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사실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교환 프로그램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교환 프로그램 지원 시기가 다가오자 지원을 망설이게 되었는데, 첫째로 교환학생으로서 살아가는 제 삶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고, 외국인과 영어로만 대화하여야 하는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본교의 국외수학 학점 산출 방식이 상대적으로 엄격한지라, 교환학기동안 학점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할 때 그것이 이후 졸업 혹은 취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오래간 몰두했던 학업 생활 혹은 '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해본 적 없었기에,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교환 프로그램을 가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고민은 "교환학생을 가지 않는다면 미래의 내가 후회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거듭 생각해보아도 대학생 신분으로서 주어지는 귀한 기회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고 오래간 바라던 일이기도 하였기에 저는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국가 선정 이유
저는 지난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시도하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그리고 영어실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파견지역을 '영국'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오히려 교환학기 전 영국이라는 국가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교환 프로그램 이후 영국 미디어, 음악, 패션과 분위기 등 영국의 매력을 많이 알게 되어 꼭 다시 가서 오래 머물고 싶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파견 대학은 영국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대학(The University of Manchester)이었습니다. 제가 맨체스터 대학을 1지망으로 지원하게 된 이유(그리고 교환교로 추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우선, 파견교를 고민하던 당시 런던 지역을 고려하기도 하였으나, 런던은 문화 여가의 기회가 풍부하지만 그만큼 물가와 생활비가 굉장히 높은 편이며 건물이 굉장히 밀집되어 있어 대학의 외관이 제가 상상하던 거대한 외국 캠퍼스의 모습을 갖춘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맨체스터의 경우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며 런던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을 때 주말에 런던으로 여행을 가기에도 부담되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 또한 맨체스터 지역 자체가 맨체스터 대학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는 대학 도시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기회가 많으며 학생들이 생활하기에도 편리하고 안전한 편입니다.
- 맨체스터 대학이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공과대학이 전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것, 그리고 캠퍼스 자체가 너무나 예쁘기도 하다는 점 역시 제가 UoM을 파견교로 선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 맨체스터는 영국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기에 편리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학교 측에서도 본교 재학생들을 모아 여러 지역으로 저렴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줍니다. 만약 해외로 여행을 가고 싶다면 맨체스터 공항을 이용하면 수월합니다.
- 지리적으로 스코틀랜드와 같은 북부 지역보다 날씨가 상대적으로 온화한 편입니다.
- 마지막으로, 학교 기숙사에서 거주하고 싶었던 저에게 UoM 이 제공해주는 기숙사 단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기숙사 단지의 종류마다 거리와 시설의 질이 다르지만, 제가 머무르던 곳에서는 기숙사 측에서 여러 국제 학생들이 친구를 사귀고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파티, 퀴즈, 이벤트 등을 다양하게 마련해주었으며 아침과 저녁마다 (주말에는 브런치와 저녁)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받아 친구들과 함께 식사 시간을 보내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 영국 6개월 미만 체류 시 무비자 입국입니다. ( 비자 준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 두 학기 교환학기를 신청하셨다면 비자가 필요합니다. 비자 발급 시 필요한 절차는 이하와 같습니다.
(1) 비자레터 수령
- 비자레터 : 교육기관의 승인을 받은 허가서이며, 비자신청의 중요 전제 조건, 파견교에 원서 접수 후 학비 납부하면 영수증과 함께 받을 수 있음
(2) 비자서류 준비
- 여권 및 사본, 최종학력 증빙서류 (2장), 재학증명서 or 휴학증명서, 성적증명서 (자동발급기로 뽑을 수 있음, 반드시 '영문' 형태 ), 신체검사 결과지 (영국은 세브란스 비자검진센터 두 곳만 가능, 예약 필수), 영문 은행잔고 증명서 - 영국의 경우, 본인 명의 통장에 3000 만원 이상 필요. 자주 쓰는 계좌에 돈을 잠시 옮겨 두고 은행에 직접 가서 발급 받으면 됨, 반드시 ' 영문 ' 으로 신청, 증명서 발급 후 24 시간은 입출금이 안 됨
(3) 비자센터 방문
- 방문 전 서류 온라인 제출
- 단암빌딩 5층에 예약 필수
- 비자는 우편으로, 약 3 주 정도 시간 소요됨
2. 숙소 지원 방법
- 교환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를 이용하였습니다.
