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제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동기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언어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교에 와서까지 프랑스어를 꾸준히 공부해왔지만, 이때까지 배운 프랑스어를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해본 적이 없는 것이 항상 아쉬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제가 프랑스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또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였습니다. 초등학교 이후 서울에서만 쭉 살아와서 인지, 한국 사회에 너무 익숙해져 새로운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었을 때에는 모든 게 새로운 느낌이었지만, 곧 대학생활에도 익숙해지다 보니 항상 같은 바운더리 안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저에게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완전히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여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파리 1대학(Paris 1 Pantheon-Sorbonne)의 캠퍼스는 파리 전역에 퍼져있습니다. 그 중 메인 캠퍼스인 소르본/팡테옹 캠퍼스는 파리의 중심부인 5구, 그 중에서도 대학가인 quartier latin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 밖에도 5구의 Censier 캠퍼스, 13구의 Tolbiac 캠퍼스 등이 있는데, 저의 경우 주로 5구의 캠퍼스에서 전공수업을 들었으며, 언어수업의 경우 대부분 13구 캠퍼스에서 진행됩니다.
학교 내 교환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의 경우, 일대일로 파리1대학 학생을 매치해주는 Buddy Program이 있으며, 학기 초반에 Welcoming Day 행사와 오리엔테이션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교환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언어 교환 프로그램인 Tandem Program을 통해서도 친구들과 교류하고 언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파리 1대학의 장점이 몇 가지 있다면, 첫 번째로 캠퍼스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특히 Sorbonne 캠퍼스 건물이 매우 아름다우며, Panthéon 캠퍼스의 경우 건물 자체가 아름답지는 않습니다만 바로 앞에 팡테옹이 위치해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두 번째로, 파리 1대학은 파리의 여러 대학들 중에서도 법과 철학 분과가 매우 유명한 학교입니다. 특히 법과대학이 유명한 것 같은데, 그런 이유에서인지 교환학생들 중 대부분이 법과대학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의 경우 철학 분과에 소속되어 수업을 들었는데, 프랑스 미학 등 새로운 학문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만 철학과의 경우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거의 없어 대부분 프랑스어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이 점은 사람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파견된 학기에는 교환학생 중 한국인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이 유럽 대학에 다니며Erasmus 프로그램을 통해 교환학생을 온 경우였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저는 다른 학교에서보다 다양한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우선, 출국 전 가장 까다로운 절차 중 하나가 비자 신청입니다. 비자 신청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는 캠퍼스 프랑스 면접, 두 번째는 대사관 면접입니다. 첫 번째 캠퍼스 프랑스 면접은 별 무리 없이 진행됩니다. 파견될 학교에서 합격증이 도착했을 경우 캠퍼스 프랑스 신청서를 작성한 후 간단한 면접을 보는 방식입니다. (제가 파견될 당시에는 온라인으로 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 면접에서는 해당 학교에 지원한 동기,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싶은 내용 등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답하면 되며, 가능한 언어에 따라 영어 또는 프랑스어로도 면접이 진행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대사관 면접입니다. 대사관 면접의 경우 면접이라기보다는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인데, 신청 인원이 몰릴 경우 대사관 면접을 예약하는 것이 매우 힘들 수 있으므로 가능한 빨리 진행해야 합니다. 대사관 면접 이후 비자가 발급되기까지는 보통 2주~3주가 걸리므로 넉넉하게 출국 한 달 전으로 면접을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사관 면접을 위해 발급받아야 할 서류에는 면접 예약 확인증, 비자 신청서, 여권, 증명사진, 캠퍼스 프랑스 증명서, 학교 등록증, 잔고 증명서, 거주지 증명서 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출국 전 파리에서 지낼 숙소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숙소를 찾는 방법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Crous 기숙사 신청입니다. Crous 기숙사는 파리시가 운영하는 기숙사로, 파견되는 학교가 Crous 기숙사와 연계되어 있다면 학교를 통해 지원 가능합니다. 