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학생으로 왜 왔는지 영국에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물어봤습니다.. 만나는 족족 이 질문을 들었는데, 사실 영국을 파견 국가로 고르게 된 데에는 큰 이유가 없었습니다. 영드(<미란다>)와 유럽 건축물, 유럽의 중세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기왕이면 제가 이미 아는 언어를 활용하고 싶어서 영국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결심한 것 자체는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돈도 정말 많이 들기 때문에 가족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수적이고, (특히 거의 졸업이 가까워 오는 사람들은) 한 학기를 온전히 이 한 경험을 위해 소비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 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험을 누려보고 싶었습니다. 1학년 시기에는 친구를 거의 만들지 못했고, 2, 3학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걸 리셋하고 싶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완전한 새 출발을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곳에서 현실로부터 분리되어(?) 제 미래를 어떻게 빚어나갈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 현실 도피나 다름없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큰 비용을 들여 교환학생을 다녀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교환학생 생활 중에 저와 제 가족이 투입한 비용보다 정말 정말 큰 배움을 얻고 돌아왔기 때문에 절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께도 교환학생 경험을 추천드립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런던의 University of Westminster(줄여서 UoW)로 파견을 다녀왔습니다. UoW는 런던 도심에 위치한 학교이고, 특히 교환학생들 위주로 도심의 기숙사를 배정해주기 때문에 런던의 살인적인 교통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면서 놀러다니고 싶다면 정말 좋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기숙사 바로 앞의 어마어마한 환승역인 Baker Street Station, 아름다운 Primrose Hill과 동물원이 붙어있는 역시 어마어마하게 큰 Regent Park를 모두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정말 금싸라기 땅에 기숙사 건물이 위치해 있습니다(Marylebone Hall 한정, Harrow 같은 경우에는 위치가 좋지 않습니다. Art Class 위주로, 혹은 Art Major로 파견 신청한다면 거의 Harrow Hall을 배정받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학교 건물이 충분히 15~2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데, 이것이 살다보면 좀 귀찮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운동 효과가 톡톡하고, 친구들과 다같이 걸어서 등교하는 것도 돌아보니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근처에는 Marylebone High Street, 커다란 마트도 있고 무엇보다 런던 최대의 쇼핑 거리라고 볼 수 있는 Regent Street가 있습니다. 다 걸어갈 수 있어요. 차이나 타운도, 피카딜리 서커스도, 다 마음만 먹으면 걸어갈 수 있습니다. 걷는 것을 사랑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 정말 추천드리는 캠퍼스입니다.
학교 분위기가 정말 개방적인 것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모두를 포용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표현하면 장점이고, 학생들의 자유를 정말 100% 허용하는 분위기라고 표현하면 단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면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 돕는 교육자들이 있는 학교입니다. 친구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교수님들은 정말 열정적이었어요.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저는 한 학기 파견 학생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비자는 신청하지 않고, 6개월 미만으로 체류할 수 있는 관광객 비자로 체류했습니다. 그래도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영국은 이제 쉥겐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과는 분리된, 완전 별개의 비자를 발급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IELTS가 아니라 TOEFL 점수를 준비했는데, 그냥 예전부터 토플 공부는 많이 했어서 토플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UoW가 아이엘츠 점수만 받을 수도 있으니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토플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는데 영어 공부는 조금 했습니다. 그냥 영드를 주야장천 보고 갔습니다.. 이 방법 정말 추천 드리는데, 꼭 영드가 아니라 미드여도 괜찮은 것 같아요! 어차피 파견 나가면 같은 교환학생들을 일반 학생들보다 더 많이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 미국식 발음을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영국식 발음이 각자의 발음과 섞이는 묘한 경험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 달 유럽여행을 하고 런던으로 들어갔는데, 여름과 가을에 걸쳐 있어서 옷을 참.. 많이 끌고 다녀야 했습니다. 유럽 여행 동선이나 준비물 관련한 사항들은 밑의 메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영국 입국 전 2주 귀국 전 2주 이렇게 나눠서 여행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지만, 그건 사실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짐을 부치는 문제 때문에) 굳이 골라야 한다면 입국 전 여행을 추천 드립니다. 귀국할 때 겨울옷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차라리 여름/가을 옷을 들고 다니는 게 나은 것 같아요..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학생들, 그리고 학생들의 언어 구사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여 성적을 내기 때문에 ‘내가 정말 짧은 영어로라도 내 전공 관련한 에세이를 써낼 수가 없다’하신 분들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UoW에서는 교환학생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수업들도 있고, 일반 수업에도 유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나 혼자 영어를 못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한국인 학생들은 기숙사 전체에 저 포함해서 5명 있었습니다. 그 큰 대형 기숙사에 5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물론 매학기 다르겠지만요). Marylebone Hall을 배정받으시든 Harrow Hall을 배정받으시든 기숙사 시설은 정말 깨끗하고 새 것 같습니다. 이 건물이 지어진지 10년이 되었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예요. Alexander Flemming Hall 같은 경우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다들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교환학생들부터 기숙사에 배정하는 것 같아서 기숙사 배정에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기숙사 배정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빠르게 대처하시면 혹시 모를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현지에 가시면 바로 이것저것 사고 싶어서 런던의 Wembly나 Hammersmith Ikea로 바로 가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웬만한 것들은 학교 앞의 Robert Dyas에 다 있고, 만약 여기서 찾을 수 없다면 Ikea Online에서 생활하시다가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구매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너무 많은 것을 샀어요.. (원체 걱정이 많은 사람인지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이런 귀중한 기회를 주신 학교의 담당자분들과 부모님께 정말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사드립니다.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학점(...) 상황에 계시다면 무조건 다녀오시기를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 드려요.
저는 제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잘 대처하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인줄 교환학생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 이상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luckyjsh1@snu.ac.kr로 메일주시면 바로 확인 후 답장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학 메일 정말 잘 확인합니다. 급한 문의도 일단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