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고등학교 시절 제 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문화 또한 접하게 되면서 막연히 프랑스에 대한 동경을 가져왔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프랑스어를 공부하며 B2 자격증을 취득했고, 보다 오랜 기간 프랑스에 머물면서 프랑스의 문화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수학한 파리정치대학은 정치학ㆍ법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학교로, 수준급의 사회과학 강의를 프랑스어와 영어로 제공합니다. 본교 학생들과 교수님들도 영어를 능숙하게 말하는 편이고, 영어로 제공되는 수업이 프랑스어로 제공되는 수업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구사하지 못한다고 하여 학교생활에서 문제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시앙스포 본교 3학년 학생들은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가 의무일 만큼, 시앙스포는 다양한 배경과 출신의 학생들 간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환학생으로서 학교를 다니며 학교의 행정 절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학교 분위기 자체가 교환학생들에게 친화적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Melting pot이라는 국제 학생 교류 동아리를 통해 버디를 배정받으실 수 있고, 한국/일본 학생들이 주로 가입하는 Ramen-toi라는 한일 문화 교류 동아리에서 프랑스 학생과의 언어 교환 또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학교는 파리 7구에 위치해있는데, 학교가 워낙 파리의 중심에 위치해있기에 파리의 유명한 관광지들까지 대부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지도도 보지 않고 무작정 걸으며 파리의 분위기를 만끽했던 기억이 납니다. Bon marché 백화점이나 Luxembourg 공원과 특히 가까우며, 파리의 유명 대학들이 밀집해있는 Quartier Latin, 혹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을 중심으로 하는 상징적인 거리인 Saint-germain-des-près와도 가깝습니다. Musée d’Orangerie나 Musée d’Orsay까지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파리에 사는 기간 동안 하루도 심심하지 않았을 만큼 파리는 볼 것, 즐길 것, 먹을 것으로 넘쳐나는 도시입니다. 때로는 파리의 화려함과 다채로움이 저에게 부담을 주기도 했고, 저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파리는 무궁무진한 기회와 가능성을 선물하는 도시입니다. 초반의 두려움과 낯섦을 이겨내고 열린 마음으로 파리를 마주한다면 파리는 전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다채롭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신청 / 기본증명서 아포스티유 받기
행정의 늪이라고 불리는 프랑스답게, 비자 신청과 수령에 모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편입니다. 비자 수령이 늦어지면 출국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게 되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비자 신청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본증명서 아포스티유의 경우 CAF 신청을 위해 필요합니다. 저는 기본증명서를 등본으로 착각해 잘못 가져가는 바람에 CAF 신청이 늦어졌습니다. 프랑스에서 발급하는 출생증명서(acte de naissance)를 대신하는 목적이므로, 반드시 출생지가 구체적으로 적혀있는 기본증명서를 발급, 서초구에 위치한 외교타운에서 아포스티유해가시길 바랍니다. - 한국관 기숙사 신청
9월 입주의 경우, 5월 중순 즈음에 기숙사 입주 신청 관련 공지가 한국관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 됩니다. 원칙적으로 석/박사생들에 한해 지원 가능한 기숙사이지만, 예외적으로 교환학생 또한 심사를 거쳐 받아주고 있습니다. 6개월 미만 거주하는 경우 기숙사비는 630 유로이고, 저는 CAF 주택보조금을 한 달에 210유로씩 수령했습니다. 방에 혼자 사용하는 화장실과 샤워부스가 있고, 프랑스 파리의 사설 기숙사나 국립 기숙사(Crous), 혹은 씨테의 다른 기숙사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최근에 지어졌기에 시설은 아주 깨끗한 편입니다. 요리는 각 층에 존재하는 공동주방에서 가능합니다.