- 교환교로부터 offer letter 와 관련하여 두 가지의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해당 메일에는 학생이 밟아야 하는 여러 행정 절차를 자세히 설명해둔 문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교환학생이 진행해야 하는 필수 절차 가운데 기숙사 신청 관련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요약하자면, https://www.manchester.ac.uk/study/experience/accommodation/ 사이트에 접속하여 절차에 맞게 원하는 기숙사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기숙사 종류를 5~6개까지 신청할 수 있는데, 기숙사마다 혼성/여성 전용, 공용 화장실/개인 화장실, 식사 제공 (Catering)/식사 미제공 (Self - catering) 등의 조건과, 캠퍼스로부터의 거리, 비용, 국제 학생과 영국인 학생의 비율 등의 속성이 모두 다릅니다.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기숙사를 찾아 신청하면 되고, 신청이 늦어지면 기숙사 이용이 어려울 수 있어 최대한 빠르게 신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교환학생 신분으로는 본인이 우선순위로 선택한 기숙사가 선정될 확률이 낮은 편임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배정된 기숙사 단지는 Dalton Ellis로, 우선순위로 신청하였던 기숙사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국제학생, 교환학생이 거주하던 공간이었고 기숙사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풍부하여 아쉬움 없이 거주하였습니다. 기숙사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Catering Service) 의 경우, 영국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하여 걱정이 많았었는데 예상보다 Catering service가 상당히 편리하고 시간과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음식의 맛이 나쁘지 않았는데, 아침마다 무한으로 제공되는 빵, 신선한 과일, 커피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음식 자체에 불만인 학생들도 있었으니 본인이 음식에 대한 선호 / 불호가 뚜렷한 편이 아니라면 Catering service를 추천 합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
- 교환교의 등록금은 서울대학교 등록금으로 지불하였습니다.
- 기숙사 비용 : 한 학기 Catering Service 포함하여 약 516 만원이었습니다.
- 이외 생활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았으며, 본인이 외식하는 횟수에 따라 결정될 듯 합니다. 저의 경우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여 다니는 편이어서, 평소 생활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 저는 교환학기가 시작되기 4달 전 Proposed Study Plan에 원하는 과목을 4개 정도 선택하여 메일로 제출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시간과 장소가 TBA 이므로 잠정적으로 등록해 두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 수강확정 기간은 생각보다 늦습니다. International Programmes Office 측에서 메일로 연락이 오거나 Zoom 통해 별도 방법을 설명해주니 그때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 이전에 개인적으로 수강신청 / 확정을 진행하여서는 안 됩니다.
- 과목을 추가 / 변경 / 취소하고 싶다면 담당 staff에게 메일로 직접 연락을 드려야 합니다.(지금도 동일한 방식일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 저는 10월 7일까지 전체 수업 등록에 대go confirm 을 마쳐야 했습니다. 최소 인정 조건이 50~60 credit 이므로 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저는 교육학과 전공으로 ‘교육사회학’, ‘교육과 사회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팀티칭의 좋은 사례를 체험하고 Seminar를 통해 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이것과 함께, UoM 이 MBA로 유명하여 경영 강의 중 ‘생산 관리와 전략’을 수강하였는데 첫 경영 수업 이었지만 난도가 높지 않아 교양 수준으로 체험하기 적당한 강의였습니다.
