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2학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기에 이대로 졸업하기엔 대학 생활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업 전에 대학생일 때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고민하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생각났습니다. 두 번째 이유가 더 결정적인 이유인데 예비교사로서 시야를 넓히고 싶어 교환학생을 결심하고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 많은 교직 수업을 듣다 보니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모범생으로 자라왔고 소심한 성격 탓에 새로운 환경이나 사람을 마주해 본 일이 적었고, 그 결과 생각의 범위가 좁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사는 다양한 학생과 교류하고 이끌어야하는 사람이기에 성격을 극복하고, 사고방식을 넓혀야 더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평생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아왔기에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공부하고, 그 교육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어 교환학생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핀란드는 인구 5백만에 영토는 한국의 3배인, 인구 밀도가 아주 낮은 나라입니다. 제가 공부한 지역은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입니다. 헬싱키는 수도이지만 서울에 비해 훨씬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도시입니다. 핀란드는 호수와 숲이 많고 공기가 정말 좋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북유럽 중에서도 교육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파견된 학교는 University of Helsinki이며 Faculty of educational sciences에서 공부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거주허가증 발급
핀란드에서 90일 이상 거주하기 위해서는 거주허가증이 필요합니다. 교환학생은 학생 비자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사전에 신청하고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인터뷰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건물에 있는 핀란드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받게 됩니다. 핀란드 거주허가증 사진의 경우 증명사진과 사이즈와 규정이 달라서 대사관 근처에 있는 사진관에서 사진 찍고 인터뷰 갔습니다. 인터뷰 후 거주허가증 찾으러 오라는 메일을 받으면 대사관에서 찾아오면 됩니다. 오래 되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블로그에서 자세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여 준비하시면 됩니다.
2) 기숙사 신청
HOAS라는 기숙사에서 지내게 됩니다. HOAS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있습니다. 혼자서 사는 유형, 2명이 함께 지내는 유형, 여러명이 살면서 방은 각자 사용하고 부엌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유형 등이 있고 마지막 유형의 경우 플랫메이트의 명수는 기숙사마다 다릅니다. 후기를 찾아보니 대부분의 교환학생이 마지막 유형의 기숙사에 산다고 하여 저도 마지막 유형으로 신청했습니다. 기숙사 신청은 인터넷으로 하는데 (헬싱키 대학교에서 신청하라는 안내 메일이 옵니다) 그 때 원하는 유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 요청사항을 적는 칸이 있는데, 저는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배치해달라고 해서 실제로 캠퍼스까지 대중교통으로 15분정도 걸리는 곳에 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살던 기숙사는 버스 트램 기차를 모두 편리하게 탈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기숙사는 Junailijankuja, 동네 기차역 이름은 pasila). 플랫메이트는 저 포함 6명이었고 다양한 국적이었습니다. 또 이 기숙사는 파티 기숙사여서 가장 꼭대기층에 있는 커먼룸에서 일주일에 2-3회 파티가 열렸습니다. 저는 파티를 좋아하지 않아서 가본 적 없지만, 제 방이 커먼룸 바로 아래에 위치해있어서 밤마다 시끄러워 스트레스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제외한 다른 한국인 친구들은 학교에서 꽤 먼 곳에 위치한 기숙사에 배정되었는데 그 곳은 파티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플랫메이트도 세 명이어서 교통은 불편하지만 살기엔 훨씬 쾌적합니다. 각자 성격에 맞게 고민해보시고 요청사항에 선호하는 기숙사 요금이나 위치, 플랫메이트 명수 등 적으시면 됩니다.
3)수강신청
수강신청은 개강하고 학교에서 하게 됩니다. 첫 주에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데, 이 때 튜터들과 함께 수강신청을 하면 됩니다. 교육학과 교환학생의 경우 영어로 열리는 과목이 마스터 수업이어서 대부분 마스터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듣게 됩니다. 개강하기 전 제출해야하는 수업 목록이 있는데, 여기에는 듣고 싶은 것을 적되 그대로 들을 보장도 없고 의무도 없으니 말그대로 계획만 제출하시면 됩니다.
4) 짐싸기
핀란드는 봄학기던 가을학기던 추운 날씨를 겪어야 하기에 전기장판은 단연코 필수입니다. 기숙사에 라디에이터가 있지만 절대 방을 따뜻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중앙난방이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고 영하로 떨어져야 그나마 온도가 올라가지만 방 공기가 따뜻해지지 않습니다. 작은 거라도 전기장판은 꼭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공유기도 챙겨가라고 해서 한국에서 가져갔는데, 핀란드 마트에서도 팔기 때문에 꼭 가져가지는 않아도 됩니다. 공유기와 랜선이 있으면 와이파이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 물가가 비싸지만 마트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기 때문에 샴푸바디로션 등은 처음 일주일치만 챙겨가시고 가서 사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의 올리브영같은 ‘normal’매장도 있어서 굳이 다 챙겨가실 필요 없습니다.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최소 1번은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사우나 좋아해서 여러번 했는데, 수영복 챙겨가면 좋습니다. 현지인들은 여자의 경우 비키니나 원피스로 입는데 저는 수영복이 없어서 운동복 반바지와 브라탑 입고 다녔습니다(저만 이런 패션이었으니 수영복 준비하시길 추천합니다).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레깅스나 레쉬가드처럼 몸을 많이 가리는 것은 답답하다는 것 참고해서 준비하시면 됩니다.
