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교환학생은 막연하게 내 대학 생활의 로망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비용과 시간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유럽 여행을 몇 번 해봤고 미국은 한 번도 가본 적 없기에 여행 다닐 겸 미국 대학생활은 어떤지 체험할 겸 미국을 선택했다. 도시보다는 자연경관 보는 것을 좋아해 서부를 선택하였다. 나에게 교환학생 기간은 더 넓은 세계를 직접 경험하는 것, 그리고 2년 반 동안의 학교생활로 지쳤던 나에게 주는 휴식이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서부여행을 할 수 있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outdooor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는 점 때문에 UofA를 선택하게 되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 UofA는 애리조나주의 투쏜에 위치하고 있다. 2021 세계대학순위 85위에 랭크되었으며 천문학과 지구과학 분야에서 유명하다. 캠퍼스는 1.5km2 크기로 평지이다. 학교 서쪽에 main gate가 있고 이 곳에 학생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음식점들이 있다.
- 투쏜은 캠퍼스 근처를 제외하곤 시골에 가까운 곳이다. 우리나라만큼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배차간격이 좀 길다) 학교 근처를 제외하곤 돌아다니기 힘드나 리프트비 등의 물가가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 8월말에서 10월초까지는 매우 더웠다. 사막기후 특성상 건조하기 때문에 습한 한국의 여름과는 다르게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땀이 많이 나지 않는 건 좋지만 피부가 많이 탄다. 다들 물병을 꼭 챙겨다니고 햇빛이 살짝 따가울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다들 선글라스를 많이 쓰고 다닌다. 몬순이라고 소나기가 짧은 시간동안 미친 듯이 쏟아지기도 한다. 10월 말쯤부터는 밤에는 추운, 일교차 큰 날씨가 계속된다. 12월초까지 맨투맨+털 달린 후드집업 정도면 괜찮고 종강하기 직전에 온도가 확 내려가서 패딩을 입었다.
- ‘사구와로’라는 키 큰 선인장이 많은 사구와로 국립공원과 마운틴 레몬이 가볼 만하다. 밤에는 별과 별똥별들을 볼 수 있을 만큼 빛공해가 없다.
- 투쏜은 멕시코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공용어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멕시칸 음식들이 많은 편이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교환교에 합격하게 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비자신청일 것이다. 교환교에서 메일을 받으면 DS-2019를 신청해 우편으로 받으면 된다. DS-2019가 있어야 DS-160을 작성할 수 있다. service fee를 납부하고 비자 인터뷰를 잡으면 된다. 비자 인터뷰는 출국 전에 여유롭게 하는 것이 좋은데 인터뷰 날짜를 잡으려면 DS-160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일련의 절차를 제때제때 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코로나 직후라 출국 예정 날 이후까지 인터뷰 날짜가 마감되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인터뷰 날짜가 한 번에 마감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오픈하고 마감되면 나중에 한 번 더 오픈하기 때문에 마감되었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사이트에 자주 들어가서 재오픈을 확인해보자.
2. 숙소 지원 방법
기숙사를 신청하지 않고 아파트에 살 계획이었다. 아파트와 기숙사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기숙사는 캠퍼스 내부에 위치하는 점, 기숙사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있다는 점, 퇴거가 편리하다는 점 등이 장점이지만 아파트에 비해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시설이 엄청 좋은 편이 아니고 모든 걸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점이 단점이다. 아파트는 취식하기 편하고 개인공간이 보장되어 좋지만 아파트의 장점에 해당하는 부분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학교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아파트들은 월세가 더 비싼 편이나 캠퍼스에서 걸어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파트의 경우 학교에서 제공하는 off-campus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roomies를 통해 서블렛을 찾으면 된다. 당시에 코로나 이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면서 집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었다. 또한 단기로 집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소득증명이나 재산증명을 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 나는 4베드에 개별 화장실 있는 아파트를 월 $860으로 1년 계약을 하고 떠날 때 서블렛으로 계약을 넘겼다. 그리고 페이스북 페이지 등의 경우 집이 있다면서 지원비를 요구하는 허접한 사기꾼들이 많으니 조심하자.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student insurance가 가장 많이 들었고 international student fee, tuition payment plan 등등 해서 총 2200달러의 비용을 학교에 지불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영어공부-영어 실력이 이미 출중한 경우라면 상관없지만 영어 실력을 늘리겠다는 목적으로 준비 없이 교환을 가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나 또한 출국 전에 더 영어 공부를 많이 하고 갈 걸하는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으로 미드를 통한 공부가 현지인의 말하기 속도에 적응하고,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표현을 배우며,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모던패밀리와 굿플레이스를 추천한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교환교 측에서 교환 승인이 나면 여러 메일이 오는데 수강계획서를 advisor에게 제출하고 수강신청을 하라고 했다. 메일 확인을 뒤늦게 해서 이미 수강신청시작일이 지나있었는데 서울대처럼 광클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가끔 개설됐던 강의가 폐강하기도 하는 등 학기 시작 후에도 변동사항이 생긴다. 고학년 강의의 경우 수강신청 제한이 걸려서 사이트에서 신청이 되지 않는데 담당 advisor와의 메일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DNC 201A Pilates Mat Class 1: Non-Majors: 출석만 잘하면 좋은 학점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아침 수업이라 꽤 많이 빠졌는데도 좋은 학점을 주셨다.) 한국에서 해봤던 필라테스와는 약간 다르지만 재밌었다.