- 공과대학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UoM이 컴퓨터공학과를 포함하여 공과대학 강의가 유명하여 아쉽게 교환학생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부분이 아쉬웠지만 UoM 의 Data Science Society에 가입하여 관련된 워크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충분하였습니다.
3. 학습 방법
특별히 다른 학습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 내 공부 공간이 많으니 꼭 누려보세요 :) 제가 가장 좋아하던 공간은 앨런 길버트, 경영대학원 건물입니다. 기숙사 친구들과 Dalton Ellis 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기숙사 도서관에 모여 함께 공부하기도 하였는데 이곳에서도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쌓았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교환 학기 시작 전에는 유튜브나 영어회화 어플을 통해 필요한 회화 구문을 간단히 연습 하였습니다. 교환 생활 중에는, 교환생활에서만 특별히 누릴 수 있는 경험이 외국인 친구들과 ' 놀면서 ' 영어 실력을 동시에 쌓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러한 기회를 많이 확보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표현을 의식하며 배우려고 했고, 스피킹이 어색할 때는 기숙사에서 영어 단어장을 펼쳐 연습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초반에는 정말 생존을 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연습했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이 제가 가끔 어색한 표현을 쓸 때 이를 정정해주거나 꿀팁을 주면, 고마움 표현과 함께 더 많은 피드백을 부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고로 외국에서는 영어의 다양한 억양과 발음을 존중해주니 이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고 최대한 더 말하고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 만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V. 생활
1. 출국 전 준비 & 가져가면 좋은 물품
- 기숙사 신청
- 여권 발급
- 입학허가서 /offer letter 및 리턴항공권 준비
- 약 구비 (코로나약, 감기약, 등)
- 해외 결제용 카드 구비 (저는 '비바 x 체크카드' 통해 컨택트리스 결제 및 교통 카드로 사용하였습니다)
- 몬조 계좌 발급 권장 (영국 계좌): 외국인 친구들끼리 송금할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또한 해외 온라인 결제 시 정말 편리합니다. 어플로 아주 간단하게 발급받을 수 있으니 학기 초반에 준비하시면 될 듯 합니다. 단, 실물 카드가 택배로 오는 게 아니라 Reception 내부 Post box에 도착하니, 배달 예정일에 Post box에서 직접 찾아 가셔야 합니다.
- isic 국제 학생증 발급 권장 : 해외 여행 및 영국 내 여행에서 소소하게 할인 받을 일이 많습니다.
- 여행자 보험 : 카카오 여행자 보험 비교 서비스를 활용하시면 편리합니다.
- 유심 준비 : 영국 네트워크가 생각보다 느리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는 Voxi를 사용하였습니다.
-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비상용 소액의 파운드 환전
2. 현지 물가 수준 & 식사
외식을 한다면 비용이 한국에 비해 꽤 높으며, 식재료값 자체는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식빵, 치즈, 초콜릿, 과일이 저렴합니다. 학교 근처 Lidl 과 Tesco를 자주 이용했었고 Poundland에서 소소한 생활용품을 구매한다면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의류는 영국 내 빈티지 마켓이 많으니 이곳에서 저렴하고 영국 감성이 담긴 옷을 구매하면 좋습니다. 평일 아침과 저녁 식사는 기숙사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었고, 점심에는 주로 도시락을 싸거나 학교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였습니다. 주말에는 식당에서 브런치와 저녁을 제공해주고, 방학에는 식당이 영업을 종료하여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 주방에서 요리하였습니다.
3.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 소사이어티 (동아리): 1)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이 많아, UoM의 Data Science Society 에 가입하여 비슷한 관심사의 친구를 만나고 소사이어티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였습니다. 2) UoM 의 클라이밍 동아리 (mountaineering) 에 가입하여 시간이 여유로울 때마다 클라이밍을 하거나 요가 프로 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3) 친구들과 gym(학교 근처 Sugden sports center) 멤버십을 등록하여 함께 스포츠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헬스장을 이용하였습니다.
