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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입선작-수기] [영국] 정O빈_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University of London_2022학년도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10 May 2023

I. 교환 파견 동기

늦다면 늦다고 할 수 있는 4학년 2학기에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졸업과 향후 진로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 고학번됨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게 되면서 흐름을 놓치는것에 대한 걱정이 학우들 간에 공유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해외에서 수학을 할 결심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학업 세계의 확장입니다. 저는 주전공으로 아시아언어문명학부의 동남아시아 언어문명학을 공부하고 있고, 주전공 분야에 학업적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직전 학기 수강한 전공 수업에서 제3세계 비동맹 운동, 탈식민주의 연습, 식민주의가 피식민 국가의 종족/젠더/예술적 표상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가 등의 개괄적인 이론을 접하며, 세부적이고 심층적인 학습에 대한 열의가 커졌습니다. 새로운 배움에 대한 열의와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소수인원인 과 특성상, 개설되는 전공 강좌의 다양성에 한계가 있고, 4학년이 되면 대부분의 개설 강좌는 이미 수강하게 되기에, 또한 정치/경제/개발/예술 분야에서 탈식민주의를 기조로 하는 강의를 서울대학교 내에서 찾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해외 대학으로 눈을 돌려 가능성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선형적 흐름에서 벗어나 휴식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휴학하지 않고 7학기를 수학하며 정신적 피로감이 누적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사회는 일정한 나이에는 일정한 성취를 이뤄야 한다는 통과의례가 강박적으로 존재하는 사회-라는 의견이 많이 공유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시간선상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살아가며 개인적인 탈력기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학점과 대외활동, 진로고민으로부터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이해관계에 묶이지 않고 좋아하는 것만을 좇으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교환학생을 통한 해외 생활의 경험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교환학생을 지원하기 전, 교환학생 학기 중 여행길에서 만난 여러 대학생들이 교환학생 학기를 다녀옴으로서 트랙에서 뒤처지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물론 각자의 고민은 고유하고 단편적인 대화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지만, 잠시 쉬어가는 것, 주류적인 시간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을 챙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파견 대학과 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하여 웹에서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 수학

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저의 경우, 동남아시아 지역학에 대한 배움의 심화, 다채로운 문화생활, 영어 언어구사능력 성장 등이 우선순위가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와 협정을 맺은 교환교 중, 동남아시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학의 목록에서, 영어가 통용되는 국가로 한정하여 소거를 하다 보면 스웨덴의 Lund 대학, 영국의 SOAS, 네덜란드의 Leiden 대학, 독일의 Bonn 대학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그 중 영국 SOAS 대학이 가능케 하는 런던 1존이라는 메트로폴리탄적 삶의 방식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런던이 보유한 문화적 저력과, 전통과 혁신이라는 상반된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가 흥미로웠습니다. SOAS 대학이 아시아와 아프리카학 전문 대학으로 설립되었다는 점에서 영국 SOAS 대학은 제게 최적의 선택이었습니다.

교환교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대학이 제공해 줄 수 있는 부분, 즉 대학의 명성, 교환학생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 다양한 동아리 등 학업적 삶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지만,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현지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니만큼 여가적 삶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개인이 놓이게 될 환경적 요소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의 선호가 자연생활/도시생활 중 어디에 위치하는지, 인종차별적인 언사에 무딜 수 있는지, 기분이 날씨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개인으로/무리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한 학기에 4개 강의를 수강하게 되며 일과시간이 한가해 지는 것을 경험하는데, 이러한 공백의 시간을 활용해 일상을 재밌게 꾸미고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개인의 의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때 개인이 주어진 환경에서 동원할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어떠한 지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SOAS 대학은 영국박물관과 러셀스퀘어 공원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캠퍼스에서 도보로 가까운 거리에 코벤트 가든이 있으며, 조금 더 나아가면 네셔널 갤러리와 트라팔가 광장에 닿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주요 관광지와 인접한 런던 1존이라는 센트럴한 입지를 자랑합니다.

캠퍼스는 아담한 편으로, 3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 건물 모두에서 시간대에 따라 수업을 개최하며, 도서관과 학생 동아리실을 포함하는 메인 빌딩, 브루나이 갤러리, 카페테리아와 오픈된 커뮤니티 공간을 포함하는 Senate House가 있습니다.