기숙사비가 매우 저렴하다는 큰 장점이 있으며, 따로 기숙사를 알아보지 않고 학교에서 안내하는 신청 절차만 따르면 된다는 편리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용 인원이 매우 한정되어 있고 경쟁률이 세기 때문에 Crous 기숙사에 들어갈 확률이 크진 않습니다. 두 번째는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파리 14구 끝에는 Cité Universitaire라는 대학생 기숙사촌이 있는데, 한국관에 많은 유학생 및 교환학생들이 거주합니다. 기숙사비는 500유로 후반 ~ 600유로 대로 다른 기숙사에 비해 조금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며 건물이 깨끗해 많은 교환학생들이 택하는 선택지입니다. 세 번째는 사설기숙사에 지원하는 것입니다. 파리에는 어린 학생들을 위한 사설기숙사들이 꽤 있는데, 사설기숙사에 지원할 경우 내가 원하는 위치에 살 수 있고, 자취하는 것보다 월세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원을 위해 여러 사설기숙사에 일일이 연락해야 하며, 사설기숙사 또한 남아있는 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네 번째는 자취를 하는 것입니다. 기숙사에 사는 것보다 월세가 매우 비싸지만 (최소 800유로부터 시작) 내가 원하는 동네와 원하는 컨디션의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저는 철학과에 소속되어 총 5과목(언어강좌 1개, 철학강좌 3개, 정치학강좌 1개)을 수강하였습니다. 참고로, 철학과의 경우 모든 수업이 프랑스어로만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경제학과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강좌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수강한 과목 중 추천할만한 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Méthodes en sociologie et antrhopologie (Valérie Souffron)
철학과 석사과정에 개설된 사회학/인류학 방법론 수업입니다. 수업시간에는 교수님께서 질적연구 방법론에 대해 차례로 설명해 주시며, 한 학기 동안 직접 연구 주제를 선정해 질적 연구를 수행한 후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연구를 진행하게 되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변 친구들을 직접 인터뷰 하고 배운 방법론을 적용하며 직접 연구를 실습해 볼 수 있어 저에게는 매우 뜻깊은 기회였습니다.
2) Sociologie du travail (Thierry Pillon)
철학과 내 사회학 분과 학사 3학년 과정에 개설된 사회학 수업입니다. 노동의 다양한 사회적 측면에 대해 다루는 수업이며, 평가는 보고서 50%, 시험 50%로 이루어집니다. 보고서는 3-5명 정도의 팀을 이루어 하나의 직업을 선정한 후, 그 직업을 나타낸 사진들을 분석하는 활동입니다. 이 수업 또한 프랑스어로 진행되지만 비교적 이해하기 쉬웠으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과제가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가져가면 좋을 물품들입니다. 우선 프랑스에서 겨울을 보내게 되신다면 전기장판을 가져오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겨울 온도가 한국보다는 훨씬 따뜻하나, 대부분의 난방이 라디에이터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기장판이 필요합니다. 식품의 경우 한인마트와 아시아마트에서 대부분 구할 수 있으나 가격이 한국에 비해 매우 비싸므로 짐 넣을 공간이 남는다면 넉넉히 가져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의 경우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정신 없는 와중에 한국에서 가져온 식품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장보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 정하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파리는 외식 물가가 특히 비싼 편인데, Crous에서 운영하는 학생식당을 이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파리 곳곳에 위치해있으며, 3-5유로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학생식당처럼 운영되는 곳도 있고 편의점처럼 이미 만들어진 식사만 판매하는 곳도 있으니 가기 전에 어떤 타입의 Crous 지점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13구에서 수업을 들으신다면 근처의 La Barge du CROUS de Paris 식당을 추천드립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예상했던 것 보다도 더 재미있는 6개월이었습니다. 이때까지 살던 곳과는 많은 부분에서다른 새로운 도시에서 살며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하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파리에 적응해갈수록 그 매력을 즐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다른 도시에도 여행을 많이 가봤지만, 개인적으로 파리보다 아름다운 도시는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인데, 파리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 덕에 세상을 더 배우고, 타지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가는 게 좋을까 물어본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파리에 도착해서도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는데, 막상 가보면 두려움과는 달리 좋았던 곳이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경험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그리고 ‘나’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싶으시다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도전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