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교에 오면 교환학생을 꼭 가고 싶다는 생활을 했고, 최대한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곳에 가길 원했습니다.
국제교양대학은 일본에 위치하여 있지만 일본 문화와 서양권 문화를 모두 경험해볼 수 있는 학교라고 들었습니다. 또 사실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최대한 익숙하고 가까운 환경에서 제가 지내시길 원하셨고, 그런 점에서 국제교양대학이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국제교양대학은 일본 대학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 만큼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는 곳이고, 과거 한국의 한 다큐멘터리에서도 소개될 만큼 명망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서 지원하였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국제교양대학(Akita International University/AIU)은 일본 아키타시 아키타현에 위치한 대학교로, 몇몇을 제외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됩니다. AIU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1번의 교환학생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AIU 캠퍼스에 있는 교환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일본인 학생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미주 등 여러 지역에서 온 학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Liberal Arts College이기 때문에 학부생은 따로 학부나 학과에 소속되지 않고, 원하는 수업을 학문 분야 상관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아키타가 일본 시골 지역이기도 하고, 캠퍼스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크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캠퍼스 크기도 서울대의 10분의 1도 안 될 만큼 매우 작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캠퍼스 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친해지기 굉장히 쉬운 환경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AIU는 매년 몇백 명의 교환학생을 유치하기 때문에 교환학생 안내가 굉장히 친절한 편입니다. 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하루 안에 답장이 오고, 안내사항도 자세합니다. 다만 그래서 굉장히 많은 양의 메일과 안내 파일이 오기 때문에 몇몇 정보를 누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서울대에서 교환 승인을 받은 후 2월 말에 AIU 포털 로그인 가능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았고, 해당 웹사이트에서 안내하는 대로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성적증명서와 여권 사본, 건강검진 결과서 등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챙길 게 굉장히 많고 기간이 꽤 촘촘하니 꼼꼼히 확인하셔야 합니다.
필요한 절차를 다 거치고 나면 AIU 측에서 CoE(Certificate of Eligibility) 발급을 신청해줍니다. 이 CoE는 파일로 받아볼 수 없고 우편을 통해 실물로 전송되는데, 제 경우 7월 18일에 국제협력본부에 CoE가 도착했습니다.
제가 신청했을 때는 일본 대사관에 직접 찾아가면 비자 발급이 불가능했고, 대행사를 통해 신청해야 했습니다. CoE를 수령하자마자 바로 비자 발급 대행사를 찾아갔는데, 신청자가 많아 비자 발급에 2~3주 정도 걸린다는 말에 불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간에 AIU 측에서 서류가 하나 누락되어 그것도 메일로 처리하고, 저는 8월 19일에 비자를 받았는데, 제 출국이 8월 23일이었으니 출국 4일 전에 겨우 비자를 받은 셈입니다. 그러니 비자 발급은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신청하시길 바랍니다.
IV. 학업 안내
1. 수업 특징
AIU의 모든 수업은 학생 참여가 기본입니다. 대부분의 수업에서 매일 학생 토론을 진행했고, 과제에는 개인 발표 혹은 팀플 발표가 적어도 하나씩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몇몇 수업은 교수님이 강의를 전혀 안 하시고, 온전히 학생 발표로만 진행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매번 토론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말하는 것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또 같은 반 친구들의 출신 국가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시각을 전해 듣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나중에는 교수님이 시키지 않아도 자진해서 의견 발표하는 등 영어로 의견을 말하는 데에 확실한 자신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수강 과목
일본은 유학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12학점 이상을 무조건 이수해야 합니다. 저는 15학점을 수강했습니다.
교양대학이기 때문에 사회학 강의가 많이 열리지 않아 전공 과목은 Taiwan Society Today라는 3학점짜리 수업 하나만 들었습니다. 대만의 역사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수업으로, 수업의 2/3은 교수님 강의, 1/3은 학생 토론이었습니다. 대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수업을 들었는데 무난한 수업이었습니다. 학점이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놀랐던 수업입니다.