SOAS 대학은 공식 명칭,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인만큼 아시아학과 아프리카학에서 선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권역과 지역적 이슈에 초점을 맞춘 인문학/언어/사회과학 수업을 제공합니다. 대학의 모토가 세계를 이해하는 비유럽중심적인 시각의 제공인만큼 학풍은 진보적인 편이며, 성감수성, 인종, 신체 등 다양성과 평등의 이슈에 민감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프리카학, 서아시아학이 메이저하며, 그 다음으로는 인도와 중국 지역학이 왕성한 듯 합니다. SOAS 대학 내에서도 동남아시아는 마이너한 입지를 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 미술, 시네마, 역사, 인류학, 문학의 학문에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다양하고 왕성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큰 배움의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이메일 확인

1. 비자 신청 절차

영국에 6개월 이하로 체류하는 경우, Standard Visitor의 상태로 별개의 비자 신청 없이 영국에서 수학할 수 있습니다. 영국 입국시, 한국의 경우 자동출입국심사대(e-gate) 사용이 가능하여 준비해 간 별도의 서류가 사용될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만, 한국에서 미리 출입국 대면심사를 받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다음과 같은 서류를 준비해 갔습니다. 대학의 letter of acceptance 서류, 기숙사 arrival pass와 기숙사 offer letter, 보험 가입 증명서, 한국행 귀국 티켓, 백신 접종 증명서로 Standard Visitor 상태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입니다. 하지만 e-gate를 사용하여, 준비한 서류는 사용될 일이 없었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서울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선발이 완료되어, 대상 학생이 교환교에 직접 어플라이를 하고 난 후, 교환교 국제교류 담당자 분으로부터 Acceptance Letter가 도착하면 이후 주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설명 받을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지원하거나, 사적으로 거주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기숙사에 지원하는 경우, 1학기만 수학하는 교환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기숙사는 Dinwiddy House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Dinwiddy House의 경우 En-suite 형식과 Studio 형식의 방이 있는데, En-suite의 경우 화장실이 포함된 방에,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방이 하나 있어, 5인이 하나의 플랫을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교환교의 국제교류 담당자 분께서 보내주신 기숙사 지원 폼에 개인의 방 선호를 적고, 시일이 지나면 기숙사 지원 결과를 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가 대부분 Sanctuary Housing이라는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기에, 이후의 기숙사 오티 및 기숙사비 결제 등의 절차는 Sanctuary Students 측을 통해서 하게 됩니다. 교환교의 지원 폼을 작성한 이후부터 일정이 타이트하게 잡혀 있기에, 이메일 확인을 수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이한 점은, 기숙사 방에 대한 정보, 즉 어떤 빌딩의 몇 층의 어떤 라인 몇 호인가는 기숙사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할 때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방 배정을 지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대부분 교환학생은 교환학생끼리 같은 플랫에 배정하며, 한국인 교환학생은 한국인 교환학생끼리 배정해 주는 경향성이 있었습니다. 또한 기숙사에는 가끔 플랫에 출몰하는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연수하며, 서울대학교 재학 상태로 해외 수학의 기회를 얻기에, 서울대학교 등록금 지불 외에 추가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항목은 기숙사 비용인 것 같습니다. 2022918일부터 202318일까지 16주를 커버하는 기숙사 계약으로, 스탠더드 En-suite 방 기준 186.78파운드 지출이 있었습니다. SOAS의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학생 보험이 없었지만, 한국에서 유학생 보험을 가입해 지출이 발생하였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출국 전 교환교 지원, 교환교 학생 시스템 등록, 수강신청, 기숙사 지원 등의 필수적인 단계가 마무리되었다면 생활과 관련된 부가적인 사항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해외에서 사용할 카드를 발급해야 합니다. 둘 중 하나가 현지에서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마스터 카드 하나와 비자 카드 하나의 조합으로 발급받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옵션을 가진 카드가 시중에 많이 있지만,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하나 비바X, 하나 트래블로그, 트래블월렛을 사용하는 듯 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교환학생들과 교류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영국에 도착한 후 몬조 혹은 HSBC 계좌를 개설한 후 카드를 발급받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로는 통신사를 정리하고 현지에서 사용할 유심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핸드폰을 장기 일시정지 시키거나, 저렴한 요금제로 변경한 후 번호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후자의 경우 해외 체류 중 본인인증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어 가능한 옵션 중 하나입니다.

