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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O산_Hitotsubashi University_2022년도 제1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25 April 2023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군 복학 이후 외교관 후보자선발시험 준비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학교에 다니던 중, 휴학 전에 학부생 신분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 1순위가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것이었고, 2019년 여름에 SAP 프로그램으로 독일에 다녀온 적이 있기에 미주나 아시아권 국가를 희망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히토쓰바시 대학교를 지망하게 된 이유는, 정치외교학부 프로그램 중 국제교류세미나를 통해 히토쓰바시 법학부 학생들과 한일 외교의 현안을 주제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1학년 때 체험해본 적이 있었으며, 당시 히토쓰바시 학생들이 보여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진지한 마음가짐과 열린 마인드셋이 제게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각인되었었기 때문입니다.

 

히토쓰바시 법학부 국제관계 코스에서 제공하는 커리큘럼은 미-중 갈등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일본의 리더십, ODA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의 전략적 움직임 등을 다루고 있었으며, 이는 외교학을 공부하는 저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한국 학계에서 다루는 외교 이론들은 주로 미국에서 영향받은 것이 많기에, 이번 교환학생 기간에는 한미일 삼각관계를 일본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다각적으로 공부해보자는 생각에 히토쓰바시 대학교에 한 학기 동안 수학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히토쓰바시 대학교는 도쿄도 타마지역(서쪽)에 위치한 국립대학교로, 전신은 도쿄상과대학입니다. 인문 및 상경 계열 학부만 갖추고 있으며, 학부 재학생 4,391명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학교이지만, 그만큼 전문 분야에 특화되어 있어 도쿄대, 교토대, 도쿄공업대와 함께 일본 최상위권 대학인 동경일공으로 분류됩니다. 학부는 상학부, 법학부, 경제학부, 사회학부 총 4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2023년에 소셜 데이터사이언스 학부가 새로 신설되어 5학부 체제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각 학부당 학년 정원이 200명 내외(소셜 데이터사이언스 학부는 60)로 겹강이 잦을 수밖에 없어 서로 두루두루 알게 되며,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히토쓰바시 대학교는 총 3개의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학부 교환을 간다면 기숙사가 위치한 고다이라 캠퍼스에서 쿠니타치 캠퍼스로 통학하게 됩니다. 치요다 캠퍼스가 존재하지만, 대학원 소수 학부만 그쪽에서 수업이 열리며, 고다이라와 쿠니타치는 모두 도쿄 23구가 아닌 타마지역(서쪽)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학교가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캠퍼스는 JR 츄오선 쿠니타치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떨어져 있기에 대중교통 접근성은 좋은 편이며, 역에서 캠퍼스 정문까지 걸어가는 길이 전부 벚나무로 1학기에 교환을 가게 되면 상당히 아름다운 풍경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쿠니타치역에서 신주쿠역까지는 대략 30, 도쿄역까지는 대략 50분으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이며, 히토쓰바시 학생들은 바로 한 정거장 떨어진 타치카와역이 상업 복합시설이 모여있는 큰 역이기에 그쪽을 많이 찾습니다. 기숙사가 위치한 고다이라 캠퍼스는 과거 몇 개의 학부가 위치하고 있었던 이원화 캠퍼스였으나, 현재는 연구소 몇 동, 체육 동아리 건물, 기숙사 정도만 위치하고 있습니다. 기숙사에서 쿠니타치 캠퍼스까지 통학하는 데에는 전철로 15(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포함하면 40), 자전거로는 30~4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타마 지역에는 타마강, 타마호, 타마산이 위치해 있기에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가볍게 산책하러 나갈 곳이 많습니다. 이를 나쁘게 이야기하면 도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목가적이며, 특히 기숙사 주변은 상업시설이 매우 부족하며 자전거 없이는 생활이 불편합니다. 