제가 일본어는 히라가나 가타카나 겨우 뗀 상태로 갔기 때문에 일본어 수업은 가장 초보 단계인 JAS100을 수강했습니다. 기초일본어 수업이 JAS100과 JAS110 두 가지가 있었는데, JAS100은 말하기와 듣기 위주인 생존일본어, JAS110은 문법 위주였습니다. 서양에서 온 교환학생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JAS110은 영어권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진도가 꽤 느리고, 아시아권 학생은 자국 교재로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소리를 들어서 저는 나중에 한국 가서 일본어 공부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생존일본어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는 매우 만족했습니다. 과제와 시험 모두 부담 없었고 앞으로 일본 여행을 다니면 기본 회화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습니다. 참고로 100이나 110보다 높은 레벨의 일본어 수업을 듣고 싶다면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레벨 테스트를 보아야 합니다.
Introduction to Japanese Society 수업은 교환학생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일본 전반의 사회 문화 경제 정치에 대해 다루는 수업으로, 매 수업마다 학생들이 팀별로 한 주제씩 맡아 발표를 합니다. 제가 들었던 수업 중에 이 수업이 가장 '교환학생'으로서 들을 가치가 있다고 느꼈던 수업이었습니다. 15분 동안 발표를 해야 하고 보고서도 두 번이나 내야 했기 때문에 수월하기만 한 수업은 아니었지만 특히 서양 친구들과 아시아권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Tea Ceremony 수업은 일본 문화 교양 수업 중 하나입니다. 인기가 많은 수업이라 수강신청 기간에 반드시 인원이 초과되고, 추첨에 들어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추첨에서는 떨어졌으나 수강변경 기간에 스나이핑을 하여 마지막 자리로 들어갔습니다. 이 수업은 가장 '일본'스러운 수업이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이 있는데 하루는 일본 다도 문화의 역사나 특징, 정신에 대한 학생 발표를 듣고 토론을 합니다. 남은 하루는 학생회관 2층에 있는 다다미 방에 가서 직접 다도 실습을 합니다. 학기초에 교수님께 1000엔(만원)을 지불하면 녹차 가루 한 통을 받고 다다미방에 있는 다도 세트를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험 기준도 후했고 일주일 중 정말 힐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담당 교수님께서 일본 전통 문화에서 저명한 학자셔서 직접 기모노를 입으시고 다도 와가시(곁들여 먹는 간식)도 직접 만들어주시는 등 생각보다 굉장히 전문적이었습니다. 여담으로 일본 문화 교양 수업 중 일본 꽃꽂이인 Ikebana 수업이 있는데, 저는 이 수업이 있는지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여 후회했습니다. AIU 가실 생각이 있으신 분이라면 Tea Ceremony와 함께 Ikebana도 적극 추천합니다. 주변 친구들 하는 것 보니 박물관으로 답사도 가고 직접 꽃꽂이도 해서 기숙사에 가져가는 등 알차게 활동했습니다.
Cyberpsychology는 흥미로워 보여서 수강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리딩을 읽고 토론해보는 수업이었는데, 교수님이 학생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시고 토론을 적극 권장하셨습니다. 이 수업 덕분에 영어로 말하는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V. 현지 생활 안내
1. 기숙사 시설
교환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기숙사는 크게 세 군데가 있습니다. 여자 남자 기숙사 건물이 나뉘어져 있지 않고 섞여 있습니다. 저는 바로 옆옆방이 남자 방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방음이 잘 되는 느낌은 아닙니다.
교환학생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애먹었던 게 침대인데요, 침구를 제공해주기는 하나 매트리스가 그냥 두꺼운 이불 하나입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스프링 매트리스가 아니고 바닥에 깔고 자는 것 같은 두꺼운 이불이라서, 저는 겨울용 이불을 매트리스 위에 깔고 잤습니다. 조금 추워질 때쯤 부모님께서 전기장판을 보내주셔서 여름용 이불 계속 쓰고 전기장판 사용했습니다. 일본은 보일러가 아니라 히터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겨울 되면 정말 방이 얼음장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히터를 계속 틀면 너무 건조하기 때문에 꼭 전기장판을 가져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또 제공해주는 베개가 구슬 알이 들어가 있는 베개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베개를 써본 적이 있어 불편하지 않았는데, 특히 서양 친구들은 너무 불편하다면서 다이소에서 3천원 정도 하는 베개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좋았던 건 일주일에 한 번씩 공짜로 침구 시트를 바꿀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2주에 한 번씩 침구 시트를 교체했습니다.