영국에서 사용하는 유심의 경우 giffgaff 혹은 복시를 많이 사용합니다. 복시의 경우 가격과 혜택 면에서 giffgaff보다 유리하나, 유럽 로밍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giffgaff는 월별 요금제를 구입하여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식인데, 유럽에서는 로밍 데이터로 5기가 사용 가능하고 이상은 충전식으로 작동하기에, 교환학생 전후로 여행을 고려하고 있을 시 유심 선택에 있어 고려할 사항이 됩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교환교의 교환학생 담당자분으로부터 수학하는 학기에 개설되는 강의의 수강편람 사이트와, 수강신청 사이트의 주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신청하려는 강의의 시간이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한 후 수강신청 기간동안 자유롭게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222학기의 경우, 수강편람 사이트에 등록된 강의가 수강신청 사이트에는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강신청 정정 기간 동안 해당 강의가 개설되는 학과의 과사무실을 방문하여 직접 수강신청해야 했습니다. 수강신청 정정 혹은 변경하는 경우에도 직접 학과 과사무실을 방문하여 처리해야 했습니다. 수강신청은 학기 시작 후 첫주차, 적응기간동안 가능하니 여유롭게 강의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SOAS의 내규상, 교환학생은 각 학기마다 4개의 과목을 수강 가능하며, 소속된 과의 강의뿐만 아니라 타과의 전공과목을 자유롭게 수강 가능합니다. 대학원 강의 또한 1과목 자유롭게 수강 가능하여, 과 불문하고 개설되는 강의의 강좌소개를 꼼꼼히 읽어본 후 자유롭게 배움의 욕구를 펼쳐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SOAS에서 제가 수강한 과목은 English Literatures of Southeast Asia, Government and Politics of Southeast Asia, Decolonising World Politics, Histories of Art: in/out of Asia and Africa의 네 과목이었습니다.

동남아시아 학과에서 개설되는 과목 중 수강한 강의는 English Literatures of Southeast Asia, 동남아시아인이 동남아시아에 대해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강의입니다. 언어적 선택이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디아스포라적 정체성, 소속감, 국가정체성에의 불화 등의 주제에 대해 탐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Alfian Sa'at, Nam Le, Wong Phui Nam과 같은 동남아시아 작가의 시, 소설, 수필, 희곡, 저널 등 다양한 형태의 문학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Histories of Art: in/out of Asia and Africa는 미술대학에서 수강한 강의로, 미술사의 유럽중심적인 시각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미술계의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식민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미술의 연대구분, 주요 화풍과 미술적 가치의 위계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탐구하는 과목으로, 이론 위주의 강의였지만 미술사와 식민주의 모두 흥미가 있어 수강하였습니다. Decolonising World Politics의 경우 정치외교학과에서 개설된 과목으로, 국제관계 속 반식민주의 사상과 실천이 전개된 양상을 공부하고 싶어서 수강하게 되었으나, 정치외교학 과목을 선이수한 경험이 없는 채로 수강하게 되며 난해한 개념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습니다.

비록 term 1에 수학을 하게 된 관계로 해당 학기에는 개설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던 강의들이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학과의 홈페이지에 방문해 개설 과목 목록을 살펴보면 Queer Cinemas in Asia, Decolonising Otherness, Colonial Legacies and Postcolonial Politics in Southeast Asia, Asia and Africa on Display와 같이 흥미로운 강의가 많이 운영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학습 방법