도쿄의 주요 허브 공항 또한 도쿄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다른 도시로 여행 가기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2022-2학기 교환 기준으로, 히토쓰바시 대학교에 제출해야 할 서류는 교수추천서(영문 or 일문), 성적표, 어학 공인성적표(영어 or JLPT), COE 신청서, 재정증명서 등이 있습니다. 히토쓰바시 대학교에서는 교환학생과 유학생들을 고려한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도 다수 갖추고 있으나, 아무래도 학업의 만족도를 위해서는 일본어로 진행하는 강의가 훨씬 다양하므로, 이러한 수업을 들으려면 JLPT 성적 제출이 필수입니다(제출하지 않아도 일본어 실력 테스트를 통해서 일본어를 배우는 강의는 들을 수 있다). 일본 정부에서 제공하는 JASSO 장학금(8만엔)이 있지만 티오가 적기 때문에 대상자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기준으로 서류의 제출 기간은 3/31, 최종 Acceptance Letter를 받은 날은 5/31, Information Packet을 받은 날은 7월 초, COE 원본을 받아 비자 신청을 완료할 수 있었던 날은 8/10이었습니다(8/29부터 대학 OT 시작). 현재 일본 유학비자는 대행 기관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으며, 히토쓰바시 대학교가 EMS로 보내주는 COE 원본과 함께 신청서를 작성해 대행기관에 제출하면(비자 발급비 5만원), 대략 2주 정도 후에 13개월의 유학비자를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히토쓰바시 교환학생들은 고다이라 캠퍼스에 위치한 국제기숙사에 입주하게 되며, 월세는 공과금 포함 36,000엔으로 도쿄 평균에 비해 월등히 저렴합니다. 방 유형은 11실과 66실이 있으며, 전자는 방 안에 화장실이 개별적으로 있지만 12~14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방, 샤워실, 세탁실이 있는 형태이며, 후자는 서울대학교 기숙사 919동과 비슷하게 아파트식 형태이며 화장실, 샤워실, 주방, 세탁실 등을 공유합니다. 개별 냉장고를 포함해 기본적인 가구는 전부 갖춰져 있지만, 침구류(공식 대행업체 있음), 공유기, 암막 커튼 등은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기숙사에서 자전거로 10분 정도 거리에 재활용센터와 가구 전문 매장이 있기에, 많은 짐을 한국에서 공수해 올 필요는 없습니다. 고다이라 캠퍼스의 국제교류 플라자 동에는 떠나는 학생들이 물품을 기부하는 리사이클 센터도 존재하기에, 여기에서 쓸만한 물품을 챙겨가는 것도 좋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히토쓰바시 대학은 특이하게 4학기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봄학기(4~5), 여름학기(6~7), 가을학기(9~10), 겨울학기(11~12)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학기는 7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험이 학기 이후에 실시되는 경우도 있어 14+ a로 구성된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수업 시간은 105분이 하나의 단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학기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한 주당 두 개의 겐이 배정되어 2학점, 두 학기에 걸쳐 진행되는 수업(예를 들어 가을-겨울)은 한 주당 한 개의 겐이 배정되어 2학점입니다. 교환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최소학점은 2학기당 12학점이며, 한 학기당 6겐 이상 배정되어 있어야 정상적으로 수강 신청이 완료됩니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로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HGP, Hitotsubashi University Global Education Program)은 교환학생들과 유학생들이 많으며 현지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싶다면 일본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JLPT N1 160점대의 성적을 가지고 호기롭게 대부분의 강의를 일본어로 신청했는데, 리딩을 따라가는 것이 다소 벅차긴 했지만 토론&팀플 위주 수업을 하면서 일본어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며 유학생들을 배려해주는 분위기 덕분에 무사히 학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상학부와 경제학부는 영어로 열리는 대형강의 수업이 많고 비대면 강의도 많기에 유동적으로 시간표를 짤 수 있지만, 법학부와 사회학부는 이에 비해 선택의 폭이 매우 좁은 편입니다. 특히 법학부는 크게 국내법/국내정치 코스와 국제법/국제관계 코스로 나뉘는데, 외국인의 입장에서 국내법/국내정치 코스의 강의를 수강할 메리트가 매우 적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강의가 더욱 한정되어 있습니다. 정치외교학부에서 히토쓰바시 대학교로 교환을 올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일본어를 공부해서 오는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저는 미국정치외교사’, ‘국제안전보장’, ‘국제안전보장연구’, ‘국제관계사연구’, ‘아시아-태평양 국제관계’, ‘대외정책론’, ‘정치과정론등의 과목을 수강했는데, 강의식+레포트 제출의 평범한 수업방식도 있었던 반면에 소규모 세미나 형식으로 매주 토론 및 발표를 하는 수업도 많았습니다. 