공유기는 가져갈 필요 없습니다. 저는 혹시 몰라서 가져가 썼는데, 오히려 제가 공유기를 사용하니 원래 방 안에 있던 공유기와 신호가 충돌해서 둘 다 느려졌습니다.
제가 생활한 곳은 Sakura Village로, 3인 3실입니다. 열쇠로 현관과 개인 방을 열 수 있습니다. 한 명당 개인 방 하나씩을 가지고 거실과 부엌,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유합니다. 신식은 아니지만 그렇게 오래된 건물도 아니기 때문에 저는 노후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하루에 온수가 한 방당 150L만 나오기 때문에 룸메들이랑 잘 조절해서 쓰라고 오티 기간에 전달 받았는데, 욕조에서 목욕하고 샤워를 아무리 오래 해도 한 번도 온수가 떨어져서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습니다. 딱 하나의 단점은 옷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5단 정도의 책장이 있기는 있으나 옷걸이에 옷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플라스틱 폴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옷을 많이 걸면 그대로 떨어져버립니다. 이 폴이 침대에 누웠을 때 바로 머리 위에 있는데, 자다가 그 폴이 떨어져서 깜짝 놀라서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Global Village는 2인 1실로, 현관 열쇠 하나를 지급받습니다. 2인 1실이라 침대를 감쌀 수 있는 커튼이 천장에 달려있기는 한데, 책상 쪽에는 가릴 수 있는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학교의 모든 시설 (교실, 식당, 작은 상가) 에 모두 가까운 기숙사이기는 하나, 사실 AIU 캠퍼스 자체가 정말 작기 때문에 가장 먼 Sakura Village에서도 걸어서 5분이면 모든 학교 시설에 갈 수 있어서, 아주 작은 차이에 불과합니다. 살아본 친구들 말로는 개인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니, 저처럼 개인 공간이 무조건 필요하신 분들은 Global Village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참고로 Global Village에는 옷장은 없지만 옷을 걸 수 있는 행거가 인당 하나씩 있습니다.
Tsubaki Village는 무려 12인 12실입니다. 인당 방 하나씩을 쓰고 커다란 거실과 부엌,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유합니다. 2022년에 완공된 가장 최신식 건물이기 때문에 현관과 개인 방 모두 비밀번호로 열고 닫습니다. 룸메이트가 많다보니 Tsubaki Village에 들어가면 초반에 친구들과 친해지기 정말 쉽다고 합니다. 가장 거실이 넓으니 학생들끼리 작은 파티를 열 때도 대부분 Tsubaki Village에서 엽니다. 저는 룸메이트가 11명이나 있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안 들어갔는데, 외향적이고 처음부터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은 분이라면 강력 추천합니다.
각 기숙사 별로 Laundry Room이 있는데, 세탁기와 건조기 출력이 각 기숙사 동마다 다릅니다. 제가 있을 때는 Tsubaki Village의 건조기 출력이 좋지 않아 건조기를 두 번 돌리거나 Sakura Village의 건조기를 사용하였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한 번당 100엔(천원)입니다.