핀란드는 한국만큼 카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팁 문화도 없고 작은 금액도 카드로 결제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을 많이 가져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핀란드에서 현금 사용한 적 한 번도 없습니다. 하나은행에서 미리 카드 발급받아 사용하시길 추천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1) 언어
핀란드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를 사용하지만 거의 대부분 영어를 아주 잘합니다. 길 가다 영어로 도움을 구하면 10중 9은 영어로 대화 가능합니다. 실제로 영어 못하시는 분들은 거의 못만나봤습니다. 나이 많으신 분들도 대부분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니 영어는 나만 잘하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핀란드어로 인사말밖에 몰랐는데 전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2) 수업
저는 타과 수업은 듣지 않고 교육학과에서 열리는 수업만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수업에서 토론과 질문 시간이 정말 많습니다. 토론이라고 해서 대단한 토론이 아니라, 주변에 앉은 3-4명이 5분정도(짧으면 2-3분)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정도여서 부담없이 할 수 있습니다. 짧은 토론이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교수와 학생 간의 질문도 종종 일어납니다. 수업 중에도 아무 때나 손을 들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식입니다. 교육학과 수업의 경우 시험은 거의 없고 대부분 레포트나 조별과제로 평가합니다. 시험은 한 번 봤는데, 온라인으로 보는 논술형 시험이었습니다. 수업 내용이 마스터 수업이라고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었고 사범대 3-4학년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핀란드 교육에 관한 내용이라 학업이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수업 시간 자체도 별로 안되고 그 안에 토론 시간이 많아서 배우는 정보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3) 치안
핀란드 치안은 정말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밤에도 익숙한 길이라면 여자 혼자도 잘 다닐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종차별이 거의 없습니다. 북유럽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핀란드에서 당해 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여행하면서는 몇 번 당해봤는데, 해를 끼치는 정도는 아니고 기분만 나쁜 정도라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카페나 도서관에서 짐을 그냥 두고 화장실 다녀올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처음에는 불안해서 주변 사람에게 잠깐 봐 달라고 하고 다녀오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두고 다녔습니다.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4) 교통
HSL이라는 앱으로 교통권 구매가 가능하지만 오리엔테이션 주간에 튜터들과 함께 학생 교통카드를 만들면 학생요금으로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지하철 기차역 버스정류장에 있는 기계로 충전 가능합니다. 핀란드의 경우 기차나 지하철, 트램을 탈 때 태그를 잘 하지 않습니다. 기계가 있지만 대부분 태그하지 않고 타고내립니다. 하지만 검수원이 종종 돌아나디며 카드를 찍는데 그 때 교통카드가 없으면 벌금 80유로 내야합니다. 핀란드 지하철이나 버스 등 교통수단이 아주 깔끔하고 쾌적합니다. 택시는 어플 사용하여 타는 것이 좋지만 아주 비싸기 때문에 짐이 많을 때 말고는 타지 않게 됩니다.
5) 음식, 마트
핀란드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외식 물가는 평균 15-20 유로정도이고 12-13유로면 싸다 하고 먹게 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비싼만큼 양도 많습니다. 양식집을 제외하고 아시아 음식 중엔 일식이 가장 많아서 스시와 덮밥집이 많습니다. 외식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음식은 종종 해 먹게 되는데, 마트에서 식료품은 한국과 비슷하고 때에 따라 더 싸기도 합니다. 핀란드 도착하자마자 수납함 옷걸이 등 필요한 물품은 대부분 이케아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는 중고시장이 잘 되어있어서 중고마켓에서 옷도 종종 사고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습니다. 카페 물가는 한국도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했을 때 크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6) 여가시간 보내기
핀란드는 한국만큼 놀거리가 다양하지 않지만 시간은 많아 여가시간을 잘 보내야 겨울기간에 우울하지 않습니다. 저는 파티나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해서 파티는 가 본적 없지만 친구들은 종종 참여했습니다. 그 외에 학교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필라테스 등 다양한 그룹 클래스를 들을 수 있어 헬스장에 다녔습니다.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거나 호수와 바닷가 근처 산책도 좋았습니다.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와서 썰매나 스케이트도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여행을 다니게 될텐데 수업 요일을 몰아서 수강신청하면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이 다닌 편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한국 교환학생들은 2주에 한번 꼴로 다닌 것 같습니다.
7) 날씨
가을학기로 가게 된다면 날씨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8월 말-9월 초까지는 아직 해가 길어서 한국보다 해가 늦게 지고 날씨도 화창한 날이 많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해가 뜨는 시간은 급속도로 늦어지고 지는 시간은 급속도로 빨라집니다. 흐리고 비오는 날이 화창한 날보다 많아져서 11월에는 한달에 2-3번 맑은 날씨입니다. 썸머타임 풀리고나서는 3시반 정도에 해가 져서 4시에는 완전 깜깜한 밤이 되고 해는 8시 반-9시에 뜨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겨울에는 해를 볼 시간이 적고, 해가 떠 있는 시간에도 흐리거나 눈비가 와서 햇살을 받기 어려워집니다. 날씨 얘기를 들으면서 사실 그게 그렇게 문제인가 싶었지만 생각보다 기분에 영향을 많기 미치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비타민 D 챙겨먹는 것도 추천합니다. 겨울철엔 따뜻하고 날씨 좋은 남부 유럽으로 여행가는 것도 좋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5개월이 짧으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 동안 크고 작은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한국에만 있었다면 겪지 않았을 어려움도 겪고 하지 않았을 고민도 많이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을 앞둔 이 시기에 교환학생을 다녀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시기가 애매해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저는 다녀오시길 강력추천합니다. 또 핀란드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라여서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또 강력추천합니다. 핀란드가 여행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니어서 인생에서 가 볼 기회가 적을텐데, 교환학생을 통해 핀란드라는 나라를 알게 된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핀란드 교환학생 관련하여 궁금한 것이 있으면 메일로 연락주세요!(kohanna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