특히 국제안전보장연구강의가 인상 깊었는데, 20228월에 개최되었던 제10회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평가 회의가 최종 합의문 타결이 불발된 것에 대하여 리뷰하고, 21조로 국가를 배정받아 평가회의를 직접 다시 모의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을 통해 교섭의 역학관계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었습니다. 외교 이론에 대해 배우는 것이 아닌, 실제 외교관이 되어 교섭 전략을 세우고 행동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 과정이 너무나도 재미있었습니다. 법학부에서 ‘~연구가 붙은 강의는 발전과목으로 분류되어 학부 3, 4학년 학생들과 대학원 학생들이 같이 듣는 수업인데, 대학원 수준의 수업을 허들을 낮춰서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히토쓰바시 대학을 비롯해 일본 대학 수업의 꽃은 제미(세미나)’인데, 1년 과정으로 소규모의 학생(10명 내외)이 교수님과 튜티-튜터가 되어 연구 활동을 하는 수업입니다. 저도 제미를 듣고 싶어 교수님들과 면담도 하고 강의 계획서도 많이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2학기에 교환을 오다 보니 이미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중간에 들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비록 교환학생에게 배정된 티오는 매우 한정되어 있고 수강하기 위해서는 지원서와 면접까지 필요하지만, 1학기에 교환을 가신다면 제미 수업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와 마찬가지 이유로 2학기에는 동아리 소개제가 열리지 않고 대부분의 동아리가 1년 기수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아리(부카츠)보다 조금 더 가벼운 개념인 서클은 신입회원을 상시 모집하는 경우도 많지만, 조금 더 다양성을 원하신다면 1학기 교환이 유리합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상태에서 갔기에 현지 생활 적응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으나, 10월 중순까지 이어진 무더위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겨울은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고 최고 온도는 10도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히 따뜻해서 좋았으나, 바닥난방 없이 온풍기로 난방해야 했기에 가습기를 써도 건조함을 느꼈습니다. 한국 물가가 날이 갈수록 가파르게 오르는 것에 비해 일본의 물가 상승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오히려 식비는 훨씬 적게 들었으나, 대신 일본의 살벌한 교통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학교까지 왕복하려면 600엔이 들고, 도쿄 시내로 나가 놀려면 신주쿠 기준 왕복 1,100엔이 들어 도쿄 여행을 하는 데에도 큰맘을 먹고 가야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히토쓰바시는 교환학생을 포함한 비정규생에게는 통학 정기권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기에, 이러한 비용이 부담되어 자전거를 구입하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 앱도 있긴 하지만, 기어 상태가 좋지 않아 통학(왕복 1시간 이상)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습니다.

 

캠퍼스 및 기숙사에서 진행하는 OT는 영어와 일본어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었는데, 압도적으로 서양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습니다(8:2 정도 비율). 그래서 기숙사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으며, 국제기숙사이지만 본가가 먼 곳에 있는 일본인 학생들도 약 30%, 근처 타 대학 위탁 학생들도 5% 정도 거주하고 있으므로 현지 학생들과도 교류가 잦습니다. 기숙사 학생회에서 개최하는 환영파티나 여행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좋았습니다.

 

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이 대학 생활의 꽃이라고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데, 실제로 다녀와 보니 왜 그렇게 말하는지 적극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전공과목 공부에 지칠 때쯤,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의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몇 개월간 학점을 신경을 쓰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더욱더 힘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유익하게 활용할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려있지만, 적어도 교환학생 기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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