2. 학교 시설
학생증만 있으면 학교 모든 건물을 늦은 밤이든 새벽이든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학생증이 없으면 다니는데 큰 문제가 생깁니다.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목에 걸 수 있는 카드 홀더를 주는데, 저는 한 학기 내내 학생증을 홀더에 넣고 항상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AIU의 웹사이트인 ATOMS에 접속하면 학교 시설을 대여할 수 있는 reservation 탭이 있는데, 거기에 들어가면 웬만한 학교 시설을 원하는 만큼 대여할 수 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스터디룸을 예약하거나, 헬스장을 대여하여 운동하거나, 밤에 교실 하나를 빌려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국제교양대학의 랜드마크인 나카지마 도서관(Nakajima Libary)는 최상의 시설을 자랑합니다. 학생 수에 비해 저서 수도 상당하고, 24시간 열려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서 자리 잡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는 그룹스터디룸이 1층에 3개, 2층에 6개 있어 저는 주로 친구들과 그룹스터디룸을 대여하여 함께 공부했습니다. 또 혼자만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는 독서실 같은 공간도 12개 있었습니다. 학생증이 있으면 자료 인쇄를 무료로 할 수도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저는 이 중 FLCP(Foreign Language Conversation Partner)에 멘토로 참여했습니다. 언어교환 프로그램으로,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자국 혹은 본인이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언어로 멘티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한국어 멘토로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일본인 재학생 중 한국어를 잘하거나 관심 있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고, 제가 유일한 한국어 멘토였기 때문에 저는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항상 appointment가 있었습니다.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담도 적었고 학생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3. 학식 프로그램 및 식사
학교 내부에서 밥을 사먹을 수 있는 공간이 세 군데 있습니다.
Cafeteria는 전형적인 학생식당으로, 아침에는 빵과 샐러드 잼 등이 간단하게 나오는 330엔(3300원)짜리 식단, 점심과 저녁에는 3~4개 정도의 메뉴가 제공되는 440엔(4400원)짜리 식단이 제공됩니다. 밥과 미소국은 리필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학식에 비교했을 때 저는 매우 만족했으나, 음식의 맛이나 양이 편차가 큽니다. 저는 전체적으로 양이 적다고 느껴 항상 밥을 두 그릇씩 먹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Cafeteria에서 제공하는 식사에 대한 Meal Plan을 할인 받아 구매할 수 있는데, 21 Meal Plan은 주중 주말 삼시세끼를 모두 구매하는 Plan이고, 10 Meal Plan은 주중 점심과 저녁만 구매하는 Plan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대부분 10 Meal Plan을 구매했고, 저는 Cafeteria 말고 다른 곳에서도 식사를 하고 싶어서 Meal Plan을 사지 않았습니다.
Cafeteria와 동일한 주방을 사용하지만 다른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Restaurant이 학생 식당 내부에 하나 더 위치해 있습니다. 점심에는 규동, 가츠동 등 비교적 여러 메뉴를 제공하고 저녁에는 카레, 소바, 우동, 규동 이 네 가지 메뉴를 제공합니다. 가격은 학생식당과 똑같은 440엔이라, 저는 Cafeteria 메뉴가 마음에 안 드는 날만 Restaurant에서 식사했습니다.
College Cafe는 학생회관 1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버거나 샌드위치, 또띠아 같은 간편한 식사를 상시 판매하고, 일주일마다 바뀌는 Weekly 메뉴가 4가지 제공됩니다. 돈까스, 파스타, 덮밥, 김치국밥 등 메뉴가 매우 다양했습니다. 간단한 식사에 음료 정도 추가하면 500~600엔(5000~6000원) 선이고, weekly 메뉴는 700~800엔(7000~8000원)대였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많이 먹었습니다. 다만 여기는 현금만 받았습니다.
학교 외부에서 밥을 사먹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아예 버스를 타거나 차를 타고 나가지 않는 이상 세네 가지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Ayera라는 인도 카레 집이 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학생 카레 세트가 1000엔(만원)이고, 볶음밥도 매우 맛있습니다. 싼 편은 아니라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갔던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시고, 카레의 맵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매운 음식이 많이 없기 때문에 Ayera에 정말 많이 갔습니다. 원래는 맵기가 5까지 있는데, 저와 친구들은 20까지 올려 먹어보았습니다.
Hinata Ekis라는 카페가 캠퍼스 옆에 있습니다. 학생증을 가져가면 100엔(천원) 할인을 받을 수 있으나, 음료와 디저트가 상당히 비싼 편이라 음료보다는 버섯파스타나 버섯오믈렛 세트를 먹으러 갔습니다.
Cycling Center 옆에 있는 작은 식당이 있는데, 저는 가보지는 못했지만 600~700엔 정도이고 양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 돈까스와 카레 등을 팝니다.
