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 프로그램이 해외에서 장기간 큰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꼭 참가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바쁘고 정신없는 삶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일을 혼자 힘으로 해결하며 자립심도 생겼습니다. 많은 지역 중 밴쿠버를 선택한 이유는 어릴 때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의 좋은 기억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에 다 보지 못했던,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경관을 누리고 오고 싶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Simon Fraser University는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직행버스로 40분-1시간 거리 떨어진 Burnaby Mountain에 있습니다. 제가 파견되었을 때의 밴쿠버는 이상기후 때문에 우기가 12월로 미뤄졌지만, 원래는 10월이라고 합니다. 밴쿠버에 비가 온다면 캠퍼스에는 비가 오기도 하고 겨울에는 눈이 오기도 합니다. 비가 자주 오는 것은 사실이나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늦가을부터 심해진 일교차였습니다. 하지만 여름과 초가을 날씨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좋아서 꼭 여름 밴쿠버를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현지인들에게 들은바에 따르면, Simon Fraser University는 밴쿠버 내에서 알아주는 학교이지만 학교 자체에 친목 활동이 적습니다. 주로 동아리나 운동 프로그램 또는 알바하면서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바, 인근에 있는 UBC는 캠퍼스도 넓고 재학생 수도 많은 활발한 분위기라면, SFU는 캠퍼스가 산에 위치하고 학생 수도 많지 않아 평화로운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비자: 출국 전 저는 캐나다 체류 기간을 길게 계획하고 있어서 학생 비자를 발급받아야했습니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많고 신체검사도 받아야 했기에 비자 발급은 2~3달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보험: SFU 측에서 guardme라는 보험을 필수로 가입하게 하기는 하지만 저는 혹시 몰라 유학생 보험에도 가입하였습니다.
-유심, 계좌: 입국 전에 현지 번호를 적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저는 현지 유심(rogers)을 한국에서 구매하고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사용하였습니다. 계좌도 현지계좌를 만들었는데 교내에 있던 Scotiabank에서 학생계좌를 개설하였습니다.
-기타: 출입국 시 필요한 서류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따로 찾아보시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저의 경우, Arrivecan과 CBSA를 미리 해야 했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수업: CRIM101 Introduction to Criminology – 400명이 수강하는 대형강의로,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강의입니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학기 초반에 계속되는 휴강과 교수님의 강의력 등으로 인해 수업보다는 튜토리얼에서 더 많이 배웠습니다. 수업 내용은 캐나다 범죄학 중 이론적인 부분에 많이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 CRIM454 Criminal Profiling – 수업의 강의내용과 교수님의 강의력 모두 좋았지만 녹화 강의었기 때문에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강의입니다. 확실히 4학년 과목이라 난이도가 많이 높았지만 따라가기가 불가능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제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 등 이론 위주의 수업이고 중간, 기말 또한 이론 위주였습니다. 보고서는 실제 케이스를 주고 이를 스스로 프로파일링하였습니다. / EASC103 Rise and Fall of Dinosaurs – 원래 공룡에 관심이 많았기에 가장 흥미롭게 들은 수업입니다. 수강생들도 공룡 마니아층이 많고 교수님이 정말 열심히 수업하십니다. 시험을 4번 보기는 하지만 시험 직전에 랩실에서 실제 화석이나 추가 자료를 보는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습니다. 내용도 어렵지 않아 공룡에 흥미가 있다면 추천하는 수업입니다. / HSCI120 Human Sexuality and Behaviour – Health Science는 교환학생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지 않아 수강신청 변경 기간에 신청한 수업인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성이 아닌 신체적인 성을 주로 배우고, 대형강의이다 보니까 진지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음 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동아리: 저는 춤에 관심이 많아 치어리딩과 댄스부 오디션을 보았습니다. 치어리딩은 정말로 사람을 던지고 덤블링하는 난이도 높은 동아리였고, 댄스부는 발레와 현대무용을 주로 하는 동아리였습니다. 두 번의 체력시험을 통해 치어리딩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지원자가 120명 정도였고 기존에 치어리딩 부원이었던 친구들도 함께 봅니다. 그 중 공연하는 팀에 20명, 훈련하는 팀에 20명정도 선발되었던 것 같습니다. 높이뛰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셔틀런, 덤블링 기술을 보고 실제로 사람을 던지거나 던져지면서 코치님들이 점수를 매깁니다. 운이 좋게 합격하게 되었는데 연습을 단 한 번도 빠지면 안 되고 연습 장소도 학교에서 1시간 반 거리였기 때문에 처음에 몇 번 가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공연은 봄 여름에 해서 1학기에 파견되고 치어리딩에 몰입하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시간과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동아리인 것은 맞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남아있는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여름방학 때 여행도 가고 파티도 종종 하기 때문에 동아리에 들어가면 체력, 영어, 친목은 확실히 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어리딩을 그만두고 펜싱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전 올림픽 코치님이셨던 분이 가르치기 때문에 전통 펜싱을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듣는 친구들이 성격이 좋아 나중에 따로 놀러 가기도 했습니다.