강의는 LectureSeminar로 구성되어 있는데, Lecture는 이론 위주의 강의식 수업이고, Seminar의 경우 소수인원으로 배정되어 Lecture에서 배운 내용에 대해 심층 토론을 진행하는 수업입니다. Seminar를 따라가기 위해선 매 주차의 리딩 자료를 잘 숙지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의식인 Lecture 수업시간의 경우에도 이론 습득 후, 특정한 질문에 대하여 그룹 토의를 통해 답을 찾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수업에의 지속적인 참여, 리딩을 성실히 하는 것과, 배운 내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의의 분위기는 수평적이고 캐주얼합니다. 많은 경우 11:1의 소수인원으로 강의를 진행하며, 강의실의 좌석은 마주보는 원형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강의에 개입하여 의견을 내고 질문을 던지며, 그러한 교수와 학생 간의 인터렉션이 수업을 이끌어가는 주된 동력이 되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교실 전체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느라 당일 강의의 학습목표를 절반도 완수하지 못한 채 수업이 끝나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초적인 내용의 질문이라도, 질문을 던지는 자가 부끄러움 없이 질문을 하고, 교육자는 기초적인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답을 돌려주는 것이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많은 경우 자신이 무지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어렵고, 그것이 배움을 느리게 하기에, 무지와 배움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출국 전에는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의 영어회화 강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드 미란다와 같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자막 없이 시청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어와 관련하여 주된 우려는 영국식 악센트가 생활과 학습에 있어서 지장을 주는 것이었는데, 악센트의 경우 현지에서 생활을 하며 1달이 지나면 귀가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학습적인 부분에서, 영어를 통해 의견을 표현하고 토론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었으나, 두 가지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소통을 하는 경우 발언을 위해 준비된 정보가 적어도 미사여구를 통해서 그것을 꾸미는것이 가능했지만, 영어권에서 소통을 하는 경우 영미권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레토릭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아이디어 중심의 발언을 해야 하고, 이는 사전에 더 많은 준비와 정보 습득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른 하나는, 영어를 모국어로 가지지 않은 화자로서 가지는 한계와 청자의 소통에 대한 끈기를 믿는 것입니다. 영어로 소통하는 많은 상황에서 비-영어권 국가 출신이라는 특수성이 헤아려졌고, 그렇기에 청자는 발언의 문법적 완결성보다 발언이 전달하는 내용에 더 강점을 두었습니다. 이를 상기하는 것이 영어를 구사하는 데에 있어 부담을 덜어준 것 같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소아스는 3개의 빌딩으로 이루어진 대학이기에, 교환학생 경험에서 기대하는 고풍스러운’, ‘유서 깊은캠퍼스 경관 및 학생 복지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생 동아리 또한, 다양한 클럽에 가입할 수 있으나 활동이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고, 유기성이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위의 사항을 기대한다면, SOAS 대학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SOAS 대학의 가장 큰 매력은 그것이 제공하는 독특한 학풍에 있습니다. 만약 아시아학, 아프리카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선 시각으로 개발학/젠더학/정치/경제/예술을 전망하는 시야를 가지고 싶거나 그러한 배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SOAS 대학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생활을 위한 대부분의 물품은 런던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6개월 무료 멤버십 체험이 가능한 아마존 프라임을 사용하거나, 대형 마트를 통해 구할 수 있습니다. 런던 시내의 한인 마트 체인, OseyoHmart에서 한국 식료품을 구할 수 있으며, 기숙사인 Dinwiddy House 근처에 Tian Tian Market이라는 아시안 슈퍼마트가 있기에 식료품을 별도로 챙겨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에서 가져 온 물품 중 유용하게 사용한 것이 있는데, 멀티 어댑터, 보조 충전기, 멀티탭, 전기장판, 바닥 와이퍼, 비상약, 캐리어용 자물쇠 및 한국 화장품입니다. 비상약의 경우, 몸이 아프게 되면 약국을 찾아가 현지에서 사용하는 약품명을 알아내 요구하는 것이 아주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이기에, 아프게 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비상약을 다양하게 구비해 간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파견을 간 기간에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았으며, 해외 생활 중 면역력이 저하되는 때가 종종 찾아왔기에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영국의 여름이 서늘하고 겨울이 온난한 기후 상 한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여 전기장판이 사용될 필요성은 없으나, 앞서의 비상약과 같은 목적으로 아플 때 유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바닥 와이퍼의 경우, Dinwiddy House는 습식 욕실이기에 바닥 와이퍼가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한국 화장품의 경우, 교환학생 생활 중 제품이 동나 새 제품을 사야 할 때가 발생했는데, 국가마다의 화장 방식의 선호와 색상 팔레트 선호가 달라 실망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대체제를 구하기 어려우니 사용하던 제품의 여유분을 가져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런던의 경우 대체적으로 물가가 높습니다. 1파운드에 대략 1500~1600원 선의 높은 파운드 환율 또한 높은 체감 물가를 강화시킵니다. 우선 대중교통 비용이 비쌉니다. 존에 따라 차등적으로 요금이 적용되며, 피크타임과 논피크타임의 영향 또한 받습니다. 피크타임에 지하철을 통해 관광지가 집중되어 있는 1-3존 이동을 하는 경우 편도에 3.3파운드가 지출되며, 환승 할인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각 도시를 잇는 레일라인과 코치의 비용 또한 높습니다. 외식 비용과 의류 비용 또한 비쌉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존재하는데, 장바구니 물가와 시민의 문화생활 영위를 위해 필요한 비용입니다.