씨테는 여러 국가들이 자국의 파리 유학생들을 위해 지어놓은 기숙사들이 모여 존재하는 곳이고, 씨테 본관에는 기숙사 식당이나 카페가 있으며, 학생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도 있습니다. 씨테 자체에서 진행하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나 체육 프로그램, 혹은 프랑스 소도시 답사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기에 원한다면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파리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가 씨테 기숙사에 지원하고 머물기로 결정한 것일 정도로 씨테는 저에게 늘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파리에서 큰 안정감과 여유로움을 전해준 곳입니다.
한국의 경우와 같이 선착순 수강신청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썸머타임으로 인해 시차를 착각해서 늦게 접속하는 바람에 원하는 수업을 모두 신청할 수 없었습니다. 수강신청은 모두 파리 현지 시간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니 주의하세요!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대체로 수업 전반의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으나, 수업 도중 프랑스 현지 혹은 EU 국가들의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사례들에 대해 교수님께서 강의하시지 않고, 학생들이 모두 알고 있을 것을 전제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 사례들을 따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는 Comparative politics라는 core lecture를 수강하였는데, 시앙스포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강의인 만큼, 비교정치학의 이론적 내용들을 가볍게 훑어보는 수준에 해당하였으며, 각 주차별로 미리 배정된 학생들이 해당 주차의 주제에 대해 리딩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하고, 교수님의 코멘트가 덧붙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혼자, 혹은 두 명이서 학기말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기말고사도 성적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프랑스어 B2 수업 또한 수강하였는데, 교수님의 강의가 아닌 학생들의 발표와 문화 교류가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Core lecture나 Seminar보다 훨씬 편한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되며, 프랑스어로 말할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생활 안내
- 은행: 프랑스에서 은행 계좌 열기는 꽤나 힘든 작업인데, 저는 오리엔테이션 주간 동안 학교 내에 설치되었던 은행 부스에서 계좌를 신청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은행 계좌를 열기 위해서는 프랑스 번호가 반드시 필요한데, 학교 내의 부스에서 은행 계좌를 신청하는 경우 프랑스 번호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BNP PARIBAS에서 계좌를 열었고, 학생의 경우 계좌유지비가 무료이며, 초기에 80유로를 지원금으로 제공합니다. 프랑스의 또 다른 유명한 은행인 LCL의 경우 200유로의 학생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본인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은행에서 계좌를 열면 됩니다.
계좌 개설 신청서를 제출하고 2주가 넘었는데도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아 담당 지점인 Saint-germain-des-près 지점에 문의 이메일을 세 차례 정도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프랑스 행정 절차가 느리기로 유명해도, 너무 많이 지연되고 있다고 느껴지면 반드시 꼭 문의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진행 상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유심: FREE에서 구입하여 사용했습니다. BOUYGUE와 달리 프랑스 현지 계좌가 없어도 유심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데이터 속도도 기대한 것보다 빠르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처음 유심을 구매할 때 무기한로 유효한 유심과 한 달 단위로 연장하는 유심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무기한 유심의 경우 해지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니 한 달 단위로 연장하는 유심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CAF: 사회보장번호를 발급받은 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임시 사회보장번호에서 끝 두 자리를 제외하면 정규 사회보장번호입니다. 신청하는 과정이 생각보다는 복잡하지 않았으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아 문의 메일을 서너 차례 보냈습니다. 신청 후 실제로 계좌에 금액을 입금 받기 까지는 거의 한 달 정도 소요되었고, 기숙사 입주 후 첫 달을 제외한 금액이 한 번에 입금되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다른 학생들에 비해 적응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쏟았고, 휴대전화를 소매치기 당하거나 생일에 카카오톡 서버가 마비되는 등 별의 별 일을 다 겪으며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느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5개월 동안 파리에서 살며 깨달은 것은 파리는 사랑해 마지않을 수 없는 도시라는 사실입니다.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홀로 타지에서 살면서 제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매 순간이 좋았고, 이 모든 순간의 배경이 파리라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파리는 지겨울 새도 없이 매일을 여러분과 놀아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