학교에서 오르막길로 5분 정도 걸으면 Crypton이라는 호텔이 있는데, 그곳 식당도 먹을 만했습니다. 1000엔 정도에 고급진 돈까스나 우동을 먹을 수 있었고, 따뜻한 커피가 무한 리필이었습니다. 두 번 정도 갔습니다.
저는 사먹는 것 외에도 쇼핑몰에서 음식을 사다가 밥을 많이 해먹었습니다. 룸메이트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프라이팬이나 냄비는 빌리고, 쇼핑몰에서 개인 그릇만 사서 사용했습니다.
쇼핑몰에 한국 음식을 많이 팔기 때문에 굳이 캐리어에 많이 들고 오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가격도 크게 차이 안 납니다.
4. 학교 주변 시설
학교가 시내와 꽤 떨어져 있는 편으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주로 AEON 쇼핑몰이나 아키타 시내에 갔습니다. 두 군데 모두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버스가 적게는 33번 많게는 8~9번 밖에 없어서 시간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택시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한 번만 이용했습니다.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가 35000원 정도였습니다.
AEON 쇼핑몰은 슈퍼마켓, 옷가게, 다이소, 영화관, 오락실, 식당, 카페, 서점 등 웬만한 가게가 모두 있는 정말 큰 쇼핑몰입니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으며,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갔습니다. 생필품은 거의 한국에서 안 가져오고 저렴하게 다이소나 슈퍼마켓에서 사서 퇴거할 때는 모두 버렸습니다. 현금이 없는 친구들은 쇼핑몰에 있는 국제 ATM에서 항상 현금을 뽑아 썼습니다.
아키타 시내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학교에서 와다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시내를 가는 방법이고, 둘째는 학교에서 AEON 쇼핑몰로 버스를 타고,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무료 셔틀버스 시간을 맞추어 잘 이용했습니다. 셔틀버스 시간은 AEON 쇼핑몰 정류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키타 시내에는 단풍과 연꽃이 예쁜 센슈 공원이 있으니 해당 시즌에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주로 노래방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또 아키타 역에서는 좀 멀지만 20분 정도 걸으면 매우 큰 Mega 돈키호테 매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2층에 중고 옷 매장이 있어 저는 좋은 옷을 꽤 많이 샀습니다. 크고 작은 축제 또한 아키타 시내에서 자주 열립니다.
5. 기타 사항
USIM은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업체에서 와서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한 plan을 안내해주십니다. 저는 한 달 3기가 빠른 데이터 쓸 수 있는 유심으로 구매하였고 불편 없이 사용했습니다. 전화 플랜은 넣지 않았습니다. 캠퍼스에 와이파이가 잘 터지기는 하지만 캠퍼스 외부로 놀러갈 때 유심을 사거나 로밍을 하지 않은 친구들은 많이 고생했습니다.
현금이 많이 필요합니다. 현금을 넣을 수 있는 장지갑을 들고 오시고, 동전지갑도 추천합니다. 저는 일본 와서 동전지갑 하나 샀습니다. 카드 결제를 받지 않는 가게가 기억상 60%는 되었습니다. AEON 쇼핑몰 다이소에서도 현금만 결제 가능했습니다. 저는 VISA 신용카드를 하나 가져갔고, 현금 넉넉히 미리 환전해서 모자라지는 않았습니다. 원래는 일본 은행 계좌를 하나 개설해서 송금을 받으려고 했는데, 카드 수수료가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은행 계좌 개설하는 것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평일에만 여는 은행에 가서 일본어로 상담을 해야 하고, 한코라는 도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져간 카드와 현금으로 계속 생활했습니다. 언급했듯이 현금이 필요하면 AEON 쇼핑몰이나 편의점 ATM에서 뽑아 사용하면 됩니다.
다양한 동아리가 많으나, 본인이 일본어를 잘하지 못한다면 일본인 재학생과 교환학생 비율을 잘 살펴보고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동아리 3개에 들었었는데, 하나는 너무 일본인 비율이 높아 항상 일본어만 사용하기에 초반에 나왔습니다. 몇 년 전의 귀국보고서를 보니 Korean Society 동아리가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는데 없어진 듯했습니다. 저는 Yatose라는 일본 춤 동아리와 Dance Club에서 활동했고,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춤을 잘 추지 못하시는 분이더라도 Yatose는 강력 추천드립니다. 동작이 쉽고, 색다른 경험이고, 학교 축제 무대에도 섰고, 10월 말에는 아키타 시내에서 진행되는 야토세 축제에도 참여했습니다.