-기숙사: 개인적으로 기숙사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대부분 1인실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은 매우 좋았지만 제 희망순위와는 달리 주방이 없는 North Tower로 배정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Meal plan을 무조건 구매했어야 했습니다. 가격이 기숙사비만큼 나올 정도로 비쌌지만 22년도 여름에 식당 공사를 크게 해서 메뉴도 적지 않고 맛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숙사 냉난방시설이 중앙관리시스템이라 일교차가 클 때 두꺼운 잠옷이나 전기장판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화장실 또한 공용이지만 저는 여자 층에 살았기 때문에 청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은 앞방에 사는 친구의 소음이었는데 아무리 housing office에 여러 번 신고해도 스태프가 늦게 오거나 주의하라고 경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참고 살았습니다. 정 안되겠다면 수수료 50달러를 내고 방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알바: 저는 학생비자가 있었기 때문에 알바가 가능했습니다. 밴쿠버 물가가 한국의 1.5~2배 정도이기도 했고 해외에서 하는 알바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캠퍼스에 있는 Tim Hortons에서 알바를 했었습니다. Tim Hortons는 캐나다 국민 카페 느낌이기 때문에 주문량이 많아 일할 때마다 정신없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점차 적응되었습니다. 지원과정이나 세금신고의 측면에서 복잡한 순간이 있기는 했지만, 친구들도 만들고, 학교 친구들이 오면 직접 음료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휴식 시간에 모든 메뉴를 도장 깨기를 하며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찾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시급도 18,000원으로 낮지 않아서 용이하게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대외활동: 저는 SFU 범죄학 전공으로 파견되었는데 범죄학과 사무실 측에서 매주 다양한 대외활동을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 중 예비 고등학생 친구들 (만 12세)을 대상으로 매주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YWCA라는 재단에서 모집하였는데 멘토링 대상 사전 교육도 하고 수업내용도 정해져 있고 멘토링 프로그램에 YWCA 직원도 함께 참여해서 부담 없이 프로그램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 4명, 고등학생 2명, YWCA 직원 2명이 한 팀이 되어 20명 정도의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인간관계, 정체성, 건강 등의 주제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딱딱한 수업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건강한 간식을 만들기도 하고 춤도 추는 활동적인 분위기의 수업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링의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지만, inclusive language를 사용하는 습관이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여행: 여름에는 빅토리아, 나나이모, 퀄리컴 비치, 록키 산맥, 밴쿠버 여행을 했습니다. 날씨가 매일매일 너무 좋아 이때 여행을 많이 다니길 추천해 드립니다. 학기 중에는 고래를 보러 빅토리아를 가고, 버스로 시애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종강 이후에는 오로라 여행, 샌프란시스코, LA, 라스베가스, 뉴욕, 퀘벡, 몬트리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퀘벡이 가장 좋았습니다. 도깨비 촬영지도 가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퀘백 고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대학생의 특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비용이나 학점인정 측면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해외에서 홀로 살아야만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밴쿠버에서 보낸 5개월을 몇 페이지로 정리하니 기억에 남는 이벤트들만 적게 되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하게 보낸 나날들도 많았습니다.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힐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이러한 기회를 준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 SFU ISS와 함께 교환 생활을 보내준 학우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