- SPAN 101 First Semester Spanish: 미국에서 영어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가 스페인어이지 않을까 싶다. 투쏜이 멕시코와 가까워 멕시코인들이 많다는 점,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 중에도 남미 등 스페인어권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유익할 것 같아 신청했다. 영어와 스페인어가 많이 닮아있기에 영어를 통해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 시험과 퀴즈는 모두 온라인 오픈북이라 쉽다.
- CHEE 377 577R Microbiology for Engineers: 강의식이 아니라 해당 챕터를 읽어오고 퀴즈 및 조별활동을 한다. 과제가 많아 힘들었다.
- CHEE 483 583 Introduction to Polymers: 전선 고분자화학과 강의계획서가 비슷해 전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 시험이 쉽고 절대평가다. 3번의 중간고사와 1번의 기말고사가 있는데 중간고사는 하루 전에 공부해도 충분하다. 그 외에 온라인퀴즈가 있다.
3. 학습 방법
본교에서의 공부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용적으로는 본교보다 쉬우나 언어의 장벽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특히 현지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줄임말이나 은어 등이 많이 등장하니 모르는 단어들은 꼭 물어보고 나중에 대화할 때 써보자. 그리고 현지 친구들의 말이 처음에는 엄청 빠르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타국에서 교환 온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친구들과 천천히 대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인터넷 서칭을 통해 어떤 물품을 챙기면 좋고 어떤 물품은 불필요한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몇 가지 물건에 대해서만 소개를 하겠다.
- 상비약: 학교 앞에 CVS가 있어 데일밴드나 상비약을 살 수 있지만 약효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챙겨오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병원을 방문해 평소 자주 걸리는 질환에 대한 약을 처방받으면 좋을 것 같다.
- 화장품: 인종이 다양한 국가이기에 색조 화장품 종류가 많아 사기 번거로울 수 있다. 그리고 쿠션 퍼프 사려고 세포라 매장에 들렸는데 그런 종류의 퍼프를 아예 안 팔아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아마존으로 사긴 했는데 아무튼 괜히 K뷰티라는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쓰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니 웬만한 거 다 챙겨 오시길.
- 필기구: 미국 필기구의 퀄 안 좋고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이패드로 필기해서 많이 쓰진 않지만 노트와 약간의 필기구를 챙겨갔다.
- 한국음식: 피닉스에 H마트가 있고 아마존으로 햇반 등을 살 수 있다. 투쏜에는 김포오리엔탈마켓이 있다. 작지만 이것저것 판다. 다만 가격이 당연히 비싸기에 챙겨갈 수 있는 것들은 챙겨가는 게 좋다. 젓가락은 꼭 챙기는 걸 추천한다. 나무젓가락은 한인마트에서 사는 거 아니면 중국 젓가락이라 그립감이 별로고 쇠젓가락은 잘 안 판다.
- 선물: 외국인 친구들에게 줄 한국스러운 기념품 사가길 추천한다. 나는 인사동과 인터넷에서 책갈피와 동전지갑을 샀다.
- 옷: 미국 대학생들은 옷을 굉장히 편하게 입고 다니기 때문에 포멀한 옷을 많이 챙길 필요가 없다. 다만 여행을 많이 다닐 계획이라면 여러 계절의 예쁜 옷을 다양하게 챙기면 된다.
2. 현지 물가 수준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 음식: 기숙사가 아닌 아파트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음식 때문이었다. 세이프웨이, 월마트 등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서 요리를 많이 해먹었다. 이외에도 fry에서는 학생할인이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 내의 global center나 기숙사 쪽 슈퍼도 작지만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유용하다. 내가 살았던 곳 근처에는 co-op라는 슈퍼가 있어 가끔 이용했다. 학교 내에 student union, global center, honors village 등에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나 뷔페식 식당이 몇 군데 있는데 그곳들은 가성비가 좋다. 학교 앞 main gate쪽에 음식점이 많다. 가본 곳 중에 괜찮았던 곳으로는 Saigon pho, No anchovies, Jimmys pita&poke, Sinbad’s가 있다.