런던의 대형마트는 WaitroseM&S, Tesco, Sainsbury 등이 있으며 전자로 갈수록 높은 식료품 퀄리티와 높은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농수산물이 저렴하고, 신선하고 다양한 종류의 과일이 유통되며, 양질의 육류와 연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됩니다. 외식의 경우 지출하는 비용 대비 만족도가 크지 않기에,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요리를 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런던은 고도로 자본화된 사회지만, 일반 시민의 평균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양질의 저렴한 문화 콘텐츠가 많이 제공되는 도시입니다. 런던 소재의 많은 갤러리와 박물관들, 영국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과학 박물관, 네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코톨드 갤러리 등의 입장권은 무료로 운영되며, 많은 경우 학생 할인을 받아 입장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공연과 오페라, 연극의 경우 학생 멤버십을 운영하여, 지정된 날짜의 공연에 한해 5파운드에서 10파운드의 가격으로 공연 관람이 가능합니다. 이렇듯 학생의 신분으로 합리적인 가격대로 접근 가능한 기회들이 많습니다.

러쉬 티켓 또한 문화생활을 접근가능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연극을 올리는 내셔널 시어터의 경우, 금요일마다 판매하는 러쉬 티켓으로 랜덤한 좌석을 10파운드의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으며, 웨스트앤드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뮤지컬을 당일 러쉬 티켓을 통하여 35파운드로 즐길 수 있습니다. 랜덤한 좌석은 VIP/R/S석으로 배정이 되는데, 한국 대극장 뮤지컬에서 VIP석 가격이 19만원, R석이 16만원으로 형성된 것을 고려했을 때 뮤지컬 관극 또한 교환학생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됩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주로 런던 1존과 2존 사이에서 학업과 생활, 여가를 보냈기에 식당, 은행, 교통, 통신 등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불편함이 느껴진 적은 없습니다. 다만 런던의 경우 Waitrose, M&S, Lidl 과 같은 대형 마트는 오후 9시에 마감을, TescoSainsbury의 경우 오후 10시에 마감을 합니다. 일요일에는 오후 4~5시에 마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와 같이 24시간 편의점 점포를 찾기가 힘듭니다만, 이민자 가정에 의해 운영되는 상점의 경우 늦은 새벽까지 오픈하며 상권의 공백을 채우는 것 같습니다. 은행의 경우 현지 계좌를 개설하기 원하는 경우, 주로 온라인 은행인 몬조 계좌 개설을 주로 합니다. 체크카드는 계좌 개설 후 일주일 내로 배송이 되는 편입니다. 식당 관련하여서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 사회가 영국의 한 축을 이루고 있기에, 다양한 세계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적 요소입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런던에서의 교환학생 수학 기간 동안 제 삶을 가장 풍요롭게 만들었던 것은 클래식 공연과 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합니다. 주로 협주곡, 피아노 독주곡, 혹은 오페라와 가곡을 즐겨 듣습니다. 교환 파견 지역으로 유럽을 선택한 이유 또한,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가 세계 투어를 한다면 유럽을 주로 방문할 것이며, 특히 연로한 연주자일수록 유럽 중심 투어를 하기에, 한국에 내한 공연을 올 기회가 적은 연주자들의 공연을 집중적으로 관람할 기회가 높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런던에는 전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였던 사이먼 래틀 경이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어, 기대를 고조시키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영국에 입국한 후 바로 착수한 일 중 하나가 런던 소재의 유명 콘서트홀의 2022/23년 공연 라인업 캘린더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런던에는 주요한 클래식 공연 콘서트 홀로 The Barbican, Southbank Centre, Wigmore Hall, Royal Albert Hall 등이 있습니다. 각 공연장의 홈페이지에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나 좋아하는 연주자의 내한공연 일정을 발견하면 예매를 할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동안 평소 애정하던 음악가, 아우구스틴 하이델리히, 미츠코 우치다, 예브게니 키신과 마티아스 괴르네의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리딩위크 방학기간 동안 좋아하는 음악가의 투어 일정에 따라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독일 뮌헨에서 마우리치오 폴리니 공연을, 독일 슈트츠가르트에서 조성진 공연을,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 또한 자주 다녔습니다. 런던은 근교에 6개의 공항이 있어, 유럽 각국과 연결되는 비행편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학기 당 4개의 과목을 수강하는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시간표를 잘 조정하면 여행을 다니기에 최적인 시간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주일간의 리딩위크 방학 동안 여행의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오페라 작품, 좋아하는 연출가의 연극, 좋아하는 음악가의 투어 일정에 맞춰 여행을 떠나는 것도 흥미로운 여행계획을 세우는 한 방법입니다. 런던 근교로의 여행 또한 좋은 옵션입니다. 옥스퍼드, 브라이튼, 그리니치 등의 근료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 좋으며, 스코틀랜드로 단기 여행을 떠나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투어를 하는 것 또한 좋습니다.