- 여행 : 학기 중간중간에는 영국 내 여러 지역 (에딘버러, 리즈, 코츠월드, 런던, 바스, 브리스톨, 스 톤헨지, 요크, 리버풀)을 여행하였고, 모두 여행지로서 추천합니다 ! 교환 학기 중 사귄 친구들과 프랑스 파리를 2박 3일 간 여행하기도 하였습니다. Christmas break가 한 달 간 주어 졌을 때에는 2주 정도 런던 - 오스트리아 - 체코 여행을 하였고, 학기 시작 전과 종료 후에 서부 및 남부 유럽을 여행하였습니다.
- 여가 : 맨체스터까지 갔으니 Old Trafford에 가서 축구 직관을 꼭 체험해보길 추천합니다. 영국식 스포츠 펍에서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맥주를 마셔보는 것도 필수인데, 스포츠에 진심인 맨체스터 사람들은 잉글랜드 혹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이 승리할 때면 경기가 끝나고 펍에 있는 모르는 사람들과 춤을 추며 전통 노래를 부르고, 운이 좋으면 맨체스터 출신 락밴드 Oasis 의 명곡을 즉흥 라이브 연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무수한 것들 가운데 특히 공유하고 싶은 다섯 가지는 ‘외국을 낯설어 하지 않게 된 것’, ‘한국에서 관성적으로 좇던 루틴과 문화로부터 벗어나는 것’, ‘나를 모르는 타지에서 새 정체성을 만들게 된 것’, '쉼’을 온전히 즐기는 것’, ‘문제 상황 앞에서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입니다. 제가 살던 기숙사 단지에는 저를 비롯하여 해외 각국으로부터 다양한 기대감과 목표를 품고 맨체스터에 온 교환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현실에 지쳐서 떠 나 오거나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서, 직장을 마무리하고 공부에 도전하려고, 외국 생활이 막연히 궁금했기 때문에, 커리어를 쌓고 싶어서, 유럽 생활에 대한 낭만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맨체스터에 모인 우리는 함께 타지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길에 있었고 서로를 응원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한 학기 간 추억을 쌓다 보니 예전에는 긴장과 걱정부터 시작되던 외국 생활이 저에게 낯설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외국에서 직장을 갖고 오랜 기간 살아보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환 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놀란 것 중 하나가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언행에서 환경과 지구, 사람을 큰 가치로 두고 있는 것이었는데, 무엇보다도 각자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으로 실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나 취향에 솔직하며 이것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건강하게 추구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빛나 보였고, 동시에 저의 지난 삶에서 자신에 대한 확신보다 의무감에 이끌려 행동하던 순간들을 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그간 한국에서 자신과 타인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만 한다는 무형의 압박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면, 교환 생활을 통해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의 학업 생활과 현실 문제로 굳혀온 단일한 아이덴티티가 있었고, 그것이 저의 전부를 설명한다고 믿어왔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저항을 느끼거나 에너지를 들여야 하였고, 아이덴티티를 의식하며 행동하는 것 자체가 저의 선택과 행동에 모종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긋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 관심 분야 업계의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며 일, 삶, 사람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접하였고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날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마음이 원하는 대로 휴식하고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체험하다 보니 여유가 부족했던 한국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하나씩 모여 저를 잘 설명해주는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었고 저 의 자랑스러운 모습 중 하나가 되었으며, 원하는 것과 취향 에 거리낌 없이 솔직해지고 실천할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교환 생활에서 만든 기억과 성취가 앞으로 걸어가게 될 저의 삶에 큰 원동력과 에너지를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교환 학기의 끝자락에서 일기에 기록해둔 한 문장을 인용하면서 수기를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 여행과 교환의 다른 점들 중 하나는 외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상 황에 놓인 또래 친구들을 사귀며 이곳에 소속되고 내 속의 힘이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환 프로그램 기회를 제공해주신 서울대학교, OIA, UoM 에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