안내가 꽤나 상세히 되어 있기는 합니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 freshers week가 시작되는데 이 동안 신입생을 위한 정말 여러 가지 행사가 밤낮으로 열립니다. 돈을 어느 정도 내면 여러 freshers 행사에 입장권이 되는 팔찌를 받게 되는데 저는 이 행사들에 참여하면서 플랫메이트 등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다들 이 기간 동안 친구를 많이 사귀어서 일주일 정도 먼저 학교에 가는 것도 한 학기를 즐겁게 보내기 위한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ii) 지역 소개
전반적으로 글래스고라는 도시는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글래스고 대학은 city center가 아닌 west end 쪽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기숙사도 west end 쪽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지냈던 기숙사 주변 및 대학가는 매우 안전하다고 느꼈고 11시 정도까지는 혼자 밖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여러 명과 함께 있을 때는 새벽에도 밖에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글래스고 city center는 대학 쪽에 비해서는 다소 덜 안전하다고 느꼈고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다니기는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글래스고 사람들은 친절하다고 느꼈는데 도시의 표어가 ‘People Make Glasgow’일 정도로 주민들도 글래스고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스코트랜드는 자연이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주말마다 student tour를 이용해서 하이랜드와 여러 호수, 스카이 제도 등 투어를 많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스코티쉬 억양은 한 학기가 지나고 나서도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 제가 수강했던 과목들의 교수님들은 억양이 강하지 않거나 잉글랜드 억양인 경우가 많아 수업 이해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i) 장기적 준비 사항
교환 학생을 가기 전 1학년 때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장기적으로 했던 준비는 미리 졸업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학점을 많이 들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교환을 가는 해당 학기에만 열리는 전공 필수 과목은 선이수하기도 했습니다. 계절 학기 등도 활용하여 학점을 조금 더 들어 놓으면 교환 학기의 학점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졸업 요건을 충족하도록 준비해놓을 수 있어 훨씬 더 부담 없이 갔다 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영어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신다면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다 가면 학업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ii) 단기 준비 사항
저는 교환 가기 전에 수강하고 싶은/할 수 있는 과목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여러 개 준비해 갔습니다. 현지에서 수강신청을 하면서 생각보다 과목 변경이 많을 수 있어 미리 차선책을 생각해 가면 도움이 될 것 입니다. 혹시 현지에서 거주하거나 비슷한 시기에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가 있다면 만날 일정을 잡아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타지 생활에 잘 적응했다고 느꼈지만 가끔씩 알고 있던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큰 힐링이 되었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i) 학업
우선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 2주 정도 동안은 수강신청 때문에 글래스고 대학의 교환학생들 모두가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직접 수강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메일로 수강신청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수강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받아야 하는데 전공 과목의 경우 전공 과목을 총괄하는 다른 분께 따로 확인을 받아야 해서 이메일을 이리저리 돌리게 됩니다. Biology Major의 경우 L1부터 L4까지의 과목들이 있는데 저는 L4 과목들을 듣고 싶어 한국에서 수강했던 과목들 리스트를 전부 보내서 수강 가능 여부를 확인받았습니다. 해당과 안내문에는 L4과목을 하나 승인 받았을 때 과목 담당자에게 다시 물어보지 않고 다른 L4과목을 자동으로 수강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는데 제 경우에는 이미 L4과목 하나가 승인되었는데 다른 L4과목은 제가 관련 과목을 충분히 선이수하지 않아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변수가 많기 때문에 사전에 희망 과목을 여러 개 생각해가는 게 좋습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답장을 잘 받은 편이였는데 주변 교환학생들 중에는 과목 이수 여부에 대해 답이 오지 않아 수강신청 마감날까지 이메일을 돌리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서울대 학칙 상 본교에 유사한 과목이 있는 과목들만 학점 인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글래스고 대학에 다양한 생명과학 과목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서울대에서 제공되는 과목들과 비슷한 것들만 가능하다는 생각에 여러 과목을 제외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타 대학에서 색다른 생명과학 과목을 배워보고 싶었던 제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부분은 글래스고 대학 뿐만 아니라 교환학생을 가시는 분들 중 학점 인정을 받고자 하는 분들 모두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래스고 대학의 Biology Major 수업 체계는 본교와 매우 다릅니다. 제가 수강했던 L4 수업들 중 일부는 이론 수업 외에 4,5학년 학생들이 하는 졸업 프로젝트와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고 교환학생은 해당교에서 졸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기에 이 부분은 따로 교수님께 여쭤보고 참여할 수 있는 만큼만 참여하였습니다. L4 수업의 난이도는 본교에서 전공과목을 어느 정도 수강한 학생이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정도라고 느꼈습니다.