한국인 교환학생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3명 있었고,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서양에서 온 친구들입니다. 따라서 한국어를 사용할 일이 정말 없습니다. 저는 체감상 캠퍼스 내에서 90% 영어, 8% 일본어, 2% 한국어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기는 좋지만, 영어 회화에 자신감이 없으면 조금 위축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인끼리 어울리지 않으니 다른 나라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캠퍼스 내에 렌터카 서비스가 있습니다. 캠퍼스 주차장에 렌터카 두 대가 기본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어플을 통해서 시간대를 예약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제운전면허증을 어플에 등록해야 하고, 일본은 좌측통행이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꽤 있습니다. 국제면허증 발급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본에서 운전을 하실 거라면 미리 발급받아 오시기 바랍니다.
택배를 받을 일이 종종 있는데, 일본은 택배를 받을 때 누군가 직접 수령을 해야 합니다. 문 앞에 놓고 가는 게 원칙상 불가능해서, 방에 있기 힘든 상황이라면 룸메이트에게 미리 부탁을 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국제 택배는 AEON 쇼핑몰 옆의 우체국이나 아키타 역 내의 우체국에 가서 부칠 수 있는데, 저는 싸게 선박으로 보내고 싶어 아키타 역의 우체국으로 갔습니다. 친구가 렌터카 대여해서 시내로 짐 옮겨 주고, 직원 분이 매우 친절하셔서 일본어를 잘 하지 못했는데도 수월하게 부쳤습니다. 우체국 내에서도 튼튼한 택배 박스를 팔기 때문에 가서 짐을 싸도 무방합니다. 다만 우체국이 넓지는 않습니다.
AIU는 아키타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하여 있기 때문에 학기 중 여행을 가기 용이합니다. 저는 주로 금~일 혹은 토~월 로 스케줄을 잡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렌터카를 빌려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목장과 폭포를 당일치기로 보고 오기도 하고, 숙소를 잡아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아오모리와 히로사키에 가서 단풍축제도 즐겼습니다. 12월 초에는 비행기를 타고 삿포로에 가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여행을 많이 다니는 걸 추천드립니다.
일본에 있는 외국인(정확히는 외국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Explorer pass를 사용하여 비행기 표를 상당히 싼 값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약 두 달 전에 예약한다면 보통 20만원 선인 아키타-도쿄 혹은 아키타-오사카 편도 항공권을 무려 5만원 선에 예약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진이 되거나 가격이 올라가니 최대한 빨리 여행 계획을 잡아 비행기표를 예매하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VI. 여담
복작복작한 대학 문화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AIU를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여러 번 언급했듯이 AIU는 시골에 있는 학교이고, 매일매일 시내에 나가서 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와 친구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캠퍼스나 캠퍼스 앞 공원을 몇 시간 동안 산책하면서 수다를 떨거나, 함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생활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학기초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캠퍼스 안에 있는 시간이 긴 만큼 깊은 관계를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한국인이나 아시아권 교환학생 친구들보다는 서양 친구들과 주로 어울려다녔는데,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어 값졌습니다. 4달은 말하자면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하루에 12시간 이상 함께 있으니 한국에서 몇 년 간 친했던 친구들 만큼 속 얘기를 많이 할 정도로 친해진 외국인 친구들도 있습니다.
V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제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정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색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하루종일 이야기 나누고 어울려 다니는 것만으로도,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AIU에 지원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양대학이라 학점 인정이 쉽지도 않고, 어차피 영어를 사용할 것이라면 되도록이면 가까운 일본보다는 미주나 유럽을 선호할 테니까요. 저도 지원하기 전 매우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모두에게 AIU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시차도 없고 문화 충격이나 향수병은 덜한 일본에서, 전혀 다른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이만한 환경은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