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 생활을 3년 가까이 해오면서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주변 환경에도 막연한 답답함을 느끼던 중 교환 프로그램 추가 모집을 접하게 되어 참가했습니다. 사범대생으로서 막연한 동경을 품어오던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을 간접적으로라도 짧게 경험해보고자 고민 없이 핀란드를 선택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다른 학우들과 달리 어떤 마음의 준비와 다짐도 하지 않은 채로 시작했지만, 후회 없는 5개월을 보내고 귀국했습니다. 쉬어가는 교환 생활을 하고 싶다면 핀란드를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파견되었던 University of Helsinki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위치한 종합대학입니다. 단과대학 건물들이 헬싱키 시내 곳곳, 혹은 조금 떨어진 곳에 퍼져 위치하고 있습니다. 교육학 전공은 Educational Sciences로 개설되어있고, 시내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강의만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환학생 그룹은 Changing Education이라는 대학원생 그룹에 소속된 강의를 듣습니다. 수업 로드 및 난이도는 아래 항목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대부분 ‘북유럽’ 하면 살인적으로 추운 날씨를 떠올리곤 하는데, 제가 경험한 겨울은 한국의 겨울보다 따뜻했습니다. 헬싱키가 핀란드의 남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눈은 조심해야 합니다. 눈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많이 옵니다. 제설은 무용지물이라 한번 외출하면 미끄러지지 않게 내내 조심하며 다녀야 하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에 외출하는 것은 감기몸살을 얻는 지름길입니다.
하지만 핀란드인과 외국인 모두 차라리 눈 오는 날들이 낫다고 입을 모아 얘기하곤 하는데, 햇빛 없이 늘 흐린 핀란드의 날씨 탓입니다. 제가 핀란드 생활을 시작했던 8~9월에는 완벽한 초가을 날씨(습하지 않음, 햇빛 많음)가 이어졌는데, 10~11월부터 해가 급격히 짧아지고 온 하늘이 회색빛인 날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10월 말쯤부터는 해가 15~16시면 지고, 아침에는 오전 9~10시가 다 되어서야 빛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날씨를 크게 타지 않는 편이라 정서적으로는 괜찮았지만, 확실히 신체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 내 핀란드의 위치에 대해 언급하자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주변 국가 접근성이 좋습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들과 인접한 것은 물론, 발트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과도 접근성이 좋습니다. 특히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헬싱키 시내에서 페리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정도라 저는 교환 학기 동안 총 세 번 다녀왔습니다. 이외에 다른 유럽 국가들도 항공권 가격이 비싸지 않아 저는 교환학생을 하는 동안 총 12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체코, 스웨덴, 그리스, 크로아티아, 헝가리, 영국, 오스트리아, 스페인, 독일)을 여행했습니다. 한편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러시아를 여행할 수 있는데, 제가 파견된 학기에는 국제 정세가 좋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핀란드 내에서도 여행하기 좋은 도시/소도시가 많아 자주 다녀왔습니다. 특히 오로라와 산타 마을로 유명한 핀란드 라플란드 지역 여행은 정말 추천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추가 모집에 합격한 후 뒤늦게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파견 전 학기 중에도 정신없이 준비하느라 바빴습니다. 추가 모집을 신청하기 전에는 일주일간 공부해 필요한 토플 점수를 땄습니다. 교환이 확정된 후에는 여러 서류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헬싱키대학은 mobility online이라는 웹사이트에 지원서, 수학계획서, 서울대학교 성적표, motivation letter 등을 제출해야 했으나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출국 전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가 비자(거주허가증) 발급입니다. 핀란드 대사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필요한 서류를 온라인상에 미리 제출한 후 메일로 면접 날짜를 예약하는 시스템입니다. 다양한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하는 신청서부터 시작해 보험 가입 증명서(대부분이 sip 기본 보험에 가입합니다. 저는 실제로 보험 혜택도 받았습니다.), 은행 잔액 증명서, 재학 증명서, 파견대학 입학 허가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모든 서류를 제대로 제출해야 비자 인터뷰가 수월해집니다. 비자 인터뷰는 늦을수록 순서가 많이 밀리니 최대한 여유롭게 예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언어 공부는 따로 많이 해가지 않았습니다. 