모든 학생은 한 학기에 정확히 60 credit을 맞춰서 들어야 했고 L4 전공과목은 시간표상 2개까지 밖에 들을 수 없었기에 음악대학의 L1 수업을 교양수업으로 수강하였습니다. 이 수업의 일선 인정 여부는 아직 학점 인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들었던 L1 수업은 음악 전공생과 함께 들어서 가끔 이론적인 부분이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으나 1학년 입문 수업이기도 해서 써내야하는 에세이 자체는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여러 논문을 읽으며 재미있게 써낼 수 있었습니다.
ii) 현지 생활
많은 사람들이 영국의 음식과 날씨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데 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약간의 걱정은 가지고 갔습니다. 우선 음식은 외식비를 줄이고자 기숙사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습니다. 영국 음식 자체는 대단히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제 입장에서는 먹을 만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 중 blood sausage나 haggis를 먹기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순대 등 내장을 먹어본 한국인 입장에서는 크게 이질적인 음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글래스고나 런던 등 도시에는 다양한 나라 음식점들이 있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외식하면 될 듯합니다. 글래스고 대학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동네에 아시아 식료품점이 여러 곳 있습니다. 한국 브랜드나 식재료(김, 고추장, 참기름, 치킨, 즉석라면, 유부, 파, 떡볶이 키트 등등)를 아주 많이 팔기 때문에 마늘쫑무침 등 다양한 반찬도 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 번에 2,3인분 정도 조리되는 미니밥솥을 사갔는데 스시용 쌀을 사서 잘 사용했습니다.
날씨는 예상대로 비가 자주 오기는 했습니다. 다만 비가 한국의 비와 달라서 맞고 다닐 만 한 drizzle 정도인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우산을 많이 안 들고 다니기도 하고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우산을 펼 수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바람막이 정도의 방수 겉옷과 생활방수 정도 되는 부츠가 있으면 다니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신기했던 점은 애플 날씨 앱에서 거의 10분 단위로 아주 약한 비부터 예보를 해주는데 이게 굉장히 정확합니다. 저는 기분이 날씨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인데 일주일째 비가 올 때쯤에는 약간 우울해지는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 11,12월이 되면 낮이 굉장히 짧아집니다. 11월 말 정도부터는 세시반이면 해가 완전히 집니다. 친구들과 함께 비타민 D를 열심히 챙겨먹었습니다.
기숙사는 6개까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조금 더 비싸지만 개인 화장실이 있는 kelvin court를 골랐고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했습니다. Kelvin court의 common room에는 자판기, 티비, ps, 당구대, 탁구대 등 편의 시설이 있고 기숙사 정문 옆에 front desk가 있어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Front desk에서는 택배를 대신 받아줘서 쉽게 가져갈 수 있고 직원분들께서 학생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십니다. 특히, 전등이 나가거나 기숙사 내 무언가 고장 났을 때 앱을 통해 maintenance 요청을 하면 1,2일 정도 내로 작업자 분들께서 오셔서 고쳐주셔서 매우 편했습니다. 근방에 다른 기숙사가 두 개 정도 있는데 maintenance 요청을 이메일로 해야 하고 인원이 배정되기 까지 매우 오래 걸려서 불편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기숙사에 flat마다 공동 부엌이 있는데 이 부분은 기숙사 선택 시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들 중 일부는 기숙사에 부엌이 없고 대학에서 제공하는 밀플랜을 계속 먹어야 했는데 밀플랜이 비싼데다가 맛이 없고 매번 같은 게 나와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 기숙사가 굉장히 살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을 함께 안고 떠난 교환학생 이였는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여행을 다니고 카페에서 공부했던 것도 모두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모르는 도시에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잃었던 대학생활을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동시에 앞으로의 4학년을 열심히 해나갈 활력을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을 희망하시는 모든 분들께서 의미 있고 좋은 시간 보내실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