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외국에서 거주해 본 경험이 없어, 한 번쯤은 꼭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나아가, 영어권 국가로 교환학생을 다녀온다면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Wilfrid Laurier University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작은 도시인 워털루에 위치한 국립대학입니다. White School로 알려진 학교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워털루 대학에 비해 인종 다양성이 크지 않습니다. 현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WLU가 특히 백인 학생들이 많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라고 합니다. 교환학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가을학기의 경우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은 저를 포함한 한국 학생 4명과 홍콩에서 온 친구 1명이 전부였습니다. 나머지 교환학생들은 전부 유럽에서 온 교환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 비해서는 훨씬 다양한 문화권의 학생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WLU는 파티 스쿨로도 유명합니다. 커뮤니티 스쿨이라고도 불리는 것 같은데, 바로 옆에 위치한 워털루 대학과 비교하면 확실히 학업에 대한 분위기는 많이 약한 편입니다. 대신 교내 행사가 활발하다는 장점이 있어 마음 편하게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학교는 토론토에서 자동차로 1시간, 버스로는 3시간 거리인 워털루라는 도시에 위치해 있고, 한 마디로 ‘대학 도시’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크게 WLU와 워털루 대학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변으로 학교 기숙사, off-campus apartment, 학생들이 갈만한 식당, 술집, 클럽, 쇼핑몰이 있습니다. 교환학생들 전부 입을 모아 워털루는 ‘empty’한 도시라고 말할 정도로 둘러볼 곳이 많다거나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도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학생 인구가 대부분인 도시이기 때문에, 교환학생 기간 중 여행했던 그 어떤 도시보다도 안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보통 두 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다녀오시는 분들은 캐나다의 학생비자인 study permit을 많이 준비해 가시는데, 저의 경우는 수학 기간이 4개월밖에 되지 않아 별도로 study permit을 발급받지는 않았습니다. 캐나다 내 거주 기간이 6개월을 넘기지 않는다면 study permit 발급이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study permit은 발급 받기까지 준비해야 할 서류가 무척 많고 복잡한 것에 비해 eTA는 정말 쉽게 발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 학기만 교환학생을 가시는 분들은 eTA만 발급 받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다만, study permit을 발급받으면 교내외에서 파트타임 잡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수학 기간과 관계없이 study permit을 받으셔야 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WLU에서는 교환학생들이 최대 5개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으며, 4개 미만의 수업을 듣고 싶은 경우에는 서울대의 academic advisor가 이를 허가한다는 내용의 메일 답장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는 교환 기간 동안 학업 스케줄에 대한 압박은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국제협력본부에 문의 드렸고, 감사하게도 빠르게 처리해주신 덕분에 한 학기 동안 총 3개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강 신청은 WLU에서 안내 메일을 보내주시며, 이를 참고하여 수강 희망 과목을 이메일로 제출하면 수강 등록을 해주십니다.
수업 내용은 전공과 과목에 따라 형식이 매우 다양합니다. 저는 1개의 전공 과목과 2개의 교양 과목을 수강했는데, 모두 쉬운 과목을 선택해서인지 수업 난이도는 우리 학교에 비해 쉽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절대평가로 성적이 정해지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매우 적었습니다.
기숙사의 경우는 on-campus와 off-campus 둘 중 하나로 정해지게 됩니다. on-campus는 학교에서 관리해주는 기숙사를 뜻하는데, 저는 아무래도 타지에서의 생활인만큼 교내 기숙사가 훨씬 안전할 것 같아 on-campus를 선택했습니다. off-campus는 기숙사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연결을 도와주는 형식인 것 같습니다. 학기 시작 전까지 on-campus든 off-campus든 준비 과정에서 international office에서 주최하는 zoom session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질문 사항이 생기신다면 언제든지 학교에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메일 답장도 정말 빠르십니다). 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가을학기의 경우는 전체 교환학생 중 저를 포함하여 약 20명의 교환학생을 제외한 모든 교환학생이 on-campus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이 off-campus를 배정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학기 초반에는 교내 기숙사에 사는 것이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을 사귀는 데 조금 더 어려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on-campus 기숙사 내에서도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off-campus에 사는 친구들의 경우는 수업이나 교환학생 행사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사귈 수 있기 때문에, on-campus 기숙사가 훨씬 더 시설이 보장되어 있고 위생적이라는 점에서 저는 다시 돌아가도 on-campus 기숙사를 신청할 것 같긴 합니다. (off-campus에 배정된 친구들 중 한 명은 침대 매트리스에서 지속적으로 베드 버그가 나와 많이 곤란해 했고, 이는 어떠한 방법을 써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On-campus 기숙사 중 제가 배정된 곳은 Regina St. N 아파트먼트였는데, 5명의 룸메이트가 거실과 부엌만 공유하고 각자의 방과 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점에서 무척 편리했습니다.