파견 전 학기에 학교에서 핀란드어 수업을 수강한 덕에 발음이나 기본적인 인사말을 숙지해가긴 했지만, 인사를 제외하고 핀란드어를 실제로 사용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요즘 구글 렌즈 번역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실생활에서 핀란드어를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핀란드인들은 중등 교육을 마치면 영어를 원어민급으로 잘 구사해서 소통에 더더욱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분들도 대부분 영어를 잘하십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이곳의 한 학기는 1피리어드와 2피리어드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우리가 아는 통상 한 학기를 두 학기로 쪼개어 운영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학업이 주목적이 아니었던 저는 최소 학점만 신청해 수강했습니다. 1피리어드에는 ‘Finnish education system’, 2피리어드에는 ‘Finnish school and subject education’, ‘Social justices and diversities in education’, 1~2피리어드에 걸쳐서는 ‘Introduction to Finnish literature’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시간표처럼 매주 수업 시간이 고정되어있지 않고, 매주 수업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수강신청 전 수업 시간표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수업은 교육학 전공의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수님의 수업보다는 학우들 간의 의견 공유 및 토론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록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핀란드의 교육적 특성 탓인지 학업에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역시 경험했습니다. 특히 2피리어드 때 수강했던 ‘Finnish school and subject education’ 강의는 첫 주 오리엔테이션을 제외하고는 수업이 아예 없었고, 기말 보고서 하나로 모든 학습과 평가를 대체했습니다. 장단점이 존재하는 교육적 성격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학교에서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교환 생활이 단조롭거나 재미없진 않았습니다. 핀란드인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학교에 개설되는 한국어 강의 language assistant를 신청하면 됐었고, 이외에 많은 인맥을 만들고 싶다면 학생 기관에서 주최하는 여러 파티를 신청해 갈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달리 다양한 파티 문화가 많이 활성화되어있는 게 새롭고 좋았습니다. 또한 지인 덕분에 기회가 닿아 핀란드 초등학교에 방문해 직접 수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교환 생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을 만큼 많은 걸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스스로 찾고자 하면 할 수 있는 활동들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한편 현지 생활을 얘기하는데 물가와 치안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북유럽 물가가 사악하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듣고 와서인지, 외식 물가를 제외하면 핀란드의 물가에 크게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끼니를 학식 혹은 집밥으로 해결하는데, 학식은 학생 할인 혜택 덕에 약 3유로로 먹을 수 있었고 마트 물가 역시 평이했습니다. 하지만 외식 물가는 많이 비싼 편이었습니다. 정말 싼 음식을 먹지 않는 이상 기본 15유로 정도는 했습니다. 치안에 관해서는 할 얘기가 많은데, 많은 유럽 국가들을 여행해본 결과 핀란드가 치안으로는 최고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인구 밀도가 낮아 대중교통이 늘 쾌적한 것은 물론이고, 길거리에서 위협을 느낀 적도 없었습니다. 편안한 삶을 사는데에 적합한 국가라는 생각이 교환학생을 하는 내내 들었습니다. 핀란드인들은 대체로 평소에는 남에게 무관심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그 누구보다 친절하게 도와줍니다. 이곳에서 영원히 이방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처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과연 5개월이라는 시간만으로 스스로에게서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납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귀국한 시점에서 그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니 정말 많은 배움이 존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타지에서 작은 도전 하나하나를 해나갈 때마다 느꼈던 설렘과 성취감은 아직까지도 생생히 남아있고, 여유가 일상에 스며들어있는 핀란드에서 보낸 시간은 제게 건강한 삶과 휴식의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교환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는 학우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청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이 느낌과 깨달음을 직접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