공강 시간과 수업이 없는 날에는 미술관에 즐겨 머물렀습니다. 네셔널 갤러리, 테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 코톨드 갤러리, 사치 갤러리와 가고시안 갤러리에 머무르며 가슴을 뛰게 하는 작품들을 오래 응시하는 일을 즐겨 했습니다.

런던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입니다. 하루에 관광지 한 곳만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2달이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면 국경을 넘어 훌쩍 떠날 수 있습니다. 돌아오면 익숙해져서 관성적이게 된 것들을 좀 더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교환교에서의 생활 중 아무런 의욕도 발휘할 수 없는 날들이 있었습니다만은, 그런 날도 지갑을 챙겨 문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문 밖을 나서면 좋은 일이 하나는 일어났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런던은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런던 시내를 탐방하며 폭력적인 언행이나 인종차별적 언사를 들은 적은 없습니다. 유럽 여행 중 이른 새벽에 역사에 도착하면 약물에 취한 무리들이 배회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런던에서는 약에 취한 사람을 보는 것이 힘들었고, 자정 전의 지하철에서 술에 취한 사람을 목격하는 것 또한 드뭅니다. 여행 등의 이유로 몇 번쯤 새벽 3시 경에 킹스크로스 역을 이용한 적 있으나 안전상의 위협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험은 예고 없이 닥칠 수 있으니 중심 시가지를 따라 이동하고, 어두워진 뒤에는 혼자 이동하는 것을 삼가며, 영사관의 위치와 연락처를 숙지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빈번한 것은 도난으로, 역 주변 횡단보도와, 옥스퍼드 스트리트 및 소호거리와 같은 유동 인구가 많은 관광지에서는 도난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교환학생 학기가 마무리되는 12월에 핸드폰을 도난당하였는데, 현지에서 이를 수습하는 데에 꽤나 골치가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난에 유의하여 한국에서 도난방지 스트링 및 체인을 구비하고, 지갑과 여권 등 귀중품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도난 보상이 되는 유학생 보험을 미리 가입해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한 학기 동안의 교환학생 생활이 대학생활의 좋은 전환점이 되어 준 것 같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좋은 식재료를 사서 스스로 요리해 먹고, 매일매일 재미있는 일을 찾아 집을 나서는 일들을 반복했습니다. 나의 일상을 재미있게 꾸미는 일 그리하여 나 자신을 즐겁게 하는 일에 그토록 골몰한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몰두할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진로 고민이나 경제적 문제, 수던한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 자신에게 가장 울림을 주는 일을 찾아 그것이 주는 떨림에 귀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골동품과 조개껍질, 5분마다 왕복하는 푸니쿨라, 찍어낸 듯한 양식의 주택들, 바닷물 밀려오고 빠져나가는 소리, 해가 지는 공원, 색이 바뀌는 하늘같은 무용한 것들을 바라보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이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교환학생 수학 기간 중에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시련만이 닥쳐옵니다.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시련이 밀린 리딩자료, 소지품 도난, 위탁 수화물 무게 초과 캐리어, 기차총파업인 상황에서 임박한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계속 혼자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교환학생 수학 기간 중의 날들이 전부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며칠은 외롭고 지친 날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은 항상 밖을 나서면 갈 곳은 생겼고, 내일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인생의 굴곡에서도 강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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