- 의료: 비싼 보험료를 내는 만큼 학교에 병원이 있다. 처음 방문하면 20달러 정도를(정확하진 않다) 내야하지만 그 외에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은행: 친구들 간에 송금을 하려면 미국계좌가 있는 것이 편할 것 같아 뱅크 오브 아메리카 계좌를 발급받았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학교에서 더 가까운 은행은 chase니까 참고 바란다.
- 교통: 22년 말까지는 트램과 버스가 무료였는데 23년부터는 어떻게 바뀌는지 모르겠다. 트램을 자주 이용했다. 트램으로 이용할 수 없는 곳은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고 걸어서 15분 이상 다닐 만한 날씨는 아니여서 TUGO bikeshare 1년권을 끊었다. UofA학생이면 반값으로 $40이다. 자전거를 구매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자전거의 도난 위험 등을 고려했을 때 bikeshare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관련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면 cat tram이나 캠퍼스내부<->대형 마트 간의 리프트비용 지원쿠폰 등 유용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 학교 생활: 학교에서 진행하는 국제 학생 관련 행사를 통해 친구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메일을 통해 행사 소식을 알려주며, 무료음식 나눠주고 포토부스를 비롯한 여러 부스들이 열린다. 또 투쏜에서 열리는 마켓이나 축제도 존재하고 국제학생 행사는 아니지만 소소한 행사들이 자주 열리는 편이다. 학교 프로그램 중에 rec center의 outdoor program을 통해 클라이밍과 캠핑을 갔었다. 인원을 많이 뽑지 않으니 관심 있다면 사이트를 방문해 예약하길 바란다. 그리고 미국 대학들은 학교 간에 풋볼과 농구를 비롯한 각종 경기들이 열리니 한 번쯤 관람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친구: 스페인어 수업에서 만난 친구와 수업 끝나고 같이 공부하거나 수다를 떨었다. 룸메들과 할로윈파티를 주최해 재밌게 놀았다. 할로윈은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2학기에 가게 된다면 맞이할 큰 행사이다. 나는 친구들과 펌킨패치와 헌티드 하우스를 가기도 했다. 룸메 중 한명이 추수감사절에 집에 초대해줘 샌프란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며 더 친해졌다. 미국 가정집에서 미국의 문화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한인회를 통해 친해진 사람들과도 놀러 다니곤 했다. 한인회에 관심 있으시다면 인스타 @uofa_ksa를 참고하시길.
- 여행: 사실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느라 투쏜에 머물렀던 시간이 길지는 않아 친구를 많이 사귀진 못했다. 학기 시작전에 샌프란, LA, 라스베가스를 갔었고 학기 중에 샌디에고, LA, 화이트샌즈, 앨버커키 열기구 축제, 산타페, 세도나, 쿠바 등을 다녔고 학기가 끝나고 뉴욕, 워싱턴 등을 여행했다. 금공강이거나 금요일 수업의 출석이 중요하지 않다면 목요일 오후부터 시작해 4일 정도 여행할만한 여행지들이 많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미국은 총기 허용국가이기에 조심해야 된다. 캠퍼스 안은 경찰이 있기 때문에 안전한 편이나 밤에 학교 밖을 혼자 걸어 다니는 일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홈리스도 좀 있는 편이고 메인도로를 제외하면 어둡다. 개인적으로 후추 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내 주변 친구들도 많이 가지고 다녔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 유심: 비저블 무제한 월 30달러 요금제를 사용했다. 민트도 무제한이긴 한데 속도제한이 있어서 비저블을 선택했다. 그리고 투쏜에서는 한국에서 구매한 여행용 유심은 안 터지니 참고하시길
- 일처리가 잘 안된다면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령 집수리 때문에 아파트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겼는데 며칠 동안 아예 연락이 없어 전화를 하니까 10분만에 수리하러 오셨다. 일처리를 제대로 안 하셔서 아파트 보증금을 안 내거나 관리비 2달분을 안 내고 오거나 하는 이익을 보기도 했지만 아무튼 한국만큼의 빠르고 체계적인 일처리를 기대하지 말자.
- 이 학교가 파티스쿨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빠르면 목요일 밤부터 내가 살던 아파트 주변 메인도로가 시끄러웠다. 파티가 취향은 아니라 몇 번 가보진 않았는데 파티가 자주 열리는 만큼 학생들의 학구열이 높은 것은 아니라 서울대에서 공부하던 양의 반의 반만 해도 비슷한 학점을 얻어갈 수 있다.
- 꼭 교환학생 때 있었던 일들을 일기나 사진, SNS 등을 통해 기록하기를 권한다. 한국생활로 돌아오면서 그 때의 시간들이 신기루처럼 빨리 흩어지기 때문이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꿈만 같은 4개월이었다. 세상에는 직접 부딪치고 그 세상에 스며들어야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가치관, 지식이 있는 것 같다. 워낙 물가도 높고 환율도 높을 때 가서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긴 했지만 인생에 있어 대학생일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기에 정말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