학교 생활 면에서는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행사들과 더불어 tandem 언어교환 프로그램과 교내 스포츠 활동인 intramural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WLU는 교환학생들에게 매우 친절한 학교이며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많습니다. 이메일로 공지되는 교환학생 행사들에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 했고, 이를 통해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Tandem은 언어교환 프로그램인데, 교환학생 친구들도 많이 참여하지만 현지 WLU 학생들도 많이 참여합니다. 서베이를 통해 배우고 싶은 언어와 가르쳐주고 싶은 언어를 입력하여 제출하면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international office에서 제출한 내용에 맞게 3명 정도로 구성된 팀을 짜줍니다. 간혹 제출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언어/문화권의 친구들과 팀이 짜지는 경우도 있었으나, 저의 경우는 운이 좋게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현지 학생 한 명, 교환학생 한 명과 팀이 배정되어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각자 문화권에 대해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Intramural은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 활동 같은 개념입니다. 댄스부터 축구, 배구, 클라이밍, 농구 등 정말 다양한 종목들이 열리며 실력에 구애받지 않고 정말 오로지 관심이 있기만 하다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하려면 종목별로 비용을 내야 하는데, 비용의 일부는 보증금으로 한 학기 내내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 종강 이후 돌려줍니다. 개강 첫 주에 종목별로 free week이라고 해서 무료로 intramural이 한 학기 동안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체험해볼 수 있는 기간이 있습니다. 따라서 관심 있는 종목들의 free week에 참여해보고, 흥미가 생기면 신청하여 활동하면 됩니다. 저는 배구와 클라이밍을 신청했는데, 실력과 무관하게 정말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어서 좋았고 현지 친구들을 사귀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댄스 intramural의 경우 그 안에서도 장르별, 난이도별로 클래스들이 세분화되어 있고 생각보다 교환학생들이 정말 많이 신청합니다. 학기 말에 댄스 intramural에 등록한 학생들이 전부 참여하는 쇼케이스가 열리는데, 워낙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꽤 큰 행사처럼 느껴졌습니다. 춤을 좋아하기만 한다면 부담 없이 무대에 서는 분위기가 느껴졌어서, 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실력에 대한 큰 부담감 없이 직접 무대에 서보는 경험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 또, 춤을 즐기지 않으시더라도 친구들끼리 티켓을 사서 무대에 서는 친구들을 응원하러 가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기에, 쇼케이스에 참석하는 것은 꼭 추천드립니다.
기숙사에 살면 의무적으로 1000달러 가량의 밀플랜에 가입해야 합니다 (off-campus는 밀플랜이 없습니다). 이 밀플랜은 교내 푸드코트, 다이닝홀, 레스토랑, 스타벅스, 팀홀튼에서 전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합니다. 다만 금액이 금액인만큼 학기말까지 다 쓰기가 제법 어려워 부지런히 사용해야 합니다. 교내 푸드코트에 생수를 팔기 때문에 밀플랜으로 물을 사드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전화번호의 경우 저는 따로 유심을 구매하지 않고 통신사 로밍을 해서 갔습니다. 가격이나 데이터, 통화 품질 등의 면에서 큰 불편함은 없었으나 생각보다 캐나다 번호를 입력할 일이 많았어서 그런 면에서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특히 교내든 교외든 병원 진료를 받게 될 경우 캐나다 번호가 필수적이어서 저는 필요할 때마다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친구들의 캐나다 번호를 입력해야 했습니다.
병원 진료의 경우 교내 웰니스 센터에서 기초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매우 편리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아프시다면 참지 말고 꼭 웰니스 센터 진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다만 감기 등의 경우는 약을 처방 받기보다는 그냥 증상에 따라 필요한 약을 검색한 후 약국에서 사 먹는 편이 나았습니다. 혹시라도 웰니스 센터에서 해결되지 않는 증상일 경우 학교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큰 종합병원인 grand river hospital로 진료를 보러 가게 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운동을 하다가 다치는 바람에 웰니스 센터에서 해결되지 않아 grand river hospital로 진료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WLU에서 의무적으로 u-hip이라는 학생 보험에 가입하게 했기 때문에 (캐나다는 교환학생들까지 전부 의무적으로 학생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진료비를 전혀 부담하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었습니다. U-hip은 개강 직전/초반에 WLU 학교 이메일로 관련한 안내 사항이 옵니다. 당시에는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설마 여기서 다치겠어 하는 마음으로 그냥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된 정보를 몰라 막상 써야할 때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반에 학교 이메일을 잘 확인하여 메일에 첨부된 u-hip 카드를 모바일로 잘 저장해두시기 바랍니다. 메일에 첨부되어 있는 이미지를 그냥 사진으로 저장만 해두시면 됩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워털루에서의 4개월은 제게 무척이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문화권의 친구들과 서로 이해하며 소통했던 경험은 제게 매우 소중하게 남아있습니다. 타지에서 여러 상황들을 맞닥뜨리며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을 안고 돌아온 것 같아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